내방수에서 외방수로 : 지하공간 방수 패러다임 전환의 당위성 2025.11

2025. 11. 28. 10:25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From Inside to Outside Waterproofing: The Need for a Paradigm Shift in Underground Waterproofing

 

 

 

오늘날 도시의 고밀화와 토지 활용의 효율성 증대는 지하공간 활용을 필연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지하주차장, 지하철, 터널, 공공청사 등 다양한 시설이 지하공간을 핵심적인 영역으로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현대 도시 인프라의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그러나 지하공간은 항상 지하수와 접해 있기 때문에 방수 대책이 미비할 경우 구조적 손상, 유지관리 비용 증가, 실내 환경 악화와 같은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현장에서는 시공의 편의성과 초기 비용 절감을 이유로 구조체 내부에 방수층을 형성하는 ‘내방수(Negative-side Waterproofing)’ 공법을 채택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내방수 방식은 물이 구조체를 통과한 후 실내에서 막는 ‘사후약방문(事後藥方文)’식 처방에 불과하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구조물의 안전성 저하, 유지관리 비용의 폭증, 실내 환경의 악화라는 심각한 문제들을 야기하며, 이제는 그 근본적인 한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본고는 지하 방수 설계의 패러다임이 내방수에서 외방수(Positive-side Waterproofing)로 전환되어야 하는 당위성을 구조적 안전성, 경제성, 그리고 공간의 가치 측면에서 논하고자 한다.


구조체의 수명과 안전성을 위협하는 내방수
내방수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구조체 자체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물이 구조체 콘크리트 내부로 침투하는 것을 허용하기 때문이며, 내방수는 콘크리트라는 재료가 가진 ‘숙명적 균열’에 대한 대응 능력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콘크리트는 건조수축, 온도 변화, 외부 하중 등으로 인해 크고 작은 균열이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재료이다. 구조체에 균열이 발생하면, 그 표면에 얇게 도포되거나 미장된 내 방수층은 인장력을 이기지 못하고 함께 파단되거나 박리될 수밖에 없다. 이 균열은 즉시 새로운 누수 경로가 되어 방수 시스템 전체를 무력화시키는 시발점이 된다.
반면, 신축성과 인장강도가 뛰어난 외방수재(특히 겔타입 시트 방수재)는 콘크리트의 미세 균열 발생 시에도 파단되지 않고 균열 부위를 덮어주는 균열 추종성(Crack Bridging Ability)을 발휘한다.
이는 구조체의 불가피한 거동에도 방수 성능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근본적인 차이로 인해 내방수는 다음과 같은 필연적인 문제점을 야기한다.


1. 철근 부식 및 내구성 저하 : 균열과 콘크리트 자체의 공극을 통해 침투한 물과 공기는 철근을 부식시키는 주된 원인이다. 부식된 철근은 팽창하여 콘크리트에 더 큰 균열을 유발하고, 이는 구조체의 내력을 심각하게 저하시켜 건물의 안전 수명을 단축시킨다. 내방수는 실내로 물이 새는 것은 막을지 언정, 구조체 내부에서 진행되는 이러한 열화 현상은 전혀 막지 못한다.
2. 콘크리트 열화 및 백화 현상 : 수분은 콘크리트의 동결 융해를 반복시키고 화학적 침식을 유발하여 재료 자체의 성능을 떨어뜨린다. 또한, 수분이 콘크리트 내의 수산화칼슘을 용해시켜 표면으로 가지고 나와 공기와 반응하면서 흰 가루(백화 현상)를 만들어내는데, 이는 미관상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콘크리트가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위험 신호이다.

 

따라서, 외방수는 구조체 외부에서 물과 균열을 동시에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가장 확실한 ‘선제적 예방’ 조치이다.


생애주기비용(LCC) 관점에서의 경제성
"외방수는 초기 시공비가 비싸다"는 것은 흔한 오해이다. 이는 단기적인 시공비만 고려했을 때의 착시 현상일 뿐, 건물의 전 생애에 걸쳐 발생하는 생애주기비용(Life Cycle Cost, LCC)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내방수로 시공된 건물은 지속적인 누수와 그로 인한 마감재 손상, 구조체 보수보강 비용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누수 지점을 정확히 찾기 어렵고, 보수를 해도 다른 취약 부위에서 다시 누수가 발생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반복적인 유지보수 비용은 초기 공사비 절감액을 훨씬 상회하며, 결국 더 큰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이에 반해, 초기에 정밀하게 시공된 외방수 시스템은 구조체를 완벽하게 보호함으로써 장기적인 유지보수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시킨다. 누수로 인한 2차 피해(실내 마감재, 설비, 저장 물품 등의 손상)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건물의 자산 가치를 온전히 보존 할 수 있다. 즉, 외방수는 단기적인 비용이 아닌, 수십 년을 내다보는 현명한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외방수 시공 전경 ©리뉴시스템

건강하고 쾌적한 실내 환경의 전제 조건
지하 공간은 더 이상 버려진 창고가 아닌, 생활, 업무, 여가의 중요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구조체를 통해 스며든 습기는 실내 습도를 높여 곰팡이와 박테리아 번식의 최적 조건을 만든다. 이는 마감재를 손상시킬 뿐만 아니라, 호흡기 질환이나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등 거주자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내방수는 실내로의 물 유입을 일시적으로 막을 수는 있으나, 구조체 자체가 머금고 있는 습기까지 완벽하게 제어하지는 못한다. 그 결과 벽지가 들뜨거나 페인트가 벗겨지고, 퀴퀴한 냄새가 나는 등 불쾌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밖에 없다.
반면 외방수는 건물을 외부로부터 완벽하게 건조한 상태(Dry-in)로 유지시켜 준다. 이는 쾌적하고 건강한 실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다. 구조체가 건조하게 유지됨으로써 습기로 인한 모든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지하 공간의 활용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제도적·시장적 변화의 필요성
우리나라 건설시장은 아직도 ‘최저가 낙찰제’와 ‘공사비 절감’의 압박 속에서 내방수를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 비용 절감일 뿐, 장기적으로는 건축물의 가치 하락과 국민 안전에 큰 부담을 남긴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내방수 중심 관행은 개선이 시급하다. 독일은 외방수를 의무화하여 건축물의 내구성을 50년 이상 확보하고 있으며, 유지관리 비용 또한 현저히 낮다.
일본 역시 내진 설계와 함께 외방수를 병행하도록 제도화하여, 공공시설에서의 누수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아파트 지하주차장과 지하철 합벽부에서 반복적인 보수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내방수 중심 관행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기술적 차이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와 제도 단계에서 방수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건축물의 성능과 수명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내방수 중심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변화가 필수적이다. 발주기관과 건축사협회는 외방수를 설계 단계에서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기준을 개정해야 하며, 특히 공공건축물부터 선도적으로 외방수를 도입해야 한다. 또한 생애주기 비용을 고려하는 평가체계를 제도화하여 초기 공사비 절감보다는 장기적 안전성과 경제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건축을 위한 필연적 선택
지하 방수 설계의 중심을 내방수에서 외방수로 옮기는 것은 단순히 기술적인 공법의 변경을 넘어, 건축에 대한 철학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는 ‘문제가 생기면 고친다’는 소극적이고 단기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 원인을 차단한다’는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건물의 구조적 안전성 확보, 생애주기비용 절감을 통한 경제성, 그리고 사용자의 건강과 쾌적함이라는 세 가지 핵심 가치를 고려 할 때, 외방수 설계로의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지속 가능하고 가치 있는 건축물을 구현하기 위해, 우리는 이제 눈앞의 편의가 아닌 수십 년 후의 견고함을 선택해야 할 때이다. 지하 구조물을 보호하는 첫 번째 방어선은 구조체 내부가 아닌, 바로 구조체 외부여야 한다.



 

글. 이종용 Lee, Jong Yong
리뉴시스템 대표이사·공학박사

 

 

이종용 리뉴시스템 대표이사 · 공학박사


이종용 대표이사는 1999년 리뉴시스템을 설립하여 폐 고무 기반의 비경화 방수 소재, 폴리머 분리·선별 기술 등 다수의 특허에 발명자로 등록되어 있으며, 교통공학·토목공학·건축공학 분야에서 연구 논문을 7편 이상 발표했다. 핵심 연구 키워드로는 누수 제어 기술, 자원 재활용, SRPG(합성고무 폴리머 점착 겔), ISO 기준 등이 포함되어 있다. 대표적인 방수 실적으로 인천공항 제2단계, 미국 보스턴 빅디그 지하차도,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해안 고속도로, 미국 BART지하철 방수 시공을 들 수 있다.
jylee@re-new.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