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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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비평] 스튜디오 파라노이드 오피스 인간적인 브루탈리즘 2026.3
Architecture Criticism _ Studio Paranoid Office Human Brutalism 부동산 사장님의 건축학 언젠가 사무실을 임대하러 다니던 때, 매물을 소개하던 사장님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이 건물 괜찮아. 돌로 된 건물이야.” 우리 도시를 채우는 근생 건물 시장에서 화강석은 신축과 세련됨의 상징이 되었고, 벽돌은 낡은 건물의 표상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골목길을 채우던 따뜻한 물성에 대한 향수는 건축사들을 다시 벽돌로 이끌었다.그래서 스테이 아키텍츠(홍정희+고정석)가 ‘파라노이드’를 설계할 때 먼저 고민한 것도 외장재료가 보낼 신호였다. 최신 유행에 민감한 영상을 만드는 광고 제작사의 사옥을, 오래된 소규모 빌딩이 가득한 강남의 골목길에 지어야 한다...
2026.03.31 -
대한민국의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고대하며: 규제의 늪과 건축의 미래 2026.3
Looking Forward to Korea's Sagrada Familia: The Mire of Regulations and the Future of Architecture 위대한 건축의 힘 스페인은 가우디로 기억된다. 안토니오 가우디(Antoni Gaudí)는 스페인의 상징이고, 가우디가 남긴 건축물을 보기 위해 매년 수많은 세계인이 스페인을 향한다. 특히 그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단순한 성당이 아니다. 이 미완의 걸작을 보기 위해 연간 약 5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며, 입장료 수익으로만 연간 1억 2,500만 유로(약 1,800억 원) 이상을 벌어들인다.스페인의 쇠락해 가던 빌바오 시(市)에서는 건축물 하나로 기적이 일어나기도 했다. 1970년대 중공업 경제 위기로 실..
2026.03.31 -
[건축비평] 향약원 별관 10년의 비움으로 빚어낸 한 건축사의 담담한 기록 2026.2
Architecture Criticism _ Hyangyakwon Annex An architect’s calm record, shaped by 10 years of emptiness 다이어그램의 시대, 감각의 복원 오늘날의 건축 설계는 점차 명쾌한 논리의 싸움이 되어가고 있다. 복잡한 대지 조건과 프로그램의 얽힘을 단순한 몇 장의 다이어그램으로 치환하여 설득력을 얻는 방식은 효율적이지만, 때로는 그 명쾌함 뒤에 숨겨진 공간의 실재적 체험을 간과하게 만든다. 개념이 강한 건축은 눈에 띄지만, 그 안에 머무는 사람의 시선과 발걸음은 종종 도식화된 논리에 갇히곤 한다. 최근 마주한 코스맥스 향약원 별관은 이러한 흐름과는 결이 다른 태도를 보여준다. 이 건축물을 설계한 이호성 건축사는 설계 과정에서 다이어..
2026.03.19 -
이제야 고백하는데, 널 사랑하다 건축사가 됐어 2026.2
I'm finally confessing this, but I became an architect because I loved you. 까까머리 중학생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 변두리 산동네에 마당이 너른 집으로 이사했다. 집은 산동네 풍경에 적절한, 보잘것없었지만 마당만큼은 지금도 동경의 대상이다. 과실수가 하나씩 있었다. 감, 복숭아, 호두, 대추, 포도 그리고, 두어 평 남짓한 딸기밭. 나는 딸기밭이 가장 좋았다.아버지는 너른 마당을 지킬 개가 필요하다고 했다. 어느 날 아버지는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퇴근하셨다. 젖을 뗀 지 얼마 안 된 작은 강아지였다. 품종이 뭐냐고 물었더니 그냥 똥개라고 하셨다. 모든 개는 진돗개인 줄로만 알던 시절, 별 상관없었다. 온기를 가진 생물(生物)을 처음..
2026.02.27 -
[건축비평] 인탈리오 건축의 화려한 향연과 소외된 중심 2026.1
Architecture Criticism _ intaglio A Spectacular Feast of Architecture and the Neglected Center 밤 캄캄한 밤 격포를 향해 차를 달렸다. 길은 바닷가 마을을 향해 내려가 얽히고 갈라진 끝에 한적한 마트에 다다랐다. 지쳐서인지 형광등 아래 모든 것이 창백해 보였다. 저녁거리 이것저것을 사서는 그곳으로 향했다. 인탈리오 Intaglio 오늘 자게 될 숙소의 이름이다. 음각이란 뜻의 이태리 말이다. 분명 건축가가 지었을 법한 근사한 이름이다. 흔들리는 차창 너머로 깜캄한 언덕 위에 불빛들이 보였다. 가까이 갈 수록 형상이 분명해지며 마치 하얀 박쥐들이 날개를 접고 몸을 맞대고 있는 것처럼 삐쭉한 계단실과 객실들이 늘어서 있었다. 신기..
2026.01.30 -
선을 지키는 건축사들 건축을 하며 나에게 던지는 질문들 2026.1
Architects who keep the line 최근 국내 건축설계산업은 역대 최고의 침체기라 할 정도로 불황의 그늘이 깊게 드리우고 있다.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설계로 이어지는 프로젝트는 줄고, 건축사사무소는 해마다 500개 이상 생겨나고 있다. 건축사라면 누구나 체감하고 있는 현실일 텐데, 왜 많은 건축사들이 사무소를 개소하고 어려운 산업현장으로 뛰어들까? 짐작하자면 스스로의 철학과 신념을 가지고 작업을 이어가는 건축사가 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원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 너머에 하기 싫은 일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확률을 줄이고자 사무소를 열었다. 설계나 감리 업무를 수행하면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질문은 “어디까지 가능한가”이다. 이 질문은 대개 법규 해석의 범위, ..
2026.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