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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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비평] 인탈리오 건축의 화려한 향연과 소외된 중심 2026.1
Architecture Criticism _ intaglio A Spectacular Feast of Architecture and the Neglected Center 밤 캄캄한 밤 격포를 향해 차를 달렸다. 길은 바닷가 마을을 향해 내려가 얽히고 갈라진 끝에 한적한 마트에 다다랐다. 지쳐서인지 형광등 아래 모든 것이 창백해 보였다. 저녁거리 이것저것을 사서는 그곳으로 향했다. 인탈리오 Intaglio 오늘 자게 될 숙소의 이름이다. 음각이란 뜻의 이태리 말이다. 분명 건축가가 지었을 법한 근사한 이름이다. 흔들리는 차창 너머로 깜캄한 언덕 위에 불빛들이 보였다. 가까이 갈 수록 형상이 분명해지며 마치 하얀 박쥐들이 날개를 접고 몸을 맞대고 있는 것처럼 삐쭉한 계단실과 객실들이 늘어서 있었다. 신기..
2026.01.30 -
선을 지키는 건축사들 건축을 하며 나에게 던지는 질문들 2026.1
Architects who keep the line 최근 국내 건축설계산업은 역대 최고의 침체기라 할 정도로 불황의 그늘이 깊게 드리우고 있다.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설계로 이어지는 프로젝트는 줄고, 건축사사무소는 해마다 500개 이상 생겨나고 있다. 건축사라면 누구나 체감하고 있는 현실일 텐데, 왜 많은 건축사들이 사무소를 개소하고 어려운 산업현장으로 뛰어들까? 짐작하자면 스스로의 철학과 신념을 가지고 작업을 이어가는 건축사가 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원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 너머에 하기 싫은 일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확률을 줄이고자 사무소를 열었다. 설계나 감리 업무를 수행하면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질문은 “어디까지 가능한가”이다. 이 질문은 대개 법규 해석의 범위, ..
2026.01.30 -
AI 시대에 찾아가 본 부자 명당 경남 의령 솥바위, 이병철 회장 생가, 진주 승산마을 2026.1
A Visit to Homes of Korean Wealth in the AI Era _ Sotbawi Rock in Uiryeong, Gyeongnam Province, Chairman Lee Byung-chul’s Birthplace, and Seungsan Village in Jinju 건축(사)업계가 IMF때보다 더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 이럴 때는 무언가 새로운 변화와 활력소가 필요하다. 그래서 택한 것이 답사 여행이다. 지난해 늦가을 서울 노원지역건축사회에서 1박 2일(2025.11.13.~14.) 일정으로 우리나라 대표 대기업 창업주가 태어난 마을과 학교를 다녀왔다. 이는 흔히 말하길 국내 최고 부자 명당이란 곳이다. IT시대에서 AI(인공지능) 시대로 바뀌었어도 그 바탕엔 자연이 ..
2026.01.30 -
건축저작물과 저작자의 성명표시권 미디어 속 건축사의 이름을 되찾기 위한 여정 2025.12
Architectural Works and Author’s Right of Attribution A Journey to Reclaim Architects' Names in the Media 1. 들어가며 최근 몇 년간 방송가와 출판계 등에서는 ‘집’과 ‘공간’을 주제로 한 콘텐츠가 대거 등장하고 있다. 시청자나 독자들은 TV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의 독특한 건축물을 편리하게 접하고, 잡지나 유튜브를 통해 멋진 공간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콘텐츠의 향연 속에서 정작 중요한 창작자의 이름이 누락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바로 그 공간을 창조해 낸 ‘건축사’이다. 음악을 소개할 때 작곡가와 작사가를, 미술 작품을 논할 때 화가를, 서적을 논할 때 저자를 명시하는..
2025.12.31 -
[건축비평] 모노섬경계의 땅에서 피라네시의 계단을 오르다 2025.11
Architecture Criticism _ Monosome Going up Piranesi’s Staircase (The Staircase with Trophies) in a Land of Boundaries 제주에서 강원 고성으로 부산과 제주 지역의 중견 건축사로서 상호 존중의 관계로 지내던 차에 오신욱 건축사의 작품에 비평의 기회를 얻었다. 제주에서 강원도 고성까지의 여정은 부담이었지만, 오 건축사의 건축을 가까이 살펴볼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기대가 컸다. 더불어 ‘부산 토박이 건축사가 부산을 벗어난 곳에서는 어떠한 건축을 할까?’ 이런 호기심이 작동했다. ‘부산성’이라는 특수성에 기대었던 그의 건축이, 영토를 확장하여 보편적 건축으로 어떻게 변이하는지 살펴보고자 했다. 부산 갈매기의 꿈 지역..
2025.11.28 -
탑의 눈물 : 익산 미륵사지 2025.11
Tears of the Pagoda: Mireuksa Temple Site, Iksan 익산 미륵사지는 백제 무왕의 강력한 염원이 담긴 거대한 가람이자, 7세기 백제 건축 기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적지이다. 당시 백제는 미륵사를 통해 국력을 과시하고 민심을 결집하려 했으며, 3금당 3탑의 웅장한 가람 배치는 미륵삼존 신앙을 건축적으로 구현하려는 치열한 고민의 결과였다. 이는 건축물이 단순한 구조물을 넘어 한 국가와 공동체의 정신적 구심점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그러나 이 웅장한 백제의 꿈은 순탄하게 이어지지 못했다. 1915년 일제에 의해 서석탑에 가해진 '해체와 보수'라는 이름의 행위는 국가유산 훼손을 넘어, 식민 지배의 폭력성을 드러내는 비극적인 역사로 기록된다. 시멘트로 덧발라진 백제 석탑은..
2025.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