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18. 19:07ㆍ아티클 | Article/에세이 | Essay
Capture the scenery of the city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도시의 풍경이 한 건축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유심히 바라보지 않으면 관심 두기 어려운 평범한 수많은 우리의 일상 속 공간들이 오래도록 누군가의 소중한 삶을 담아냈으면 좋겠다.
골목을 걷다가 작은 틈새를 마주쳤다. 지번과 지번이 만나는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선 작은 틈새길, 이곳에 좁고 긴 계단이 생겼다. 대부분의 일반적 삶의 잣대가 쉽고 편한 대로로 가려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좁고 경사진 저 계단으로 가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골목을 응시하며 잠시 기다려 본다. 좁은 길을 찾는 자는 드물기에 오르다가 내리다가 힘들면 기대고 쉬어갔으면 좋겠다. 비뚤어지고 불규칙한 계단 길 그리고 높은 옹벽이 더욱 위압감을 자아낸다. 도시의 팽창과 압축 속에서 자리한 자투리 공간, 이 공간은 누군가의 퇴근길이며 누군가 출근길, 일상의 필요한 지름길일 것이다. 좁은 계단 양옆으로 마주하는 자세가 서로 대비를 이룬다. 높은 옹벽으로 차단할 수 있고, 기댈 수 있으며, 벽화가 그려진 캔버스가 되기도 한다. 맞은 편 경사지며 올라가는 각각의 대지와 건축물은 좁은 계단과 연결되며 중간중간 참으로 연결된다. 서로 다르게 조우하는 방식의 차이로 인해 골목계단은 지루하지 않으며 다채로워진다.
좁은 계단 길 위로 높은 하늘이 시원하게 열려 전혀 좁지 않은 내 마음 속의 도시풍경으로 채워진다. 대지와 대지가 바로 만나기 어려워 작은 길을 내고 열어주니 도시의 골목 풍경에 여유로운 숨통이 트인다. 조밀하게 응집된 골목 공간에 작은 틈새가 주는 여유로 인해 가던 길을 멈추고, 사색하는 즐거움을 준 너에게 감사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만나는 여러 일상의 소중함이 모두에게 여유로운 풍경이 되었으면 한다.
글. 장우진 Jang, woojin 더블유제이 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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