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30. 10:35ㆍ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Architecture Criticism _ Goldensys office Architecture with maximum and minimum connected spaces
꽉 찬 건축
건축은 감성적이고 추상적인 생각에서부터 시작한다. 건축을 지을 때 처음부터 구체적인 크기와 형태를 제시하며 시작하는 건축사나 건축주는 거의 없다. 직관에 의한 결정들이 건축의 시작점이 된다. 건축의 완성은 하나부터 열까지 열정에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교과서에서 콘텍스트와 주변을 고려한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감성에 치우치기 쉬운 감성적인 건축에 최소한의 가이드를 제시한 것은 아닐까? 건축이 예술과 구분되는 지점도 무한대로 직관에만 맡길 수 없기 때문은 아닐까? 그런 기본에 가까운 가이드조차 없었다면, 모든 건축사는 자기식대로의 모양에 치중하게 될 것이다. 과장된 표현이긴 하나, 건축사의 마음속에는 항상 꽉 찬 그 무엇이 있다. 환경적으로, 경제적으로, 심지어 정신적으로도 차고 넘치는 건축을 지향한다. 심지어 복잡함을 다 들어내고 단순한 디자인을 하는 경우에도 외향적으로 그 모양새의 단순함과 내부 공간의 간결함을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대도시에서는 옳고 그름과 관계없이 대지의 경제적인 가치가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지에 건물을 꽉 채워야만 그 값어치를 다하게 되고, 이는 빈틈 없이 꽉 찬 도시를 만드는 악순환의 시작이다. 그러다 보면 뻔한 이야기를 담는 건축이 되기 쉽다. 비워둔 건축을 만들 수도 있지만 꽉 찬 공간을 만들 수도 있는, 직관과 주변 환경을 동시에 고려하는 양면성을 가진 건축 공간 구성은 건축사가 극복해야 할 허들이 된다.
즐거움
디자인이 ‘좋다,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좋은 결과물을 원하는 욕심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느낌이 좋으면 건축의 공간도 제대로 표현된다. 한때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된 건축이 유행하던 시절, 경쟁적으로 앞다퉈 투박한 콘크리트를 괜찮은 마감재로 승화시킨다고 안간힘을 썼던 기억이 난다. 그것이 즐겁고 재미있고 아름다운 건축적인 행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신경 쓸 다양한 건축적 아이템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중 몇 가지만 짚어보면 용적률을 꽉 채워 잘 디자인하기, 붉은 벽돌로 집 잘 짓기, 남들이 생각 못 하는 형태를 디테일하게 살려서 잘 구현하기, 콘크리트를 거칠게 다듬어 훌륭한 마감으로 만들기 등 다양하다. 이 모두가 다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건축적 장치이자, 건축을 하는 이유다.
현실
공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현실은 냉혹하다. 건축물이 들어설 자리는 그곳에 있고, 건축이 완성되면 우리는 주변 환경과 건축물을 맞이하게 되며, 건축물에 들어가면 그 공간을 느끼게 된다. 회전해서 돌아 나올 수 있는 도로를 끼고 있는 골든시스 사옥은 막다른 골목에 있는 건축물이 아니라는 점부터 대지와 궁합이 잘 맞다. 건물 입주자에게 좋은 풍경을 선사하는 좋은 건축의 입지조건을 갖췄다.
아픔
짓는 과정은 이렇든 저렇든 고된 일이다. 벽돌 한 장도 직접 쌓아야 벽이 되고 공간이 완성되듯이, 노고가 없이는 좋은 건축이 될 수 없다. 그 노고의 가치가 어떻게 발현될 수 있는지를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건축사이다. 반대로 건물이 완성될 때까지 아픔을 겪는 주인공 또한 건축사가 될 때가 많다. 진입구 벽돌 마감의 라운드 커팅으로 단 차이가 없는 주출입구의 공간적 경계를 인위적으로 만들기도 하고, 5층에 있는 내부 계단의 공간적 해방을 위해서 바닥 재료의 경계를 자갈로 마감함으로써 공간감을 달리 만들기도 하고, 심지어 옥상 외부 콘크리트 바닥재를 곱게 면 갈기 하고 코딩을 해서 마치 실내의 연장선상처럼 만들기도 한다. 이런 예측 불허의 건축적 장치를 위한 아프고 고된 과정은 즐거운 공간이라는 결과로 보답받는다.
적용
건축은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예술이다. 건축사로서 타고난 심성과 직관이 중요하고, 현실과도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좋은 결과물이 나올 것을 믿고 전진하는 것도 건축의 완성도를 높이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며, 이 또한 건축사의 몫이다. 골든시스 사옥은 2층부터 4층까지 남쪽과 서쪽으로 트인 발코니를 통해 열린 풍경을 즐기기에 적절한 공간이 있다.
환희
완성된 모습은 충만한 골격을 갖춘 열린 공간이자 도시로 한없이 뻗어나갈 것 같은 외부 마감재인 벽돌이 곧 아우성이라도 지를 것 같은 당당함과 솔직함이 있다. 속에는 공간이 실하게 배치돼 있어서 벽돌 마감이라는 건축적 장치가 더욱 돋보인다. 5, 6층의 세로창은 아래층의 열린 발코니 창호와 반대로 밀도 있게 닫힌 공간으로 구성된다. 반전 공간과 같다. 조금이라도 더 열린 외부 경관을 보여주려면 좌우로 넓히기보다는 세로로 확장된 창이 실용적일 것이라는 믿음을 불러일으키는 창이다. 평면을 보고 외관 창호를 보면 창의 모습을 자연스레 수긍할 수 있다. 공간이 많이 나누어져 있기에 각 실마다 있는 넓은 세로창이 멋스럽다. 널찍한 들판을 조망하기에도 좋다. 건물의 일층은 주차장, 중간층은 임대 공간, 상부공간은 사옥으로 사용되는데, 최소의 움직임만 허용되는 층별 공간구성이 있다. 큰 도시 공간 속에 최소로 자리 잡고 담담함을 해방시키는 최소 공간이 내·외부로 확장된 느낌을 만들었다. 최소가 최대로 되도록 유도하는 건축적인 장치다.
확장된 세계
2, 3, 4층은 두 면이 발코니로 넓게 열리게 계획됐는데, 그 공간에서 바라보는 안심 지역의 들판은 안정적이고 편안하며, 심지어 이국적이다. 저층임에도 매력적이고, 친근하다. 계단과 엘리베이터에서 유리문을 열 수 있고, 유리문을 통해 사무공간의 두 면이 유리로 병풍처럼 공간을 구분한다. 그 밖으로 발코니가 있고, 그 바깥으로 간간이 벽돌 마감이 비친다. 그 사이 공간으로 햇볕이 들어오는데, 마치 친한 친구를 만나는 듯 편안하면서도 설레는 느낌이다.
사람과 같은
골든시스 사옥은 도시와 건축을 연결하는 생명체 같이 작동하고 있다. 건축물은 도시와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층과 층이, 혹은 같은 층 사람도 친구가 될 수밖에 없을만큼 건축공간의 연결성을 느낄 수 있다. 외부 붉은 벽돌 마감이 휘감아 발코니 안쪽으로 들어오는 모습은 흡사 두꺼운 외피를 두르고 내부에 편한 공간을 마련한 느낌이다. 다른 층이 피부로 숨 쉬는 곳이었다면, 마지막 층과 옥상이 통하는 중간에 비어 있는 중정공간은 숨쉬기 좋은 허파와 같다. 계단실 모서리 창호는 아래층부터 꼭대기 층까지 공간의 연속성을 만들며 제 기능을 다하고 있다. 마치 공간을 연결하는 혈관처럼, 승강기가 있음에도 계단을 이용하게 하고픈 매력을 더한다.
발현
골든시스 사옥은 건축사의 직관에서 발현된 건축적 장치를 담아낸 건축물이라는 느낌을 준다. 건축사는 그 이상 보여줄 것이 없을 듯한 곳에서 최소의 요소를 끄집어내 최대의 건축물을 완성했다. 골든시스 사옥은 무심한 도시의 최대주의 속에 최소의 몸부림의 표현이 잘 반영된 좋은 표본이다.
글. 김동희 Kim, Donghee 건축사사무소 케이디디에이치
김동희 건축사·건축사사무소 케이디디에이치
건축사사무소 KDDH의 대표 건축사로, 주요작품으로는 바바렐라하우스, 주향재, 홍천노일강 펜션, 무주펜션 다다, 인천 북카페하우스, 니나노카페하우스, 춘천로81카페 등이 있다. ‘부기우기 행성 탐험’, ‘욕망채집장치’ 등의 드로잉 및 설치 작품 전시를 통해 창조적인 공간 창출을 또 다른 은유로 표현하기도 했다. 2016년 전라북도 건축문화상 대상(무주다다펜션), 2017년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행촌공터 3호) 외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으며, 저서 『내가 살고 싶은 집 주향재』, 『구구하우스』를 집필했다.
kimddongh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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