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마을 _ 마지막 시민아파트, 회현 제2시민아파트

2022. 11. 4. 15:08아티클 | Article/포토에세이 | Photo Essay

Disappearing village
The 2nd Hoehyun Citizen Apartment, the last citizen apartment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8길 101(회현동)에 있는 서울에 남은 마지막 시민아파트인 회현 제2시민아파트. 친절한 금자씨를 비롯해 많은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했으며, 무한도전 등 다양한 방송에 소개되고, 각종 뮤직비디오 등의 많은 문화 활동의 소재로 사용되었고,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의 촬영지이기도 했다. 회현동 1가의 불량건축물을 철거하고 1968년 10월 16일에 입주한 6층 1개 동 124세대 규모의 제1시민아파트에 이어 그해 11월에 10층 2개 동 352세대 규모의 제2시민아파트를 착공하여 1970년 5월 28일 사람들이 입주했다. 
연면적 17,932제곱미터, 전용면적 38.34제곱미터, 분양면적 52제곱미터, 중앙집중식 난방시설에 방 3개와 개별화장실, 주방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앙집중식 난방과 개별화장실은 그 당시 시민아파트에 최초로 적용한 것이었다. 1970년 4월 8일 와우 시민아파트 붕괴사고 이후, 시민아파트 안전도 조사 결과 건설된 시민아파트 414동 중 4분의 3 이상이 철거나 보수 재시공 등이 필요하다고 나왔다. 이로 인해 계획 중이거나 진행 중이던 200여 동의 시민아파트를 취소하고 철거하였으나, 남아현 시민아파트와 회현 제2시민아파트는 구조상 이상이 없어 계속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회현 제2시민아파트는 일자형 배치와 5~6층이었던 다른 시민아파트들과 달리 디귿(ㄷ)자형의 독특한 형태의 2동 배치와 10층의 층수로 건립되었다. 또한 1층 출입구 외에 남산자락 경사지의 특징을 살려 6층에 구름다리를 설치해 엘리베이터 없는 아파트의 문제점을 해소했다. 한국에서 일반건축물에 구름다리가 적용된 최초의 사례였다. 그 후 더 이상 시민아파트는 건립되지 않았고 강남과 여의도에 시범아파트 등의 시대로 전환되었다. 2006년 1월 서울시는 위험시설 D등급으로 분류된 이 아파트의 정리계획을 중구에 전달했지만, 22%에 불과한 주민동의로 인하여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2016년에도 보상 후 철거를 추진했다. 그러나 진행되지 못했고, 다른 대안으로 2017년 보강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2019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저소득층 예술인을 위한 주거창작공간조성과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로 보전을 전제로 도심재생사업으로 전환했다. 이를 근거로 2020년 3월 SH공사가 리모델링 사업 설계 공모를 공고하고 전체 연면적의 54%인 9,602제곱미터, 253가구 규모의 주거공간으로 계획하여 200가구의 1~2인 임대아파트로 구성해 청년 예술인에게 임대했고 53가구는 아직 남아 보상 이주를 원치 않는 기존입주민에게 거주하도록 했으며, 리모델링 이후 단지명은 아트빌리지가 될 예정이다. 그리고 시민아파트의 역사적 가치를 남기기 위해 재생 리모델링으로 추진하여 층수를 현행 지하 1층에서 지상 10층 규모로 유지하고, 주거공간도 현재와 같은 전용 38제곱미터에 거실과 방 2개, 주방, 화장실 구조를 유지하고 내부 대수선만 하기로 했다. 현재 설계용역과 주민들과의 보상금 관련 협의가 계속 진행 중이어서 곧 52년의 역사를 지닌 서울시의 마지막 시민아파트는 사라질 것이다.

구름다리 - 일반 아파트와는 달리 출입구가 1층과 6층 두 곳에 있다는 것이 독특하다. 남산의 급격한 경사지에 건립하다 보니 6층 부분이 건너편 언덕과 같은 높이에 놓이게 되어 6층에 출입구를 만들어 구름다리로 연결해 출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1~4층 거주자는 1층 출입구를 이용하고, 5층 이상 거주자는 6층 출입구를 사용했다. 엘리베이터 없는 10층 아파트에서 이 다리는 출입에 가장 유익한 요소였다.
어린이 놀이터 - 건물의 공터 한쪽에 놀이터가 마련된 것도 눈에 띈다. 현재는 뛰놀 아이들이 없어 잡풀이 무성하고 녹슨 그네 등 일부만 남아 방치돼 있지만, 1970년대에는 놀이터를 법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의무규정이 없어서 매우 희소했다. 시민아파트에 거주하는 아이들이 놀이터가 없어 옥상에서 놀다 떨어져 죽는 사고가 자주 발생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었다.
돌출 창 - 준공 후 아파트의 내부 개조를 통하여 시대적 생활방식의 변화를 발견할 수 있다. 최초 3개의 방 구조를 2개로 축소하여 거실 공간을 확보하고 각 방에 있었던 붙박이장을 없애서 방 면적을 확대했으며, 복도 측의 창을 축소하거나 없애고 발코니가 없어 빨래조차 널 수 없었던 구조에서 외부 창을 지금의 발코니 형태의 돌출형 창문으로 바꾸어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였다. 돌출형 창문은 이 아파트의 독특한 외형을 형성하고 있다.
중정 - 일반적으로 일자형으로 배치한 시민아파트와는 달리 디귿(ㄷ)자형으로 배치한 아파트의 한가운데에 중정이 있다. 경사지의 특성상 계단을 통하여 이동하는 부분이 많고 외부에서 중정에 접근하는 계단의 모습이 독특하다. 또한 이곳에는 많은 화분과 현재는 보기 힘든 김장독들이 많이 묻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주민들이 함께 김장하고 김장독을 보관하는 공동 마당의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아직도 버려진 화분에는 예쁜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골목길 - 이곳에서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를 걷다 보면 마치 낡은 주택가의 계단 있는 골목길을 걷는 것 같다. 이곳을 뛰어다녔을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복도 - 아파트를 출입하는 위치에 따라 층수가 달라진다. 들어가서 중복도를 따라 돌아다니다 보면 마치 미로처럼 들어온 길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오래된 목재 문과 다양하게 설치해놓은 방범창, 그리고 이후에 추가로 설치한 각종 천장 배관들이 또 다른 아파트의 역사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운 것은 아름답다

 - 김부조​ 


그리운 것은
아득한 곳에 머물러 있다

그리운 것은
망각의 숲에 가려 있다

너그러운 삶은
가끔 덤으로
그리움을 던져 준다

웃자란 그리움은
농익은 설레임이 버거워
낡은 기억 앞에 몸을 푼다

비로소 우린
집착이란 명분으로
그리움을 만끽한다

그리운 것은 그토록
아름답기 때문이다


글·사진. 정원규 Jeong, Wonkyu 창대 건축사사무소 ·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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