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5. 31. 10:50ㆍ아티클 | Article/포토에세이 | Photo Essay
Ieum 1977
A Space Blending into Time
처음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인상은 동굴의 입구 앞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좁고 어두운 진입을 지나면, 공간은 점차 깊어지고, 어느 순간 다른 시간대로 넘어가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이곳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1977년이라는 특정한 시간에 서서히 스며들게 하는 장치처럼 느껴졌다.
인천 중구 개항장 일대는 개항 이후 형성된 근대 건축 자산이 밀집한 지역이다. 현재는 이러한 자산을 기반으로 한 도시재생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음 1977’, ‘백년이음’, ‘이음 1978’과 같은 프로젝트들이 그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과거 건축의 보존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공간이 되고 있다.
이음 1977은 전면과 후면의 급격한 레벨 차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형성된 건물이다. 대지에 순응하듯 공간이 배치되고, 각각의 방은 분절되어 있으면서도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이 구조는 건축을 하나의 덩어리가 아닌, 이동을 통해 경험되는 연속된 장면으로 인식하게 만들며, 보다 아늑하고 내향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외부에서 내부로 이어지는 동선은 단순한 출입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에 가깝다. 몇 차례의 레벨 변화를 따라 이동하며 점차 깊숙이 들어가게 되고, 이는 집 안으로 들어가는 동시에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하는 경험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이러한 내향적인 흐름은 닫히지 않고, 어느 순간 외부의 인천 바다로 시선이 열리며 반전된다. 공간은 내부에 머무르지 않고 외부로 확장되며, 긴장과 이완이 교차하는 리듬을 만든다.
거친 질감의 파벽돌, 동양적인 아치 구조, 베이윈도우, 계단식으로 쌓인 벽돌과 천창은 이 건물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다. 지하 아치 공간에서 바라보는 외부의 장면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인상 깊게 다가왔다. 공간을 따라 이동할수록 예상하지 못한 장면들이 이어지고, 디테일은 사진상으로 온전히 담기지 않을 만큼 풍부하다.
이 건축은 공간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어지는 공간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마지막 방에서 고 김수근 건축사의 영상이 상영되고 있는데, 이 장소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층위를 제공한다. 이음 1977을 중심으로 인근의 역사문화자원을 함께 둘러본다면, 개항장 일대의 시간과 공간을 보다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재생은 단순한 공간 활용을 넘어, 공공이 개입하여 장소의 기억을 유지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이음 1977은 과거를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의 도시 속에서 다시 작동하는 건축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언젠가 비 오는 날, 다시 이곳을 찾아 빗소리를 들으며 거실에서 바라보는 인천 바다와 함께 이 공간을 천천히 되짚어보고 싶다.

글·사진. 윤미현 Yun MI Hyun 조아 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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