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코로나19,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혼돈의 시간 2020.6

2023. 1. 16. 09:25카테고리 없음

After COVID 19, 
Chaotic times to set new standards

 

이렇게 빨리 세상이 변할 수 있을까? 단 몇 개월 만에 전 세계에 확산된 슈퍼 전염병인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정반합의 갈등을 겪으며 진화해온 모든 환경을 흔들고 있다. 잔인한 전쟁을 겪고 세계 각국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면서 구축된 세계 연맹 체제에도 균열이 발생했다. 세계 보건 안전의 공동 조직인 WHO의 권위는 몇몇 거대 강대국의 이해관계 속에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물론 코로나19 바이러스 이전에도 세계 조직들은 몇몇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놓여있긴 했지만, 그래도 이번처럼 조직을 흔들 만큼 충돌한 적은 없었다. 한편 국경은 폐쇄됐다. 또 극심한 자국 이기주의 탓에 운반 중이던 마스크를 날치기 당하는 충격적인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생존 앞에서 그렇게 인간의 집단 이기주의가 드러나고, 영화나 교과서에서 나올법한 희생 장면들이 속출하는 중이다.
21세기 산업으로 여겨지던 일상에서의 ‘국경 넘기’는 이제 문턱이 높아졌다. 과거처럼 무방비로 국경을 넘는 것은 한동안 쉽지 않을 것 같다. 국경만 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자국 내 이동도 제한된 경우가 상당수다. 전시 체제도 아니건만 이동 제한령이 아무렇지 않게 시행되고, 경제 활동이 마비된 경우도 있다. 준비하지 못한 채 맞이한 이러한 상황들은 경제적 취약 계층들에겐 치명적인 두 번째 전염병이다. 열악한 의료 환경에 놓인 경제적 저소득층은 생계, 의료, 환경 모든 것에서 소외됐다.
21세기 산업의 총아로 여겨지던 공유의 개념은 순식간에 피해야 할 개념이 되었고, 온라인 경제 체제는 순식간에 일상 안으로 들어왔다. 재택근무 역시 지난하게 확대되지 못하던 상황에서 이번 전염병 사태로 급속하게 익숙한 경제 활동으로 안착되는 중이다. 이런 변화는 아날로그 일자리를 소멸시키고 경제적 계층 간 극단화는 더 심해질 전망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산주의적 발상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현금 지급’은 우파 정치의 대표적 인물인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선언 이후 세계적으로 확대된 정책이 됐다. 이미 수많은 나라가 이를 실행했다. 이쯤 되면 전 세계가 완전한 비상체제다. 더 우려되는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해결책이 등장해도 새로운 전염병들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우후죽순처럼 여기저기서 향후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당장 건축과 도시에 대해서만 하더라도 여러 가지 전망이 나온다. 그중 우리의 시선을 가장 끄는 것은 공동 주거의 변화와 단독 주택 선호, 개별 단위 주거 공간의 규모 확대 등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을 구성하는 슈퍼 아파트 단지의 변화에서부터 가족 간 전염 예방을 위해 공간 분리가 용이한 규모가 큰 집을 선호한다는 예측까지……. 과연 그럴 것인가? 무상으로 주어지지 않는 이상 개별 단위 주거 규모의 확대는 결국 소득에 따라 다른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단지형 아파트는 작은 도시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는 일종의 주상복합형으로, 도로로 분리된 개념으로 변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이런 백가쟁명식 논의는 앞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 계속될 듯하다. 그렇다면 도시와 건축을 바라보고 직업으로 삼고 있는 건축사들은 무엇을 준비하고 대안을 만들어야 할까? 이제부터 우리의 숙제다. 시대 환경의 변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시와 건축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전문가 아닐까?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