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마을6·25전쟁 피난민의 마을, 주문진 꼬댕이 마을 2022.4

2023. 2. 18. 09:10아티클 | Article/포토에세이 | Photo Essay

Disappearing village
Jumunjin Kkodaengi Village, a village of refugees from the Korean War

 

꼬댕이는 꼭대기의 강원도 방언이자 주문진 등대마을의 별칭으로 이전에는 그렇게 불렸다.
주문진항 배후 언덕배기에 6·25전쟁의 피난민들이 정착하면서 생긴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마을로서 강릉시 주문진읍 주문 1·5·7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총 65,724제곱미터, 약 577명의 주민과 326호의 주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전에 워낙 많은 피난민들이 모여 살다 보니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출입구까지의 통로도 미로같이 좁고 복잡하게 엉켜있다. 이로 인한 주민의 열악한 삶의 흔적들이 여기저기에 아직도 남아있다.
빈집들. 낡은 건물, 고령화, 낙후된 기반 시설, 2미터 미만의 좁은 도로로 인하여 일상생활의 불편함과 화재 및 위생 등의 안전 위험에 장시간 노출되어 방치되어 있었으나 2015년 3월부터 2018년까지 주문진 등대지구 ‘새뜰마을’ 재생 사업이 진행되어 주택개량 및 안전난간 설치, 생활 인프라 개선 그리고 마을 휴먼케어 사업 등이 추진되었다. 이 사업은 올해까지 지속될 예정이지만 모든 마을 재생 사업이 그렇듯 여전히 공가는 늘어나고 주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해 재생 사업의 결과물들은 방치되고 있다. 
주문진항과 대조적으로 더 이상 변화할 수 없는 새뜰마을은 이미 쇠퇴의 길로 접어들어 공가들이 마을의 존재를 위협하고 있다. 동해를 내려다보는 천혜의 위치적 환경은 이미 많은 재개발의 도전을 받고 있으며 또 다른 변화된 마을로 태어날 것이다. 그렇게 피난민의 마을도 사라질 것이다.

 

 

주문진 등대
1918년 3월 20일 강원도에서는 첫 번째로 세워진 등대이다. 조적식 구조 우리나라 초기 등대 건축의 초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국내 등대 건축학적 가치가 매우 높다. 백색 원형벽돌로 건조된 등대의 등탑은 최대 지름 3미터, 높이 10미터로 외벽엔 백색의 석회 모르타르로 마감되어 있으며, 등대 출입구 상부에는 일제 상징인 벚꽃이 조각돼 있고 6·25 때의 총탄 흔적도 남아있다. 동해 일출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로 유명하며 언덕 위에서 어민들과 피난민들에게 주었던 희망의 빛을 오늘도 비추고 있다. 

주문진 성황당(城隍堂)
마을 골목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동해안 최대 규모의 성황당을 만나게 된다. 광해군 6년 1613년에 강릉 부사 정경세가 ‘진이(眞伊)’라는 여인의 영혼을 기리기 위해 사당을 지었고, 그 후에는 어촌에 안녕과 풍어가 깃들었다는 유례가 있다. 그 후 1910년에 현재의 위치로 옮겼고 1954년에 개축하였다. 마을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는 서낭제는 음력 3월 9일과 9월 9일 자정에 해마다 두 번 지내고, 풍어와 안전 조업을 염원하는 풍어제는 3년에 한 번씩 음력 9월 9일에 지낸다. 제사에서 펼쳐지는 16거리 별신굿은 중요무형문화재 82호의 가호로 지정되어 있다. 

해당화 벽화
낙후지역 재생 사업에 ‘프로젝트’ 형태로 조성되는 벽화는 소외된 주민들의 삶을 위로하고 낡은 마을 분위기를 전환하며 재생을 통한 마을의 이미지를 재고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언덕길의 끊어질 듯 이어지는 미로 같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곳곳의 다양한 벽화와 많은 골목길 담장과 벽체들이 흰색으로 칠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해당화는 마을의 상징화로 마을 꼬댕이 공원에서 5월에서 7월까지 만발한 해당화를 볼 수 있는데, 가파른 골목길 끝에서 만나는 해당화 벽화는 잠시 쉬어가는 마음을 가볍게 해준다.

전신주 의자
꼬댕이 마을의 산비탈 골목길은 가파르고 폭이 좁아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미로 같은 길이다. 길이 너무나 좁아 옆으로 걸어 집으로 들어가야 하는 곳도 많다.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집을 찾아가는 과정이 쉽지 않다. 경사진 좁은 길을 걷다 잠시 가쁜 호흡을 가다듬으며 돌아보면 낡고 낮은 지붕 집들 앞에 주문진항과 동해가 펼쳐진다. 정말 멋진 전경이다. 이 전경들을 바라보며 자기 삶을 위로하고 이겨냈을 것 같다.
올라가다 힘들면 잠시 앉아서 쉬도록 전신주에 설치해 놓은 의자에서 마을 사람들의 오래된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하늘 골목 
 - 장철문 

   꽃그늘에 서서
   하늘에 건너간 꽃가지
   그늘에 서서
   아득히 하늘길 다녀왔느니,
   처음인 듯
   이 세상 한번은 살아볼 만한 것이었다

​   조붓한 골목 돌아
   한길 나서서 돌아보느니,
   차창에 옛집 스치듯
   그 지붕 너머 하늘 스치듯
   어느새 어스름 속에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세상에 와서
   그런 골목 몇채 걸어나왔느니,
   이 세상에 내가 지은 집이란
   그 골목 끝에 걸어둔 하늘 몇채인 것이었다

 

 

글·사진. 정원규 Jeong, Wonkyu 창대 건축사사무소 ·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