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곁에 오래 두고 사귄 벗 2023.2

2023. 2. 16. 15:51아티클 | Article/에세이 | Essay

Song, a long-time friend

 

중학교 졸업반 겨울 방학 동안에 기타를 처음 접하고 배우다가 음악에 대해 좀 더 깊이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긴 겨울 방학을 기타와 함께 보내고 나서, 고교 입학 후 음악 첫 시간에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충실히 잘 배우면 작곡이 가능하도록 가르쳐 주겠다” 하셨는데, 이 말은 마치 가물었던 내 마음 밭에 단비처럼 내려와 노래와 음악에 대한 커다란 환상을 심고 무궁무진한 꿈을 키우게 해주었다. 당시 대학가요제가 태동하여 인기가 엄청나던 때였고, 기타 반주를 하며 포크 송을 부르는 것에 대한 멋과 욕구가 지대했던 때라, 그동안의 초·중학교 음악 수업에 대충 얻은 지식을 일거에 바꾸고, 기초부터 다시 시작하리라 굳게 마음먹었다. 

그러나 한 학기 후 대학입시라는 중대한 명제 앞에 음악시간이 자율학습시간으로 변경되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오호통재라! 눈물이 앞을 가렸으나, 현실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환경에 음악 학원을 다닐 처지도 안되고, 참고서 한 권도 감지덕지하는 상황이라서 먼저 앞서 간 친구에게 배우고, 대중가요 책을 바탕으로 한 코드 연습과 기타 반주로 노래를 배우고 부를 상황만이 나에게 주어졌다. 대학을 다니면서도, 졸업을 하고서도 음악 공부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었으나 나이가 차니 결혼이라는 인륜대사를 앞둔 처지였다. 학원에 다니는 것을 또 미루고 착실히 결혼 준비를 하여 인륜지대사를 숭고히 치르고 나니, 이젠 아들을 보고 딸을 보고 또 그 자녀를 잘 양육해야 하는 현실의 냇물은 흐르는 강물처럼 지속적으로 나아가야만 했다. 
음악 실력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라디오 듣기, 레코드 테이프와 CD 듣기 반복을 통해 노래 한 곡을 완전히 이해하고 암기하면서 기타 코드 음색에 맞춰 노래 부르며 음악에 대한 갈증을 달랬다. 곁에 오래 두고 사귄 벗처럼 시간 나면 노래를 부르고 또 불렀다. 그러면서 직장 야유회 장기자랑 노래 부르기 3회 우승이라는 기록도 수립했고, 나름대로 기타 반주를 통한 노래 부르기는 어느 정도 남들이 인정하는 분위기였으나, 마음 한편에서는 제대로 된 음악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솟아올랐다. 

시간이 꽤 흘러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자 아내에게 그간의 노래에 대한 갈증과 사정을 얘기하여 승낙을 받은 후 디지털 피아노를 구입하고, 회사 근처 초등학교 정문 앞 피아노 학원에 등록했다. 첫날 원장 선생님과 대화에서 나의 음악 이론이 전무하여 기초지식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고, 손과 지체 그리고 마음이 굳어진 것 같으니 연주는 유명곡 정도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원장님은 웃으면서 그 정도면 피아노를 다 배우는 거라 하셨다. 그래서 사실 음악 기초 공부와 작곡을 하고픈 속마음을 다시 털어놓으니, 이해하시고 아이들 가르치듯 처음부터 상세히 가르쳐 주셨다. 그렇게 2년 동안 새벽잠을 줄여가며 기초 이론을 다지고, 체르니를 배우고, 바이엘 1단계를 열정적으로 배우던 중, 아뿔싸! 이번에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학원 수강이 불가능해졌다. 

 


참 난감한 상황의 연속이었지만, 이미 시작된 나의 음악을 향한 집념을 꺾을 순 없었다. 그렇다면 피아노 공부는 거기까지 일단 마치고 나중에 더 하기로 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며 대로에 위치한 실용 음악학원 작곡반 수강을 시작했다. 나로서는 음악 아카데미를 두 곳 경험하는 것이었는데, 음악 고수는 우리나라 어느 곳이든 많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다만 나의 현실이 발목을 잡고 있었을 뿐이었다. 성실하게 수강하던 중 흥겹고 즐거운 음악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욕구가 팽배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평소 즐겨 하던 쏘가리 루어 낚시를 소재로 쏘낚 마니아들을 위한 응원가를 만들어 보고자 기타 코드와 노래 구성 멜로디 전개 등 배운 기법을 적용하여 ‘쏘가리’라는 노래를 만들어 불러서 온라인 개인 방송에 등재하였다.

그리고 아내가 사진작가 활동을 하면서 개인 사진 전시회를 기획하여 함께 준비하던 차, “내 전시회에 사용할 노래도 만들어 주오”라는 의뢰를 받고 며칠을 고생하여 만들고 나서 아내가 오수를 즐기고 일어나던 때, 맑은 정신에 있는 아내에게 기타 반주를 하며 리빙 룸 콘서트로 손수 만든 노래를 불렀다. 아내는 이렇게 말하면서 웃었다. “결혼하고 선물 받은 것 중 제일 잘한 일이야!” 이 한마디에 고무되어 전시회용 사진에 기타 솔로 버전에 음악을 만들어서 개인 방송에 등재하였다. 더불어 작곡 선생님의 피아노 편곡 연주 음원 영상을 한 편 더 제작하여, 전시회 기간 동안 관람객에게 눈과 귀를 평안하고 다채롭게 하여 ‘꽃과 빛망울의 하모니’ 사진전을 성대히 마칠 수 있었다. 
집념이라는 것은 무슨 일이든지 그 생각을 접지 않아야 하는 것 같다. 상황이 안 되면 기다리고, 기다리는 중에는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하고, 기회가 되면 기초부터 착실히 수강하고 반복하면서 훈련하고 학습하고 노력하면서 말이다. ‘반복에 지치지 않아야 성취할 수 있다’는 격언처럼 성실히 실천하면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노래를 부르면서, 공부하면서, 만들면서 깨달았다. 

 

글. 조정만 Cho, Jeongman (주)무영씨엠 건축사사무소

 

 

조정만 건축사·(주)무영씨엠 건축사사무소

1989년 건국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 건축사 시험에 합격했다. 2016년 한국수필에 ‘방패연 사랑’과 ‘아버지와 자전거’로 등단했고, 네이버 블로그에 최근 발표 에세이와 건축 작품을 꾸준히 포스팅하고 있다. 그동안 발표했던 에세이와 시, 소설을 모아 2022년 7월 산문집 『요원의 들불처럼』을 출간했다. 같은 해 국민들의 워라밸을 위한 음악 디지털 싱글 ‘쏘가리’와 ‘꽃과 빛망울의 하모니’를 작사·작곡 노래하여 발표, 각종 음원  사이트와 유튜브에 스트리밍하고 있다.

 

imatect@mooyoungc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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