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19. 09:28ㆍ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
Dunchon Jugong · Architecture & Real Estate · Destroyed Urban Publicness · Gloomy Future Prospects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이 멈췄다.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 컨소시엄의 마찰로 수 조원 단위의 사업 현장이 멈춘 것이다. 작은 건설 현장은 종종 대금 지급 문제로 멈추고 소송에 휘말리기도 하지만, 이런 조 단위의 사업 현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 현상이 이제야 벌어졌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오래전 재개발, 재건축의 황당한 계약을 목격한 적 있다. 상세 내역도 없고, 도면도 없이 턴키 방식으로 건설사와 290여 가구의 아파트가 계약된 것이다. 사회적 통념의 범위 안에서 조합원들이 이해하고 승인하고 집행한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런 황당한 계약은 엉뚱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 상호 간 묵시적 합의로 진행된다. 21세기 경제 기반인 신뢰 경제(Trust Economy)의 선진 사례(?) 실천인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허술한 계약 진행은 수많은 소송과 고발, 수사와 구속이 난무하는 범죄현장의 온상이자 부정부패와 떼쓰기 민원의 극단 현장이기도 하다. 모두가 쉬쉬하면서 여전히 사건 사고가 나도 원래 그렇다는 인식으로 둔촌 주공 아파트 현장 멈춤이 벌어진 것이다. 앞으로도 여전히 벌어질 일이고, 아마도 우리나라 부동산 경제가 멈추지 않는 이상 계속 벌어질 것이다.
이런 암울한 전망에 전문가로서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이런 일이 계속되는가? 왜 멈추지 못하는 것인가? 이유는 간단하다. 재건축·재개발 시장은 아파트라는 표준화된 우리나라 특유의 부동산 화폐 기능이 작동해 상상을 초월하는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파친코처럼 잘만 돌리면 평생 벌 돈이 쏟아져 나오는 데 이를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는가? 재건축·재개발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횡재하는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과연 누가 이를 비난할 수 있을까? 더구나 재건축·재개발을 부채질하는 정치인은 선거에서 이기고, 이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해주는 학자들이나 경제시사 평론가들은 심지어 관계로 나가기도 한다. 최근에는 하다못해 유튜버들조차 전문가 대접받으며 여기저기서 초빙되고 있다. 정상이니 비정상이니, 전문가니 비전문가니 같은 말은 하지 말자. 냉정하게 현실이 그렇다.
하지만 이들이 선호하는 대단지 아파트로 도시가 영역화 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지면에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는 언급이라도 한 줄 프린트되어야 그나마 전문가적 양심에 변명할 수 있다. 위성지도를 보면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등의 전국 도시들이 거대한 암덩이들이 차지한 것처럼 영역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도시의 공공적 기능의 첫 번째인 도로가 폐쇄되고, 거대한 공간들이 사유화되고 있다. 그 중심에 공동주택이라는, 르 코르뷔지에가 제안한 고층 주거 건축이 자리한다.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토지, 도시 공간의 공공성을 언급하면서 제안한 고층 주거가 오히려 도시 공간의 사유화를 극단화시키는 도구가 되다니! 공공 공급적 의미의 표준화된 건축 형식이 현금에 버금가는 유가증권 기능을 갖는 아이러니가 작금의 대한민국 공동주택 건축 현황이다.
그 사이에서 건축의 가치와 의미는 훼손되고 있다. 그리고 더 큰 손실은 경제적 활력의 지속적 고용과 시장 확장성이 소멸된다는 것이다. 기회가 되면 이 부분에 대한 발언도 하겠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확대 재생산 중인 현재에 대한 불안함을 느끼면서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뉴스를 보게 된다.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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