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초록 나무야, 정말정말 고마워! 2022.6

2023. 2. 20. 09:04아티클 | Article/정카피의 광고이야기 | AD Story - Copywriter Jeong

So green tree, thank you so much!

 

봄이 되면서 친한 친구들과 ‘동무텃밭’을 만들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텃밭이 있어서 싱싱한 채소를 직접 길러 먹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던 끝이었다. 친구 누님이 꾸리고 있는 꽤 넓은 텃밭의 한 이랑을 빌려 우리들의 밭을 가지게 되었다. 겨우 두어 평쯤 되는 땅인데 무엇을 심을지 농기구는 뭐가 필요한지 날이 풀리기 전부터 단톡방이 수다스러워졌다. 
드디어 모종을 심는 날! 목장갑에 챙 넓은 모자를 쓰고 호미를 든 친구들의 겉모습은 제법 농사꾼 티가 났지만… 그 실상은 우왕좌왕! 땅을 얼마나 파야 하는지, 간격은 얼마나 두어야 하는지, 한 구멍에 몇 포기를 심어야 하는지 모르는 것투성이였다. 다행히 친구 누님의 지도 편달이 있어 5월의 ‘동무텃밭’에는 상추, 고추, 토마토, 쑥갓, 가지, 깻잎, 루꼴라, 열무, 파, 부추로도 모자라 완두콩까지 자라고 있다.
한가한 일요일 아침, 점심 상에 올릴 상추를 따려고 ‘동무텃밭’에 갔다. 커피와 크루아상 몇 개를 작은 가방에 담으니 소풍 가는 기분이 들었다. 친구들이 번갈아 몇 번을 따먹었는데도 상추는 장바구니 세 개가 가득 찰 만큼 넉넉하게 자라 있었다.

“토마토는 여기 이렇게 아래 있는 잎을 다 따줘야 위로 쑥쑥 자라요. 고추도 마찬가지야. 
  저기 파는 한 곳에 너무 여러 포기가 들어가 있어, 뿌리 나눠서 한 세 개씩만 같이 심어요.
  이 파는 잘라서 파전 부치면 되겠다, 위를 잘라서 먹어도 다시 자라요. 
  가위로 자르지 말고 손으로 부드러운지 억센지 느끼면서 살짝 잘라요.”

욕심껏 상추를 따고, 친구 누님의 조언에 따라 파와 부추를 뿌리 나눔해서 심고, 토마토와 완두콩에 지지대를 세웠다. 짧은 작업을 마치고 스프링클러를 빙글빙글 돌려 밭에 물을 주는데 마치 내 새끼 입에 밥이 들어가는 것처럼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상추 보따리에 더해 누님이 밭에서 캐어 준 과꽃, 분꽃, 봉숭아, 맨드라미 모종을 거실에 텅 빈 채 방치돼 있던 화분에 옮겨 심었다. 풀풀 날린 흙먼지를 쓸고 닦느라 힘은 들었지만 식물을 집안에 들이니 뿌듯했다. 
그래 맞아, 우리 집엔 초록이 부족했어! 대형 텔레비전과 냉장고, 에어컨, 오디오에 데스크톱, 노트북, 태블릿 심지어 전자 벽시계까지 전자제품은 넘쳐나지만 싱그러운 초록은 너무 없었다. 그래서 자주 잠을 설치고, 그래서 자주 사는 게 심드렁했는지도 모르겠다. 초록 이야기를 칼럼에 쓰고 싶어서, 집을 뛰어넘어 지구에 초록을 넓히기 위해 애쓰고 있는 유한킴벌리의 기업 광고를 찾아보았다. 


자막)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Na)        내가 사는 지구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지구를 위해 기후 위기와 싸우는 내 친구를 소개할게요.
              사람들이 만든 탄소를 대신 흡수하고
자막)     탄소흡수 모드 ON / 나무 7그루 약 1톤의 이산화탄소 흡수 
Na)        자꾸만 뜨거워지는 지구의 열은 시켜주고
자막)     쿨링 시스템 가동 / 도심 숲, 도심 온도 최대 3℃ 저감효과
Na)        폭우 땐 홍수를 막아 내기도 하고
자막)     홍수 방지 시스템 가동 / 숲 토양, 도심 토양 대비 25배 빗물 흡수
Na)        사라져가는 생명들을 품어주는 숲, 고마워! 
자막)     멸종 방지 모드 ON / 국내 멸종 위기 야생생물 30년 새 2.9배 증가
Na)        기후 위기와 긴 싸움 중인 지구가 지치지 않게
              숲으로 지구의 지구력을 높입니다.
              여러분도 함께 해요.
자막)     유한킴벌리는 37년간 5,431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꾸고 있습니다. 

유한킴벌리_기업PR_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지구의 지구력 편_2021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는 유한킴벌리가 1984년부터 하고 있는 숲 환경 캠페인이다. 광고의 주체인 기업이 도심, 한강, 남산, 학교 등 우리 주변에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들고 있는 실천이 뒷받침하는 광고라 믿음이 간다. 2019년에 전파를 탄 두 편의 광고는 숲과 나무가 우리에게 해주는 일을 구체적이면서도 감성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Na)        새벽의 학교.
              나무는 누구보다 일찍 등교해 아이들의 하루를 준비합니다.
              교실에서 복도에서 운동장에서…
              밤새 아이들의 키만큼 낮아진 미세먼지를 숲 속 깊숙이 감춰두고
              잎으로 숨을 쉬며 미세먼지를 붙잡아 둡니다.
              아이들이 가장 오래 머무는 학교가 가장 건강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오늘도 나무들이 준비한 아침의 상쾌한 교실!
              기다려지는 날은 숲에서 옵니다.
자막)     유한킴벌리 학교숲 조성 사업 
              유한킴벌리가 생명의 숲, 산림청과 함께 1999년부터 730여 개 학교에 심은 나무들이 
              학교와 도심의 미세먼지를 줄여주고 있습니다.
Na)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유한킴벌리

유한킴벌리_기업PR_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나무의 새벽 편_2019


학교의 나무들은 새벽부터 교실의 상쾌한 공기를 준비하고, 도심의 나무들은 밤새 야근해서 시원한 아침 공기를 마련한다. 나무 덕에 등교길이 즐거워지고 출근 공기가 상쾌하다. 

Na)        모두가 퇴근한 밤.
              텅 빈 도시에서 나무는 야근을 시작합니다.
              당신이 기분 좋게 맞이할 아침을 준비하기 위해서요.
              낮 동안 그늘을 만들었던 잎은 내일 더 활짝 필 수 있게 잠시 접어두고 
              도시보다 차가운 몸으로 쌓여 있던 열을 식힙니다.
              당신이 시원한 아침 공기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오늘도 나무들이 밤새 준비한 시원한 아침 바람!
              기다려지는 날은 숲에서 옵니다.
자막)      유한킴벌리 도시숲 조성 사업 
              유한킴벌리가 서울그린트러스트, 생명의 숲과 함께 조성한 
              도시 곳곳의 크고 작은 숲들이 도심의 뜨거운 열을 식혀줍니다. 
Na)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유한킴벌리
              “나는 우리나라 산에 나무가 가득한 거 보면 감개가 무량해.”

유한킴벌리_기업PR_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나무의 밤 편_2019


올해 아흔이 되신 대학 은사님의 말씀이다. 1933년에 나셨으니 일제와 해방, 전쟁을 모두 겪은 세대이다. 

“요즘 사람들은 산에는 나무가 있고 강에 물이 흐르는 걸 당연한 걸로 알고 있는데, 우리가 20대 30대 때에는 도심 주변에 있는 산들은 대부분 민둥산, 산에 나무가 없었어. 어렸을 때 제일 신기하고 부러웠던 게,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보면 숲이 우거지잖아? 그걸 난 그림에서만 봤지 클 때까지 눈으로 본 적이 없어. 한자로 나무 목(木)자가 둘이면 수풀 림(林)이지? 셋이면 삼(森)자가 되고. 그것도 한자로 문자로만 알았지. 
  구공탄이 보급되기 전에는 겨울에 난방을 하려면 장작을 때야 하니 주변 산의 나무는 연료로 벌재를 해서 없고. 6・25사변이 난 후에 군 후생사업이 다른 게 아냐. 군인들이 트럭으로 와서 깊은 산에서 나무를 베다가 장작으로 팔고 말야. 그나마 지리산 같은 데는 나무가 남아 있었는데 빨치산 토벌한다고 다 없애 버리고…
  유명한 문둥이 시인 한하운이 ‘가도가도 붉은 황톳길’이라고 썼듯이 길은 다 황톳길이고 산도 다 흙산이었어. 내가 요새 기운이 없어서 다른 데는 못 다니고 집 근처 공원만 산책하는데, 아침저녁으로 숲 속을 산보한다는 게 얼마나 큰 축전인지 이건 젊은 사람들은 모르고 노인들만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이라고!”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무심코 흘려 보았던 길가의 가로수가 새삼 고맙게 느껴진다. 출근길, 아파트 마당에서 만난 이팝나무 가지에 가만히 손을 대어본다. 
졸졸 흐르는 나무의 수액이 만져지는 듯하다. 꽃봉오리 활짝 연 장미나무는 깔깔 웃음소리를 내고 있다. 모두가 퇴근한 밤이나 아무도 깨어나지 않은 새벽에도 나무는 열심히 제 생명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 ‘동무텃밭’의 채소들도 내 거실의 꽃모종들도 조금씩 더 푸르게 자라고 있다. 
마음도 덥고 몸도 무더운 요즈음, 공짜로 누릴 수 있는 초록이 있어 다행이다. 참 고맙다. 

 

 

 

https://www.youtube.com/watch?v=XP5GHYkJKu8 
유한킴벌리_기업PR_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_지구의 지구력(본편)_2021_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CQINJhFeSBU
유한킴벌리_기업PR_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나무의 새벽 편_2019_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MVAMnpqyxq0

 

 

 

글. 정이숙 Jeong, Yisuk 카피라이터

 

 

정이숙 카피라이터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카피라이터로 광고와 인 연을 맺었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을 시작으로 한화그룹의 한 컴, 종근당의 벨컴과 독립 광고대행사인 샴페인과 프랜티브에 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일했다. 지금은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의 CD로 퍼포먼스 마케팅의 세계에 발을 담그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응답하라 독수리 다방>(2015), <광고, 다시 봄 >(2019), <똑똑, 성교육동화>시리즈(2019) 12권, <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2020)가 있다.

abacab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