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31. 09:05ㆍ아티클 | Article/법률이야기 | Archi & Law
Criminal liability for building safety-related accidents
Ⅰ. 글의 첫머리에
건축물을 건축하는 공사현장에서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고, 사용승인을 받은 건축물이 붕괴됨으로써 대형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성수대교 붕괴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비롯하여 수많은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고 일어났다. 최근에는 오송지하차도 침수사고로 많은 인명피해를 입었다.
공사관련 안전사고나 건축물 붕괴로 인한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수사기관에서는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공사업자, 현장소장, 설계 및 감리자, 행정기관의 감독 공무원 등에 대한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책임을 광범위하고 철저하게 추궁하게 된다.
중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한 대형사고에 있어서는 그러한 결과에 대한 원인을 제공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책임을 묻지 않았을 잘못에 대한 것까지 매우 엄격한 기준에 의해 처벌받게 되는 것이다.
건축공사와 관련한 대형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형법상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 건축법위반범죄, 건설산업기본법위반범죄, 건설기술진흥법위반범죄, 산업안전보건법위반범죄, 중대재해처벌법위반범죄 등에 해당하게 된다.
여기에서는 건축공사와 관련하여 대형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공사업자, 설계 및 감리자, 관계 공무원들은 어떻게 수사와 재판을 받고, 어떠한 형사책임을 지는지에 대해 주로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Ⅱ. 건축물 안전사고의 심각성
우리 사회는 1960년대 이후 급격한 경제성장에 따른 도시로의 인구집중 때문에 주택과 상가건물 등 많은 건축물이 공급되는 과정에서 부실공사로 인한 건축물의 붕괴 등 각종 대형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1990년대에 들어와서도 성수대교 붕괴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 대형 사고가 계속되었고, 최근에도 오송지하도참사, 부천호텔화재참사 등 건축물과 관련된 각종 안전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건축물의 안전사고는 당사자의 안전뿐만 아니라 건축물의 이용자나 제3자에게도 중대한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건축물을 사용하는 불특정 다수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건축물의 안전은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사고는 시스템, 인적 조건, 공사작업환경, 안전의식 등의 문제에서 기인한다. 시스템의 문제는 건설공사의 발주, 설계, 입찰, 시공, 감리, 유지관리 등 건설공사 생애주기 전 단계에 걸쳐서 나타나는 법적, 제도적 결함과 제도 운영자들의 인식 불철저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급속한 산업화 도시화와 더불어 많은 건축물이 지어졌으나, 부실시공 및 노후 불량 건축물 등의 이유로 심각한 건축물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 야기되었고, 이에 따라 건축물 안전에 관한 각종 법규가 제정되거나 개정되었다.
건축물 안전 관련법으로는 건축법, 소방기본법,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주택법,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초고층 및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재난관리에 관한 특별법 등을 들 수 있다.
Ⅲ.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
건축물붕괴로 인한 사고는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으로는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가 문제 된다. 형법은 과실로 인하여 사람의 신체를 상해에 이르게 하거나,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자를 과실치사상죄로 처벌하고,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자를 가중하여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처벌하고 있다(형법 제266조, 제267조, 제268조 각 참조).
과실이란 정상의 주의를 태만함으로 인하여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즉 주의의무에 위반하여 구성요건적 결과를 실현하는 것을 말한다. 주의의무위반은 과실범에 있어서 구성요건요소가 되는 동시에 책임요소가 되는 이중의 기능을 가진다.
과실범의 구성요건요소가 되는 주의의무위반은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것은 객관적 주의의무의 침해 내지 사회생활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태만을 의미한다. 주의의무는 예견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주의의무의 전제가 되는 예견가능성은 객관적 예견가능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결과에 대한 주관적 예견가능성은 과실범에 있어서 책임요소가 된다.
업무상과실치상죄에 있어서의 ‘업무’란 사람의 사회생활면에 있어서의 하나의 지위로서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를 말한다. 수행하는 직무 자체가 위험성을 갖기 때문에 안전배려를 의무의 내용으로 하는 경우는 물론 사람의 생명·신체의 위험을 방지하는 것을 의무내용으로 하는 업무도 포함된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도1040 판결).
과실로 사람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 여러 사람이 범죄에 관여하였으면, 이러한 사람들을 형법상 공동정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공동정범은 고의범이나 과실범을 불문하고 의사의 연락이 있는 경우면 성립하는 것으로서 2인 이상이 서로의 의사연락 아래 과실행위를 하여 범죄되는 결과를 발생하게 하면 과실범의 공동정범이 성립하는 것이다(대법원 1994. 5. 24. 선고 94도660 판결).
건축주와 설계자, 시공자 등은 각자가 협력하여 건물을 안전하고도 견고하게 신축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서로 의사를 연락하여 건물을 신축하였던 것이므로, 이들 사이에 형법 제30조 소정의 공동정범의 관계가 성립한다(대법원 1994. 3. 22. 선고 94도35 판결).
건축물의 대형안전사고와 관련하여 언제까지 설계자와 감리자가 형사책임을 져야 하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건축물을 설계 시공 감리를 모두 마치고 사용승인까지 받았는데, 그로부터 20년이 지나서 건물이 붕괴되었을 때, 설계자 및 감리자를 수사할 수 있느냐, 재판을 하여 징역을 보낼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생긴다.
대법원은 이 문제에 대해, 처벌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공소시효의 기산점에 관하여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252조 제1항 소정의 ‘범죄행위’에는 당해 범죄의 결과까지도 포함되는 취지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공소시효는 피해자들이 사상에 이른 결과가 발생함으로써 그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대법원 1994. 3. 22. 선고 94도35 판결).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는 피해자가 사망한 결과가 발생한 때, 업무상과실치사죄의 범죄행위가 종료된 때로 보고, 그때부터 공소시효가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판례의 태도 때문에, 성수대교 붕괴사고에서 성수대교는 1979년 12월 8일 완공되었고, 붕괴사고는 그로부터 15년 가까이 지난 1994년 10월 21일 발생하여 사망자가 났기 때문에, 업무상과실치사죄의 공소시효는 사망사고가 발생한 날로부터 진행하는 것이다. 성수대교 완공 후 15년이 넘어서 설계자 감리자, 시공자, 감독공무원 등이 형사처벌을 받은 것이다.
건물 붕괴사고의 경우, 업무상과실치사죄의 범죄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이 정리가 된다. “피고인은 건축주로서 대규모 복합건물인 상가아파트를 신축하려면 일반건설업면허를 가진 건설회사를 시공자로 선정하고 건설기술자를 건설현장에 상주시켜 철저한 기술감독하에 제반 시공을 함으로써 안전하고도 견고한 건물을 건축하여 부실공사로 인한 건물의 붕괴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의 주의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시공하면서, 건설기술자를 상주시키지 아니한 채건설기술자 자격도 없는 인부들로 하여금 콘크리트타설공사 및 철근배근공사 등을 시키고 시공과정을 제대로 감독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
Ⅳ. 건축법 위반 범죄
건축물의 안전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기본법은 건축법이다. 건축법은 건축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건축법은 건축물의 설계, 시공, 감리, 사용승인, 유지 관리 등에 관하여 안전성이 확보되도록 각종 규제를 하고 있다.
건축법 제5장 건축물의 구조 및 재료 부분에서는 건축물의 피난시설, 용도제한, 건축물의 내화구조 및 방화벽, 방화지구안의 건축물, 건축물의 내부 마감재료, 지하층 등 화재안전과 관련한 규정을 두고 있다.
제23조(건축물의 설계), 제24조제1항(건축시공), 제25조제3항(건축물의 공사감리), 제52조의3제1항(건축자재의 제조 및 유통 관리) 및 제52조의5제2항(건축자재등의 품질인정)을 위반하여 설계ㆍ시공ㆍ공사감리 및 유지ㆍ관리와 건축자재의 제조 및 유통을 함으로써 건축물이 부실하게 되어 착공 후 건설산업기본법 제28조에 따른 하자담보책임 기간에 건축물의 기초와 주요구조부에 중대한 손괴를 일으켜 일반인을 위험에 처하게 한 설계자ㆍ감리자ㆍ시공자ㆍ제조업자ㆍ유통업자ㆍ관계전문기술자 및 건축주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건축법 제106조 제1항). 제1항의 죄를 범하여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한 자는 무기징역이나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건축법 제106조 제2항).
업무상 과실로 제106조제1항의 죄를 범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건축법 제107조 제1항). 업무상 과실로 제106조제2항의 죄를 범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건축법 제107조 제2항).
건축법 제107조 제1항, 제106조 제1항의 벌칙규정은 법 제23조 등을 위반하여 설계 등을 함으로써 공사가 부실하게 된 경우를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건축법위반범죄의 구성요건을 보면, 설계 시공 공사관리를 건축법 규정에 위반하여 함으로써, 건축물이 부실하게 되어 건축물의 기초와 주요구조부에 중대한 손괴를 일으켜, 일반인을 위험에 처하게 한 설계자 감리자 시공자 건축주를 처벌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성요건은 매우 포괄적으로 건축물이 중대한 손괴를 일으켜 일반인을 위험에 처하게 하면, 설계자·감리자·시공자·건축주를 징역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벌금형도 없는 무서운 처벌조항이다. 그리고 이러한 죄로 사람이 죽거나 다치면 무기징역이나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또한 고의범이 아니고, 업무상 과실로 위와 같은 범죄를 범하면, 역시 형사처벌한다는 규정이다.
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범죄
건설사업자 또는 건설 현장에 배치된 건설기술인으로서 건설공사의 안전에 관한 법령을 위반하여 건설공사를 시공함으로써 그 착공 후 하자담보책임기간에 교량, 터널, 철도,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파손을 발생시켜 공중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건설산업기본법 제93조 제1항). 제1항의 죄를 범하여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한 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건설산업기본법은 범죄의 주체를 건설사업자 또는 건설 현장에 배치된 건설기술인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러한 사람들이 부실시공으로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부분에 중대한 파손을 발생시켜 공중의 위험을 발생하게 하면 형사처벌한다는 것이다.
업무상 과실로 제93조제1항의 죄를 범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건설산업기본법 제94조 제1항). 업무상 과실로 제93조제1항의 죄를 범하여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이 시행하는 일정한 규모 이상의 건설공사에 있어서는, ① 설계의 타당성, ② 시설물의 안전, ③ 공사시행의 적정성에 대하여 중앙위원회 또는 지방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감리전문회사·건설업자 또는 주택건설등록업자는 당해 건설공사를 시공하기 전에 설계 등 용역업자가 작성하여 제출한 설계도서를 사전에 검토한 후 그 결과를 설계 등 용역을 발주한 발주청에 보고하여야 한다(법 제23조의2 제2항).
건설업자 등은 설계도서의 내용이 현장조건과 일치하는지, 설계도서대로의 시공이 가능한지와 그 밖에 시공과 관련된 사항 등을 검토하여야 한다. 건설공사의 계약자는 설계서를 검토함에 있어서 주요구조물의 공법, 구조해석, 철근배근 및 수량, 기초정착 심도를 검토하여 누락, 오류, 구조안전성 등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여야 한다.
설계와 시공을 분리하고, 설계의 타당성에 대하여 별도의 심의를 거쳤음에도 시공자로 하여금 다시 이를 검토하게 한 것은 설계도서대로의 시공가능성 여부를 검토하는 외에 단계적이고 반복적인 확인절차를 거침으로써 건설공사의 안전을 보다 확고히 하려는 데도 그 취지가 있다.
건설공사의 시공에 있어 공사의 관리 기타 기술상의 관리를 위하여 현장에 배치된 건설기술자가 설계도서의 검토를 게을리 하여 경험 있는 기술자라면 쉽사리 알아차릴 수 있는 철근배근상의 하자 및 정착길이의 부족을 발견하지 못하였다면 건설공사의 안전에 관한 법령에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
건설공사에 있어 감리원 또는 감독자는 시공이 설계도면 및 시방서의 내용에 적합하게 행하여지고 있는지를 확인, 감독하여야 하고, 감리전문회사·건설업자 또는 주택건설등록업자는 공사 착수 전에 설계도서를 검토하고 그 결과를 발주청에 보고하여 발주청으로 하여금 시정·보완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여야 한다.
공사시행과정에서 설계의 변경이 필요한 경우에는 건설공사감독자는 시공자로부터 설계변경에 필요한 설계도면·수량산출서 등 관계자료를 제출받아 설계변경도서를 작성하여 소속기관의 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시공자는 현지여건과 설계도서가 부합되지 않거나 공사비의 절감 및 건설공사의 품질향상을 위한 개선사항 등 설계변경이 필요한 경우에 설계변경사유서, 설계변경도면, 개략적인 수량증감내역서 등의 서류를 첨부하여 책임감리원에게 제출하며, 책임감리원은 기술검토의견서를 첨부하여 발주기관의 장에게 보고한 다음 발주기관의 장의 방침을 얻은 후 시공하도록 하여야 한다. 건설공사의 시공관리 및 기술관리를 위하여 건설 현장에 배치된 건설기술자로서는 반드시 적법하게 작성된 설계도면에 따라 시공하여야 한다.
건물의 시공 부분이 당초 설계도서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공사감리자에게 모든 사항에 대하여 보고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 그러나 감리보고서 서식에서 각 항목별 보고를 요구하는 부분이나 건물의 배근, 보 등 건물의 안전과 관련된 부분 등의 변경시공에 관하여는 기재가 요구되고, 건축법 제16조 단서에 따라 허가 또는 신고가 필요치 않은 경미한 사항이라거나 구조상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 의견을 기재할 필요가 없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7도7377 판결).
Ⅵ. 건설기술진흥법 위반 범죄
제28조제1항을 위반하여 착공 후부터 건설산업기본법 제28조에 따른 하자담보책임기간까지의 기간에 다리, 터널, 철도,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물의 구조에서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일으켜 사람을 다치거나 죽음에 이르게 한 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제85조 제1항). 제1항의 죄를 범하여 사람을 위험하게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업무상 과실로 제85조제1항의 죄를 범하여 사람을 다치거나 죽음에 이르게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86조 제1항). 업무상 과실로 제85조제2항의 죄를 범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책임감리원은 당해 공사의 설계도서 기타 관계서류의 내용대로 시공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품질관리·공사관리 및 안전관리 등에 대한 기술지도를 하며, 발주자의 위탁에 의하여 관계 법령에 따라 발주자로서의 감독권한을 대행하는 것을 그 역할과 업무권한으로 한다. 책임감리원으로서의 책임은 공사착공시부터 발생한다.
가설구조물 설치공사를 시행함에 있어 설계도나 시방서가 작성되지 아니하였더라도, 가설구조물 설치공사는 펌프장 신축공사에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할 공사이고, 피고인이 소속된 감리전문회사가 발주청과 체결한 감리계약상, 감리단은 현장감독관의 위임을 받은 자로 공사수행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항에 대하여는 시공자에게 이를 지시할 수 있고 재해예방 및 안전관리는 감리단의 업무로서 그 내용으로는 시공자의 현장관리상태의 확인, 시공현장에 시공자를 포함한 안전관리 전담반을 편성운영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면, 그 가설구조물 설치공사에 따르는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 마련과 안전관리업무는 당연히 시공감리인의 업무범위에 포함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건설기술진흥법 제53조 제1항은 ‘발주청 등은 건설엔지니어링사업자, 건설기술인 등이 공사감리 등을 성실하게 수행하지 아니함으로써 부실공사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는 부실의 정도를 측정하여 벌점을 주어야 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부실공사’란 건축법 등 각종 법령·설계도서·건설관행·건설사업자로서의 일반 상식 등에 반하여 공사감리 또는 건설공사를 수행함으로써 건축물 자체 또는 그 건설공사의 안전성을 훼손하거나 다른 사람의 신체나 재산에 위험을 초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Ⅶ.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범죄
제38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제166조의2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제39조제1항(제166조의2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또는 제63조(제166조의2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를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167조 제1항).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 제23조 제1항 위반죄는 단순히 사용자의 소속 근로자에 대한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다.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하고 있는 바에 따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안전상의 위험성이 있는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와 같은 작업이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이다.
사업주가 소속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안전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를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8도101 판결 등 참조). 실질적인 고용관계 유무는 고용계약이나 도급계약 등 근로계약의 형식에 좌우되는 것은 아니나, 근로의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실질적인 고용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6. 4. 28. 선고 2005도3700 판결 등 참조).
사업주는 구조물, 건축물, 그 밖의 시설물이 그 자체의 무게·적설·풍압 또는 그 밖에 부가되는 하중 등으로 붕괴 등의 위험이 있을 경우, 안전진단 등 안전성 평가를 하여 근로자에게 미칠 위험성을 미리 제거하여야 한다.
중량물 취급 작업을 하는 경우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작업, 작업장의 지형·지반 및 지층 상태 등에 대한 사전조사를 한 후 조사결과를 고려하여 추락·낙하·전도·협착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대책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한 후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하여 구조물의 붕괴 등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하청업체의 작업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여 원청업체의 근로자들이 인명피해를 입었다면 원청업체의 대표자 또는 사용인 중 하청업체의 작업에 대한 지휘·감독상의 과실이 있는 자를 형법에서 정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처벌하면 될 것이다(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2013. 9. 30. 선고 2013고단954 판결).
도급계약의 경우 원칙적으로 도급인에게는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없으나, 법령에 의하여 도급인에게 수급인의 업무에 관하여 구체적인 관리·감독의무 등이 부여되어 있거나 도급인이 공사의 시공이나 개별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도급인에게도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다(대법원 2022. 8. 31. 선고 2021도17523 판결).
Ⅷ. 건축물 안전사고에 대한 설계자의 형사책임
건축물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설계는 매우 중요하다. 안전하고 정밀한 설계를 통해 최대한 사고 예방이 가능하다.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고의 이면에는 설계적인 요인이 일정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설계자는 설계도서나 시방서 등에 안전을 고려한 정밀한 설계도면 작성과 지켜야 할 준수사항을 명확하게 제시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 여건을 고려해서 협의할 것’과 같은 단서를 달아놓는 경우가 있다. 부실설계가 이루어지는 요인으로 설계대가가 적고, 설계기간이 충분하지 않은 문제도 있다. 발주자는 적절한 설계대가와 설계기간을 산정하는 것이 건축물의 안전을 위해 절대로 필요하다.
설계자가 발주자의 주장이나 의견을 너무 고려하는 것도 문제다. 설계하는 입장에서는 공학적이고 기술적인 측면에서 철저하게 설계하고, 소신껏 설계함으로써 건축물의 안전을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발주자의 의도에 맞추어 저렴한 금액으로 단기간에 공사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여 문제가 된다.
설계단계에서 수행되는 안전성 검토의 부실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건설공사의 경우 설계단계에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에 따른 설계안전보건대장 작성과 건설기술진흥법 제62조에 따른 설계안전성검토(DFS) 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설계안전보건대장 작성은 총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인 건설공사가 대상이다. 반면에 설계안전성검토(DFS)는 안전관리계획 수립대상 공사가 대상이다. 실시방법은 두 가지 제도 모두 위험성평가를 기반으로 수행되고 있다. 유해위험요인을 도출하고 유해위험요인을 개선하는 방법이다.
설계안전보건대장이나 설계안전성검토(DFS) 보고서는 설계자들이 직접 작성을 하지는 않는다. 대신 이를 전문적으로 작성하는 외부 전문업체에게 일괄로 용역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설계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설계에서 유해위험 요소를 실질적으로 도출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작업공정의 근로자와 안전전문가, 설계자, 시공자, 감리원, 발주자 등이 모두 참여하여 유해위험 요인을 도출해야 한다. 설계 도서를 분석하고 일정공간과 일정 시간을 할애하여 워크숍 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 다양한 공사관계자들에 의해 다각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유해위험 요소를 도출 가능하다. 그러나 설계기간 부족과 워크숍 운영에 따른 비용과 시간상의 이유로 제대로 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Ⅸ. 건축물안전사고에 대한 감리자의 형사책임
“감리”란 건설공사가 관계 법령이나 기준, 설계도서 또는 그 밖의 관계 서류 등에 따라 적정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관리하거나 시공관리ㆍ품질관리ㆍ안전관리 등에 대한 기술지도를 하는 건설사업관리 업무를 말한다.
건축법, 건축사법, 건설기술관리법(현재는 건설기술진흥법으로 대체되었음) 등의 관련 법령에서 일정한 용도·규모 및 구조의 건축물을 건축하는 공사의 경우에 반드시 건축사 등의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에 의한 공사감리를 받도록 규정한 취지는 무엇일까?
건축주나 공사시공자로부터 독립한 전문가로 하여금 관계 법령과 설계도서 등에 따른 적합한 시공 여부를 확인하고 안전관리 등에 대한 지도·감독을 하게 함으로써, 건축물 붕괴사고, 하자분쟁, 유지보수비의 급증, 건축물 수명단축에 따른 재건축 등의 후유증을 유발하는 부실공사를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헌법재판소 2009. 6. 25. 선고 2007헌바39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건축 및 건설공사의 감리자의 형사책임을 묻는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공사에 있어서 감리자의 업무 범위가 무엇이냐 하는 것과, 과연 감리자가 감리업무를 소홀히 한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따지는 것이다. 감리자에게 건설공사의 안전에 관한 법령에 위반하여 책임감리를 한 업무상 과실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감리자의 변호인은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였다. 감리자는 농산물공판장 철근콘크리트공사가 시행되는 동안 동바리가 제대로 설치되어 있는지 여부 등을 수시로 확인하고, 서면 및 구두로 시정지시를 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하여 왔고, 현장대리인에게 1층 바닥의 콘크리트 타설작업을 하지 말라고 지시한 사실이 있다. 그런데도 시공회사 검측승인도 받지 않고, 콘크리트 타설작업을 감행하다 이 사건 붕괴사고에 이른 것이므로, 감리자는 책임을 다하였기 때문에 어떠한 과실도 없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감리자가 건설공사의 안전에 관한 법령을 위반하여 책임감리를 한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고, 건물 등이 부실시공으로 붕괴되는 경우 필연적으로 참혹한 인명피해를 야기하고 경제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우려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관련 법령에 따르지 않고, 기존의 업계 관행에 따른 시공을 하고 감리를 한 사람들의 죄질은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건축감리업무는 건축물의 발주에서부터 설계, 시공, 건축행정 및 건축물의 사후관리에 이르는 건축전체과정의 유기적 관련 업무 중 한부분이다. 공사감리자가 관계 법령과 계약에 따른 감리업무를 소홀히 하여 건축물 붕괴 등으로 인하여 사상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는 업무상과실치사상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10도2615 판결).
건축주로부터 공사감리를 의뢰받은 건축사가 당해 건축물에 대하여 그와 같은 검사행위를 함에 있어 잘못이 있으면 그로 인하여 건축주뿐 아니라 그밖에 다른 사람이 입는 손해에 대하여도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1989. 3. 14. 선고 86다카2237 판결).
설계도서에 따라 기둥과 보의 접합부에 적절한 보강조치가 행하여진 상태에서 공사가 진행되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고 지도하는 업무는 공사감리 책임자의 업무 범위에 포함된다.
Ⅹ. 건축물의 안전관리 방법
건축물을 공급하여 유지관리하는 과정을 하나의 큰 시스템으로 본다면. 이러한 시스템을 작동시키기 위한 무수히 많고 복잡한 개별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프로젝트의 기획, 설계, 구조계획, 환경, 설비계획, 방재계획, 시공자 선정, 시공 보수, 보강, 하자 및 유지관리, 각종 심의 및 인허가 등이 그것이다.
아무리 개별 시스템을 보강한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인 시스템 차원에서 시스템 사이의 인터페이스(interface)가 관리되지 못한다면, 그 보강 효과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건축물의 안전은 설계가 제대로 되었는지, 시공은 설계도에 따라 제대로 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건축물을 설계할 때, 구조, 안전, 피난에 관한 법규정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건축사는 설계과정에서 시공감리과정까지 기록을 철저하게 유지관리하여야 한다.
시공회사에서 시공도(Shop Drawing)를 제출하도록 시방서에 명시하고, 준공검사 후에는 준공도(AS - Built Drawing)를 제출하도록 함으로써, 실제 시공된 상황을 기록하여 추후 용도변경 등 사후관리에 활용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공과정에서 제출된 각종 시험성적 및 검사서 현장사진 등을 첨부하고, 준공 후 사후관리 매뉴얼을 각 장비별, 건물 부문별로 작성 제출하도록 하여야 한다. 설계자가 정확하게 자재를 시방하였을 경우뿐 아니라 시공자가 공인된 검사기관을 거친 자재를 사용하였을 경우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설계를 담당하는 건축사들은 건축이 많은 건축주들의 간섭에 의하여 설계의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토목과 건축이 엄연히 다른데도 사회적인 인식이 이를 하나의 범주로 간주하는 문제가 있다. 건축물 안전을 위한 행정은 건축물의 시공에 있어 안전성을 담보하는 매우 중요하다. 행정 담당 공무원의 업무능력과 전문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안전점검의 목적은 건축물에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기능장애나 재료의 성능저하 현상 등 건축물에 내재되어 있는 위험요인을 소정의 경험과 기술을 갖춘 자가 육안 검사 또는 간단한 점검기구 등에 의하여 조사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건축물의 구조적 안전 및 기능을 체계적으로 유지하는 데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은 준공 후 법적으로 정해진 일정 기간을 두고 정기 점검 등을 실시하여야 하고, 지속적인 점검 및 유지관리가 필요하다.
Ⅺ. 부실시공 방지대책
건축은 기획, 조사, 설계, 시공, 감리, 유지관리라는 전 과정을 완벽하게 수행함으로써 부질을 방지할 수 있다. 설계만 완료하여 시공업자에게 맡기면 건축물이 완성되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으며, 특히 민간부분의 건축물은 설계비와 감리비가 제대로 지급되지 못했고, 사후관리 등은 관심 밖의 사항으로 인식되어 설계부실, 시공부실을 시정에 감리감독하는 체계가 되어 있지 않고, 건물유지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건물안전에까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부실시공의 원인은 적정공사비와 적정공기의 부족, 건설자재 수급불균형, 인력수급불균형, 건설종사자의 책임의식 결여, 기술능력부족 및 기술개발미흡에 있다. 전문성 있는 감리자 및 기능공을 양성하고, 공사의 안전과 품질을 보장하기 위하여는 공사비 채정, 사업계획수립 및 설계단계에서 전문성 있는 감독 및 감리자가 참여하여 사업기간 및 공사비를 책정하여야 한다.
시공부문의 부실방지대책으로, 총체적 안전관리 품질관리가 우선되어야 한다. 시공 전 설계도서를 검토하여 잘못된 부분을 사전에 수정하여야 한다. 시공상세도를 시공자가 직접 작성하여야 한다. 중간검사 및 준공전 예비검사를 철저히 하여 미비점을 사전에 보완하여야 한다. 품질관리자를 현장에 배치하여 다른 업무에 중복되지 않고, 품질관리에만 종사하게 하여야 한다. 현장 종사자 및 기능공 의식 개혁 및 책임시공 특별교육과 기능공 시공일지를 작성하여 한다. 각종 공사 개시 전 현장책임자가 현장설명회를 열어 공사장 안전과 구체적 시공 방향을 설명하고 의견을 청취하여야 한다.
사후평가 철저로 조사, 설계, 감리, 시공 등 부실원인에 대한 반복적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하며, 이를 위하여 자신이 경험한 부실요인을 기술자 양심으로 문서로 남길 때 면죄부를 주는 제도적인 배려가 필요하며 유지관리에 필요한 기록 등 건물유지관리 기록부 비치도 의무화하여야 한다.
건축구조와 관련하여 건축물 안전에 대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하여는 지속적인 건축기준 모니터링 작업을 통해 건축 소비자 피해를 사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에 더하여 건축소비자에 대한 사후구제까지를 고려한다면, 소비자의 권익보호를 위하여 일정한 경우 제조물책임법상의 법리를 원용하여 소비자권리를 강화시키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Ⅻ. 성수대교붕괴사고
동아건설산업 주식회사가 1977년 4월 9일 서울특별시로부터 도급받아 1979년 12월 8일 완공한 성수대교의 강남에서 강북 쪽으로 두 번째 서스펜디드 트러스(suspended truss)의 북쪽 접속 부분에 있는 3개 수직재의 에이치 빔(H-beam)과 핀 플레이트(pin plate)를 연결하는 용접 부분에 균열이 발생하여 성장하다가 1994년 10월 21일 07:38경 위 균열 부분이 부서지며 위 서스펜디드 트러스가 북단으로부터 탈락되어 붕괴되면서 마침 그 위를 지나던 차량 6대와 함께 추락하여 32명이 사망하고 17명이 상해를 입는 사고가 발생하였다(대법원 2002. 9. 24. 선고 99두1519 판결).
피고인들의 제작, 시공, 감독상의 여러 가지 과실과 동부건설사업소 및 서울특별시 도로국 공무원들의 중차량 통행방치, 철강재 부식, 부적절한 수직재 고정 및 안전진단조치 불이행 등 유지·관리상의 과실 그리고 설계상의 잘못이 겹쳐져서, 상판 일체가 한강으로 떨어지면서 때마침 그 곳을 지나던 자동차 6대도 한강으로 떨어졌다.
성수대교와 같은 교량이 그 수명을 유지하기 위하여는 건설업자의 완벽한 시공, 감독공무원들의 철저한 제작시공상의 감독 및 유지·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철저한 유지·관리라는 조건이 합치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위 각 단계에서의 과실 그것만으로 붕괴원인이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합쳐지면 교량이 붕괴될 수 있다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각 단계에 관여한 자는 전혀 과실이 없다거나 과실이 있다고 하여도 교량붕괴의 원인이 되지 않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붕괴에 대한 공동책임을 면할 수 없다(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도1740 판결).
성수대교의 시공을 맡은 동아건설 주식회사 부평공장의 당시 기술담당 상무이사, 같은 공장의 철구부장, 동아건설 주식회사의 현장소장, 성수대교 교량건설에 대한 발주청인 서울특별시의 현장감독공무원이었던 3명 등이 형사처벌을 받았다.
성수대교 붕괴사고에서 법원이 적용한 피고인들에 대한 죄명은, ① 업무상과실치사, ② 업무상과실치상, ③ 업무상과실일반교통방해, ④ 업무상과실자동차추락 등이다.
건설교통부장관은 1997년 6월 18일 동아건설이 성수대교 건설 당시 강재를 규정대로 용접하지 아니하고 조잡하게 시공하여 교량 상판이 붕괴됨으로써 인명피해가 발생하였음을 이유로 동아건설에 대하여 건설업(철강재설치공사업)면허의 취소 처분을 하였다.
건설업법 제38조 제1항 제7호가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건설공사의 시공을 조잡하게 하였거나 공중에 위해를 끼친 경우에 건설업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은, 건설업을 영위하는 자에 대한 면허 등의 규제를 통하여 건설공사의 적정한 시공을 기하고 건설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구법의 입법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동아건설이 한 조잡시공에는 용접불량 이외에도 핀 플레이트(pin plate) 강판의 절삭강도 불량, 부재 볼트구멍의 오차 등의 많은 잘못이 있었고, 용접불량 잘못도 용접공들에 대한 철저한 기술지도, 숙련공 배치 및 사후 점검 등을 제대로 하지 아니하는 등 동아건설이 저지른 과실의 정도가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2. 9. 24. 선고 99두1519 판결).
ⅩⅢ. 삼풍백화점붕괴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의 원인은, ① 뒤 백화점 용도의 건물을 신축하면서 사후 설계변경 형식으로 판매시설 및 건축 면적을 임의로 증가시켜 새로운 시공용 설계도서를 작성토록 하면서 20여 회에 걸쳐 수시로 구조계산을 추가하여 새로이 설계에 반영하게 함으로써 무계획적인 건축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골조공사 완료단계까지 설비설계도면을 마련하지 못하여 완성된 골조에 구멍을 마구 뚫어 개구부를 만들 수밖에 없도록 하고, 용도변경이나 냉각탑 설치 이전으로 인하여 슬래브에 과하중이 작용하도록 한 잘못이 있었다.
② 일부 기둥 및 슬래브 단면의 내력을 부족하게 계산하거나 구조계산을 누락한 구조계산에 있어서의 잘못, ③ 옥상의 냉각탑 설치에 따라 달라질 구조계산, 운동시설이던 5층의 전문식당가로의 용도변경 등을 설계도면에 반영하지 아니하고 시공자로 하여금 고정하중을 초과하여 시공하도록 만들었으며 기초부터 완공 시까지 공사감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설계·감리 상의 잘못이 있었다.
④ 철근 배근, 정착길이 등을 설계도와 달리 시공하거나 일부 지판 시공, 철근 배근을 누락하는 등의 시공 상의 잘못, ⑤ 지붕 슬래브에 설계·시공이 되어 있지 아니한 냉각탑 3개를 설치하여 5층을 받치는 기둥과 5층 바닥 슬래브에 극심한 손상을 가져오게 하였고, 위 냉각탑을 이전하면서 해체하지 않고 통째로 옥상 슬래브 위로 끌고 이동함으로써 슬래브에 과다한 하중이 작용하도록 하여 손상을 가한 삼풍백화점 직원들의 관리·유지상의 잘못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다는 것이다(대법원 1999. 12. 21. 선고 98다29797 판결).
이 사건 건물 신축 당시 구조계산을 담당했던 피고인은, 일부 슬래브 단면의 내력을 부족하게 계산하고, 건물기본계획상 옥상에 설치하기로 예정된 냉각탑 3개에 대한 구조계산을 누락하였다. 건물에 대한 설계 및 감리담당자는 구조설계도면 작성 시 옥상의 냉각탑 설치에 따라 달라질 구조계산을 설계도면에 반영하지 아니하고, 운동시설이던 5층을 전문식당가로 용도변경함에 있어서 구조계산을 의뢰하여 이를 설계도면에 반영하는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으며, 지붕층 슬래브의 마감공사 시공방법을 명기하지 아니함으로써 시공자로 하여금 구조계산 시에 비하여 고정하중을 초과하여 시공하도록 만들었고, 기초공사 시부터 건물 완공 시까지 공사감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하였다.
ⅩⅣ. 화성 청소년수련원 사고
경기 화성군 소재 청소년수련의 집에 있는 연면적 1762.8㎡의 3층 생활관 건물에는 1999년 6월 30일 여름캠프활동에 참가한 유치원생 등 총 551명이 잠자고 있었는데, 건물의 3층 301호실에 피워놓은 모기향에 의해 주변에 있는 인화성물질에 인화된 불이 모든 방실에 인화되어 함께 타면서 유치원생 등 23명이 사망하고, 4명이 화상을 입었다.
설계 감리를 담당하였던 건축사는, 이 사건 건물을 건축법 규정에 맞게 철근콘크리트 등의 내화구조로 설계하여야 할뿐만 아니라, 자격 있는 종합건설업체가 설계도서에 따라 적합하게 시공하는지 여부를 확인하여야 하고, 공사시공자가 사용하는 건축자재가 관계 법령에 의한 기준에 적합한 건축자재인지 여부를 확인하여야 하며, 건축물이 관계 법령에 적합하도록 공사시공자 및 건축주를 지도하여야 하고, 시공계획 및 공사관리의 적정여부를 확인하여야 하는 등의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설계기사 자격이 없는 직원으로 하여금 설계도면을 작성하게 하면서 내화구조로 설계하지 아니하게 하였다.
착공신고 시 설계도면과 함께 구조계산서를 첨부하여야 하나 구조도면만 제출한 채 구조계산을 하지 아니하였으며, 설계도서대로 내화용 석고보드를 시공치 아니한 사실 등에 대해 이를 시정하도록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현장확인도 없이 “기초공사시 철근배치 완료까지” 적법함이라는 의견의 공사감리중간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사용검사신청 적법함”이라는 의견의 공사감리완료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으로 감리업무 자체를 포기함으로써 이 사건 건물이 내화구조 미비 및 가연성 자재의 사용으로 인하여 화재에 극히 취약할 뿐만 아니라 화재발생시 급속히 전체건물에 번지도록 건축되게 방치한 잘못이 있다(대법원 2000. 6. 27. 선고 2000도1858 판결).
ⅩⅤ. 글을 맺으며
건축물의 안전에 대한 각종 법령에 의한 규제는 강화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건축주나 공사업자 등의 인식은 여전히 공사비를 적게 들이고, 안전에 대한 인식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날이 갈수록 건축공사와 관련한 인명피해사고는 그 규모가 커지고, 비난가능성이 높아지므로, 경찰이나 검찰에서도 수사의 강도가 높아지고, 처벌 범위와 수위도 넓어지고 높아지고 있다. 법원에서도 예전과 달리 무거운 형을 선고하는 분위기다.
중요한 것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건축공사와 관련하여 설계, 시공, 감리, 감독, 유지관리 등의 각 단계에서 법과 원칙, 기준에 따라 철저하게 법령에 의해 부여된 각자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완전하게 이행하는 것이다.
대형건축물에 대한 설계와 감리업무를 담당하는 경우에는, 만일 나중에 건축물이 붕괴되는 경우 사고 원인 조사과정에서 설계나 감리에 잘못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무거운 형사처벌을 받고,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말고 철저하게 소신껏 설계하고 감리업무를 수행하여야 할 것이다.
글. 김주덕 Kim, Choodeok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김주덕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김주덕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대구지검 특별수사부, 대전지검 특별수사부장, 제천지청장,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장, 대검찰청 환경과장, 법무부 검찰국 검사, 서울 중앙지검 공판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2022년 8월까지 법학전문대학원평가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cdla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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