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되다 2025.11

2025. 11. 28. 10:45아티클 | Article/포토에세이 | Photo Essay

Remembered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시작된 한국전쟁은 한반도를 초토화시키며 깊은 상처를 남겼다.
전세가 남한에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전개되던 가운데, 전쟁의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 작전이 바로 인천상륙작전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설립된 인천상륙작전기념관과 매년 열리는 인천상륙작전기념식은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상징적인 공간과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쟁은 인류 문명사의 가장 극단적인 파괴이며, 동시에 건축이 가장 강하게 요구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전장의 폐허 위에 남겨진 기억을 구조화하고, 시대정신을 공간으로 번역하는 것이 바로 ‘기념 건축’의 본질이라면,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은 한국 현대사에서 그 상징적 건축물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인천시 연수구 청량산 언덕 위, 해풍이 스치는 그 자리에 자리 잡은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은 전쟁의 기억을 체험과 성찰의 공간으로 승화시킨 기념 건축물이다. 희생, 용기, 연대, 그리고 평화라는 이름으로 그날의 의미를 되새기는 공간이다.
기념관이 위치한 자리는 1950년 9월 15일 상륙작전의 실제 배경이 되었던 인천항과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며, 동시에 인천 시민들에게는 일상의 공공 공간이다.

기념관 정면에는 저 멀리 팔미도 등대를 마주보고 있다. 팔미도등대는 대한민국에 세워진 최초의 등대이자, 인천상륙작전의 시작을 알린 등대로 알려져 있다.
인천상륙작전 전날인 1950년 9월 14일 밤 미국의 켈로 부대원은 팔미도에 상륙해 북한군과의 치열한 교전 끝에 팔미도 등대를 탈환하여 다음날 9월 15일 팔미도 등대에 불을 밝히는데 성공한다.


이 불빛을 확인한 맥아더 장군은 7만5천 병력을 실은 구축함과 순양함 등 유엔군 함대 261척에 발진 명령을 내린다.
인천상륙작전기념관 정면에서 팔미도 등대를 바라보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과거로부터 이어져오는 현재의 평화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기념관은 도시와 역사, 그리고 자연 풍경 사이의 경계를 절묘하게 활용해, 방문객이 과거와 현재 사이를 물리적으로 오가게 만든다.

기념관은 전반적으로 간결한 직선과 수직적 요소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과장되지 않은 매스 속에서 나타나는 절제된 아름다움은 오히려 이 건축물의 성격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재료는 주로 석재로 구성되어 있으며, 재료 자체가 가지는 무게감과 영속성이 이 공간의 상징성과 잘 맞물린다.


시대가 바뀌어도,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이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는다.
잊혀져서는 안 될 것을 기억하게 하고, 그 기억이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어떤 책임을 요구하는지를 묻는 것.
건축은 ‘지어진 것’이 아니라, ‘기억되는 것’이다.


글·사진. 권은정
Kwon, Eunjung K-건축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