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샵 드로잉, 건축사 승인 없이 시공 불가…Architect는 ‘공식 등록 건축사’만 지칭”_ 이진우 건축사 2026.6

2026. 6. 30. 11:50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Shop Drawing, prohibited until it is approved by the architect... The title "Architect" is
legally protected, meaning only formally licensed and registered professionals can use it.

 

 

 

미국, 설계 의도에 주관적 판단 개입 안 해
건축사가 직접 허가 서류 제출·승인 절차 완료하는 뉴욕 시

 

이진우 미국 건축사<뉴욕 MBH Architects·Senior Architect>

 

월간 건축사는 해외 실무경험이 있는 건축사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토대로 국내 제도나 정책의 한계점, 개선 방향 등을 다른 시각에서 조명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미국은 업무환경에서 개인과 가정을 존중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개인에 대한 존중은 설계 과정에서도 드러납니다. 위계 중심의 문화가 없고, 건축사-클라이언트-시공사-협력업체가 모두 동등하게 협업을 진행합니다. 그럼에도 건축사에 대한 존중과 자부심이 매우 강합니다. 미국에서 ‘Architect’라는 직함은 공식 등록 건축사만을 의미하며, 라이선스가 없는 사람은 ‘Architectural Designer’ 등으로 소개됩니다. 등록 없이 Architect라고 하면 법적으로 사칭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오너가 샵 드로잉을 승인했더라도 건축사 승인 없이는 시공이 불가능하며, 이 원칙이 현장에서 철저히 지켜집니다."

 

한국과 미국에서 실무 경험이 있는 이진우 미국 건축사(뉴욕 MBH Architects)는 건축사를 대하는 미국의 분위기와 문화를 소개했다. 

 

Q1. 어떤 나라에서 실무를 진행했고, 당시 어떤 방식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셨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국에서 학부 졸업 후 약 5년간 실무 경험을 쌓았고, 미국에서 대학원을 마친 뒤 현재 뉴욕에서 등록 건축사로 활동 중입니다. 건축 경력은 15년째입니다. 한국에서는 주로 설계공모 단계부터 당선 후 완공까지 전체 과정에 참여하며, 초기의 설계 아이디어를 실제 건축으로 연결하는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리테일 건축을 중심으로 작업하며, 클라이언트, 시공사, 엔지니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조율하고 디자인 의도를 구현하는 조정자(Facilitator)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미국 회사에 첫 출근했던 날 줄자와 레이저를 들고 기존 건물을 실측하러 갔던 것이 기억납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신축 위주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니 이렇게 현장을 실측하는 경험이 드물었습니다. 반면 미국은 리모델링 프로젝트가 많아서인지 현장실측이 일상적이었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처음에는 다소 낯설고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Q2. 해외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국내와 가장 다르다고 느낀 설계 환경이나 일하는 방식이 있었다면 어떤 점이었나요?


업무 환경과 문화가 한국과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제 딸의 학교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여할 수 있고, 학교가 쉬는 날에는 함께 출근해 아이가 제 옆자리에서 블록을 조립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회사에 오는 동료도 있습니다. 미국은 개인 사정과 가정을 존중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혀 있습니다. 
설계 환경 측면에서도 클라이언트와 시공사, 협력업체가 현장이나 회의 등에서 모두 동등하게 협업한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에서 흔히 느껴지는 위계 중심의 문화가 없고, 마감 상황에서의 긴장감도 덜한 편입니다. 이러한 분위기 덕분에 업무 만족도가 높아졌고,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Q3. 해외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제도나 정책 중 현장에서 불편하거나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느낀 부분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제가 한국에서 경험한 바로는, 허가 과정에서 공무원이 직접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설계의 일부가 변경된 적도 있었습니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법규와 정책이 달라 다양한 경험이 존재하지만, 공무원은 대체로 도면이 법규에 부합하는지 여부만 검토합니다. 설계 의도에 대해 주관적으로 판단하거나 개입하지 않아 설계자의 의도를 그대로 현장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특히 뉴욕시에서는 조건이 부합한 경우, 건축사가 별도 중개 없이 직접 허가 서류를 제출하고 승인 절차까지 마칠 수 있습니다. 이 덕분에 허가 업무에서 불필요한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으며, 설계 의도를 바로 현장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은 미국 다른 도시에서는 흔치 않으며, 특히 뉴욕시에서만 적용되는 특징입니다.


Q4. 건축사의 역할이나 사회적 위상도 나라마다 조금씩 다를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Architect’라는 직함은 공식 등록 건축사만을 의미하며, 라이선스가 없는 사람은 ‘Architectural Designer’ 등으로 소개됩니다. 등록 없이 ‘Architect’라고 하면 법적으로 사칭에 해당합니다. 현장에서도 이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건축사의 권위와 자부심이 매우 강하게 느껴집니다. 예를 들어, 샵 드로잉은 오너가 승인하더라도 건축사 승인 없이는 시공이 불가능하며, 이 원칙이 미국 현장에서 철저히 지켜집니다. 한국도 제도적으로는 비슷하지만, 현장 분위기상 미국만큼 건축사의 권위가 강하게 발휘되진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도 사회적으로 ‘건축가’보다는 ‘등록건축사’를 정확히 지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이러한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Q5. 해외에서의 경험이 건축사로서의 생각이나 방향에 어떤 변화를 줬는지 궁금합니다. 지금의 설계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면?
미국 경험을 통해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건축사로서 삶에 대한 시야가 넓어졌다는 점입니다. 대학원 과정과 실무를 거치며 건축을 깊게 고민했지만, 막상 건축사가 되고 나니 삶에 건축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건축을 통해 삶의 균형과 행복을 발견했고, 덕분에 현재 설계 활동에도 영향을 주고, 제가 좋아하는 건축을 진정으로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건축사로서 사회적 책임과 직업적 보람을 느끼는 동시에, 일상 속에서 자전거를 타고, 악기를 연주하며,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건축을 하는 것만으로도 제 삶이 행복해졌음을 느낍니다. 그 느낌이 설계하는 공간에 자연스럽게 반영돼 제 안의 작은 균형과 즐거움이 공간과 사람에게 은근히 전달되길 바랍니다.

 

300 Grant Avenue 프로젝트는 샌프란시스코 유니언 스퀘어 지역의 역사적 보존지구에 위치한 리테일, 오피스 복합 개발로, 고전적인 비율과 현대적인 디테일을 살리는 의도로 설계됐다. 20년 만에 진행된 유니언 스퀘어 내 첫 신축 프로젝트로, 지역역사에서 중요한 건축적, 경제적 이정표를 제시하며 21세기 샌프란시스코 도시 경관을 형성할 건축을 보여준다. 설계 MBH Architects / 사진 MATTANDE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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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kar BioEnginuity Hub 프로젝트는 UC 버클리 캠퍼스의 옛 버클리 미술관을 보존적 재생을 통해 대학 연구소와 바이오 스타트업이함께 활용하는 현대적 생명과학 연구 허브로 탈바꿈시켰다. 기존 건물의 브루털리즘적 구조미를 존중하면서 밝은 색채와 자연채광을 도입해 역사성과 혁신성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공간으로 재해석했다. 설계 MBH Architects / 사진 Bruce Damo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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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아라 기자

 

이진우 건축사 Lee Jinwoo
뉴욕 MBH Architects·Senior Architect
<미국 건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