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8. 31. 11:00ㆍ아티클 | Article/포토에세이 | Photo Essay
Jeongsusa Temple,
Ganghwa
강화 정수사는 백두산과 한라산 정중앙에 위치한 민족의 영산인 마니산 동쪽 기슭에 자리한 천 년의 역사를 품은 고찰이다. 신라 639년 회정대사가 “수행한다”는 의미의 정수사(精修寺)로 창건하였고, 조선 1426년 세종 때 함허대사가 중창한 뒤 법당 서쪽에서 솟는 맑은 물을 보고 정수사(淨水寺)로 한자를 고쳐 불렀다.


입구에 들어서면 발걸음마다 잘게 부서지는 콩자갈 소리가 반겨주듯 맞이하고, 몇 걸음 옮기다 보면 종각에는 시원한 바람에 실려 풍경종이 청량한 소리로 마음을 정화시켜 준다. 배치도에서 보았던 마당 중심에 있던 삼층석탑은 법당 우측 언덕 위로 옮겨 자리 잡고 있었다.
법당인 대웅보전은 국가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돼 있다. 건축사적으로 여러 시대의 흔적이 겹쳐 있는 귀중한 예이다. 평면은 창건 당시 정면 3칸 x 측면 3칸에서 중수를 거치며 퇴칸이 더해져 3칸 x 4칸으로 확장되었다. 이로 인해 좌우 비대칭 구조가 되면서, 지붕의 전면은 더 길어지고 낮아지게 되었다. 측면에서 지붕의 방풍판을 보면 알 수 있다. 전면과 후면의 공포 양식 또한 서로 다른 시대상을 반영한다. 후면 공포는 주심포계의 초기 양식의 특징을 간직한 반면, 전면의 퇴칸에서는 연화와 당초를 화려하게 투각한 첨차를 2출목으로 짜올리고 대들보머리를 짐승머리 형상으로 조각했으며, 살미첨차를 익공식처럼 위아래로 포개어 얹고 살미 끝을 익공형태로 처리하는 등 18세기 건축의 특징이 뚜렷이 나타난다.
법당 내부 닫집에는 석가모니와 네 분의 보살이 있고 후면과 우측면에는 탱화가 벽면을 채우고 있다. 천장은 원래 연등천정이었으나 중수하는 과정에서 내진에 소란반자, 외진에 빗반자를 설치하였는데 이를 통해 내부에서도 합각지붕의 형태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창호 구성 역시 흥미롭다. 어칸은 4짝 꽃살분합문으로 통나무판을 조각해 만든 꽃병에 연꽃과 모란 문양을 새겨 넣었고 좌우협칸은 3짝 격자살분합문이다. 좌우측면은 벽체로 마감되어 있다. 배면은 어칸이 2짝 격자살분합문, 좌우협칸이 외짝널문으로 구성되어 전면과 후면의 창호 형식이 서로 다르게 처리되어 있다.





법당을 좌측으로 삼성각과 관음전에는 오백나한상을 모시고 있으며, 언덕을 내려가면 함허대사 부도가 자리한다. 삼각형의 돌계단이 화살표처럼 방향을 알려주듯 주변을 따라 둘레길로 이어져 있어 산책하듯 돌아볼 수 있다. 관음전 앞 벤치에 앉으면 서해 바다의 전망이 한눈에 펼쳐진다. 규모는 작지만 조금만 알고 가면 찾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어 다시 한번 찾고 싶은 천년고찰이다.

글·사진. 박재형 Park Jae-hyung
ANC 건축사사무소
'아티클 | Article > 포토에세이 | Photo 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건축사 없는 도시” 2026.7 (0) | 2026.07.31 |
|---|---|
| 수도국산 달동네 2026.7 (0) | 2026.07.31 |
| 임진우의 '감성풍경화첩' 2026.6 (0) | 2026.06.30 |
| 시간이 박제된 거리, 인천 개항장에서 근대의 기억을 걷다. 2026.6 (0) | 2026.06.30 |
| 이음 1977 시간에 스며드는 공간 2026.5 (0) | 2026.0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