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20. 10:10ㆍ아티클 | Article/디자인스토리 | Design Story
Requirements of the 21st century baseball field
올해 프로야구에서 새로운 점은 NC 다이노스가 신축 야구장에서 경기를 시작했 다는 점이다. 창원NC파크는 21세기에 한국에서 새로 지어진 야구장 중에서 가 장 메이저리그 구장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야구장은 미국의 경기장 전문 건축회사인 포풀루스(Populous)가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1990년대 이후 무려 19개 구단이 새로운 야구장을 건설했 다. 이 새롭게 건설된 모든 야구장을 포풀러스가 디자인했다. 그러니 이 회사야말 로 최고의 야구장 전문가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형 야구장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은 ‘개방형’ 지향이다. 개방형의 개념을 이 해하려면 한때 유행했던 겸용 구장의 역사를 먼저 알아야 한다. 메이저리그 구장 은 1960~70년대에 한번 건설 붐이 일어났다. 이때 야구장들은 한결같이 미식축 구도 할 수 있는 겸용 구장으로 디자인되었다. 미식축구는 보통 7만~10만 명을 수 용할 수 있어야 한다. 반면에 야구장은 3만~6만 명 정도가 적당하다. 이는 경기 수 와 관련된 것이다. 매일 하는 야구는 한 시즌에 팀당 161경기를 하기 때문에 매번 7만~10만 명의 관중을 모집할 수 없다. 반면에 미식축구는 주말에만 하고 팀당 한 시즌에 16경기밖에 하지 않는다. 따라서 팬들에게 그 경기 한 번이 대단히 소중하 기 때문에 매번 엄청나게 많은 관중이 몰린다. 그렇게 성격이 판이한 두 경기를 한 경기장에서 소화하려면 일단 관중 규모를 축구장에 맞춰 설계할 수밖에 없다.
야구는 그라운드가 축구장보다 크지만 대개의 플레이가 내야에서만 이루어진다. 내야로부터 멀리 떨어진 외야에 관중석을 많이 만들 필요가 없다. 따라서 내야쪽 의 관중들은 외야를 바라볼 때 하늘과 도시의 풍경이 시원하게 들어오는 탁 트인 시야를 갖게 된다. 하지만 겸용 구장에서는 그런 외야조차 거대한 관중석으로 차 있으므로 하늘도 도시의 풍경도 전혀 보이지 않는 폐쇄형이 되는 것이다. 20세기 말부터 야구 전용 구장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점차적으로 이런 폐쇄형의 겸용 구장들이 철거되고 개방형의 전용 야구장으로 대체되었다. 이것은 이름의 변화 로 증명된다. 풀터 카운티 스타디움(애틀랜타), 스리 리버스 스타디움(피츠버그), 리버프론트 스타디움(신시내티)이 각각 선트러스트 파크, PNC 파크,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 파크로 대체되었다. 파크(park), 필드(field), 야즈(yards) 등은 미 국에서 전용 야구장을 뜻한다.
또 하나 큰 변화는 콘코스(concourse) 공간에서도 야구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콘코스는 스탠드 뒤쪽의 복도 공간이다. 이곳에는 식음료 매장과 화장실, 어린이 놀이공간 등이 나열돼 있다. 과거의 야구장은 음식을 사러, 또는 용변을 보러 스탠드에서 빠져나오면 경기장이 보이지 않는 구조였다. 21세기형 야구장 들은 이 콘코스 공간 역시 개방형으로 디자인한다. 이에 따라 음식을 사러 가거 나 화장실에 가면서도 경기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다.
21세기에 새로 지은 광주챔피언스필드와 삼성라이온즈파크는 이러한 메이저리 그의 경향을 따랐다. 하지만 아쉬운 것이 있다. 포수 뒤쪽의 관중석 높이가 여전 히 높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야구장은 포수 뒤쪽 관중석의 높이가 지상과 같은 레벨에서 시작된다. 그래야 관중이 그라운드를 더욱 가까이서 느끼고 선수들의 생생한 플레이를 감상할 수 있다. 또한 1층 관중석 레벨이 지상에서 시작되면 스 탠드의 기울기가 완만해진다. 그렇게 되면 2층 스탠드의 기울기도 완만해진다. 잠실야구장처럼 오래된 국내 야구장의 2층 스탠드 각도는 굉장히 가파르다.
21세기에 지어진 광주와 대구의 두 신축 야구장은 그 점에서 아쉬움을 준다. 야 구 경기를 TV에서 중계할 때 가장 많이 잡히는 장면은 타자와 포수, 그리고 투수 가 대치하고 있는 순간이다. 이때 포수 뒷쪽 관중석이 보이는데, 관중 수가 많이 보일수록 경기가 흥미진진해 보인다. 하지만 잠실야구장이나 부산의 사직야구장 을 보면 포수 뒤쪽 관중석 레벨이 너무 높은 곳에서 시작돼 마치 거대한 장벽처 럼 느껴진다. 관중 없이 야구를 하고 있는 듯해서 침울하다. 경기의 즐거움은 경 기 자체와 선수들의 플레이에 대한 관중의 열광적인 반응이 함께 할 때 배가된 다. 경기장과 관객의 경계에 있는 벽의 높이는 그래서 대단히 중요하다. 높은 벽 은 권위주의를 연상시킨다. 포수 뒤쪽 좌석은 주로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들이 차지하는데, 그들을 지상보다 더 높이 띄운 것이다. 그것은 마치 초등학교 운동 장에 있는 단상과 같다. 운동회가 열리면 일반인들은 계단식 스탠드나 운동장 바 닥에 앉아 있다. 반면에 그 높은 단상에는 햇빛을 막아주는 천막이 있고, 이른바 내외 귀빈들이 의자에 앉아 있다.
창원NC파크는 바로 이점에서 광주와 대구의 신축 구장에서 진화했다. 포수 뒷 쪽 담장을 대폭 낮추어 지상 레벨에서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TV 화면에 더 많은 관객이 들어오고 그들의 반응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점이 하나 있다. 바로 테이블석이다. 우리나라 야구장은 창원NC파크뿐만 아니 라 전국의 모든 야구장이 가장 관람하기 좋은 구역을 테이블석으로 채우고 있다. 물론 그것이 구단의 수입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낭비이기도 하다.
테이블석은 훨씬 비싼 좌석이다. 테이블 위에 음식을 올려놓고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테이블석을 만든 구역은 좌석이 절반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게 낭비적인 테이블석을 만들고자 한다면 그 구역은 포 수 뒷쪽과 내야처럼 관람하기 가장 좋은 곳이 아니라 외야가 되어야 할 것이다. 외야는 관람이 불편한 대신 테이블이라는 편안함을 주어 그 시야의 결함을 상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야가 가장 좋은 구역을 테이블석으로 채우는 것은 돈 많 은 사람들에게 두 개의 이점을 주는 것이다. 야구장 디자인은 권위주의로부터 벗 어났는데, 좌석으로 인해 다시 권위주의가 돌아오는 결과를 낳는다. 이것은 지양 되어야 한다. 잠실야구장을 신축할 것이라고 한다. 이곳에서만은 테이블석의 위 치를 효과적으로 배치하길 기대해본다.
글. 김신 Kim, Shin 디자인 칼럼니스트
김신 디자인 칼럼니스트
홍익대학교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부터 2011년까 지 월간 <디자인>에서 기자와 편집장을 지냈다. 대림미술관 부관장을 지냈으며, 2014년부터 디자인 칼럼니스트로 여러 미디어에 디자인 글을 기고하고 디자인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고마워 디자인>, <당신이 앉은 그 의자의 비밀>, < 쇼핑 소년의 탄생>이 있다.
.
kshin2011@gmail.com
'아티클 | Article > 디자인스토리 | Design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던 디자인에 영감을 준 고딕 성당 2019.6 (0) | 2022.12.22 |
---|---|
기능은 형태를 따른다 2022.12 (0) | 2022.12.21 |
표절과 패러디, 창작의 차이 2019.4 (0) | 2022.12.17 |
시대의 산물, 바우하우스 2019.3 (0) | 2022.12.15 |
“레디메이드, 반항인가, 순응인가?” 2019.2 (0) | 2022.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