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을 면키 어려운 올림픽 로고 디자인 2020.1

2023. 1. 9. 09:04아티클 | Article/디자인스토리 | Design Story

Design of Olympic Logo that is difficult to avoid the Public Censure

 

2024 파리 올림픽 로고

 

2024년에 개최될 파리 올림픽의 로고가 지난해 10월에 발표되었다. 이번 로고는 중의적 의미를 그래픽에 담았다. 심벌 마크는 여성의 얼굴처럼 보이며, 동시에 올림픽의 성화로도 보인다. 심벌 마크 속 여성은 프랑스 대혁명기에 등장한 가상의 인물인 ‘마리안느(Marianne)’로서 명실공히 프랑스를 상징하는 여인이다. 마리안느의 머리 모양에 따라 속 공간은 불꽃 모양이 된다. 그러니까 이 로고는 올림픽 성화라는 보편성과 마리안느라는 프랑스의 민족적 정체성을 동시에 수용하고 있다. 로고 마크는 곡선적이고 장식적이다. 동그란 모양의 심벌 마크와 곡선적인 로고 마크에는 기하학적인 형태가 들어가 있는데, 이것은 1920-30년대 프랑스에서 크게 유행한 아르 데코 스타일을 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각 대회의 로고는 세계적인 브랜드 로고만큼 유명하지는 않다. 애플이나 벤츠, 나이키처럼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되지 못한다.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시기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표되는 그 순간만큼은 그 어떤 글로벌 로고보다도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킨다. 왜냐하면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글로벌 이벤트로서 올림픽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 시대여서 더욱 빠르고 널리 그 디자인의 존재감을 알린다. 그만큼 세계인들의 빠른 비평 대상이 되며, 온갖 지적과 비난을 당하는 처지에 몰리기도 한다. 과거에는 그런 비난이 있어도 널리 퍼지지 못했다. 

 

2020 도쿄 올림픽 첫 번째 로고와 벨기에 극장

 

새롭게 디자인한 2020 도쿄 올림픽 로고



2020년 도쿄 올림픽 로고는 발표되자 마자 벨기에의 극장 로고와 똑같다는 표절 시비가 붙었다. 이에 따라 기존의 로고가 폐기되고 새로운 로고가 발표되었다. 표절 시비의 대상이 된 로고를 디자인한 사노 켄지로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최종 디자인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소상히 밝혔지만 소용 없었다. 분명 사노 켄지로가 디자인한 도쿄 올림픽 로고와 벨기에의 극장 로고는 비슷했지만, 일본 디자이너가 그것을 노골적으로 베꼈을 리 없다. 어떤 사람이 자신은 그 어떤 사람도 생각하지 못한 대단히 기발하고 독창적인 생각을 한다고 주장하더라도 전세계에 또 다른 누군가는 분명 비슷한 생각을 한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란 그토록 어려운 것이다. 아니 불가능에 가깝다.  
더구나 디지털 미디어로 전 세계가 촘촘히 연결되어 누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21세기에 과연 어떤 디자이너가 완벽하게 순수한 창조물을 발표할 수 있을까? 이런 환경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올림픽 관련 디자인을 어렵게 만든다. 

올림픽 로고 디자인의 어려움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4년마다 열리는 대회이며, 월드컵과 함께 가장 큰 글로벌 이벤트인 올림픽은 늘 주최 국가로 하여금 무거운 숙제를 안긴다. 그것은 민족주의와 국제주의라는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주제를 조화롭게 타협시키는 것이다. 주최국은 올림픽을 국가, 또는 도시를 홍보하는 절호의 기회로 여긴다. 어쨌든 올림픽은 부자 나라가 개최하는 잔치로서 ‘허세 부리기’라는 기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주최국은 무엇보다 자국의 민족적 정체성을 드러내고 그것을 널리 알리려고 모든 창조적인 노력을 경주한다. 

사람들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역대 올림픽 가운데 정치적으로 가장 악용된 대회로 손꼽는 데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베를린 올림픽은 명백하게 나치 선전의 장으로 더럽혀진 대회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올림픽은 주최국이 정치적이든 경제적이든 문화적이든 뭔가를 선전하려는 의도를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한다. 만약 올림픽이 순수한 스포츠 행사로 개최되었다면,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과 1984년 LA 올림픽에 터졌던 보이콧 사태는 어떻게 일어날 수 있겠는가? 

따라서 올림픽과 관련된 모든 디자인은 민족주의를 노골적으로든 은근하게든 드러내게 마련이다. 로고 디자인에서 그것은 명백하게 드러난다. 각 국가는 먼저 소재에서 민족적인 것을 찾는다. 새롭게 디자인된 2020년 도쿄 올림픽 로고의 패턴은 일본 에도 시대의 전통 문양인 ‘이치마쓰모요’에서 차용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건 이것으로부터 세계인이 과연 일본적인 정체성을 느낄까 라는 점이다. 눈치를 본 것인지 박력이 떨어져 이 로고는 일본적이기보다 너무 보편적이다. 일반적으로 이치마쓰모요와 비슷한 문양은 어느 지역에서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로고의 실패가 일본 올림픽 조직위원회로 하여금 조심성을 극대화한 했는지, 너무 평범한 디자인이 탄생했다. 가메쿠라 유사쿠가 디자인한 1964년 도쿄 올림픽의 강렬한 로고와 비교하면 확실히 존재감이 떨어진다. 

1988 서울 올림픽 로고


대부분의 올림픽 로고 디자인은 민족적 자부심을 드러내는 소재와 스타일을 찾는다. 모더니즘 시대에는 주로 스타일보다 소재에서 찾았다. 모더니즘이라는 양식 자체가 민족주의를 배격하고 보편주의를 숭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은 1968년 멕시코 올림픽부터 1988년 서울 올림픽까지 이어졌다. 서울 올림픽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스타일은 전형적인 모더니즘 스타일로서 여기에서 한국적인 특징을 찾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삼태극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민족적이다. 1984년 LA 올림픽 로고의 스트라이프로 표현된 별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1984 LA 올림픽 로고

 

 

2004 아테네 올림픽 로고



하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이 전면에 대두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는 스타일과 소재 모든 면에서 민족성이 강조된다. 바르셀로나 올림픽 로고는 처음으로 자와 컴퍼스 같은 도구를 활용하지 않고 자유로운 손의 터치를 살린 첫 번째 디자인이다. 이는 포스트모더니즘이 배격하는 보편성으로부터 벗어나 독특하고 고유한 지역성을 살린 사례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로고는 스타일과 소재 모든 면에서 그리스의 전통을 가져온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더욱 노골적으로 한자 문화권의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을 스타일과 소재 모든 면에서 표현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로고



파리 올림픽의 로고도 이와 같은 선장에 있다. 프랑스적이라고 할 수 있는 아르 데코 스타일, 거기에 마리안느라는 국가적인 상징을 가져왔다. 여기에 대해 사람들은 일본의 망가 스타일을 흉내 냈다, 어떤 앱의 로고와 비슷하다는 등 무수한 조롱과 질타가 이어진다. 누구라도 이 로고에서 자신이 예전에 보았던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지 않을 사람이 없겠는가? 그러니 디지털 시대에 이런 커다란 이벤트의 디자인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글. 김신 Kim, Shin 디자인 칼럼니스트

 

김신 디자인 칼럼니스트

 

홍익대학교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부터 2011년까 지 월간 <디자인>에서 기자와 편집장을 지냈다. 대림미술관 부관장을 지냈으며, 2014년부터 디자인 칼럼니스트로 여러 미디어에 디자인 글을 기고하고 디자인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고마워 디자인>, <당신이 앉은 그 의자의 비밀>, <쇼핑 소년의 탄생>이 있다.

 

 

 

kshin201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