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2019 월간건축사 작품전’ 토론회…건축사가 말하는 가벼운 듯 가볍지 않은? ‘건축특강’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 건축사 이야기 2020.1

2023. 1. 9. 09:16아티클 | Article/특집 | Special

Forum of ‘Monthly Architectural History Exhibition in 2019’A light ’Special Lecture on Architecture’ by a Registered Architect Stories on the Registered Architects of Our Generation living in this Era

 

대한건축사협회 편집위원회가 주관한 ‘2019 월간 건축사 작품전’ 토론회가 지난 12월 20일에 열렸다. 2019년 월간 건축사지와 함께 한 작품들을 관람한 뒤 건축사가 생각하는 시장과 현장, 인식에 대해 논의하는 공론이었다. 네 명의 건축사들이 모여 무거운 주제를 내려놓고 건축사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봤음직한 가벼운 의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소박한 공론이지만 이렇게 키워진 감각은 건축계가 안고 있는 담론에 힘을 더할 수 있지 않을까.

 

 

# 대한민국에서 건축사로 살아간다는 것…
  “미래의 희망에 대하여”

조성욱(진행) ┃ 오늘은 현재 건축계에서 논의되는 무거운 담론보다 우리네 밝은 이야기, 기분 좋게 웃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작금의 건축시장에 대한 문제제기나 진단 같은 주제들은 오늘 토론회가 아니더라도 SNS, 유튜브 등에서 이미 충분히 다뤄지고 있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어려운 시장 가운데서도 ‘나는 건축사사무소를 이렇게 운영하고 있다’라는 라이트 사이드, 즉 ‘희망’을 이야기해 보면 어떨까요. 어려울수록 이런 이야기들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제 이야기로 먼저 시작하겠습니다. 요즘 건축경기가 어렵다고 많이들 이야기 하는데요, 돌이켜보면 경기가 어렵지 않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저는 건축사사무소를 시작하면서 그건 내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내 길을 가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내 기준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관행들을 볼 때면 반면교사로 삼으려고 했습니다. 사무소를 운영할 때 반드시 지키자 마음먹었던 원칙 중 하나가 ‘직원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자’였습니다. 건축은 나 혼자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거든요. 직원들에게 업계 최고연봉을 주고, 목표를 초과달성하면 인센티브도 챙겨주려고 하고 있어요.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가 기본적인 근무시간이지만 출퇴근시간 또한 융통성 있게 조정할 수 있게 해줍니다. 건축주들이 우리 사무소를 찾으면 직원들 분위기가 좋다는 이야기를 꼭 합니다. 최근 회사 이전을 준비하는 중인데요. 구글 오피스처럼 소통이 자유롭고 창의적인 공간, 최대한 집처럼 편안한 사무공간을 만들려고 합니다. 빡빡한 회의 테이블이 있는 사무공간보다는,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눌 때 훨씬 더 창의적인 대화가 오고가니 말예요. 

이중희 ┃ 사무소 규모를 더 확장시키고 싶은 생각은 없으신가요?

조성욱 ┃ 내년을 모르는 게 이쪽 일입니다. 이맘때면 큰 회사들은 2020년 마케팅 수주계획을 짜는데요, 흘러가는 대로 열심히 일하는 편이에요. 제가 약간 낙천적인 성격이어서, 앞으로 잘 될 거라고 믿는 편입니다. 내일을 걱정하기보다는 오늘을 즐겁게 지내자, 하는. (웃음) 일이 잘 돼서 규모가 확장된다면 외곽지역으로 나가서 ‘테라로사’처럼 큰 창고건물에서 회사를 운영하고 싶은 바람도 있습니다. 

홍성용 ┃ 개인적으로 2014년도부터 조성욱 건축사를 알았습니다. 그간의 성장스토리가 좋아서 어딘가에 꼭 게재되었으면 해요.(웃음) 불과 4, 5년 전만해도 평범하게 시작한 건축사사무소가 매년 2, 4, 8, 16, 이런 복리식으로 성장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습니다. 건축설계가 어렵다고들 많이 얘기하는데, 그런 점에서 본인은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건축이 워낙 배리에이션이 넓습니다. 수학적 능력이 강한 사람, 기술적 능력이 강한 사람, 영업력이 특출난 사람, 결국 성공하는 사람은 이 모두를 다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성욱 건축사는 주변 분위기를 좋게 하면서 동시에 인테리어를 해봤나 싶을 정도로 현장에서 집요함도 보여줍니다. 이런 것들이 시너지가 되고 클라이언트들도 적합하게 세팅이 되어 결과가 잘 나오는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능력이 같지가 않아요. 공동체 구성원이 점점 늘어날수록 어떻게 하면 건축사들의 보편적인 업무환경을 좋게 만들까를 고민하는 것이 큰 조직의 역할이 되는 것 같습니다. 최근 토론회를 보면 항상 열 명, 이십 명의 능력자들을 대상으로 논의하는 경향이 있는데(이 능력이라는 것도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조금만 안으로 들어오면 치열하게 논의할 대상이 참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내 시각으로만 타인의 상황, 시장을 판단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오늘 토론회를 통해서 학생들과 신진 건축사들에게 우리 직업의 비전을 제시해줬으면 합니다. 이중희 건축사는 최근 영화감독으로도 메가폰을 잡고 영화 ‘The Sorrows of Young Architect’를 만들었습니다. 건축사의 시각으로 건축계의 포장되지 않은 솔직한 단상을 보여줬습니다. 음악까지 섭렵했다고 들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면 에너지가 상당한 것 같아요. 건축에, 음악에, 영화에……, 건축을 하게 된 계기와 사무소 운영방식에 대해 들려주세요.

이중희 ┃ 수주는 지인을 통해서 소개를 받는 편입니다. 졸업 때 건축설계를 해야겠다고 마음먹던 차에 운 좋게 제가 원하던 건축사사무소에 입사해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주택부터 다양한 프로젝트까지 바쁘게 돌아가는 시기라 신입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나가서 일을 배웠습니다. 그렇게 2년 정도 지나니 건축사자격을 취득하면서 자연스레 독립해서 ‘내 일을 하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년 정도는 젊은 건축사가 사무소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지켜봤고요. 제 십대시절인 90년대의 음악이나 좋아했던 문화 콘텐츠들을 건축에 응용해보자 마음먹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처음 시장분석을 잘못했던 게, 사무소 개소 후 이전에 근무했던 건축사사무소 설계비를 참고해서 비용을 불렀더니 건축주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자리를 뜨는 거예요. 내 생각과 달리 시장금액이 말도 안 되게 형성돼 있었던 겁니다. 그 갭을 줄일 수 있는 중간지점으로 타협을 하면서 차차 일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내 또래가 대부분 독립을 했는데, 다들 힘들다고 합니다. 막상 시장파이는 줄어드는 게 보이는데 건축시장에 나오는 친구들은 워낙 많아지니까. 이 일을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도 한답니다. 개설 4∼5년 된 한 친구는 학부에 대한 콤플렉스가 갑자기 생기는지 유학을 준비하기도 하는데, 저도 상황은 비슷해요. 하지만 건축이 힘든 일이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재미있게 해보자 하면서 이런저런 시도들을 하고 있는 거예요. 영화는 직접 메이킹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못하다가 건축 프로젝트 사이사이에 짬을 내서 시나리오를 쓰다 보니 영화까지 만들게 됐습니다. 
민간일도 하면서 동시에 이제는 관급일도 안 하면 사무소 운영이 힘들겠다고 생각해서 설계공모에도 도전하는 중입니다. 사무소 규모를 늘리게 된다면 저를 포함해 4인 규모까지 생각해봤습니다.

권재희 ┃ 나는 워낙 오지랖이 넓은 성격이에요.(웃음) 20대 후반엔 건축계가 사회적으로 너무 대접을 못 받는 것 같아서 건축학교를 열어 강의도 하고 답사프로그램도 진행했었어요. 마음 여린 친구들의 끊임없는 희생을 요구하는 상황에 상처도 받고 지치기도 했습니다. 혼자 고립된 섬처럼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던 중 대한건축사협회를 비롯해 한국여성건축가협회, 지역네트워크 등 외부로 활동범위를 넓히기 시작하면서 시야가 넓어졌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건축에는 여러 분야가 있는데, 나는 내 역할을 묵묵히 하는 게 정답인 것 같아요. 무슨 일을 할까 결정할 땐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일을 선택했습니다. 돈만을 위해서 기계처럼 일하지는 않았어요. 각종 외부활동을 통해서 배운 점도 많고, 도시재생과 관련해서 매달 공부하러 다녔던 게 어느 날 엄청난 자산이 되어 있더라고요. 대가가 적던 많던 간에 내가 발전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했더니 그게 나중에 기회가 됐습니다.
현재 성남시 거주 건축인과 함께 ‘우리동네 건축인협동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건축사만을 대상으로 했는데 현재는 공무원, 변호사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도 가입했습니다. 지역주민들을 위해 고민하고 제안을 하는 일이 무척 재미있습니다. 사회의 인정과는 별개로 쉬지 않고 삼십 년 간 묵묵히 건축이라는 길을 걸어왔는데, 어느 순간 뒤돌아보니 내게 축적된 에너지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실 30년은 내 것을 만들 수 있는 무서운 세월입니다. 그 에너지로 지금 다른 분야와 손을 잡는 것이 즐겁고, 우리 사회가 실무에 밝은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것에 감사합니다. 건축사는 내 안에 갇혀 있기보다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 협회활동 등을 통해 외부와 교류해야 한다고 봅니다.


# 건축계 연대, 왜 필요할까?

홍성용 ┃ 설계비를 올려달라는 요구들이 많은데, 실제로 설계비가 올랐을 때 과연 내가 그 설계비를 받을 수 있을까, 계약이 될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권재희 ┃ 그 문제는 단체의 힘을 빌려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같아요. 착공신고만 해도 그래요. 본래 착공신고는 건설사의 몫이지만 차츰 영세한 시공자가 못하게 되면서 차츰차츰 이 일이 건축사에게 넘어오고 있습니다. 지방은 오히려 그 업무를 사무소의 경쟁력이라 생각해서 서비스를 해준다고 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건축사들과 이런 내용을 자주 논의해서 관행을 바꿔나가야 해요. 그러려면 우리의 권익을 대변해주는 건축사협회에 가입해야 합니다. 혼자 아무리 떠들어봐야 들어주지 않을 뿐더러 경쟁력도 없잖아요. 건축사협회 의무가입에는 그런 의미까지 포함되어 있는 것 아닐까요.

홍성용 ┃ 착공신고, 준공도면 등 프로세스를 디바이드 해야 한다면 클라이언트에게 선언을 해야 하는데, 이를 개인이 할 거냐, 집단이 할 거냐,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권재희 ┃ 철거감리라든가, 용역의 범위가 모호한 것도 문제입니다. 착공신고는 엄연히 추가업무입니다. 예를 들어서요, 라식수술도 프리미엄으로 할 건지 스탠더드로 할 건지 물어보지 않습니까. 저도 설계비를 98% 정확도의 프리미엄과 기본도면 디자인 등으로 단계를 구분했어요. 옵션을 주고, 업무량을 구분합니다. 설계, 디자인, 이런 용어가 나와서 드는 생각인데, 건축사가 일반인과 대화하는 코드를 연구할 필요성이 있어요. 소수의 건축사에게는 비용이 얼마든 이를 지불하겠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신진 건축사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일반인이 알아듣는 언어로 우리의 말을 어떻게 바꿔 표현해야 할지 연구해야 합니다.

조성욱 ┃ 수주의 경우, 건축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어디 가면 재미있는 좋은 분위기가 있구나, 나도 같이 일하고 싶다” 는 이미지메이킹이 일로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멋진 사무소에서 나온 작품들을 보면 내 건축물도 ‘원오브뎀’이었으면 하는 게 건축주의 마음입니다. “열심히 설계해 드릴게요”라는 마인드보다는 그런 욕구를 채워주는 사무소에 마음이 끌리는 겁니다. ‘롱테일법칙’(80%의 다수가 20%의 핵심 소수보다 뛰어난 가치를 창출한다)이란 말도 있지 않습니까. 최근 1인 건축사들도 많아졌고, 숫자가 필요하면 조인해서 뭔가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결론은 내가 재밌게 건축을 하는 게 정답인 것 같습니다. 뜬 구름 잡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어떻게 영업이 될까 싶은데, 물꼬가 터지면 마음을 사로 잡는 건축사에게 사람들이 줄을 서는 것을 주변에서 많이 봤습니다.

홍성용 ┃ 우리 일이 꼭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기호에 의해서 선택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있어빌리티(남에게 있어 보이게 하는 능력)’가 중요해요.(일동 웃음) 누가 내 기호식품을 나보다 못한 사람에게 맡기겠어요. 그러니 우리의 모든 것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슬프기는 하지만 이게 생존의 룰이에요. ‘화려해 보이는 척, 있어 보이는 척, 똑똑해 보이는 척, 멋있는 척, 잘난 척’을 하는 게 이 직업의 캐릭터입니다. 그러다보니 상처도 많이 받는 게 사실이지만요.
건축계의 갈등을 한 꺼풀 벗겨보면 다 그만한 사정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때문에 건축계의 여러 상황을 존중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본협은 다양한 건축사들의 모임입니다. 최근 시장의 절실함은 이들의 연대를 이끌고 있는데, 엘리트의식이 강한 건축사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서로 연대의 필요성을 느끼는데, 접점이 만들어지기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 문제가 풀려야 할 것 같습니다. 패션은 천 원짜리 옷부터 몇 백만 원짜리 디자이너 옷까지 범위가 넓지 않습니까. 건축도 마찬가지로 피라미드 구조를 갖고 있어요. 하지만 건축은 패션과 다르게 서로 간에 연결이 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내부갈등이 생기면 문제가 심각해져요. 서로가 필요한 순간이 반드시 생기게 마련인데, 지금처럼 서로를 안 보게 되면 사람들이 독한 마음을 먹습니다. 외부인이나 우리에게 오더를 주는 집단에선 우리를 조정하기가 쉬워집니다. 자기네들끼리 싸우니 그만큼 자기 페이스대로 끌고 가기 쉬워지는 거죠. 건축사집단이 외부로부터 이용당하는 걸 알아야 합니다.
과거부터 세상은 도면과 설계프로세스 등 건축이 과학적이길 원했습니다. 그런데 건축분야는 그걸 이해를 못하고, 그냥 해주면 되지란 식으로 유야무야 덮어온 게 사실입니다. 그게 다 시간이고 돈인데 말이에요. 결국은 이것이 우리 전체에 부담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런 공감대, 이런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확산됐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면, 경영전문가인 누군가가 저에게 “당신의 비전이 뭐냐, 회사가 가진 미션은 뭐냐, 직원들에게 전달해 줄 가치가 뭐냐”라고 질문한 적이 있는데 하나도 대답을 못했습니다. 그러니 그 분이 그러더라고요. 앞날이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는 세워야 한다. 조언을 받아들여 부랴부랴 직원 앞에서 1년·5년·10년 뒤 사업목표를 발표했습니다. 훗날 한 직원이 퇴사하면서 그러더라고요. “회사에서 비전을 얘기해줘서 좋았고, 그래서 믿음이 생겼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목표나 비전, 지항점이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권재희 ┃ 나는 우리 내부적으로도 계층, 그레이드를 나누는 표현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수평구조의 시대에서는 모두 색깔이 다양한 것뿐이에요. 이제는 시대가 그래요. 색깔을 일부러 만든다고 만들어질까요? 건축사지는 그런 점에서 자기 일을 묵묵히 열심히 하는 재능을 갖춘 젊은 친구들을 더 많이 소개했으면 좋겠습니다. 
일을 하면서 만난 성공한 건축사들을 보면 하나 같이 너무 겸손합니다. 일종의 비즈니스 방법인 것 같아요. 이처럼 반드시 디자인만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사업을 훌륭하게 이어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불법이나 덤핑으로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면 다 존중받아야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중희 ┃ 시각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권재희 건축사님께서 건축계의 현상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시는 것이 놀랍습니다. 건축계에선 스스로를 포장하는 위선이 적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악의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위선은 정말 싫어합니다. 그런데 협회에 가입하고 놀랐어요. 다들 건축사의 권익을 위해 발언하시는 모습이 순수하게 다가왔습니다. 친구들에게 협회에 가입하라고 권유하면 굳이 왜 그래야 하냐는 반응입니다. 외부에선 이익만 생각하는 적폐세력이라고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실제 안으로 들어오면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됩니다.

홍성용 ┃ 확실히 세대차이를 느낍니다. 젊은 세대들은 위선이나 공정 등 프로세스에 상당히 예민합니다. 고상한 척 바른 척 이야기를 하면서 뒤에서는 심사로비나 덤핑을 하는 일부 건축사의 이면을 보면 누구나 실망하곤 합니다. 젊은 세대들은 이런 점에 대해 말을 합니다. 누가 유명한가는 신경 쓰지 않아요. 작품은 작품이고 프로세스는 프로세스인 거죠. 내년에 설계비 1억 이상의 설계공모가 확대되는데, 제 생각에는 SNS 생중계 등 심사과정을 오픈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설계공모가 확대됨에 따라 예측되는 부작용에 대비하지 않으면 고소와 고발이 난무하는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 신년 월간 건축사 편집방향에 대해…
   진솔하게, 한 발 더 다가가기

 



권재희 ┃ 건축사지의 판형과 종이재질이 바뀐 지도 1년이 지났습니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작품사진이 전보다 크게 실리고 작품의 질이 높아진 것이 두드러집니다. 확실히 건물은 직접 보는 것이 가장 좋고 그 다음이 큰 사진으로 보는 것인데, 작품이 전보다 선명하게 잘 보입니다. 건축담론의 주제도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이면서 좋았습니다. 반면에 이슈화되는 작품이 없었던 것은 아쉬웠습니다. 비슷한 작품들이 많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우수한 작품 외에도 독특한 작업을 시도한 작품이나 스토리가 있는 건축사들을 다루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조성욱 ┃ 건축사의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들, 가령 건축사가 설계에서부터 감리 등 끝까지 노력한 티가 묻어나오는 작품들에는 배려를 해줘야 합니다. 예쁘고 안 예쁘고를 떠나서 그런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싣는 것이 의미가 있습니다. 단순히 작품사진으로 도배하는 것보다, 이 시대 건축사들의 진솔한 삶, 건축사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되어야 합니다. 건축의 밑거름이 되는 스케치도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젊은 건축사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개성 있는 건축사를 발굴하는 데에도 역할을 해줬으면 합니다.

홍성용 ┃ 스토리가 있는 건축사들을 인터뷰해 회원들에게 소개하는 것도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으면서 전문적인 이야기를 더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굳이 다른 잡지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우리가 또 반복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중희 ┃ 건축사의 인테리어 작품, 건축사사무소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 경영이야기 등도 게재하면 좋겠습니다.

권재희 ┃ 건축사의 업무영역이 다양하다는 것을 알릴 수 있겠어요. 건축사지가 건축사협회 회원들을 서로 연결하는 매개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요즘 꿈담교실 등 학교공간 개선 및 리모델링 작업,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 작업에서도 좋은 작품들이 많아요. 학교건축을 소개하고 건축사의 기획의도를 조명하는 콘텐츠에도 관심을 기울이면 어떨까요.

 

 

 

 

홍성용 건축사 Hong, Sungyong· 조성욱 건축사Joh, Sungwook · 

이중희 건축사  Lee, Junghee· 권재희 건축사Kwon, Jae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