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미학이 존재하는 몽골, 그 광활함 2020.5

2023. 1. 13. 09:09아티클 | Article/포토에세이 | Photo Essay

Mongolia where empty aesthetics exists, its vastness

 

 

수도인 울란바토르에서 장장 3,000km를 지난 여정을 통해 느낀 몽골은 광활한 대지, 그야말로 가도 가도 끝없는 텅 빈 공허함의 극치였다. 대평원의 공허함으로 가득한 생소한 여행이면서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꽉 찬 이야기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던 탐험이었다.
우리 일행이 탐방하였던 시기는 몽골의 국가적 행사인 나담 축제 마지막 무렵이었다. 몽골사람들이 들뜬 기분 탓에 우리 일행의 차량을 들이 받는 사고가 있었지만 천만다행으로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다. 사실 차량 한 대를 폐차시킬 정도로 아찔한 사고기는 했다. 하지만 일행들이 한마음으로 서로를 의지하며 어려움을 겪어낸 덕분에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탐사에 함께 한 박해원, 신철균, 이태수, 전우재 건축사님들께 감사를 전하며, 이 글 또한 함께하여 주신 건축사님들과 같이 함을 밝히는 바이다.  

 

게르촌의 아이백스

 

고비 사막의 풍경
몽골과 중국 국경 사이에 있는 동서 1500km, 남북 800km, 면적 129만 5천km²에 이르는 암석 사막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사막이다. ‘고비’는 몽골어로 ‘풀이 잘 자라지 않는 거친 땅’이라는 뜻이다. 이름에 걸맞게 고비 사막의 강우량은 상당히 적은 편이다. 중앙부는 연간 25∼50mm 정도다. 다만 이는 일 년 동안 조금씩 내린 게 아니라 여름에 집중적으로 내린 수치다. 그래서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추위는 느껴도 눈이란 게 뭔지는 아예 모른다고 한다. 고비 사막 한 가운데에서 만난 낙타 무리를 보면서, 먼 옛날 실크로드를 통해 서아시아와 동아시아를 오고가는 대상들의 광경이 그러했으리라 상상을 해본다.

초원의 한 가운데서 만난 뇌우와 무지개
고비 사막을 뒤로하고 우브르 항가이로 향하는 일정을 위해 우리는 이름 모를 초원을 한없이 달렸다. 그러던 중 멀리 지평선 가까이에서 뇌우가 형성되는 광경이 보여 급히 차를 세우고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다. 좀처럼 볼 수 없는 장관이었다. 몽골은 역시 기대한 바와 같이 텅 빈 평원만이 존재하지는 않았다. 1시간가량의 뇌우가 끝난 뒤에는 아름다운 무지개가 생성되는 광경이 연출됐다. 몽골 현지 사람의 말로는 우리 눈에 보이는 뇌우의 중심까지의 거리는 대략 10km정도라고 한다. 평원의 넓이가 우리가 일상적으로 느끼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바양쟈끄의 일몰
고비 사막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바양자끄란 곳은 ‘불타는 언덕’이라는  뜻을 가진 몽골의 손꼽히는 관광지다. 이곳이 유명세를 떨치는 이유는 붉은 바위산 덕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저 바위산으로밖에 인식되지 않는 높은 바위 덩어리지만, 몽골에서는 이처럼 높은 산은 드물기에 유명하다고 한다. 필자가 이 붉은 돌덩어리 산을 열심히 촬영하는 가운데 한 대의 차량이 대평원의 석양을 배경으로 서쪽 평원에 멈춰 선다. 마치 미니어처 자동차처럼 앙증스러운데 그 가운데에도 서쪽 하늘의 석양은 천하일품이었다. 텅 빈 대평원에도 아름다움은 존재하였다.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의 허함 속에서 그토록 아름다운 색상으로 피어난 하늘이 주는 황홀감이라니. 몽골이 아니면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몽골사람들의 일상
몽골인의 일상은 우리가 방송에서 접하던 그대로였다. 사방을 돌아봐도 아무도 없는 초원 한 가운데에서 외딴 게르를 발견하고 들러보았다. 척박한 환경임에도 그들은 강인하게 생활을 영위하면서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가축을 키우며 먹거리를 생산하고, 먼 옛날 우리네처럼 2세들을 키우고 있었다. 불편하거나 불행함이 없는 표정으로 그들은 이방인을 경계하지 않고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헤진 옷을 입고도 즐겁게 염소우리에서 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맴도는 듯하다.

 

 

 

 

 

글. 김기성 Kim, Kisung 예가 건축사사무소 ·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