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가 아름다운 사람들과고요한 불탑의 나라 ‘미얀마’ 2020.4

2023. 1. 12. 09:09아티클 | Article/포토에세이 | Photo Essay

'Myanmar', a country with beautiful smiles and tranquil pagodas 

 

 

과거 버어마로 불리기도 했던 미얀마. 인도차이나 반도 서쪽에 위치한 약 오천오백만 명이 살고 있는 독실한 불교국가다. 
주요 도시로는 미얀마 제1의 도시 양곤과 제2의 도시 만달레이가 있다. 불교국가답게 불탑이 전 국토에 산재하고 있으며, 바간, 인례호수 등에서는 살아 숨 쉬는 역사를 느낄 수 있다.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순박하고 밝고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다. 

 

인레 호수의 아름다운 서정
인레 호수는 샨 주(Shan State)의 유명 관광지이자 유럽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미얀마 관광지다. 해발 875미터에 위치하고 있으며 남북으로 22킬로미터, 동서로 11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대 산정 호수다. 우기에는 남북의 길이가 최대 33킬로미터까지 약 1.5배 정도 늘어난다. 샨 주는 고원 산악 지대라 여름철에도 비교적 선선하다. 이곳을 여행할 때는 반드시 점퍼나 긴팔 옷을 챙겨야 한다. 인레 호수는 다양한 사람들이 생활의 근거를 삼고 있는 곳이다. 여러 민족으로 구성된 그들의 삶에는 다양한 풍경이 존재한다. 인레 호수 연안에 부를 과시하는 것 같은 호화스런 수상 호텔 리조트가 있는가하면, 조각배 뒷켠에서 한쪽 다리로 노를 저으며 고기를 잡는 태고의 모습까지……. 물위에 떠 있는 듯한 수상가옥에서 문밖을 나서면 물밖에 안 보인다. 그 물에서 모든 것을 얻으며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은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불평 없이 항상 소박한 미소를 잃지 않고 있다. 걱정거리 없는 행복한 그들의 얼굴이 부럽다.

 

불탑 위로 떠오른 여명 그리고 일출
전날 강행한 촬영 일정 탓에 고단하지만 민예공 파고다에서 일출을 보려면 새벽 일찍 힘든 몸을 일으켜야 한다. 세상 모든 일에는 공짜가 없듯 바간의 신비하고 아름다운 일출을 맞이하려면 이 정도 고생은 감수해야 함을 잘 알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호텔을 나선다. 사물의 분간이 쉽지 않은 새벽임에도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로 부산하다. 민예공 파고다에 도착하면 신발을 벗어야 한다. 미얀마에서는 불상을 모신 사원에 출입할 때 신발을 신는 것이 금지돼 있다. 높이 60여 미터의 탑을 등산하듯이 맨발로 올라가다보면 발 아래 어마어마하게 산재되어 있는 파고다들이 여명의 안개 속에서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곧이어 지평선 위로 해가 떠오르면 마치 육상 출발 신호인 양 기구들이 떠오르면서 바간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연출된다.

석양이 깔린 우 뻬인 다리
마하 간다용 수도원에서 나오면 머지않은 곳에 커다란 따웅타만(Taungthaman) 호수가 있다. 이 호수에는 높이 3미터, 폭 2미터, 길이 1,209미터에 달하는 다리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우 뻬인 다리다. 156년 전(1849~1851) 우 뻬인이라는 사람이 마하 간다용 수도원과 호수 건너편 지역으로 탁발 공양을 다니는 스님들을 위해 보시의 의미로 만들었다고 한다. 1,086개의 티크 우드가 사용돼 우기에는 다리 난간 가까이까지 물이 차지만 건기에는 물이 빠지면서 가장자리 다리목이 앙상하게 드러난다.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이 다리를 이용하고 있다. 특히 석양이 깔린 다리는 유명한 광경이라서 세계 굴지의 방송사들이 앞 다퉈 다큐멘터리 촬영에 열을 올린다.

순금 사원, 쉐다곤 파고다
양곤에 소재한 쉐다곤 파고다는 양곤 시민들뿐만 아니라 미얀마 국민 모두에게 상징적인 사원이다. 외벽이 순금으로 장식된 것으로 유명하다. 정상부 또한 다이아몬드, 루비 등 수많은 보석들로 장식돼 있다. 미얀마는 흔히 황금의 땅으로 불린다. 높이 솟은 황금색 파고다 때문이다. 양곤 시내 어디서나 쉐다곤 파고다를 볼 수 있다. 쉐(Shwe)는 미얀마어로 황금을 의미이고, 다곤(dagon)은 언덕이다. 쉐다곤은 즉 ‘황금 언덕’이다. 쉐다곤 파고다는 60미터 높이의 언덕에 지어진 99.36미터에 이르는 거대 사원이다. 미얀마는 우기에 4,00밀리미터 가량 많은 비가 내린다. 때문에 침수를 피할 목적으로 높은 언덕을 만든 후 그 위에 사원과 파고다를 건설하고 부처의 불발(머리카락) 사리탑을 만든 것이라 생각된다. 쉐다곤 파고다를 중심으로 빙 돌아가면 작은 탑과 사원, 불상들이 있는데, 이들을 보면 불교 건축의 절정을 느낄 수 있다.

 

 

천불 천탑의 바간
수도 양곤에서 선박으로 12시간가량 이라와디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천불(千佛) 천탑(千塔)의 도시 바간에 도착한다. 양바간은 만달레이에서 남서쪽으로 140킬로미터 떨어진 미얀마 중부 건조 지대 이라와디 강 동안에 위치해 있다. 바간의 유적 대부분은 바간이 최초의 버마족 제국의 수도였던 1000년대에서 1200년대에 지어진 것들이다. 바간은 874년 핀비야 왕에 의해 비로소 수도가 됐다. 그러나 왕의 치세 때마다 수도를 바꾸는 버마족의 전통 탓에 바간은 아나우라타 왕 치세 전까지 버려져 있었다. 1057년 아나우라타 왕은 몬족의 수도 타톤을 정복한 후 팔리 문자를 들여왔고, 바간을 종교와 문화의 중심지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불교 승려와 장인들을 이용했다. 미얀마 승려의 도움을 받아 상좌부 불교를 들여왔고 스리랑카와의 관계를 정립했다. 바간은 12세기, 13세기에 세계적인 불교 연구의 중심지가 됐다. 인도, 스리랑카, 타이, 크메르 등에서 많은 승려와 학생들이 찾아왔다. 한편 왕국은 몽골의 쿠빌라이칸에게 공물을 바치길 거부했고 결국 1287년 몽골의 침입을 받아 멸망했다. 몽골족에 약탈당한 후 버마 왕은 바간을 버렸다. 도시는 정치적 중심으로부터 쇠퇴했다. 그러나 불교 연구의 장소로서는 계속해서 번영했다.

 

 

목에 황동링을 착용한 채 살아가는 여인들
인구 5,510만 명의 나라답게 미얀마에는 135개의 다양한 종족 집단들이 거주한다. 버마족이 70퍼센트로 다수를 이루지만 샨족(Shan) 9퍼센트, 카렌족(Karen) 7퍼센트를 비롯해 몬족, 중국인, 인도인, 파오족 등 각기 다른 소수 민족들은 그들 고유의 언어와 풍습을 유지하고 있다. 해발 875미터의 고산 호수 마을 인레 주변에도 여러 소수 민족들이 호수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다. 이 중 ‘호수의 아들’이라는 뜻을 가진 인따족은 70퍼센트가 인레 호수에 수상마을을 건설하거나 고기잡이와 수경재배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실상 인레 호수의 주인이다. 관광객이 늘어난 최근에는 관광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차츰 늘고 있다. 
인따족 외에도 인레 호수에서 볼 수 있는 소수 민족이 더러 있다. 오래 전부터 이 땅에 살면서 자치권 투쟁을 벌였던 카렌족의 일부 여자들인 버다웅족이 그러한데, 목에 황동링을 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버다웅족 여인들은 주로 직조를 하며 살아가는 듯하다. 목이 긴 여인이 아름답다고는 하지만 그네들만의 미의 척도로 평생 목에 황동링을 착용한 채 살아가야하는 모습이 족쇄처럼 보여 안쓰러움을 자아낸다.

 

 

 

 

 

 

 

글. 김기성 Kim, Kisung 예가 건축사사무소 ·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