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바둑과 그레질 2020.4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세기적인 대국에서 ‘신의 한 수’로 그간의 관심을 모아왔던 프로바둑기사 이세돌이 지난해 11월 마침내 은퇴를 선언했다. 그런데 은퇴를 하는 그 순간까지 역시 그다웠다. 평범한 대국으로 마무리 짓지 않고 이른바 접바둑을 선택한 것이다. 세칭 ‘입신(入神)의 경지’라 불리는 프로9단이 먼저 흑돌을 잡고 ‘치수고치기’ 대국을 벌인 것도 그렇거니와, 최종 3국에서는 이미 승패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았다는 듯 181수만에 미련 없이 돌을 던진 뒤, 복기(復碁)하는 과정에서 그 특유의 진지한 자세를 견지한 것도 쉽사리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몇 년 전 세간의 기대와는 달리 알파고에게 1승 4패로 완패한 직후, “오늘의 패배는 이세돌이 패배한 것이지 인간이 패배한 것이 아니다”라고 하며 이세돌..
2023.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