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마을 _ 경주희망농원 2021.8

2023. 2. 8. 09:13아티클 | Article/포토에세이 | Photo Essay

Disappearing village
Hope Farm in Gyeongju 

 

62년의 역사를 지닌 마을.
두 차례에 걸친 강제 이주정책을 통해 사회로부터 격리되었던 마을.
그리고…… 한센인 이주 마을. 1959년과 1961년에 걸쳐 성락원과 애생원의 총 260여 명 한센인을 ‘희망촌’이란 마을 이름을 지어 보문단지 내 경주CC 자리로 강제 통합 이주시키고, 1978년 보문관광단지 개발로 현재 천북면 신당3리로 또 다시 강압적으로 강제 이주시켜 만든 마을이다. 
당시 정부는 이들의 생계를 돕겠다며 6만여 평의 부지에 450동의 집단계사와 115동의 주택과 창고를 지어줬다. 하지만 약속과는 달리 등기를 해주지 않고 아무런 지원 없이 방치되어 오늘날까지 마을 전체가 무허가 불법 건축물로 되어 있다. 그로 인한 건물의 노후화와 부식으로 1급 발암물질(석면) 노출 위험에 놓여 있으며, 재래식 정화조 및 하수관로의 노후화로 인해 악취·해충 발생 등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1988년부터 추진되어 온 환경개선사업이 2020년에 국책사업으로 결정되었지만, 아직도 법적 문제 등으로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으며 마을은 이미 많은 이들의 사망과 이주에 따라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2020년도에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모든 계사는 폐허가 되었고, 더 이상의 재개 움직임조차도 상실한 채 그렇게 차별과 고통의 아픈 역사를 지니고 사라질 운명에 놓여있다.

 

 

전체 마을의 배치 형태는 계사부분과 주거부분을 위치적으로 구분 배치하고, 계사부분을 중앙에 배치하고 주거부분을 양옆으로 배치하여 마치 계사가 주택에 둘러싸여 있는듯한 형태를 띠고 있다.

 

 

주택은 마당을 중심으로 자체 계사와 마주하고, 출입구와 마주 보는 곳에 창고를 지어 마당을 둘러싸는 배치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이는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 아니고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 또한 스스로의 고립성을 보여주는 듯한 모습이다.

 

 

이들의 삶과 공간은 한마디로 차별과 고립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들은 이곳에서 닭을 키우고 달걀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면서 외부와 40여 년간 단절돼 있었다.

 

 

집집마다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있다.
차별과 외로움을 스스로 이겨내기 위해서 그들의 마음을 꽃으로 피워낸 것 같다.

 

 

지나간 것도 아름답다
이제 문둥이 삶도 아름답다
또 오려는 문드러짐도 아름답다

모두가 
꽃같이 아름답고
……꽃같이 서러워라

한세상
한세월
살고 살면서
난 보람
아라리
꿈이라 하오리

- 한센병 시인 한하운의 영가(靈歌)

 

 

 

 

 

글·사진. 정원규 Jeong, Wonkyu 창대 건축사사무소 ·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