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마을色이 있는 마을 – 신화(新和)마을 2021.9

2023. 2. 9. 09:16아티클 | Article/포토에세이 | Photo Essay

Disappearing village
Town with color(色)-Shinhwa(新和) town

 

1960년대에 미포국가산업단지의 형성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공단 이주민촌인 울산의 대표적 산동네, 신화마을은 울산시 남구 일대(여천로 66번길 7) 여천오거리 언덕에 위치하고 있다. 160채의 가옥에 550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거주자의 60%는 60세 이상의 고령자로 구성되어 있다. 주택지의 40% 이상이 무허가로서 국유지와 개발 제한지역에 놓여있어 증·개축이 불가능하고, 공단과의 인접성 등으로 인해 재개발의 한계를 갖고 시간이 멈춘 도시의 섬처럼 놓여 있었다. 그러나 2010년 문화관광부 마을미술 프로젝트에 당선되어 지역 작가 벽화마을로 조성되는 등 다양한 재생사업을 시행하며 울산의 대표적 재생사업 마을로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의 여파로 다시 고립과 쇠퇴의 길을 걷고 있으며, 야음동 일원이 공원지역 일몰과 함께 ‘야음동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공급 촉진 지구’로 지정되고 이와 더불어 주변 아파트 개발이 줄을 잇고 있다. 이에 그동안 마을 재생사업으로 운명을 이어오던 신화마을도 또 다른 개발의 물결 앞에 갈등이 시작되고 있다.

 

 

신화마을은 ‘2010년 마을미술 프로젝트’ 사업 대상지로 선정, 고래특구와 연계된 공공 미술 문화공간으로서 벽화마을로 조성되었으며 영화 <고래를 찾는 자전거(2011)>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유명해졌다. 타지의 벽화마을과 달리 울산의 신화마을은 모두 역량 있는 화가와 조각가, 시인, 기획자들이 작업을 하여 완성도 높은 벽화를 가지고 있다. 17개 골목마다 각각의 다양한 주제로 벽화가 조성되어 있다.

 

 

마을 이름인 신화(新和)는 새로 정착한 사람들끼리 화목하게 살자는 의미이다.
힘들지만 잘 살아보기 위해 일했던 주민들의 삶의 신화(神話)가 알록달록 아름답고 곱게 칠해져 있다.

 

 

이전에 이들이 살았던 곳은 울산의 석유화학단지가 되었다.

 

 

하늘을 비행하는 고래들.

 

 

벽화만 남는 마을 재생사업, 이제는 멈춰야 한다.
기본적으로 재생은 쇠퇴하는 마을을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마을 상황에 맞게 개발, 보존 등의 수단을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는 단순히 쇠퇴를 잠시 멈추게 하는 단순한 보존의 개념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마을의 특성에 맞게 개발하는 사업성 재생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고래가 가파르게 날숨을 뿜는다
신화로부터 멀리 와 버린
여기,
어디쯤 인가
관절마다 뙤약볕이 욱신거린다
화첩처럼 펼쳐진 골목 고래들 벽면을 오른다
등대처럼 서 있는 해바라기 벽화
바람이 불어도 미둥이 없다
어제 오늘의 경계가 없는 지금
흑등고래가 헤엄을 치느라고
신화마을이 파도처럼 일어난다
등뼈 굵은 황소고래가 지나가고
창문아래 나팔꽃도 핏빛으로 피어나고
늙은 아버지, 고래를 기다리다 뱃고동 소리로 돌아 올 때,
마을은 또 하나의 신화가 된다
맑은 눈빛이 내려다보는
창문에 턱을 괸 누렁이가 졸고 있는 사이
벽화에서 아이들 소리가 들리고
들숨을 뿜은 나도 벽화 속으로 들어간다
평화구판장엔 막걸리 사발 오가고
관절 식힐 비구름이 신화의 언덕을 오를 때
고래를 타고 산마을을 내려간다

- 한영채 시인의 신화마을

 

 

 

글·사진. 정원규 Jeong, Wonkyu 창대 건축사사무소 ·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