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다시! 2022.3

2023. 2. 17. 09:04아티클 | Article/정카피의 광고이야기 | AD Story - Copywriter Jeong

Again, again!

 

아내는 예쁜 옷을 골라 입고 동창회에 간다. 오랜만에 동창들을 만나고 노래방에도 가서 유쾌하게 웃고 즐긴다. 그동안 남편은 혼자 골프 연습을 하고 서점에 가고 이발소에서 면도를 하고 전자레인지에 간단한 음식을 데워 먹는다. 반대로 남편이 밖에서 술을 마실 때 아내는 집에서 혼자 밥을 먹기도 한다. 화면은 남편과 아내의 지극히 평범한 생활을 보여주고 그 일상 위로 부부가 주고받는 대화가 이어진다. 

아내) 다시 태어나도 다시 함께할 수 있을까?
남편) 에? 무슨 말이야?
아내) 그러니까 만약의 이야기.
남편) 음, 어렵네
아내) 어렵다니?
남편) 이런 종류의 질문에 무책임하게 대답할 수 없는 성격이라 말이야.
아내) 참 착실하시네요.
남편) 게다가 다음 생엔 강아지가 될 것 같은 예감이…
아내) 그건 그것대로 좋네.
남편) 지금도 어떤 의미론 너의 강아지니까 말야. 
아내) 그런 말, 밖에선 하지 마. 
남편) 자신은, 있을지도.
아내) 자신?
남편) 또다시 한 번 함께할 자신.
그 다음은 모르겠네. 
자막) 여기서,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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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목소리는 잔잔한데 이야기의 내용은 의미심장하다. 다시 태어나도 같이 살 수 있을까, 라는 아내의 질문에 남편은 선뜻 그렇다는 답을 내놓지 않는다.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라고, 다음 생에는 강아지로 태어날 것 같다고 엉뚱한 말도 한다. 묻자마자 ‘당연하지’라고 말하는 것보다 훨씬 현실적인 대답이다. 그렇게 말한 뒤에 남편은 지금도 본인은 어쩌면 아내의 강아지라고, 그래서 다시 한 번 함께 살 자신은 있다고 재치 있게 이야기한다. 부부로 살아가는 일의 어려움과 지루함을 아는 이의 성숙함이 느껴지는 답변이다.
일본의 배우 릴리 프랭키와 후카츠 에리가 부부로 등장하는 이 광고는 일본 최대의 건설회사인 다이와하우스 공업주식회사가 만든 것이다. ‘여기서, 함께’라는 슬로건으로 부부의 사랑과 행복을 과장 없이 따뜻하게 연출한 시리즈 광고 중 한 편이다.   
시리즈의 다른 편을 보자. 부부싸움 뒤 남편은 어째도 좋은 일로 싸웠다고 생각하고, 아내는 어째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과하면 용서해 줄 수도 있다는 아내의 말에, 나는 쉽게 고개 숙이는 남자가 아니라고 호기를 부리는 남편. 하지만 거래처에 찾아가서는 고개는 물론 허리까지 90도 굽히고 사정을 한다. 나이 먹어도 소중히 대해줘, 라는 아내와 대신 나보다 오래 살아 달라고 주문하는 남편의 마음은 세상 모든 사랑하는 이들의 바람이 아닐까 싶다. 

남편) 또 어째도 좋을 일로 싸우고 말았다. 
아내) 어째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야.
남편) 어라? 내가 나쁜가?
아내) 사과하면 용서해줄 수도 있지만…
남편) 나는 간단히 머리 조아리는 남자가 아니야.
아내) 자기 편할 때만 남자 핑계를 대지.
남편) 역시 억지인가? 
아내) 젊었을 땐 좀 더… (젊을 때 사진을 보며)젊을 때부터 별 거 없었네.
아내) 나이 먹어도 소중히 대해 줘. 
남편) 좋아.
아내) 차버릴지도 몰라.
남편) 대신 나보다 오래 살아.
자막) 여기서,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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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면 나는 어쩌고 싶을까? 만약을 묻는 광고를 보고 재미 삼아 자문해 본다.
나는 다시, 다시 할 수 있을까? 다시 우리 엄마 딸이 되어 재롱을 부리고 우등상장으로 엄마를 웃게 하고 세월이 흘러 늙어버린 엄마에게 ‘정신 차리고 오래 살아!’라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호통칠 수 있을까? 다시 그럴 수 있을까? 때로는 내다 버리고 싶었던 애물단지 내 아이들을 다시 낳아 무조건 사랑하는 바보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야근 다음 날에도 새벽에 일어나 소풍에 가져갈 김밥을 싸고, 퇴근하면 옷도 안 갈아입고 저녁을 준비하는 슈퍼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다시, 아아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인 줄도 모르고 가슴 설레고, 이별인 줄 몰라 자꾸 뒤돌아보는 서툰 연애를 다시 할 수 있을까? 열 번 헤어지고 스무 번 다시 만나고 그래도 헤어져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리워하는 사랑을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이 들까?
만약에 만약에 다시 태어난다면, 산다는 것의 모든 아픔과 슬픔을 알고도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며 처음 사는 것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서러움 한 번 없을 것처럼, 배신 한 번 당하지 않을 것처럼 해맑은 얼굴로 세상과 만나고 순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할 수 있을까? 광고 속의 남편처럼 나도 강아지로 태어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아니, 시침 뚝 떼고 태어났을 때부터 어른이었던 것처럼 구는 내 아이들의 말썽꾸러기 아들로 태어나 복수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도 하다.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난다면, 다시 사람으로 살게 된다면… 그때는 좀 더 착하게 살아야지, 미워하지 말아야지, 더 양보하고 더 배려해야지. 해서 지금 이 생에서는…, 그냥 내키는 대로 살기로 한다. 꽁하고 삐치고 실수하고 넘어지며 가끔 착하고 대부분은 옹졸하고 소심하게 얄밉게 이기적으로 살기로 한다. 변하겠다는,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일랑 개나 줘버리고 그냥 살던 대로 살기로 한다. 
어차피 이번 생은, 이대로 충분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UTIDrUcXK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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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5qtAM0FsZ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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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이숙 Jeong, Yisuk 카피라이터

 

 

 

정이숙 카피라이터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카피라이터로 광고와 인 연을 맺었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을 시작으로 한화그룹의 한 컴, 종근당의 벨컴과 독립 광고대행사인 샴페인과 프랜티브에 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일했다. 지금은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의 CD로 퍼포먼스 마케팅의 세계에 발을 담그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응답하라 독수리 다방>(2015), <광고, 다시 봄 >(2019), <똑똑, 성교육동화>시리즈(2019) 12권, <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2020)가 있다.

abacab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