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15. 13:39ㆍ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
Architecture, the result of hard work
‘좋은 건축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가끔씩 스스로에게 던지고, 이를 정의해 본다. 그런데 결과는 매번 다른 답을 채워 넣게 된다.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마다 어려움과 추구하는 방향이 조금씩 다르고, 저마다 다른 사람을 만나고 각각의 요구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월간 <건축사>지에 소개할 다양한 작품들을 살펴보다 보면 다양한 과정 속에서 설계의도를 구현해 내기 위한 치열한 과정들이 조금씩 전달된다. 이 치열함은 왜 생겨난 것일까? 좋은 건축이 만들어지기 위해 건축주도 설계자의 의도를 십분 이해하고 시공자도 이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며, 이웃과 사회가 그 가치를 인정해 주었으면 하지만, 지속적으로 관계자들을 설득하며 수많은 심의와 인증을 겪다 보면 처음 생각했던 조각 작품이 모서리가 깎인 둥근 돌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지난 8월 대한건축사협회 의무가입이 시행되어 많은 분들이 동참해 주셨다. 이렇게 함께하는 힘은 우리가 겪고 있었던 치열함 중에서 불합리하고 불필요한 과정들을 줄이는 힘을 만들어낼 것이다. 대중이 좋은 건축이란 무엇인가를 한 번 더 생각해 보도록 만들고, 이를 구현하는 관계자들도 함께 노력하며, 건축을 경험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그 가치를 좀 더 알아보게 하는 힘이 될 것이다. 공정하지 못한 과정들을 정상화하고, 불필요한 제도와 문서들을 줄여나가며, 건축분야의 최고 전문가로서 갖는 업무 영역이 침해당하는 것을 막는 데에도 힘이 실릴 것이다. 우리의 업무가 좀 더 인정받고 가치 있게 인식될수록 우리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큰 의미를 가질 것이다.
월간 <건축사>지는 의무가입 시행에 맞춰 유상 판매로 전환됐다. 건축사에게만 배포되던 기존 방식에서 원하는 모든 분들이 구입해서 볼 수 있도록 전환된 것이며, 주요 서점의 온·오프라인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월간 건축사지에 그만큼의 가치가 부여되고, 담고 있는 내용들 또한 더욱 의미 있게 된다고 생각한다. 건축에 관심 있는 국민 누구나가 구매할 수 있는 책이 되었으니, 더 많은 건축사들의 우수한 작품과 글을 소개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더 많은 작품과 내용들로 채워져 페이지 수가 늘어난 월간 건축사지를 기대해 본다.
이 책을 살펴보는 건축사가 아닌 분들에게는 하나의 건축물이 종이 위의 밑그림으로 그려지고 꼼꼼한 도면으로 계획된 후, 시공과정에서 이것이 구현되고, 건축주의 삶이 더해져 완성되기까지 건축사에게 얼마나 많은 치열한 과정이 있었을지 조금이나마 상상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많은 분들이 예술 작가의 전시회에 가서는 도슨트의 설명이나 이어폰을 통한 작품 설명에 귀 기울인다. 최근에는 마을과 작은 골목의 이야기들을 듣고 작은 공간들을 찾아다니는 분들이 늘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흐뭇하기도 하다. 하나하나의 건축물에도 전시장의 예술작품만큼, 내지는 그 이상의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이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분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건축이 지닌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길에서 잠시 지나치는 입면으로서의 건물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와 접목된 수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안에 담겨 있는, 치열하게 그것을 만들어낸 건축사의 노력이 이 책을 통해 읽히기를 바란다.
글. 박정연 Bahk, Joung Yeon 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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