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30. 09:50ㆍ아티클 | Article/연재 | Series
Identity of the City <PARTⅡ> ⑤ Interpretation of the urban Seoul phenomena
서울이 오늘날까지 형성되는 과정을 통해 형성된 10개의 도시 어휘들은 서울의 도시 정체성을 결정하는 모든 관련 문제를 통합할 수 있다.
도시 서울은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지기까지 지난 1세기 동안 가속화되며 급격히 변화했다. 서울의 특징적인 역사적 시기는 그 기간이 점점 짧아졌다. 급격한 도시 개발이나 점점 빈번해지는 외부 추진력을 감안할 때, 최근 시기는 비교적 짧았다. 고대는 약 500년간 지속되었고, 이 시기 서울시는 건립 형태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후 식민화 및 산업화 단계는 50년, 전후 재건은 20년, 개발 단계는 10년이 걸렸을 뿐이다. 이들 기간은 각각 고유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희미해졌다. 도시의 면적은 500년 동안 지속된 영역보다 20배 확대되었고, 확대된 도시화로 인해 옛 도심을 포함한 도시 전체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냈다.
즉 서울은 95%가 지난 1세기 동안 만들어진 신도시라 할 수 있다. 지난 세기를 지배했던 건축, 인프라 건설, 혁신을 향한 방향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서울의 역사는 도시 흔적들의 시간적 지속성이 아닌, 변화의 시간적 흐름으로 이해해야 한다. 즉, 서울은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더 이상 전통적인 ‘역사적 도시’, 즉 고대 역사에 기반한 도시로 볼 수 없으며 최근의 짧아진 시기도 보다 오래된 긴 시기만큼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의 역사가 훨씬 더 조밀하고, 이것이 도시의 정체성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내사산의 경계를 넘어 외사산까지 이른 서울의 확장은 새로운 ‘분지’를 형성하며 도시의 원형과 똑같은 분지 형태를 반복하고 있다. 한강 이남으로 뻗어나간 개발은 두 지역, 즉 강남과 강북을 과거 청계천이 둘로 나눈 옛 도시의 모습처럼 도시를 재배치했다. 즉, 최근의 도시 형태는 과거의 도시 형태와 흡사하고, 개발 강도도 이러한 배치에 따라 균형을 잡는다. 옛 도시가 현대 도시로 발전할 때, 초기의 확장 동력은 옛 중심지를 기반으로 했다. 이 동력은 현대 도시에서 증폭되었고, 부메랑처럼 돌아와 중심지에 극단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즉, 계층이 와해된 도시 구조가 건축물을 삼키듯 중심지를 삼켜버린 것이다. 그 결과, 중심지는 현대화되었고 같은 영향력을 가진 핵의 하나로서 다핵 도시의 일상적 활동에 참여하기 적합해졌다. 이러한 방법으로 도시의 동질성과 단일성이 도시 전체에 유지되었다.
다핵 도시는 활동적이고 새로운 변화 요구에 잘 적응한다. 하나의 네트워크로 조직된 핵들은 서로 경쟁하며 매우 효율적인 전반적인 도시 개발을 촉진한다. 이러한 관계는 도시 구조의 지배적인 인프라에 따라 각 요소마다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똑같은 기회를 부여한다. 따라서 중심지와 주변 지역이 동시에 활동할 수 있고, 시민들도 모두 (같은 영향력을 가진 별개의 장소가 아닌) 한 곳에 있는 것처럼 다 같이 활동할 수 있다. 사람들은 상황과 순간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만난다. 서울은 많은 사적 공간 또는 공공장소를 제공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은 폐쇄된 사적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이 더 많기도 하고, 사람들의 요구에 더 빨리 반응하기 때문이다. 공공장소도 이를 모방해 매력을 더하고 발전한다. 서울은 해외 문화의 영향을 빌려와 검증되고 즉각적인 결과를 낼 수 있는 구체적인 경험을 재생한다. 도시는 가장 앞선 모델을 이용해 항상 현대적 형태로 건설되고, 역사적 전통이 유지되기보다는 변화를 시도한다. 변화는 환경에 순응하는데, 처음에는 이질적이지만 갈수록 동질적으로 변하는 모델의 재생에서 해답을 찾는다.
이들 모델들은 도시 전체에 현대적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확산된다. 개발은 도시 구조 본연의 위계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전체가 동질성을 띠도록 병렬된 건축물들의 조각에 동등한 지위를 부여한다. 즉, 각 요소는 같은 힘을 가진다. 최근의 것이 아니고 현대적이지 않더라도, 동등한 참여가 가능한 것이다. 도시는 조각조각 건설, 재 건설된다. 보다 영구적인 자연요소들은 파괴되지 않으면 삼켜지고 도시화되어 도시 서울의 활동에 참여한다. 또한 도시 이미지의 일부로, 버려지거나 간과되는 일 없이 활동하고 관계를 맺기도 한다. 이러한 복제 과정은 경제적 가치도 지닌다. 그러나 경쟁하려면 기다리지 않는 편이 좋다. 최대한 빨리 새로운 현상을 적용해야만 고수익을 거둘 수 있고, 사업의 수익성도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도시 변경 사업이 환영을 받는다. 사업은 도시의 축복을 받고 지속된다. 신규 사업은 이미지를 목적으로 경관을 차지할 필요가 있다. 그 일관성과 공시적 병렬은 구역의 범위와 돌출 요소들이 지배하는 도시 경관을 형성한다. 사실, 새로운 요소는 반드시 부각되어야 한다. 따라서 서울은 도시 경관이 항상 최신식으로 유지되도록 대개 가장 최근의 요소들을 전시한다. 변화 현상은 시간과 수익성이라는 경제적 요소, 현대성이라는 유형학적 요소, 혁신이라는 외형적 요소 등을 토대로 발전한다. 각 사업은 그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일시적으로 한정된 기간 안에 발달하고, 도시의 가치를 조작하며, 도시는 금전적, 재래식으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사업의 특징이 이런 식으로 요약되고, 최단 시간 안에 최대한 강한 설득 방식으로 제시된다. 이러한 사업은 가깝거나 먼 과거 혹은 가까운 미래의 건축물을 병렬해 발달을 거듭한다. 건축물이 현재 상황과 가까운지, 아니면 부동산 시장 전망에 따른 미래 상황과 가까운지, 즉 개입하기에는 이르고 매각하기에는 늦었는지 여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이 같은 발전은 항상 극단적이다. 최대 가속도를 요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르게 조직된 사업들은 계층이 와해된 사회 곳곳에서 빠른 속도로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고, 시대나 시기, 형태와 정착의 이질성을 갖춘 일시적인 병렬 건축물 지도를 형성한다. 도시 전반의 동질적 분산, 같은 요소들의 혼합, 상호연관성 없는 관계는 서울이 항상 현대적인 최신식 모습을 유지하는, 그 단일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모든 시대의 조각과 요소를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서울의 도시 현상을 해석하면, 일관된 관계를 관찰할 수 있다. 예기치 않은 우연의 일치도 있지만, 바로 이 일치가 서울의 정체성을 구성한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서울의 기원은 오래되었지만, 오늘날 그 정체성은 현대적 발전의 가치 또는 최근의 역사와 관련이 있다. 결국, 서울의 정체성은 앞으로 밀기도 하고 뒤로 잡아당기기도 하는 현상에서 기인한다. 즉, 서울은 과거를 뛰어넘어 모든 이가 그 안에 존재하고, 최대한 열린, 반응적인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빨리 활동할 수 있도록 한다. 활동은 필요성을 토대로 한다. ‘지금’이 바로 그것이 가능한 시기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모두가 첨단을 걷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모든 요소가 참여, 전진한다. 멈추는 이는 아무도 없다. 도시는 하나로 전진하고, 그 힘을 자랑스럽게 증명할 수 있다. 또한 현재만 생각하고, 제때 도달할 수 있을 만큼만 시대를 예측하고, 열린 마음을 가진다. 다양한 시대와 형태를 매치하면서, 도시는 매 순간 현대적으로 다시 태어나고, 항상 최신식 모습을 유지한다. 어떤 모습이든 어느 순간이든 결코 놓치는 법이 없다.
도시는 항상 바로 지금, 그 자리에 있다.
현재의 도시, 그것이 바로 서울의 정체성이다.
도시 서울의 현재성 (Presentness in the city of Seoul)
현재의 도시에서 시간은 일시적 지표이자, 일시성을 띠는 도시 형성의 요소이다. ‘도시의 현재성’은 지속적인 건설과 도시 변화, 즉 도시의 점진적 발전에 있다. 사람들에게 즉시 보여주기 위한, 현재의 순간에 가까운 빠른 사업 완료 기간도, 바로 이 순간 도시의 요구와 질적으로 동시성을 띠는 구조적·물질적 공급도, 주어진 장소에 있는 것도, 수익성 있는 활동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예정대로 한정된 결과를 내는 이질적 사업의 다양한 활동도, 도시의 일반적인 가치가 단일 부동산의 가치도 상승시킨다는 고찰도 도시의 현재다. 따라서 현재는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지속적인 도시 개발을 통해 더 큰 발전을 꿈꾸는 인식이다. 현재의 도시는 그 다양성 여부와 상관없이 현재를 공통된 요소와 비교 기준으로 삼는 모든 활동의 일관된 합이다.
1. 유연성(flexibility)
현재의 도시는 유연하다. 물리적 구조는 너무 복잡하지 않으며, 개발하기 어려울 정도로 확정적이지 않다. 현재의 도시 서울은 확정적인 위계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다. 역사도심부는 도시의 원형 형성 시기에 만들어진 구조를 따라 제한적으로 신규 확장 경로의 자취를 만들어가고, 그 구조는 병렬된 도시 요소별로 위계적으로 발생 원칙을 따르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든 요소가 동등해지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는 도시의 구조나 인접 요소들에 영향을 미치거나 변경하지 않고도 단일 요소에 의해 도시에 쉽게 개입할 수 있다. 도시의 각 구성요소는 어디에 있든 인프라 네트워크가 이를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도시의 어느 곳에나 위치할 수 있다. 따라서 서울의 곳곳은 분리되어 있지만, 강도가 같은 각 지점에서는 동등한 요소들로 동질적인 활동을 한다. 예를 들면, 역사도심부의 도시 구조는 각 영역별 지형에 맞게 조정되어 왔다. 20세기 초 영등포구 영역은 도시의 확장에 의한 도로의 신설과 함께 형성되었고, 1970년대의 잠실, 1980년대의 상계, 1990년대의 상암도 그 당시의 실용적 필요성에 의해 자기 완결적인 구조로 도시화 지역에 합류했다. 역사도심부의 재활성화는 기존 큰 틀의 도시 구조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도시 구조를 중첩하는 방식으로, 1980년대의 을지로 2·3가 일대의 재개발, 1970년대의 소공동, 2000년대 종로구의 재개발에도 도시원형시기의 구조는 유지되었음을 알 수 있다. 종로 타워는 원칙적인 도시 조직을 유지하면서도 재개발에 의해 새로운 도시 모습을 만들어 내었던 사례이다. 1970년대 지어진 세운상가는 지난 50여 년간 역사도심부에 새겨진 강력한 남북 축의 역할을 했고, 철거와 보존을 오가며 현재는 철거 후 녹지로 변모할 예정이다. 한국전쟁 당시 만들어진 남북축의 대규모 소개 공지는 모습을 바꾸어 가며 20세기에 만들어진 큰 축을 유지하고 있다. 시청 앞 대형 교차로는 대한제국 시기에 만들어진 방사형 도로의 중심으로, 역사적 변화의 시기마다 그 모습이 변화하며 2004년부터는 도시 광장으로 사용 중이다.
2. 속도(speed)
현재의 도시에서는 다음 변화를 맞이할 준비를 신속히 마치는 속도가 중요하다. 즉시성(immediacy)의 의미를 내포하는 속도가 중요한 현재의 도시에서, 도시 사업과 경제적 실행 가능성 간의 균형은 건물의 최대 이용 잠재력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다양한 방식으로 도시를 구성, 개조하는 수익성 있는 사업은 빠른 실행으로 그 수익 목표를 달성한다. 이들 사업은 동시대적 건축 도구를 이용, 눈에 띄는 외관과 강한 매력을 가진 건축물을 짓고, 도시 형태의 관점에서는 특수 현상을 일으키는 사업을 추구하고, 경제적 관점에서는 서울시의 부와 가치를 증진한다. 미학을 개발하는 것은 개인의 만족이 아닌, 수익을 내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 같은 이유로, 자연은 오늘날 ‘웰빙’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에 포함되어야 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하며 자연 경관은 수익을 증진하는 곳에 기여한다.
3. 현실성(actuality)
현실성이 중요한 현재의 도시에서는 순간에 발생한 모든 일에 후회나 잘못된 판단이 없으리라고 믿으며 참여하고 일조한다. 도시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기존 요소가 파괴되거나 소멸되는 것에 대한 걱정이 없으며, 달성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되는 목표는 추구하지 않고, 실현 가능성을 바탕으로 그 목적에 필요하고 기능적이라고 판단되는 활동은 즉각 실시하여 혁신하고 적응한다. 각 사업은 필요한 기능을 가장 효율적으로 충족하고자 현재에 맞게 조정한다.
4. 근접성(proximity)
현재의 도시에서는 현재를 둘러싼 일시적이고 한정된 영역을 다루고 고찰한다. 도시 내 개입을 계획할 때는, 반드시 짧은 건설 일정을 감안해 도달할 수 있고 접근하기 쉬운 미래를 기반으로 한다. 단기간의 작업은 유리한 경제성을 제공한다.
5. 동시대성(contemporaneity)
현재의 도시는 시대에 뒤떨어지지도, 너무 미래적이지도 않은, 흥미로우면서도 매력적인 최신식 형태를 계속 만들어내며 계속 재생된다. 또한 앞 시대에서 선택된 모델과 대조적이더라도 매번 좀 더 새로운 모델을 채택해 새로운 미학, 건축, 기술, 계획을 생성한다. 중요한 것은 구시대적인 과거 모델에 자원을 낭비하지 않는 것이다. 다양한 시기의 도시 요소들은 보다 최근의 요소와 더불어 매 순간 도시 형태에 일조한다. 후자가 이들 요소를 배제하지 않기 때문에 두 요소는 서로의 참여를 허용한다.
6. 가치화(valorisation)
현재의 도시는 가시적이어야만 그 지위를 계발하고, 구성요소를 특정 형태로 조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외형적 또는 미적 가치를 지닌 건설 사업 기회가 있으면, 그 특징을 이용해 이러한 가치를 최대한 표현한다. 도시는 시민들이 도시 요소를 파악해 이용할 수 있도록 어떤 모습을 하든 그 가치를 나타내고 특징을 표현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도시 요소는 그 가치와 상관없이 중요해질 수 있고, 도시 요소들의 가치는 소통의 방법에 따라 결정된다. 즉 모든 요소는 가치를 부여받는 주인공이 되기 위해 존재하려고 노력한다.
7. 극대화(extremity)
현재의 도시에서는 모든 특징의 가능성을 최대한 고려한다. 도시의 변화 과정에서는 모든 요소, 온갖 규모의 유형들이 항상 서로 경쟁한다. 따라서 모든 물리적, 미적 또는 기능적 특징을 최대한 이용해 가능한 모든 것을 제공해야 한다.
8. 적절성(adequacy)
현재의 도시는 반드시 도시의 요구에 적절하게 대응한다. 이러한 요구에 유연하고 효과적으로 응하고자, 서울시는 기능적인 측면과 도시 구역 및 파편들의 대표라는 중요한 역할에서 다핵 배치를 자랑한다. 같은 영향력을 가진 다수의 핵은 각 부문이 이를 지탱할 고유의 동력을 가지고 있어 중앙 집중 구조보다 더 쉽고 빠르게 도시 요구에 응한다. 따라서 모든 요소가 하나의 실체 안에 존재하게 된다. 분산 구조는 단일 정체성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세포 구조의 경우, 새로운 요구가 등장하면 장기간의 가설적 요구 대신 단기간의 현실적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점차 개입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다양한 규모의 요구를 충족하는 것이다. 즉, 서울시민들에게 맞춘 이 기능적 도시는 일부 노드에 상위 임무를 부여하여, 수도로서, 글로벌 도시로서 나라를 대표할 준비를 갖춘다. 이러한 방식으로 현재의 도시에서는 가시적이고 기능적이며 효율적이고 잘 분배된, 도시의 구체적인 일관성이 유지된다. 시민들은 언제 어디서나 어떤 요구도 충족할 수 있는 다양성을 제공받는다. 도시는 도시민이 필요로 하는 것과 도시가 제공하고자 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찾아내고, 언제나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곳곳에 균형적으로 개입한다.
9. 과거로부터의 영감(inspiration from the past)
현재의 도시는 과거와 유연한 관계를 유지하고, 활동의 자유를 보장한다. 즉, 도시의 옛 건립 요소를 존중하고, 그것을 간접적, 전반적, 문화적으로 언급한다. 사업은 파괴적일 때조차 폭력성을 띠지 않는다. 배경이나 기존 구조물에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이들 사업은 직접적인 역사적 가치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지만, 옛 배경은 실질적인 제한을 가하거나 대안을 보다 용이하게 하여 어떤 방식이든 영향을 미친다. 서울은 그 고대 역사에서 영감을 얻는다. 즉, 시의 건립 요소들에서 연속성을 찾는다. 이중분지의 지형은 그 광범위한 확장 후에도 서울의 일정한 도시 형태를 유지한다. 전반적으로 도시 형태가 보존되는 현상 속에서 도시 배치에 참여하는 것은 항상 자연요소들의 힘이다. 산과 강, 하천은 서울시의 건립 요소로 과거와는 매우 다른 역할을 맡아, 도시 경관을 특징짓고 시의 북부와 남부를 연결한다. 이런 식으로, 가장 오래된 요소도 새 단장을 통해 현재의 도시에서 과거의 역할과 현재의 역할을 모두 담당한다. 한때 청계천이 담당했던 역할은 한강이 대신하고, 옛 도시의 내사산처럼 지금은 외사산이 그 역할을 유의미하게 재생한다.
10. 현재의 지속성 (sustainability)
현재의 도시는 지속적으로 최신의 현대적 모습을 유지한다. 역사적 시기마다 그 시기의 양식에 속한 요소와 유형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이를 도시의 병렬 건축물로 구체화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항상 나타나기 때문에, 각종 시대와 그 특징이 혼합된 임시 지도가 형성된다. 이런 식으로 서울은 현재의 도시로서 그 정체성의 가장 가시적인 요소를 나타내고, 현재를 산다. 그러나 이는 모든 요소와 시대가 단일 도시 안에 갇혀, 현재 순간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증명하는 것이다. 각 요소는 저마다 한 가지 역할을 하고, 그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반드시 최신의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도시 서울의 각 요소가 지금까지 존재해왔고 지속적인 발전을 통해 다시 존재할 것이라는 점에서 현재성을 유지한다. 예를 들면, 테헤란로에는 지난 반세기 동안 건설된 건물들이 병렬되어 있다. 이들 건물은 각각 그 시간대의 건축성을 표현한다. 1970년대 건설된 코엑스 컨벤션 센터 단지 안의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전형적인 1980년대 건물이고, 포스코 본사는 1990년대의 특징을 나타낸다. 이와 비슷하게, 강남대로를 따라 늘어선 건물들도 지속적인 변화를 거쳐 그 시대의 미학을 수용한다. 1930년대 건설 후 1980년대 개조된 조선호텔 앞에는 원구단의 남아 있는 탑이, 한국은행 주변에는 1920년대 건물이, 대형 분수 주변에는 1930년대에 건설된 신세계 백화점과 1905년에 자리 잡은 그 위치에 이전 건물을 철거하고 2007년에 준공한 포스트타워라는 새로운 이름의 중앙우체국이 나란히 서있다. 경복궁 앞 세종대로는 최근에 복원된 광화문 앞 월대를 포함하여 지난 20여 년간 총 세 번의 변화가 있었다. 또한 정부청사는 1962년 건설된 미국 대사관이 2012년 리모델링으로 재탄생한 舊 문화체육관광부청사인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나란히 서 있으며, 1980년대 지어진 시저펠리 설계의 교보문고는 21세기 들어 리모델링과 신축 등에 의한 KT East·West사옥이 종로로 이어지며 세종로의 공간과 경관을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내고 있다. 그 뒤로는 도시 서울 건립의 전제였던 북한산의 존재가 있다.
현재의 도시 서울 (Seoul, the city of present)
현재(present)는 서울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모든 이질적인 물리적 과정과 현상을 단단히 연결하는 핵심 개념이다. ‘현재’는 그것이 시간과 관련이 있는지, 공간이나 존재, 기억, 현실, 참여와 관련이 있는지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진다. 도시의 경우, 현재는 무언가가 증거, 성과, 검증된 특징, 현재 진행형 과정, 전반적 상태, 긍정적 힘, 참여 정신, 즉각적 개방성, 존재의 의식, 지금 이 순간이 되는 곳일 수 있다.
서울은 보다 일반화된, 현재의 도시라는 개념의 영감이자, 이것이 구체화된 장소이다. 움직임의 과정에 있는 듯한 현재의 도시 서울은 현대적인 자기 발전 방향으로 급속히 변모하고, 그 과정에서 즉각적인 결과를 달성할 수 있는 유연한 도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도시는 항상 적절하고 구체적인 도시 장치를 중심으로 현재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다. 비록 현재를 살기 위해 그 현상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더라도 말이다. 지나간 순간은 이미 과거다. 도시의 현대적인 최신의 모습이 유지되도록, 도시가 현재로 이어지는 과정을 계속 개발할 수 있도록 가까운 미래만을 염두에 둔다. 모든 것이 가치 체계화되어 도시의 모든 공간에 대한 정의가 확정된 유럽의 역사 도시들과는 달리, 지속 가능한 변화와 발전이 가능한 도시다.
연재를 마치며
2023년 1월부터 시작한 총 10회의 연재를 통해 월간 <건축사>의 구독자들과 도시 서울을 읽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했습니다. 건축사가 개입하는 모든 대지는 고유의 지형과 위치로, 건축사 모두는 항상 세계에, 지금 이 시간에 존재하는 유일한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 유일함의 절정은 ‘예술로 읽힐 수 있는 탁월함의 경지’에 이르는 건축물로 남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그 대지가 위치한 도시의 전체를 읽어내고, 해석하여 결과적으로는 도시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개별 공간들을 만드는 과정은 건축사들에게 필수적인 고뇌의 시간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10회의 연재를 통한 도시 서울의 변화 과정 해석 방법이 전국에 계시는 건축사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글. 김선아 Kim, Seon-ah (주)스페이싱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김선아 건축사·(주)스페이싱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주)스페이싱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대표로, 1988년 한양대학교 건축학과 및 2001년 베니스건축대학(IUAV), 2008년 로마 국립대학(La Sapienza,Valle Giulia)을 졸업했다. 대한민국 건축사이자 이탈리아 건축사, 도시계획학 박사이다. 현재 서울시 공공건축가, (사)한국건축가협회 스마트 도시건축위원장, (사)한국도시계획가협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spacing-pa@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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