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 31. 11:35ㆍ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
Step by step Setting goals filled with hope
2024년은 작년보다 건축경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건축사들의 모임 자리에서도 서로를 위로하고 힘내자고 다독이기보다는 스스로를 먼저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그렇다고 걱정과 한숨으로 이 시간을 채울 수는 없지 않을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예년처럼 높은 목표를 정하고 이것을 이루기 위해 열성을 다하는 분들이 있다. 희망을 생각할수록 희망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경우가 많고, 부정을 생각하면 부정적인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실제로 업무가 줄어든 시간을 활용해 미뤄두었던 관심분야를 공부하는 시간을 가지겠다거나, 읽고 싶었던 책을 읽고 저술활동을 해보겠다고 하시는 건축사분들이 여럿 있었다.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운동에 시간을 더 쓰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고, 취미생활을 마스터해 사람을 만나며 자신의 장점으로 삼아봐야겠다는 분도 계셨다. 몇 년 후에 건물주가 되거나 자산가가 되기 위해 구체적인 플랜을 세운 분도 있었다. 다양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스스로의 가치를 배가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는 모습이 일종의 교훈처럼 보였다. 다른 분들도, 설계 업무가 줄어든 상황에 건축사로서 어떤 것을 더 배우고 노력하면 좋을지를 고민하고 계실 것이다.
나는 ‘차곡차곡’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많은 분들이 ‘오늘 하루가 나의 인생이라는 책에서의 한 페이지’라고 비유하는 표현을 한 번이라도 들어보았을 것이다. 얇은 종이 한 장이 모여서 두툼한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는 것이 가끔 놀랍다. 그 안에는 이야기와 지식과 감동이 들어있기에 인생에 비유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때로는 여러 개의 석재가 차곡차곡 쌓여서 커다랗고 아름다운 탑을 만들어 내거나, 벽돌이 차곡차곡 쌓여서 벽을 만들고 건축물이 완성되는 모습을 보면서 이 또한 큰 의미를 갖는다고 느낀다. 작은 부분들이 모여서 거대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매우 놀라운데, 그러한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바로 우리 건축사들이라는 것이다. 건축사 한 분 한 분이 저마다의 책을 완성하기 위해 각자의 페이지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계실 것으로 믿는다. 몇 년 전의 챕터는 좀 더 많은 건축물을 설계하는 내용이었다면, 올해는 다른 방식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내용들로 채우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가 작년보다 경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20여 년 전부터 매년 계속됐지만, 우리 건축사들은 어떻게든 목표를 세우고 나름의 의미를 가진 작업들을 진행해왔다. 조금씩 달라지기는 했지만 건축서비스를 원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고, 우리는 이를 충실히 이행해왔다. 웅크리고 있는 시간이 도약을 위한 준비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올 한 해 어떤 일들이 주어질지 아직 모두 알 수는 없지만 희망이 담긴 목표들을 세워보자. 우리가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만들어온 건축사들 아닌가. 좀 더 희망차고 기분 좋은 한 해를 시작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신년 인사를 드린다.
글. 박정연 Bahk, Joung Yeon 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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