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비평] 동그라미 유치원, 신나는 아이들의 놀이터 2024.5

2024. 5. 31. 10:45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Architecture Criticism Donggrami Kindergarten, an exciting children’s playground

 

 

 

<홍익대학교사범대학부속유치원> © 홍성준 _ 디자인예감

 

홍익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유치원은 경성중·고등학교와 홍익디자인고등학교가 공유하는 기존의 체육관을 허물고 조성되었다. 새롭게 들어선 건물에는 유치원 단독 공간이 1, 2층에, 그리고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사용하는 체육관이 최상층인 3층에 위치한다. 건축설계의 중요한 모티브로 도입된 동그라미는 대상지 주변에 위치하는 다채로운 모습의 기존 교사와는 차별화된 독창적인 정면성을 형성하는 동시에 신축된 건물에 수직적으로 배치된 두 개의 이질적인 프로그램 간 시각적 조화를 확보한다. 원형이 상징하는 유연하고 통합적인 이미지는 내·외부 공간을 이용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창의적인 사고와 재미를 유도하며, 오래된 중·고등학교 캠퍼스에 활기를 부여한다.

다양한 스케일의 동그라미 형태는 유치원 공간 여기저기에서 발견된다. 기존에 많이 사용되던 네모반듯한 형태의 학습공간과는 달리 1·2층의 교실과 복도에는 어린아이들이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원과 곡선으로 이루어진 창문과 벽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위치한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계획된 각양각색의 동그라미 창문은 단순한 채광 또는 환기의 기능을 넘어서서 호기심과 만남을 유발하는 건축 요소가 되며, 다양한 축을 가진 곡면의 벽은 교실과 복도공간을 놀이, 활동, 그리고 재미의 공간으로 전환시킨다. 이러한 건축 요소들은 궁극적으로 아이들이 생활하는 교실과 복도 등의 영역을 단순한 학습공간이 아닌 즐거운 놀이터로 탈바꿈시킨다.

유치원 평면계획의 주안점은 기존의 획일적이고 보편적인 교실 구성에서 벗어나 교실과 화장실, 그리고 특화 교실이 서로 연계되는 열린 교실 형태를 지향한다. 기존 사각형 교실이 주는 단조로움과 획일함에서 탈피해 다양한 높이와 깊이의 동그라미 창으로 둘러싸여 있는, 반달 형태의 흥미로운 모습의 교실을 제안한다. 여기에는 친근한 위생교육이 가능한 오픈된 화장실이 교실 중앙에 끼어든다. 또한 유치원 중앙에 위치하는 곡선 형태의 오픈된 계단은 효율성과 기능성의 관점을 뛰어넘어 1·2층을 연결하는 아이들의 주 이동통로이자 아이들의 시선을 유도하고 흥미를 유발하는 자유로운 형태의 건축 오브제 역할을 한다.

 

<홍익대학교사범대학부속유치원> © 홍성준 _ 디자인예감


아이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2층의 교실은 외부를 향해 시야가 탁 트여있으며 채광이 풍부하다. 방향은 운동장과 남쪽을 향한다. 복도와 연결되어 외부로 향하는 테라스는 바람과 빛을 실내 곳곳으로 들이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골목과 같은 친숙한 공간 분위기를 만든다. 운동장 쪽의 테라스에 설치되어 있는 비상 탈출용 미끄럼틀은 기능적 만족을 넘어서 유치원 건축을 아이들의 놀이터로 변화시킨다. 1층에는 유치원의 출입, 그리고 어린이들의 안전 확보와 관찰을 위한 행정실과 보건실, 교사실, 원장실이 있다. 넓은 외부공간은 안전한 유치원 진입을 돕고, 아이들과 보호자의 만남과 헤어짐의 공간을 제공한다.

유치원과 체육관의 공생은 흔히 발견하기 어려운 건축적 조합이다. 여기에는 체육관을 주로 사용하는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옥외 진입계단을 두어 유치원 출입을 위한 영역과 최대한 떨어뜨렸다. 수직 동선을 위한 엘리베이터와 서비스 계단에도 유치원으로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전실이 설치되어 있다. 체육관에는 경기 관람이 가능한 스탠드를 체육관 장변에, 후방 공간에는 남녀 별도 라커룸, 화장실 및 관리실과 창고가 설치되어 체육 물품들을 보관할 수 있다. 높은 층고를 가지고 있는 체육관은 행사 등을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실내 활동이 가능하며, 자연채광과 환기를 위한 건축적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글. 정윤천 Jung, Yoonchun 홍익대학교 교수

 

 

정윤천  교수·홍익대학교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건축학부 부교수이다. 한국, 미국 등에서 다양한 스케일의 건축 프로젝트를 경험했으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건축을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Journal of Architecture, Architectural Theory Review 등에 다수의 논문을 기고했으며, Reading Architecture: Literary Imagination and Architectural Experience (Routledge)를 출간했다. 2023년 동대문 DDP 갤러리 문에서 “일상화된 건축의 관찰과 기록” 건축전시를 총괄기획했으며, 2024년 한국건축가협회가 주최하는 대한민국건축대전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yoonchunju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