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31. 09:25ㆍ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Sangseon Yaksu (上善若水): The best things are like water
상선약수. 노자의 사상에서 나온 이 말은 ‘물을 지구상에서 으뜸가는 선의 표본으로 여겨 이르는 말’로 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최고의 선(善)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는 ‘올바르고 착하여 도덕적 기준에 맞음 또는 그런 것’, 철학적 의미는 ‘도덕적 생활의 최고 이상’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 둘의 공통적 어휘는 도덕(道德)이다. 도덕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양심, 사회적 여론, 관습 등에 비추어 스스로 마땅히 지켜야 할 행동 준칙이나 규범의 총체, 외적 강제력을 갖는 법률과 달리 각자의 내면적 원리로서 작용하여, 또 종교와 달리 초월자와의 관계가 아닌 인간 상호 관계를 규정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말의 뜻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만 실천하기 어렵고, 머리에서 가슴으로, 그리고 팔 다리로 직접 행동에 옮기기가 어려울 뿐이다.
선(善)이라는 글자를 조합하면 다양한 의미의 여러 가지 단어가 탄생한다. 그중 적선(積善)이라는 말을 들은 적 있을 것이다. 어릴 적 놀다가, 학교에 다녀와서 등 가끔씩 우리 집에 거지가 와서 맛있게 밥을 먹고 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아버지는 가끔 지나가는 거지를 집으로 데려오기까지 했다. 어머니가 고추장, 참기름 등으로 밥을 맛있게 비벼서 거지의 바가지에 담아 주면 그가 우리 집 앞에서 맛있게 먹고는 했다. 그때 나는 그런 것이 싫었지만, 부모님 하시는 일에 싫은 내색을 할 수 없었다. 의아한 것은, 우리 집이 한눈에 봐도 넉넉한 형편이 아닌 집인데도 이상하게 거지들은 우리 집에 가끔씩 찾아와서 밥을 먹고 갔다.
커서 대학을 다닐 때 지하철역 계단을 지나가는데, 구걸하는 사람이 “적선합쇼” 하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속으로 걸인도 문자를 쓰는구나 생각했다. 적선이란 말의 뜻을 알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설마 모를 리 없을 거라 생각하며 가끔 통에 동전이나 지폐를 넣어 주곤 했다. 그리고 어릴 적 부모님의 행동을 다시 떠올렸다. 넉넉하지 않은 생활 형편에 걸인에게 밥을 주는 일. 거지가 말한 ‘적선합쇼’는 무슨 의미인가? 그러던 중, 최근 접한 책에서 자신의 처지를 바꾸는 방법으로 “적선을 많이 하라”는 내용이 첫 구절이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선을 쌓는다. 다른 말로 하면 선을 베푼다. 나누어준다. 즉 사랑을 실천하는 일이라고 나는 풀이하고 싶다. 그리고 성령의 9가지 열매라는 기독교의 용어를 살펴보면 사랑, 희락, 화평, 오래 참음, 자비, 양선, 충성, 온유, 절제가 있다. 여기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는 사랑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기독교에서 믿음, 소망, 사랑 가운데 사랑이 최우선이다.
인류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가? 자신의 야욕과 야망을 이루기 위해 악한 무리수를 둔다. 역사를 살펴보자. 사람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개인적, 이념적 욕심에 의한 전쟁과 인접 국가 침략, 심지어 같은 언어, 문화를 공유하는 민족상잔의 비극이 야기된다. 사람의 목숨을 야욕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거나, 혹은 이념을 이룬다는 명목 하에 여러 가지 훈장이나 돈을 제공해서 사람을 이용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잔학한 행위 등을 한다. 사랑이 없고 야욕과 자기편에 있는 이들만을 챙기는 행위가 최우선이니까. 사랑이 없는 것과 편애는 인류 비극의 씨앗이다.
사랑의 반댓말은 무엇인가? 무관심인가, 미움인가, 질투인가, 시기인가. 사랑은 여러 가지 사전적 의미가 있다. ‘어떤 사람이나 존재, 사물이나 대상을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일’ 그리고 ‘남을 이해하고 돕는 마음과 행하는 일’. 그 반댓말은 아끼지 않고 귀중히 여기지 않는 마음, 남을 이해하지 않고 돕지 않는 마음과 행동. 즉, 미움, 무관심, 냉대, 질투, 시기 등이다.
인류를 위한 최고의 정신은 선을 행하는 일, 사랑을 베풀고 실천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물이 흐르듯 순리적인 사랑,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고인 물은 썩는다는 이치. 물은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불가결한 존재이므로 사랑이 없는 인류는 상상불가하다. 사랑은 인류에게 참으로 영원한 주제가 아닐까.
글. 조정만 CHO Jeong-Man (주)무영씨엠 건축사사무소
조정만 (주)무영씨엠 건축사사무소 건축사·문학작가·뮤지션
조정만(趙正滿)은 전북 남원 출생으로 성원고, 건국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천일건축, 금호그룹 종합설계실, 아키플랜에서 실무를 익혔다. 2007년 선함재 건축을 설립, 강원 청암재, 고양농경문화박물관, 동교 주상헌, 대방동 H빌딩 등을 설계했다. 2021년 이후에는 미단시티 G오피스텔, 옥천Y주택, 대청호 수연재, 마포 K오피스텔 등을 설계하고 있다. 2016년 봄에 한국수필에 ‘방패연 사랑’과 ‘아버지와 자전거’로 등단하였고, 2022년 여름에 취미를 주제로 '쏘가리', '꽃과 빛망울의 하모니' 창작곡을 디지털 음원으로 발표하였다. 현재 건축사, 문학작가,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고 저서로는 산문집 『요원의 들불처럼』이 있다.
imatect@daum.net
'아티클 | Article > 칼럼 | Column'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건축비평] 4×4프로젝트와 젊은 건축사들 2024.7 (0) | 2024.07.31 |
---|---|
지구의 한 부분을 만드는 일 2024.7 (0) | 2024.07.31 |
[건축비평] 순환과 공생의 가치가 성장하는 사회적 장소 2024.6 (0) | 2024.06.30 |
전문가 양성 전문가 2024.6 (0) | 2024.06.30 |
2024 태국건축사협회 엑스포 참관기 2024.6 (0) | 2024.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