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비평] 4×4프로젝트와 젊은 건축사들 2024.7

2024. 7. 31. 10:40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Architecture Criticism 4×4 Project and Young Architects

 

 

 

<4x4> © 김용성

욕망의 공간 위, 건축사에게 주어진 틈
대지 약 3.3제곱미터(1평)당 가격이 1억을 호가하는 부지에 임대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건축물의 설계는, 최대 용적률 충족이라는 절대적인 기준 아래 건축주의 임대 전략에 따른 배치와 평면, 층수와 층고, 그리고 창호의 크기와 같은 꽤나 세부적인 부분까지 구체적인 기준을 가지고 설계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건축주가 필요로 하는 건축사의 직능은, 목표와 기대를 충실히 충족시켜 주면서도 자신이 생각지 못했던 약간의 기지와 상상력이다. 이런 프로젝트에서 상상력의 영역으로 남겨둔 부분이, 건축사에게는 자신의 설계를 부딪혀볼 수 있는 작은 틈이 된다. 그 틈에서의 움직임이 결국 욕망에 수렴될지라도, 건축사는 그 틈에서 공간을 설계하는 의의를 찾으며 건물을 설계해나가기 마련이다. 4×4프로젝트는, 젊은 건축사가 욕망의 공간 위 좁은 틈에서 고뇌했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건물이다.

4×4, 이유 있는 네 개의 방
건물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층별로 매스를 독립적으로 구성한 부분이다. ‘4×4’라는 이름에 맞게 각기 다른 색의 벽돌로 치장된 각각의 매스는 벽돌의 매시브함에 힘입어 그 개별적 태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층별로 구분된 네 개의 매스는 그 자체로 독립된 방이다. 임차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나만의 독립적인 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요인이기에, 임대 수익 측면에서 우수한 전략이 된다. 수차례 건축주와 소통하고 다양한 입면을 검토해가며 탄생한 매스의 분절 전략은, 이 건물이 여기에 존재해야 하는 방식 그 자체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테라스, 잉여의 역설
여러 번 대안의 변경을 거치는 동안 설계자가 끝까지 유지되기를 바랐던 테라스는, 결과적으로 건물의 임대 가치를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층별 간섭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엇갈리게 배치한 각 층별 테라스는, 나만이 쓸 수 있는 외부 공간의 추가 획득으로 임차 공간의 독립성을 완결시키는 요소가 된다. 잉여 공간으로 분류되곤 하는 테라스가, 역설적으로 보다 높은 부가 가치를 만들어내는 매력적인 요소가 되는 것이다. 테라스를 지키고자 했던 설계자의 바람이, 결과적으로 테라스를 건물의 특징과 강점을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요소로 만든 것이다. 

선큰과 계단의 서사, 지하 공간의 호사
지하 세대를 위해 별도로 계획된 계단과 선큰은, 지하 공간이 건물에 귀속되는 부수적 공간이 아닌 하나의 독립되고 완결된 공간임을 상징한다. 지상에서 지하 2층으로 이어지는 직선의 계단은 두 개 층의 높은 층고를 그대로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이다. 계단 양측의 균질한 벽돌벽 위로 햇살이 들이치는 모습이 꽤나 그럴듯하다. 건물 전체를 통틀어 보더라도 가장 서사가 강한 시퀀스이다. 지하의 독립적 구성과 계단의 서사로 인해, 지하 또한 꽤나 호사스러운 공간이 된다.

귀하디 귀한 진심의 흔적
현장을 답사하며 건물을 둘러보던 중 문득 건물의 디테일에 아쉬움이 들었다. 설계와 시공의 괴리에서 오는 아쉬움이 아닌, 설계자의 경험 부족으로 인해 만들어진 건물 면면에 대한 아쉬움이다. 이를테면 소방 배관과 공조배관의 구성이라든가 분전함의 설치 위치, 발목등 설치를 위한 타설 등박스의 처리 등에 관한, 막상 지어질 때가 되어 마주할 수밖에 없었던 것들에 대한 아쉬움들이다. 신축으로는 처음 진행한 프로젝트이니, 어떻게 보면 필연적인 아쉬움인 것이다.
첫 작품에서만 느껴지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각이 있다. 굳이 말로 표현해 보자면, 설계자의 진심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진심의 밀도이다. 본인의 부족한 경험을 의식한 채로, 크고 작은 것 어느 하나 소홀히 다루지 않고자 했던 설계의 결과물에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감각은, 충분한 공사비와 기간, 경험에서 비롯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디테일과는 다른 애정 서린 감각을 공간에 심는다. 이 건물과 이 건물을 설명해 주는 서영진 PM에게서 그 애정 어린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신인상을 평생에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것처럼, 이러한 감각으로 탄생한 건물을 만들 수 있는 기회는 평생에 단 한 번이다. 그렇기에 처음 지어진 건물에서 느껴지는 진심의 감각은, 설계자에게, 그리고 어쩌면 건축주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것일지 모른다.

필연으로부터. 다음을 바라보는 젊은 건축사
4×4프로젝트에서 쌓아 올린 네 개의 매스는, 각각의 매스에 개별적인 중력이 작용하는 동시에 하나의 구조체와 코어로 연결되어 있다. 인에이 건축사사무소를 구성하고 있는 네 명의 대표의 모습과 닮아있다. 같은 대학을 나와 함께 사무소를 차린 젊은 건축집단은 강남 지역에 기반을 두어 중소 규모의 근생 건축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4×4 프로젝트와 유사한 유형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꽤나 성공적인 전략과 접근 방식으로 자신들의 설계를 증명해나가고 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색을 가진 네 명의 대표가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고 때론 부딪히며 자신들의 다음을 준비해나가고 있다. 강남이라는 장소적 필연에서 시작해, 각자의 이상을 가지고 그다음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의 한국의 젊은 건축사들은, 척박한 토양 위에 씨를 뿌리고 단 몇 그루의 나무를 키워 과실을 맺는다. 그 작은 결실을 이어나갈 수 있는 의지를 다잡으며 치열하게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자들이다. 매년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 없음을 본능적으로 느끼며, 끊임없이 다음을 바라보는 운명에 놓여 있는 존재들이다. 지금의 건축을 이루고 있었던 필연으로부터 자신들의 이상이 미칠 수 있는 미지의 영역을 바라보는 이 순간에, 그들의 행보가 다른 젊은 건축사들에게 새로운 자극과 영향력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 조영우 Cho, Youngwoo (주)건축사사무소 폼아키텍츠 설계팀장

 

 

조영우  설계팀장 · (주)건축사사무소 폼아키텍츠

 

국민대 공간디자인학과 학사 전공을 수료하고, 도시건축 소도, 아틀리에 리옹 서울, 아키플랜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다양한 스케일의 도시 및 건축설계 업무를 경험 후, 2017년부터 아내인 김혜민 건축사와 폼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2023년 이후 서울에서 강릉으로 기반을 옮겨 활동하고 있으며, 지역 사회 안에서 로컬브랜드 및 지역 주민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며 매력적인 도시 강릉을 만들기 위한 실천적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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