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31. 09:30ㆍ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Story about participation in the AIA Conference
미국 건축사협회 AIA가 창립된 것은 미국이 노예제도로 인해 남과 북의 의견이 분열돼 격렬하게 대립하던 남북전쟁 직전인 1857년이다. 당시 뉴욕에 모여 이 협회를 창립한 건축사 수는 단 13명. 당시 어느 누구도 이 작은 단체가 창립 후 167년이 지나서 회원 수 10만 명을 돌파하는 세계 최대의 건축 전문 단체로 성장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역사에 대한 자신감 때문인지, AIA의 홈페이지에는 “우리는 기준을 따르지 않는다. 우리가 기준을 만든다(We don't follow standards, we set them.). 우리는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긍정적인 변화를 위한 동력을 제공하고, 더 나은 세계가 되도록 디자인한다(We are a force for positive change. We are designing a Better World.)” 는 슬로건을 전파한다.
미국건축사협회는 매년 미국 내 여러 도시를 돌아가면서 AIA 건축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행사를 통해 회원들에게 교육을 실시하고, 우수 회원과 탁월한 디자인에 대한 포상, 상호 친목 증진, 건축에 대한 사회 인식 제고에 힘쓰면서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일을 계속해 왔다. 올해의 2024 AIA 컨퍼런스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의 월터 E. 워싱턴 컨벤션 센터에서 열렸다.
최초의 AIA 흑인 여성회장 - 킴벌리 다우델(Kimberly Dowdell)
올해 개막식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올해 AIA 회장을 맡은 킴벌리 다우델 (Kimberly Dowdell)이 170여 년의 AIA 역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회장이라는 것이었다. 협회를 대표하는 가장 상징적인 존재인 회장인 그녀는, 개막연설에서 단체 활동에 아무런 관심이 없던 자신이 AIA 회장으로 입후보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오래전의 한 씁쓸한 기억 때문이었다고 소개했다.
건축명문 코넬대학과 하버드대학원을 졸업 후 20대 후반에 건축사 시험에 합격하고, 유명 설계사무소에서 훌륭한 경력을 쌓은 그녀는 한 건축관련 행사에 연사로 초청된다. 행사 당일, 회의장에 일찍 도착한 그녀에게 한 백인 남성이 다가와 물었다. “당신 개막 축하 행사에 온 무용수냐?(Are you part of the entertainment?)”라는 황당한 질문을 받은 경험은 한동안 그녀를 괴롭혔다. 흑인 여자가 건축설계를 하는 전문가일 수 없다는 백인 남성의 편견에서 나온 이 모욕적인 언사에 반격하기 위해서라도 그녀는 언제나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후배 여성 건축사나 소수 인종 건축사들을 위해서라도 협회의 문화와 구조를 더 민주적으로 바꾸는 디딤돌이 되겠다는 다짐을 수없이 되새기면서 결국 AIA 회장이 되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AIA는 이제 여성 회원 비율이 전체 회원의 25%를 넘으면서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건축의 변화와 도전
국제위원장으로서 최근 몇년간 AIA의 컨퍼런스에 계속 참석해보니, 지금 건축이 당면한 과제와 이슈들이 두 가지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깊어졌다.
첫째는 건축이 달성해야 할 목표가 건축사들의 전통적인 과제인 ‘쾌적한 공간, 살기 좋은 도시의 디자인’을 훨씬 넘어서는 ‘기후위기 대응’ 같은 전 지구적인 과제들을 포함하게 되었다. 이는 결국 ‘산업 생태계의 전환’까지 포함하는 거대한 과제들로 연결된다. 이로 인해 건축사들이 당면한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과제도 점점 더 거대하고 기술적으로 복잡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건축설계 업무는 난이도가 증가하고,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런 거대 과제들의 해결을 위해서는 건축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연대가 필수적인 시대가 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이슈인 ‘기후위기 대응’의 의제는 2015년 가을에 전 세계가 프랑스 파리에 모여서 비준한 파리 의정서(COP 21)를 체결한지 이제 십여 년이 경과했고, 지금 전 세계의 모든 산업은 과거의 에너지 절감에서 이제 탄소제로(Carbon-free)를 달성할 수 있는 디자인 방법론들을 교육하고, 실행하는 단계에 도달하고 있다.
올해 AIA 컨퍼런스에 선보인 세미나 프로그램 가운데 눈길을 끈 것은 미국 조달청(General Services Administration)이 건축사들과 시공자와 협력해서 시도한 실험 프로젝트였다. 뉴욕시청 근처 10층 규모의 검찰청 빌딩을 시범 케이스로 선정해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Decarbonize) 리모델링 프로젝트로 실시한 것을 발주자인 조달청과 설계자, 친환경 컨설턴트가 함께 나서서 자신들이 채택한 리모델링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정부가 보유한 건물 리모델링을 통해 카본(Carbon)을 제로화하는 시도에 대한 세미나가 열렸다. 건축과 실내 디자인의 개선, 창호의 교체, 그동안 화석연료를 이용하던 모든 건축기계 설비들을 전기화(electrification) 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시도였다. 발주자, 설계자 등이 함께 나서서 자신들의 시도를 설명하고 그 경험을 전파하려는 것은 대단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세미나 강좌명 ; TH122 – Path to Decarbonize the Nation's Largest Building Owner- GSA)
이제 세계의 추세는 디자인과 시공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뿐 아니라 건물 생애주기 동안의 탄소 라이프 사이클 분석이 필요하고, 이는 건축 자원의 순환 재생까지 확장된 순환성 (Circularity)의 개념으로까지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대한건축사협회가 10월마다 개최하는 건축산업대전에도 순환성, 넷제로(Net-Zero)의 비전을 어떻게 포용할지를 고민할 시기라 생각한다.
두 번째 과제는 ‘건축하는 사람부터 다양성과 포용성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각종 발표와 토론회 등의 이슈를 살펴보면, 건축 디자인을 하는 건축사 집단부터 변화해야 한다는 경향과 요구가 더욱 뚜렷해졌다. 미국의 경우 건축설계가 50, 60대 위주 백인 남성이라는 틀을 벗어나 다양한 사회 그룹이 디자인의 전면에 나서서 사회적인 소수자, 약자들의 니즈와 의견까지 반영하는 설계를 하는 것을 당연한 추세로 여기고 있다. 한국에서는 좀 생소할 수 있지만, 이번 워싱턴 컨퍼런스의 여러 세미나에서 성소수자를 뜻하는 LGBTQ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이 사회적 소수자들을 가리지 않고 포용하겠다는 협회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디자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전 지구적 연대와 협력을 필요로 하는데, 건축 디자인을 하는 구성원들부터 변해야 한다는 사회의 요구도 무시할 수 없다.
시민 건축사( Citizen architect ) 사무소 - Quinn Evans
AIA 는 매년 컨퍼런스 행사 중 전 미국에서 1곳의 설계사무소를 선정해 ‘우수 설계사무소 상(Firm Award)’을 수여한다. 매년 동료 건축사들의 귀감이 될 만한 설계사무소 한 곳을 고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텐데, 그만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선정된 사무소들은 역사와 개성,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역량이 우수한 곳이다.
올해의 수상자는 1984년 설립 이후 40년간 신축보다는 기존 건물의 리모델링과 재생이라는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파온 ‘퀸 에반스(Quinn Evans)’가 선정되었다. 이들은 설립 이후 기존의 건물과 구조체가 가지는 잠재력을 발견하고, 리모델링 후의 효용성과 가능성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일에 매진해온 자신들이 상을 받게 되어 감격했다. 모두 철거하고 새로 빨리 건물을 올리는 것보다 속도가 느리고 많은 관계자들을 설득해야 하지만, 그 과정을 치러낸 결과물은 기존의 도시 조직에 더 잘 융화하고 시민들에게 더 잘 다가선다는 주장을 끈기 있게 고수해 온 것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시민 건축사(Citizen architect)’라고 불러주길 원했다.
AIA의 새로운 시도 - 본부 건물 리모델링
AIA 는 최근 워싱턴 DC에 있는 협회 본부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근대건축의 거장 발터 그로피우스의 제자들이 설계한 본부 건물은 50년이 넘은 노출 콘크리트 건물로, 이제 리모델링을 통해 쾌적한 근무환경을 구현하고 친환경 에너지를 채용한 디자인으로 내년에 재개관하게 된다.
2030년까지 탄소제로를 앞당겨 달성하자는 AIA의 선언이 있었지만, 본부 건물 리모델링 프로젝트는 이 목표연도보다 5년 빠른 2025년에 개관하면서 건축사협회 본부부터 넷제로를 달성하는 것을 선언했다.1) 이것은 건축사단체가 본부 건물부터 정부의 목표보다 빠르게 탄소중립을 선도해간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AIA의 의도를 드러낸다.
이와 함께 리모델링한 본부 건물의 명칭도 변경한다. 국제화하는 건축설계 산업의 경향을 반영하고 선도하기 위해서 아예 이 건물의 명칭도 ‘미국 건축사협회 국가본부 (AIA National Headquarter)’ 에서 ‘AIA 글로벌 캠퍼스(Global Campus for Architecture & Design)’라고 개명해서 전세계 건축계를 선도한다는 메시지를 주고자 한다.
A.I. 관련 세미나들의 홍수
이번 AIA 컨퍼런스의 세미나에 등장하는 교육, 토론 프로그램을 분석해 보니, 이제 A.I.의 파급력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건축사 대상 교육강좌부터 여러 가지 AI 세미나가 개설돼 큰 인기를 끌고, 세미나 마다 100~200달러 정도의 별도 수강료가 책정되어 있음에도 몇 달 전부터 수강신청이 마감될 정도로 빨리 예약한 사람들만 수강할 수 있는 형편이었다.2)
수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독자 개발해 활용되고 있는 대지별 규모분석 프로그램 등의 영향과 작년에 소개된 CHAT gpt 사용자의 증가, 미드저니(MIdJourney)등의 AI 렌더링 프로그램의 영향인지, 우리나라 건축사들도 인공지능 AI가 건축실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마침 5월 호 <건축사>지에도 ‘AI는 건축사의 어떤 업무까지 대체할 수 있을까’라는 박정연 에디터의 글이 실리기도 했다.
이제 미국은 A.I.는 건축에 해악인가 하는 도덕적 논쟁보다, 잘 이용해서 생산성을 향상하고 디자인 초기에 대지 분석과 프레젠테이션, 후속 실무에 투입되는 디자인팀의 시간과 노력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해서 건축 디자인 산업에 맞는 생산성 향상에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건축 디자인 소프트웨어의 강자 오토데스크 사에서는 4년 전 발 빠르게 대지분석과 건축 스페이스 프로그래밍에 사용할 수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 프로그램 ‘스페이스메이커(Spacemaker)’를 원래 개발자로부터 2억 4천만 달러에 인수해서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머지않은 미래에 이 프로그램들이 다시 건축계의 일상에 침투해 들어올 수 있다.
기조연설자 (Keynote speaker)
- 산제이 굽타 박사(Dr. Sanjay Gupta)
매년 AIA 컨퍼런스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를 가장 잘 표출하는 부분이 기조연설의 연사들이다. 올해는 건강과 행복(Health and Well-being)에 대한 연사들이 기조 연설자로 나왔다.
저명한 뇌신경외과의사로서 CNN의 특파원이기도 한 산제이 굽타 박사(Dr. Sanjay Gupta)가 나와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의료비를 지출하는 나라인 미국의 보건 의료에 대한 고민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미국은 병을 치료하는데 들어가는 기술과 비용이 엄청난 나라다. 그러나 이 비용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예방의학에 투자하면 더 큰 성과를 거둘 텐데, 현실은 심혈관, 당뇨, 암 등의 이미 중증으로 악화된 질환을 치료하는데 엄청난 돈을 쓰는 산업 위주로 고착된 의료산업의 현실을 비판하면서, 병원에서는 가장 환자의 기본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디자인 전문가들이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고통스러운 치료의 과정 중에 자연광이 들어오는 창문에서 얼마나 큰 위로를 받는지, 밖으로 보이는 푸른 하늘과 나무들의 모습에서 어떻게 삶의 의지를 찾는지 이야기하면서 건축설계자들이 이런 환자들의 심리적 요인을 중시해 달라고 요청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인 자리였다. 굽타 박사는 건강한 공간, 환자들의 힐링을 고민하는 병원의 가장 기본적인 요구에 건축사들이 더 관심을 기울일 것을 촉구하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
국제 회장단 포럼 (International Presidents Forum)
세계 최대 건축사 단체의 중요 행사이니만치, 매년 마지막 날에는 세계 각국의 건축사 단체 회장단이 방문해서 AIA의 회장단과 세계 건축의 동향과 각국의 고민을 토론하고 공통의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가 열린다.
이번 국제 회장단 포럼 참석자들 중에는 영국 RIBA 회장 무이와 오키(Muyiwa Oki)가 돋보였다. 그는 RIBA 사상 최연소인 30대에 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밖에 아시아 건축사 기구 ARCASIA 회장 사이푸틴 아매드(Saifuddin Ahmad), 일본 JIA의 나오미 사토 회장, 말레이시아 PAM 회장, 한국 FIKA의 최창식 회장 등 세계 건축계 20개국의 회장들이 모였다.
미국 측에서는 국제 회장단 포럼(International President Forum)에 올해 회장인 킴벌리 다우델(Kimberly Dowdell)과 내년에 회장을 맡을 당선자 에블린 리(Everlyn Lee) 등이 총출동해서 각국 회장들과 건축이 당면한 과제를 두고 포럼을 열었다.
포럼에서는 크게 2가지 토론점이 있었다.
첫 번째로 도시 총괄 건축사(City architect)의 역할이 주는 중요성과 더불어 그들이 실제로 사회에 어떤 성과를 창출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두 번째는 사회에 공정한 건축사가 되기 위해, 건축사가 되는 과정부터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건축설계에 진출하는 인원들이 인증원으로부터 인증받지 않은 건축교육과정을 나온 경우라면 이 사람들이 건축사 시험을 볼 기회를 보장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해 토론이 이뤄졌다.
한국 건축계를 대표하는 FIKA에서는 올해 회장을 맡은 최창식 건축학회 회장과 이건섭 KIRA 국제위원장이 제 2 분임조에 참여해 토론을 진행했다. 이 분임조에는 AIA 회장 킴벌리 다우델, 영국 RIBA회장 무이와 오키(Muyiwa Oki), 브라질 건축사 회장, NCARB 차기회장 케네스 반 타인(Kenneth Van Tyne)등이 참석하는 비중 있는 자리였다.
미국의 자본주의 속성으로 인해 도시별로 건축정책을 조정하거나, 공공에 기여하는 건축사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AIA 회장 킴벌리 다우델의 발제 이후, 한국이 가진 제도로 총괄건축가 제도와 건축 기본법을 소개하자 상당한 관심을 모았다. 특히 킴벌리 다우델로부터 어떤 법적인 근거에 의해 운영되는 제도인지, 총괄건축가가 선정되는 절차는 어떤 것인지, 건축 관련 정책이 실제 어떤 방식으로 조정이 이루어지는지 등에 대해 다양한 질문이 있었다. 같은 분임조 토론에 참석한 RIBA 회장 무이와 오키도 한국의 사례가 더 알려질 필요가 있고, 연구사례가 될 만하다는 언급을 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두 번째 토론은 사회의 공정성, 포용성을 위해서 ‘건축사가 되는 다양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토론이었다. 이는 이 분임조에 참여한 NCARB 의 차기 회장인 케네스 반 타인(Kenneth R. Van Tine)이 주로 제기했다. 케네스는 현재 NCARB 수석부회장으로, 미국 건축사의 85%는 인증받은 건축교육과정을 졸업한 후 건축사 시험 합격을 통해 건축사가 된 사람들이지만 15% 정도의 인원, 즉 약 18,000명은 인증이 없는 학교 출신이거나, 아예 건축교육 없이 설계사무소에서 긴 실무수련을 쌓고 경력을 인정받아 건축사시험 합격을 통해 건축사로 활동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사회가 노력을 통해 건축계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으로 다양성과 공정성을 제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 또, 미국의 건축사시험과 자격 관리를 총괄하는 NCARB는 앞으로 이 다양성 보장을 주요 정책으로 펴나갈 것을 시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건축사 합격을 위한 다양한 경로를 보장하는 것(Multiple path to licensure) 은 우리의 건축사 제도에도 시사점이 적지 않다. 미국에서 진행되는 공정성, 포용성에 대한 논의는 물론 그 나라에 필요한 논의이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5년제 인증의 중요성에 압도되어 건축사가 되는 길을 단일화하고 비인증 학교나 건축을 전혀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이 시험에 도전하는 길을 아예 막아버린 현실을 볼 때 우리도 이 문제를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마무리에서 나온 AIA 회장의 발언을 소개한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미국 AIA가 힘쓰고 있는 분야는 탄소중립의 실현, 회복탄력성을 갖고 건강하며, 공정하고, 평등한 건축실현을 위해 건축실무의 자체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to transform the day-to-day practice of architecture to achieve a Zero-carbon, resilient, healthy, just, equitable built environment, for everyone.)
글·사진. 이건섭 Rhie, Gibson 대한건축사협회 국제위원회 위원장
이건섭 건축사 · (주)삼우 종합건축사사무소
대한건축사협회 국제위원장이자 (주)삼우 종합건축사사무소 전무이사이다. 연세대 건축과와 대학원에서 공부했으며 삼성미술관, 고려대 백주년기념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00년대 중반에는 미국 Virginia Tech에서 교환교수로 건축역사 및 이론을 가르쳤다. 현재 삼우설계 자문역으로 근무 중이며 글로벌 프로젝트 다수를 담당해왔다. 지은 책으로 네이버에서 오늘의 책으로 선정된 『20세기 건축의 모험』이 있다.
gibson.rhie@sam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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