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 31. 10:35ㆍ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Gwangmyeong Traditional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Center with the images and functions of tradition… “Hoping it will become a building that blurs internal and external boundaries and flexibly harmonizes with its surroundings”
‘광명전통무형유산전수관’은 광명농악과 서도소리 등 무형문화재를 보존하고 전승하기 위한 공간이다. 이 전수관은 기형도문화공원 내 삼각형 부지(전체 연면적 997.13㎡)에 위치하며, 공연장, 연습실, 교육실 등의 시설을 갖추고 2024년 8월에 개관했다. 오승태 건축사는 “광명이 지닌 소리와 전통의 이미지를 건축물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리의 리드미컬함을 외벽 곡면에 유선형으로 표현했고, 전통 이미지는 원형 지붕과 서까래를 통해 은유적으로 나타냈다. 2024년 12월 12일, 오승태 건축사를 직접 만나 그가 담고자 했던 건축적 의미와 작업 과정을 들어봤다.
# 가가호호, ‘건물이 좋다, 건축이 좋다’
광명전통무형유산전수관, 규모는 작지만 의미 있는 작업
박정연_간단한 자기소개와 더불어 사무소명의 작명 이유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오승태_건축사사무소 가가호호의 대표 건축사 오승태입니다. 파리 라빌레트 건축6대학에서 유학한 후, 공부를 이어가고자 파리 1대학교인 소르본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귀국했습니다. 2006년 정림건축에 신입으로 입사해 약 11∼12년 동안 실무경험을 쌓은 뒤, 2017년에 건축사사무소를 개업해 현재 8년 차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가가호호(家家戶戶)’는 ‘한 집 한 집, 집집마다’를 의미하는 기존의 ‘가가(家家)’에 ‘건물과 건축이 좋다’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이름입니다. 흔히 접할 수 있는 단어이기에 많은 분들이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아 친숙하게 느끼신다고 생각합니다.
박정연_‘광명전통무형유산전수관’을 작업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오승태_광명전통무형유산전수관은 설계공모를 통해 선정된 공공건축물입니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전통이라는 상징적 의미와 함께 광명농악이 지역에서 매우 유명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흥미를 느꼈습니다. 설계비와 규모가 작아도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 같아 계획안을 준비해 제출했는데, 운 좋게 당선돼 설계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 광명이 가진 소리·전통이 가진 이미지, 두 개의 형태 외형에 녹여내
협소한 삼각형 형태 부지에 다양한 프로그램 분배
박정연_저는 개인적으로 건축물이 대지의 형태와 조건을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기하학적인 원형의 오리지널한 형태를 찾으려 한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천창의 형태나 지붕이 날개처럼 살짝 꺾여 날아가는 듯한 부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또 목조 서까래를 연상시키는 부재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돋보였고, 곡면과 완성형 지붕 아래 무형문화재 예술인들이 펼칠 춤사위와 음악의 곡선미가 매력적인 공간으로 구현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광명전통무형유산전수관을 설계하시면서 특히 신경 쓰신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오승태_처음 설계공모가 시작되고 부지 답사를 갔을 때, 주어진 프로그램이 매우 많았던 반면 부지는 예상보다 작고 삼각형이라는 제약이 있었습니다. 이 협소한 공간에서 발주처가 요구한 공연장과 관리 프로그램을 어떻게 적절히 배치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물리적으로는 부지 중 산책로가 위치한 곡면 부분의 넓은 면적을 활용하고, 나머지 협소한 공간에는 관리용 사무공간을 배치하는 방안을 구상했습니다. 이를 통해 공간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면서도 기능을 충족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동시에, 전통문화유산전수관이라는 공간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광명이 가진 소리와 전통의 형태적 이미지를 건축물에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공원 내에 위치한 건물이니만큼 주변과 조화로운 통일감을 유지하며 과하지 않게 설계하는 것이 또 다른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전통성을 구현하기 위해 외형적 이미지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려 노력했습니다. 큰 지붕의 형태와 이를 지지하는 서까래의 모습 등 디자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현재는 없지만 원래 지붕을 받치는 기둥도 있었습니다. 철근콘크리트 구조이지만, 지붕 하부 공간에는 콘크리트 구조보를 제거하고 서까래 형태의 목재를 사용해 시각적으로 날렵하고 경쾌한 인상을 주고자 했습니다.
광명의 소리는 내부보다는 외부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산책로를 오가는 많은 사람들이 건물을 자연스럽게 접한다는 점을 고려해, 산책로와 건물이 맞닿는 접점에 소리의 리드미컬함을 담았습니다. 이를 곡면의 유선형 외벽에 적용해, 산책로에서 건물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건물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설계 의도와 결과물이 심사위원들에게 긍정적으로 평가받아 설계공모에서 당선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예산 부족·공공건축 한계 겪어
협의·추가 작업 등으로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며
원안 설계 어려움 극복 노력
박정연_작업하며 어려웠던 점과 그를 어떻게 해결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오승태_설계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공사비가 적었다는 점입니다. 공연장 설계 특성상 예산이 최소 50억 원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공사비는 35억 원에도 미치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원안에 계획했던 모든 요소를 반영할 수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서까래를 글루램으로 제작해 목구조로 구현하려던 계획은 실행하지 못했고, 결국 콘크리트보를 모두 제거한 후 헛보를 보내 목구조처럼 보이도록 치장해 디자인을 보완했습니다. 천창 또한 예산 문제로 삭제될 위기에 놓였으나, 발주처를 여러 차례 설득해 계획에 포함시킬 수 있었습니다. 외벽 역시 목재로 계획했지만, 공사비 문제로 외단열 시스템으로 대체하자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일주일간 설득을 이어간 끝에 추가 재정을 확보해 목재 외벽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건물 주변의 산책로는 1.5미터 정도의 레벨 차를 가진 경사지로, 관급 공사 특성상 BF(Barrier-Free) 예비인증과 관련된 시설 요건을 충족해야 했습니다. 인증이 없는 시설보다 무장애 편의시설 요건이 더 엄격했기 때문에 주출입구의 접근성을 확보하는 것이 큰 과제였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레벨 차를 줄이고 중간 접점을 설계했으며, 건물의 둥근 공연장을 중심으로 라운드 형태의 경사로를 계획했습니다. 그러나 BF 예비인증 기준에 따르면 라운드형 경사로는 처짐 문제로 허용이 어려웠습니다. 이에 설득을 통해 어느 정도 허용을 받아냈지만, 시공 단계에서도 산책로와 접근로가 만나는 주출입구의 접점을 해결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서까래 색상도 처음에는 핑크색으로 요청받았는데, 세부적인 부분까지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에 발주처와 자주 협의했습니다. 민간 건축물이라면 감리로서 모든 과정을 직접 관리할 수 있었겠지만, 공공 건축물에서는 창호, 문, 색상 등 세부 항목을 직접 선택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매주 두 번씩 현장을 방문하며 발주처와 협의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갔습니다. 베이지 톤의 출입문은 색상 변경을 요청했지만, 최종적으로 발주처가 선택한 색상으로 결정됐습니다.
박정연_굉장히 중요한 요소들이 바뀔 뻔했군요.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작업 과정에 구체적인 어려움들이 있었네요.
오승태_처음에는 부족한 공사비로 인해 설계 과정에서 원안을 유지하려다 보니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공사 단계에서는 물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공사와 함께 많은 고민을 나눴습니다. 특히 지붕은 수평적인 직선 형태가 아니라 곡선이 위로 올라가는 형태였는데, 이 곡선을 콘크리트로 구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붕 접점을 3D로 모두 모델링해 시공사에 제공했습니다.
시공의 어려움 때문에 한때는 지붕을 수평으로 단순화해 설계할까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위쪽 산책로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지붕을 보았을 때 뾰족하고 날카롭게 찌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전통건축에서는 이런 날카로운 인상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떠올리며, 조금 어렵더라도 처마를 들어 올린 곡선의 느낌을 유지하자고 설득했습니다.
# 내·외부의 경계가 흐려지는 건축 희망
주변과 유연한 관계를 가질 수 있는 건축물 자주 작업하고파
박정연_공연장에 필요한 층고와 공간, 관람석의 높이, 그리고 대지의 형태와 활용 가능한 면적을 조화롭게 결합해 설계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앞으로 건축사님께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오승태_목표라기보다는 희망하는 건축 방향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다소 거창할 수도 있지만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경계가 흐려지는 건축을 추구하고 싶습니다. 과거 부산에서 근린생활시설을 설계할 때도 이러한 요소를 건축물에 녹여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당시 1층은 열린 공간으로 구성해 수직적인 중정 공간을 만들었고, 상부는 저장 공간으로 활용해 건물이 주변 환경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설계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건축물이 주변과 관계를 맺으며 유연한 연결을 이룰 수 있는 작업을 앞으로도 자주 시도하고 싶습니다. 물론, 쉽지 않은 도전이겠지만요.
박정연_마지막으로, 월간 <건축사>를 보고 계신 독자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오승태_제가 다른 분들께 무언가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최근 정치적인 어려움과 그로 인한 경제적인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건설 경기가 어려운 상황을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는 각자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지혜를 바탕으로 잘 견디며, 자신의 업을 꾸준히 이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설계공모와 관련해 여러 좋지 않은 사례들이 존재하는 만큼, 협회에서도 공정한 설계공모를 위한 더 적극적인 방안을 마련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인터뷰 오승태 건축사 O, Seung-Tae 건축사사무소 가가호호
대담 박정연 편집국장
글 육혜민 기자
사진 안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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