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2. 27. 10:05ㆍ아티클 | Article/법률이야기 | Archi & Law
Dispute Resolution in Construction Contracts
Ⅰ. 글의 첫머리에
건축공사는 우리 사회의 경제적·사회적 기반을 형성하는 핵심적 활동이다. 주택, 상업시설, 산업시설, 공공인프라 등 현대인의 일상은 건축공사의 성과물 위에서 유지된다. 건축공사는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종합적 활동으로서, 발주자인 건축주와 시공자인 수급인 사이의 도급계약을 기초로 진행된다.
건설산업은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대규모 자본과 인력이 투입되며, 공사기간도 장기화되는 특성이 있다. 공사도급계약은 건축주와 시공자 간의 권리·의무 관계를 명확히 하는 계약으로서, 건설 산업 전반의 법적 안정성을 좌우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거·상업·공공건축물이 빠르게 공급되고, 건설 관련 법령 및 기술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계약불이행, 대금미지급, 공사지연, 하자 발생 등 다양한 사유로 분쟁이 발생한다. 우리나라 건설 산업의 구조적 특성, 다단계 하도급 구조, 공공·민간의 이중적 발주체계, 복잡한 인허가 절차는 분쟁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건축공사도급계약을 둘러싼 분쟁은 단순히 민사적 갈등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비용과 신뢰 저하를 초래하며, 나아가 도시 발전과 주거 안정성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서는 건축공사도급계약의 법적 성질과 중요성을 살펴보고, 도급인과 수급인의 권리와 의무, 계약의 해제, 공사비, 지체상금, 선급금, 유치권 등에 관한 분쟁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검토기로 한다.
Ⅱ. 공사도급계약의 의의
공사도급계약은 도급인이 건축물의 ‘완성’을 위탁하고 수급인이 그 완성된 목적물을 도급인에게 인도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공사도급계약은 건물이라는 대규모 결과물을 대상으로 하므로, 고도의 기술적·행정적 절차와 제반 법규를 전제로 한다. 공사도급계약은 민법상의 단순한 채권계약이 아니라, 민법·행정법·건설법제·기술기준이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적 법률관계이다.
공사도급계약은 단순히 민법상 도급을 넘어, 건설산업기본법, 건축법, 하도급법,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1) 지방자치단체 조례 등 수많은 특별법과 교차하는 복합적 법률관계로 발전했다.
계약 주체도 다양해졌으며, 발주자·건축주뿐 아니라 시공사, 감리자, 설계자, 하도급사, 전문공사업체, 안전관리자, 감정평가사 등 다양한 전문가가 관여하게 되면서 이해관계 역시 복잡해졌다.
공사도급계약은 다음과 같은 특수성을 지닌다. 첫째, 대규모성과 장기성이다. 건축공사는 통상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진행되며,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다. 그 과정에서 사회·경제적 변수, 설계 변경, 인허가 문제 등이 수시로 발생하므로 계약 내용의 변경 가능성이 높다.
둘째, 다단계적 구조이다. 시공자는 다시 전문건설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경우가 많고, 이 과정에서 하도급 대금 체불, 품질관리 소홀, 책임 소재 불명확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셋째, 공공성과 규제성이다. 건축공사는 공공안전 및 환경과 밀접히 관련되므로, 건축법, 건설산업기본법, 주택법, 국토계획법 등 다수의 법령이 적용된다.
건축공사도급계약은 단순히 계약서에 서명하는 행위가 아니라, 설계 확정 → 견적 → 계약 → 인허가 → 공사 착수에 이르는 일련의 절차가 체계적으로 연결된 구조다. 공사의 성공 여부는 이 초기 단계에서 상당 부분 결정되며, 이후 발생하는 대부분의 분쟁 역시 체결 구조상의 문제에서 기인한다.
Ⅲ. 공사도급계약의 중요성
오늘날 건설 산업은 크게 네 가지 변화에 직면해 있다. 첫째, 자재비, 인건비, 물류비 등 비용요소의 급변은 도급계약의 가격 조정 문제와 직결된다. 총액도급 방식2)이 일반적인 국내 환경에서, 이러한 변동은 공사비 증액·감액 분쟁으로 이어진다.
둘째,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발주자·시공사·감리의 안전관리 의무는 법적 리스크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도급관계에서 안전책임의 배분은 계약서 단계에서 명확히 다루어야 할 핵심 사안이 되었다. 셋째, 설계도서의 완전성과 감리자의 관리감독 책임은 공사 품질과 직결되며, 이에 대한 분쟁도 급증하고 있다.
넷째, 공기가 한 달만 지연되어도 발주자·시공사 모두에게 큰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에서, 지체상금 조항과 공정표는 도급계약의 핵심 요소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도급계약 문구 하나가 막대한 법적·경제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공사도급계약은 건축공사의 설계도와 시방서 등 정해진 기준에 따라 ‘완성된 건물’이라는 결과물을 인도받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민법상 도급계약이다. 단순한 시공 요청이 아니라, 건축주의 재산·사업·주거 등 삶의 기반을 형성하는 건물을 완성하는 핵심 법률 행위로써 법적·기술적·경제적 책임이 복합적으로 얽힌 종합계약이다.
건축공사는 공사기간이 길고 금액이 크며, 설계·감리·인허가·자재·공정관리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동시에 작동한다. 공사비, 공정, 품질, 시공 방법, 자재 사양, 안전관리, 변경·추가 공사 처리, 하자담보책임 등이 모두 계약에 의해 규율된다. 건축공사 분야는 변경공사, 지체상금, 공사대금 지급 방식, 하자보수 책임, 감리권한 및 설계변경 승인 절차, 불가항력 사유, 안전사고 책임 등에서 분쟁이 많이 발생한다.3)
공사도급계약은 건축법·주택법·건설산업기본법·하도급법 등 다수의 공법과 결합되어 실질적인 규제 효과를 가진다. 공사비 증감은 하도급 규제와 연결되고, 안전관리 의무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책임과 결합되며, 하자담보책임은 주택법·민법이 동시에 적용된다. 건축공사도급계약은 사법과 공법이 교차하는 복합적 법률관계의 중심축이다.4)
공사도급계약이 명확하고 체계적으로 작성될수록 공정은 안정되고, 비용·기간·품질에 관한 리스크는 줄어들며, 건축주는 원하는 목적물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건축공사도급계약은 건축 프로젝트 전 과정의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관리수단이다.
Ⅳ. 공사도급계약의 일반적 구조
민법 제664조는 “도급은 당사자 일방이 어떤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라고 규정한다. 도급계약은 성과지향적 계약이라는 점에서 고용계약과 구별되며, 당사자 사이의 합의만으로 성립하는 낙성·쌍무·유상계약의 성격을 가진다.
공사도급계약은 민법상 도급계약의 일반 원리에 따르지만, 단순한 도급과 달리 건설산업기본법, 건축법, 하도급법 등 특별법의 규율을 받는다. 특히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는 건설공사의 도급·하도급에 관한 기본 규정을 두고 있으며, 건축법은 공사의 안전성·공공성을 규율한다.
일반 도급계약은 소규모 공사나 단순한 용역 수행에도 적용되지만, 건축공사도급계약은 수억 원에서 수천억 원의 자금이 투입되고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진행된다. 따라서 단순한 쌍무계약을 넘어서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
시공자는 전체 공정을 직접 수행하기보다 전문건설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과정에서 하도급 대금 미지급, 품질관리 소홀, 책임소재 불명확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5)
건축공사는 개인의 재산적 이익뿐 아니라 안전, 환경, 도시계획 등 공공적 가치와 직결된다. 건축법, 국토계획법, 환경영향평가법 등 다수의 규제 법령이 동시에 적용된다. 이는 계약자유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며, 건축공사도급계약은 공법적 규율과 사법적 계약의 혼합적 성격을 띤다.
공동이행방식의 공동수급체는 기본적으로 민법상의 조합의 성질을 가진다. 공동수급체가 공사를 시행함으로 인하여 도급인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은 원칙적으로 공동수급체의 구성원에게 합유적으로 귀속하는 것이다.6)
공동이행방식의 공동수급체와 도급인이 공사도급계약에서 발생한 채권과 관련하여 공동수급체가 아닌 개별 구성원으로 하여금 그 지분비율에 따라 직접 도급인에 대하여 권리를 취득하게 하는 약정을 하는 경우와 같이 공사도급계약의 내용에 따라서는 공사도급계약과 관련하여 도급인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이 공동수급체의 구성원 각자에게 그 지분비율에 따라 구분하여 귀속될 수도 있고, 위와 같은 약정은 명시적으로는 물론 묵시적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다(대법원 2012. 5. 17. 선고 2009다105406 전원합의체 판결).
Ⅴ. 도급인과 수급인의 권리와 의무
공사도급계약에서 도급인은 공사 목적물의 완성을 위탁한 주체로서 계약의 기본 방향을 설정하고 공사의 최종 결과를 수령·이용하는 지위에 있다. 도급인은 공사의 설계, 목적, 품질 수준을 명확하게 지정할 권리를 가지며, 수급인이 계약 내용과 다르게 시공하는 경우 시정 요구, 공사중지 요구, 계약 해제·해지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7)
도급인의 가장 핵심적인 의무는 수급인에게 계약된 공사대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도급인은 공사 성질·규모에 따라 선급금 지급, 기성고에 따른 중도금 지급, 준공 후 잔금 지급 등의 방식으로 약정된 기일에 대금을 지급해야 하며, 지체 시 이자 지급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도급인은 설계도서·현장·인허가 등의 공사 수행을 위한 기본 환경을 제공해야 하고, 자신의 지시 또는 잘못된 설계로 인해 발생한 하자나 지연에 대하여 책임을 질 수 있다. 공사현장을 제공하지 못하거나 인허가 취득 지연, 토지 경계 문제 등으로 공사가 지체되는 경우 도급인의 귀책사유에 따른 지체가 되어 수급인에게 손해배상 책임까지 발생한다.
도급인은 공사 과정에서 안전관리·품질관리 의무를 수급인에게 부여할 수 있으나, 발주자로서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위험에 대하여 필요한 협조 조치를 해야 한다. 수급인이 계약대로 시공할 수 없을 정도의 사정을 알게 되면 이를 즉시 통지·조정해야 하며, 공사범위 변경, 추가공사 필요 등이 발생할 경우 계약 변경 절차를 적법하게 밟을 책임이 있다.
도급인은 완성된 목적물에 대하여 수령 의무를 가진다. 공사가 약정대로 완성되었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인수를 거부할 경우 도급인은 지체 책임을 진다. 수령 후 발견되는 하자에 대해서는 수급인에게 하자보수 또는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법률 또는 계약에서 정한 하자담보책임 기간 동안 이를 행사할 수 있다.
수급인은 도급인의 요구에 따라 공사를 ‘완성’하여 인도할 의무를 진다. 수급인의 가장 본질적인 의무는 계약에서 정한 설계, 공사 범위, 품질 기준, 공사 기간을 준수하여 완성된 결과물을 제공하는 것이다. 수급인은 독립한 전문 기술자로서 공사 수행에 필요한 자재·장비·노무를 스스로 조달해야 하며, 통상적인 시공방법뿐 아니라 안전관리·품질관리 체계를 구축할 책임이 있다.8)
수급인은 도급인의 지시가 법규에 위반되거나 기술적으로 잘못되어 공사 안전 또는 품질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될 때는 즉시 도급인에게 통지해야 한다. 이를 통지하지 않고 지시대로 시공하여 하자가 발생하면 그 책임을 부담한다.9)
수급인은 계약된 공사대금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 통상 기성고에 따라 공정률만큼 대금을 청구할 수 있으며, 도급인이 지급을 지체할 경우 지연이자 또는 공사중지권, 나아가 계약해지권이 발생할 수 있다.
부당한 설계 변경 요구나 추가 공사 지시가 있는 경우 수급인은 정당한 보상을 요구할 권리를 가진다. 추가·변경공사가 이루어질 때는 반드시 서면 계약 또는 도급인의 명시적 승낙이 필요하며, 이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경우 추후 분쟁에서 대금 지급이 인정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
수급인은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 방지와 안전조치를 취할 책임도 진다. 근로자 보호, 위험물 관리, 현장 안전시설 설치 등은 수급인의 필수적 의무로, 안전조치 미흡으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10)
수급인은 준공 후 인도 의무를 가진다. 공사가 약정대로 완성되면 도급인에게 통지하고 준공검사를 요청해야 하며, 도급인의 정당한 요구가 있으면 보수 후 재검사를 받아야 한다. 준공이 인정된 이후에는 하자보수 의무가 시작되고, 계약 또는 법률에서 정한 담보책임 기간 동안 하자에 책임을 진다.
Ⅵ. 공사도급계약의 해제
공사도급계약은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건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이에 대해 도급인이 보수를 지급하는 계약으로, 장기간·고액의 경제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점에서 엄격한 계약 이행이 요구된다. 계약의 해제는 제한적이면서도 중요한 법적 효과를 가져오며, 민법 규정과 판례가 정립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민법 제673조에서 도급인으로 하여금 자유로운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수급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도급인의 일방적인 의사에 기한 도급계약 해제를 인정하는 대신, 도급인의 일방적인 계약해제로 인하여 수급인이 입게 될 손해, 즉 수급인이 이미 지출한 비용과 일을 완성하였더라면 얻었을 이익을 합한 금액을 배상하게 하는 것이다(대법원 2013. 5. 24. 선고 2012다39769, 39776 판결 참조).
수급인이 그 일의 완성을 위하여들이지 않게 된 자신의 노력을 타에 사용하여 소득을 얻었거나 또는 얻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태만이나 과실에 의하여 얻지 못한 소득 및 일의 완성을 위하여 준비하여 둔 재료를 사용하지 아니하게 되어 타에 사용 또는 처분하여 얻을 수 있는 대가 상당액은 당연히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공제되어야 한다(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37296, 37302 판결 참조).
수급인이 공사 기일을 지키지 못하거나, 시공 품질이 현저히 불량하거나, 계약의 본질적 부분을 위반한 경우 도급인은 최고 후 해제가 가능하다. 도급인은 수급인의 손해까지 배상할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수급인이 도급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도 있다. 다만, 해제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계약 목적 달성이 어려운 정도의 중대한 위반”임을 입증해야 한다.
수급인 또한 도급인의 대금지급 지연·중단, 현장 인도 거부, 설계도서 제공 지연 등으로 인해 공사 진행이 현저히 불가능하게 된 경우 상대방 귀책에 따른 해제를 주장할 수 있다.
계약 해제의 효과로는 원상회복 원칙이 적용되지만, 이미 완성된 공사 부분에 대해서는 성질상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므로, 통상 기성 부분 공사대금 정산, 손해배상 문제가 남는다. 해제 후 도급인은 다른 시공업체를 선정할 수 있으나, 기존 공사물의 하자·책임, 설계변경 여부 등 추가 분쟁이 발생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공사도급계약의 해제는 단순히 계약을 끊는 절차가 아니라, 기성고 평가·손해배상 범위·하자 책임·대체 시공 비용 등 복잡한 법률문제와 직결된다. 해제를 검토할 때는 계약서 조항·현장 상황·공정률·대금 지급 내역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계약이 합의에 따라 해제되거나 해지된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을 하기로 특약하거나 손해배상청구를 유보하는 의사표시를 하는 등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11)
도급인의 귀책사유로 수급인이 도급계약을 해제한 경우에도 도급인은 수급인이 이미 지출한 비용과 일을 완성하였더라면 얻었을 이익을 합한 금액을 배상하여야 한다.
공사도급계약이 해제된 경우에 해제될 당시 공사가 상당한 정도로 진척되어 이를 원상회복하는 것이 중대한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완성된 부분이 도급인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에 도급계약은 미완성 부분에 대하여만 실효되고 수급인은 해제한 상태 그대로 그 공사물을 도급인에게 인도하며, 도급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도받은 공사물의 완성도나 기성고 등을 참작하여 이에 상응하는 보수를 지급하여야 하는 권리의무관계가 성립한다.
수급인이 공사를 완공하지 못한 채 공사도급계약이 해제되어 기성고에 따른 공사비를 정산하여야 할 경우, 기성 부분과 미시공 부분에 실제로 들어가거나 들어갈 공사비를 기초로 산출한 기성고 비율을 약정 공사비에 적용하여 그 공사비를 산정하여야 한다.
기성고 비율은 공사대금 지급의무가 발생한 시점, 즉 수급인이 공사를 중단할 당시를 기준으로 이미 완성된 부분에 들어간 공사비에다 미시공 부분을 완성하는 데 들어갈 공사비를 합친 전체 공사비 가운데 완성된 부분에 들어간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산정하여 확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2. 28. 선고 2014다83890 판결 등 참조).12)
계약의 합의해제는 명시적인 경우뿐만 아니라 묵시적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므로 계약 후 당사자 쌍방의 계약 실현 의사의 결여 또는 포기가 쌍방 당사자의 표시행위에 나타난 의사의 내용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일치하는 경우에는, 그 계약은 계약을 실현하지 아니할 당사자 쌍방의 의사가 일치됨으로써 묵시적으로 해제되었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1다63575 판결 등 참조).
민법 제544조에 의하여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려면, 당해 채무가 계약의 목적 달성에 있어 필요불가결하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면 계약의 목적이 달성되지 아니하여 채권자가 그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고 여겨질 정도의 주된 채무이어야 하고 그렇지 아니한 부수적 채무를 불이행한 데에 지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것이다(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5다53705,53712 판결 등 참조).13)
도급인이 수급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도급계약 해제의 의사표시를 하였으나 실제로는 채무불이행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밝혀진 경우, 도급계약의 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있었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위 의사표시에 민법 제673조에 따른 임의해제의 의사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22다246757 판결).
도급인이 수급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도급계약을 해제하면 수급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에 반하여 민법 제673조에 기하여 도급인이 도급계약을 해제하면 오히려 수급인에게 손해배상을 해주어야 하는 처지가 된다. 도급인으로서는 자신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으나 이제는 자신이 손해배상을 하여야 하는 결과가 된다면 이는 도급인의 의사에 반할 뿐 아니라 의사표시의 일반적인 해석의 원칙에도 반한다.
수급인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채무불이행 사실이 없으므로 도급인의 도급계약해제의 의사표시가 효력이 없다고 믿고 일을 계속하였는데, 민법 제673조에 따른 해제가 인정되면 그 사이에 진행한 일은 도급계약과 무관한 일을 한 것이 되고 그 사이에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 불 측의 손해를 입을 수 있다.
당사자 사이의 합의로 성립한 계약을 합의해제하기 위하여서는 계약이 성립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기존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키기로 하는 내용의 해제계약의 청약과 승낙이라는 서로 대립하는 의사표시가 합치될 것을 그 요건으로 하며, 이러한 합의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쌍방 당사자의 표시행위에 나타난 의사의 내용이 서로 객관적으로 일치하여야 한다.
계약의 합의해제는 묵시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으나, 계약이 묵시적으로 합의해제되었다고 하려면 계약의 성립 후에 당사자 쌍방의 계약실현의사의 결여 또는 포기로 인하여 당사자 쌍방의 계약을 실현하지 아니할 의사가 일치되어야만 한다.14)
Ⅶ. 공사대금
일반적으로 공사도급계약에서 공사대금의 지급의무와 공사의 완공의무가 반드시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도급인이 계약상 의무를 부담하는 공사 기성 부분에 대한 공사대금 지급의무를 지체하고 있고, 수급인이 공사를 완공하더라도 도급인이 공사대금의 지급채무를 이행하기 곤란한 현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수급인은 그러한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자신의 공사 완공의무를 거절할 수 있다(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3다60136 판결).15)
건축공사대금의 소멸시효기간은 3년이다(민법 제163조 제3호). 소멸시효기산점은 공사대금이 ‘지급할 수 있는 때’이다. 즉, 공사가 완성되었고, 공사대금을 청구할 수 있는 상태가 된 시점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시효제도의 존재이유는 영속된 사실 상태를 존중하고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고 특히 소멸시효에 있어서는 후자의 의미가 강하므로, 권리자가 재판상 그 권리를 주장하여 권리 위에 잠자는 것이 아님을 표명한 때에는 시효중단 사유가 된다.
시효중단 사유로서의 재판상의 청구에는 소멸시효 대상인 그 권리 자체의 이행청구나 확인청구를 하는 경우만이 아니라, 그 권리가 발생한 기본적 법률관계를 기초로 하여 소의 형식으로 주장하는 경우 또는 그 권리를 기초로 하거나 그것을 포함하여 형성된 후속 법률관계에 관한 청구를 하는 경우에도 그로써 권리실행의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때에는 이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16)
공동 건축사업을 위해 구성한 건축주 전원의 상호관계는 민법상의 조합이고, 건축주 전원이 주택 재건축 사업을 위해 출자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는 기존에 소유하였던 부동산에 대한 권리와 위 도급계약에 따른 도급인으로서의 권리는 조합의 재산으로서 합유재산이고, 그에 관한 소송은 합일 확정을 요하는 필수적 공동소송에 해당하여 건축주 전원을 당사자로 삼아야 한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2. 9. 선고 2022가단5085580 판결).
Ⅷ. 지체상금
공사도급계약에서 지체상금이란 수급인이 약정한 준공기한 내 공사를 완료하지 못한 경우, 도급인이 지연일 수에 비례하여 청구할 수 있는 일종의 예정손해배상금을 의미한다.17) 이는 공정 지연으로 인한 도급인의 경제적 손실을 미리 산정해 둠으로써 분쟁을 예방하고, 수급인에게 공정 준수의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제도이다.
지체상금약정은, 계약기간 준수(시간관리)를 강제하는 기능, 수급인의 지연으로 인해 건축주가 입게 되는 영업손실·임대지연·금융비용 증가 등 불확정 손해를 간접적으로 보전하는 기능, 실제 손해의 발생 및 금액을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의 분쟁 예방 기능을 가진다.18)
지체상금의 법적 근거는 민법 제398조(손해배상 예정)이며, 건설산업기본법, 국가계약법 등 공공계약 규정에서도 준공지연에 대한 지체상금률을 명시하고 있다. 통상 민간 건축계약에서는 1일당 공사금액의 1/1,000~1/3,000 정도를 지체상금률로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공공 공사에서는 1/1,000 비율이 가장 널리 사용된다.
지체상금은 원칙적으로 약정이 있어야 청구가 가능하다. 약정이 없다면 도급인은 직접 실제 손해액을 입증해야 하나, 이는 건설 현장의 복잡성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아 실무에서는 거의 항상 지체상금 조항을 둔다.
지체상금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 준공기한의 도래, ② 수급인의 귀책 있는 지연, ③ 지연일 수 산정, 이 세 요소가 충족되어야 한다. 다만 지연의 원인이 도급인에게 있는 경우(설계 변경, 현장 인도 지연, 대금 미지급 등)에는 지체상금이 감액되거나 부과되지 않는다. 또한 천재지변, 불가항력, 부당한 공정 간섭 등 수급인 책임이 없는 사유는 지체상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실무에서는 지체일 수 산정이 핵심 분쟁 포인트가 된다. 공정표 변경, 추가·변경 공사, 도급인의 자료 제공 지연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수급인이 책임질 수 있는 지연분만 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준공검사 지연이 도급인의 책임인지 여부, 부분 준공 인정 여부 등도 산정에 영향을 미친다.
지체상금 분쟁의 주된 원인은, 지체의 귀책사유가 누구에게 있는지의 다툼, 추가변경공사 및 공정표 조정의 미비, 부분준공·사용승인 관련 분쟁, 지체상금률의 과다 여부, 감리·발주자의 승인 지연 등이다.
지체상금 제도는 건설 프로젝트의 시간 관리와 계약 안정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정확한 산정과 책임 귀속 판단은 공정 관리 자료, 회의록, 변경계약서 등 객관적 근거가 필수적이므로, 계약 단계에서부터 적정 지체상금률·지연 사유 판단 기준·공정 조정 절차를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분쟁 예방의 핵심이다.
수급인이 완공기한 내에 공사를 완성하지 못한 채 공사를 중단하고 계약이 해제된 결과 완공이 지연된 경우에 있어서 지체상금은 약정 준공일 다음날부터 발생하되 그 종기는 수급인이 공사를 중단하거나 기타 해제사유가 있어 도급인이 공사도급계약을 해제·해지할 수 있었을 때(실제로 해제·해지한 때가 아니다)부터 도급인이 다른 업자에게 맡겨서 공사를 완성할 수 있었던 시점까지이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41137,41144 판결 등 참조).
지체상금은 약정된 준공기일의 익일부터 발생하고, 종기는 수급인이 공사를 중단하거나 기타 해제사유가 있어 실제로 해제한 때가 아니고 이를 해제할 수 있었을 때로부터 도급인이 다른 업자에게 의뢰하여 건물을 완성할 수 있었던 기간이 경과하기까지의 시점이다.19)
일반적으로 수급인이 공사도급계약상 공사기간을 약정함에 있어서는 통상 기후의 영향으로 정상적으로 작업을 하지 못하는 것까지 감안하고 이를 계약에 반영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천재지변에 준하는 이례적인 강우가 아니라면 지체상금의 면책사유로 삼을 수 없다(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다1386 판결 등 참조).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경우 다른 특약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손해가 예정액에 포함되고, 그 계약과 관련하여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채무불이행과 별도의 행위를 원인으로 손해가 발생하여 불법행위 또는 부당이득이 성립한 경우 그 손해는 예정액에서 제외되지만, 계약 당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로 예정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를 발생시킨 원인행위의 법적 성격과 상관없이 그 손해는 예정액에 포함되므로 예정액과 별도로 배상 또는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6다274270,274287 판결).
민법 제398조 제2항에 의하여 법원이 예정액을 감액할 수 있는 ‘부당히 과다한 경우’라 함은 손해가 없다든가 손해액이 예정액보다 적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계약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의 목적, 손해배상액 예정의 경위 및 거래관행 기타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그와 같은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1. 3. 27. 선고 90다14478 판결 등 참조).
지체상금에 관한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므로, 분양자가 약정된 기간 내에 그 일을 완성하여 수분양자에게 인도하지 아니하여 지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경우, 법원은 민법 제398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계약 당사자의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지체상금을 예정한 동기, 실제의 손해와 그 지체상금액의 대비, 그 당시의 거래관행 및 경제상태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약정에 따라 산정한 지체상금액이 일반 사회인이 납득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이를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다1386 판결 등 참조).
Ⅸ. 선급금
공사도급계약에서 선급금은 공사의 착공 초기 단계에서 필요한 자재비·노무비·장비동원비 등을 확보하도록 하기 위해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미리 지급하는 금원을 말한다. 공사는 초기 투입비용이 크고 현금 흐름이 불안정해지기 쉬운 특성이 있어, 선급금 제도는 공사의 안정적인 출발과 공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20)
선급금은 공사대금의 일부를 계약 초기에 앞당겨 지급하는 것이므로, 도급인의 자금 위험을 줄이기 위해 통상 선급금보증서 제출을 조건으로 한다. 이는 수급인이 공사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거나 파산하는 경우, 선급금을 보증기관이 대신 반환하는 제도로서 도급인의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보증금액은 선급금 전액을 기준으로 하며, 보증기관으로는 보통 건설보증, 기술보증보험 등이 활용된다.
선급금의 규모는 보통 공사금액의 10~20% 범위에서 약정되며, 지급 시점은 계약 체결일, 착공일, 착공계 접수일 등으로 정한다. 지급 이후 선급금은 공정 진행에 따라 기성대가 지급 시 상환된다. 즉, 기성검사를 통해 지급될 금액에서 일정 비율을 차감하여 선급금을 순차적으로 회수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공정표와 기성검사는 선급금 관리의 핵심 기준이 된다.
수급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공사를 지연하거나 중단할 경우, 도급인은 계약에 따라 선급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이는 보증기관을 통해 회수될 수도 있다. 반대로 도급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선급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이는 도급인의 채무불이행으로 평가될 수 있어 수급인의 공사 중지권 또는 계약 해제권이 인정될 여지도 있다.
선급금은 단순한 자금 지원이 아니라 공사 초기 자금 조달 구조를 안정화하는 핵심 제도이기 때문에, 계약 단계에서 지급 조건, 보증 요건, 상환 방식, 환수 절차 등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분쟁 예방의 핵심이다.21)
도급인이 선급금을 지급한 후 도급계약이 해제되거나 해지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도의 상계 의사표시 없이 그때까지 기성고에 해당하는 공사대금 중 미지급액은 당연히 선급금으로 충당되고 공사대금이 남아 있으면 도급인은 그 금액에 한하여 지급의무가 있다. 거꾸로 선급금이 미지급 공사대금에 충당되고 남는다면 수급인이 남은 선급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4다11574, 11581 판결).
선급금의 지급은 실제 금원의 교부 없이 도급인이 수급인의 기존 채무를 공사대금에 공제하는 방식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고, 나아가 당사자 간 사이에 실제 금원의 교부가 없이 공사도급계약에 관한 공사대금의 지급방법에 관한 특별한 약정에 따라 그 대금이 지급된 것으로 갈음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기성고에 해당하는 공사대금의 충당은 실제 금원의 교부가 있었다는 것을 전제로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창원지방법원 2024. 5. 9. 선고 2021가합55015 판결).
Ⅹ. 유치권
공사도급계약에서 유치권이란, 수급인이 도급인으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경우, 적법하게 점유하고 있는 공사 목적물을 인도하지 않고 점유를 계속함으로써 채권의 변제를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민법상 담보물권이다. 민법 제320조에 근거하며, 별도의 약정이나 등기 없이도 법률상 당연히 성립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유치권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① 수급인의 공사대금채권이 변제기에 있을 것, ② 그 채권이 목적물과 견련성을 가질 것(해당 건축공사로 발생한 채권일 것), ③ 수급인이 목적물을 적법·계속적으로 점유하고 있을 것, ④ 당사자 사이에 유치권 배제 특약이 없을 것이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점유는 핵심 요건으로, 공사 현장에서의 실질적·배타적 지배가 인정되지 않으면 유치권은 부정될 수 있다.
유치권자는 목적물을 사용·수익 할 수는 없고, 단지 점유를 통해 인도를 거절할 수 있을 뿐이며, 공사대금 전액이 변제되면 유치권은 소멸한다. 실무에서는 도급인의 파산, 경매 절차에서 유치권 주장이 빈번하나, 가공의 점유, 형식적 점유, 경매개시 후 점유 등은 엄격히 배척된다.22)
제한물권은 이해관계인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 한 자유로이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유치권은 채권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정담보물권으로서, 당사자는 미리 유치권의 발생을 막는 특약을 할 수 있고 이러한 특약은 유효하다.23) 유치권의 포기로 인한 유치권의 소멸은 유치권 포기의 의사표시 상대방뿐 아니라 그 이외의 사람도 주장할 수 있다(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4다52087 판결 등 참조).
소극적 확인소송에서는 원고가 먼저 청구를 특정하여 채무발생원인 사실을 부정하는 주장을 하면 채권자인 피고는 권리관계의 요건사실에 관하여 주장·증명책임을 부담하므로, 유치권 부존재 확인소송에서 유치권의 요건사실인 유치권의 목적물과 견련관계있는 채권의 존재와 그 점유 사실에 대해서는 피고가 주장·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다99409 판결 등 참조).
근저당권자에게 담보목적물에 관하여 유치권의 부존재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는 것은 경매절차에서 유치권이 주장됨으로써 낮은 가격에 입찰이 이루어져 근저당권자의 배당액이 줄어들 위험이 있다는 데에 근거가 있다.24)
민법 제320조에서 규정한 유치권의 성립요건이자 존속요건인 점유는 사회통념상 그 사람의 사실적 지배에 속한다고 보이는 객관적 관계에 있는 것을 말한다. 이때 사실적 지배는 반드시 물건을 물리적, 현실적으로 지배하는 것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과 사람과의 시간적·공간적 관계와 본권 관계, 타인 지배의 배제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사회관념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지만, 그러한 사실적 지배에 속하는 객관적 관계에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타인의 간섭을 배제하는 면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점유보조자란 가사상, 영업상 기타 유사한 관계에 의하여 타인의 지시를 받아 물건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하는 자로서(민법 제195조), 여기서 말하는 기타 유사한 관계는 타인의 지시를 받고 이에 따라야 할 관계로서 사회관념상 점유를 보조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말한다.
하나의 물건에 대한 여러 사람의 점유를 동시에 보조하는 것도 가능하나 그 각 점유가 객관적으로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또한 유치권부존재확인소송에서는 그 유치권을 주장하는 사람이 그 성립 및 존속의 요건사실을 주장·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3다84971 판결 참조).
XI. 하자담보책임
공사도급계약에서 수급인(공사업자)의 하자담보책임이란, 완성된 건축물이 계약 내용 또는 통상의 품질에 미치지 못하는 하자를 가진 경우, 그 하자를 보수하거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의미한다. 이는 민법 제667조 이하의 규정에 근거하며, 건축물이라는 특성상 구조적 안정성·안전·기능성에 관한 결함이 사회적·경제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법적 책임이다.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은 하자의 존재, 통지, 담보책임기간이라는 세 요소에 의해 실무에서 판단된다. 우선, 하자란 계약상 정한 설계도면·시방서에 부합하지 않거나 통상의 품질·성능에 미달하는 상태를 말한다. 구조 균열, 방수 불량, 마감재 탈락, 설비 기능 미비 등이 이에 포함된다. 하자가 발생하면 도급인은 수급인에게 하자보수 요구를 할 수 있다.
하자담보책임기간은 민법상 원칙적으로 목적물을 인도받은 날로부터 5년(석조 등 견고한 건물은 10년, 기타 공작물은 1년) 간 지속되나, 주택법, 공동주택관리법 등 특별법이 적용되는 경우 공종별로 별도의 책임기간(예: 구조 10년, 마감 2년 등)을 두는 경우가 많다. 민간 건축에서도 보통 계약에서 하자담보기간을 구체적으로 정하는데, 통상 1~2년, 주요 구조부는 5년 이상으로 약정하는 사례가 많다.
수급인의 책임은 무제한이 아니며, 도급인 또는 제3자의 사용상 과실, 자연적 노후화, 설계 자체의 하자, 불가항력적 사유 등은 책임에서 제외된다. 또한 공사 과정에서 도급인이 부적절한 지시를 했거나, 설계변경을 요구한 결과 발생한 하자라면 수급인의 책임이 제한될 수 있다.25)
하자담보책임은 공사의 품질을 보장하는 핵심 제도이므로, 계약 단계에서 하자의 정의, 하자보수절차, 하자담보기간, 비용 부담, 보수 불응 시 조치 등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분쟁 예방의 핵심이다.
XII. 공사도급계약 분쟁 해결 방안
공사도급계약의 이행 과정에서 가장 분쟁이 심한 부분은 공사대금, 공기(기간) 지연, 설계변경 및 추가공사다. 공사대금은 기성 산정방식, 공정률 평가, 지급 시기와 조건을 둘러싸고 다툼이 잦다. 공기 지연은 천재지변·발주자 지시·시공자 과실이 뒤섞여 책임 귀속이 어렵다. 설계변경과 추가공사는 범위와 단가, 증빙이 불명확해 갈등을 키운다. 결국 계약서의 모호한 조항, 책임범위 오해, 현장 소통 부족이 핵심 원인이다.
공사도급계약에서 가장 빈번히 나타나는 문제는 계약 조건의 불명확성이다. 계약서에 공사 범위, 대금 산정 방식, 지급 조건, 하도급 관리, 설계변경에 따른 책임 귀속 등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으면, 해석상 차이가 발생해 분쟁으로 이어진다.
공사비를 둘러싼 분쟁은 도급계약에서 가장 핵심적인 갈등 요인이다. 물가상승, 설계변경, 추가 공사 발생 시 비용 부담 주체를 두고 첨예한 대립이 발생한다. 또한 기성금 지급이 지연되거나, 건축주가 자금난을 이유로 지급을 회피하는 경우 시공자의 현금흐름에 심각한 차질이 생기게 된다.
공사기간은 계약의 핵심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못한 천재지변, 인허가 지연, 건축주의 승인 절차 지연, 하도급자의 파업 등 다양한 변수로 인해 쉽게 지체된다. 이때 지체상금의 산정, 불가항력 인정 여부, 책임 주체에 대한 해석 차이로 분쟁이 발생한다.
시공 과정에서 자재의 불량 사용, 기술적 미숙, 관리 소홀로 하자가 발생하면, 하자보수 의무와 비용 분담 문제가 불거진다. 하자의 범위와 심각성, 하자담보책임 기간의 해석, 보수 방법의 적정성을 둘러싸고 당사자 간 갈등이 격화되기 쉽다.
건축허가, 사용승인, 환경 규제 등 행정적 요소도 분쟁 원인이 된다. 예컨대 건축주가 인허가 취득에 필요한 자료를 제때 제공하지 않거나, 불법 증축을 요구하는 경우, 시공자는 법규 준수와 계약 이행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공사도급계약을 둘러싼 분쟁을 해결하고, 동시에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계약 단계 - 이행 단계 - 분쟁 발생 단계를 구분해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쟁은 대부분 애매한 계약서, 소통 부재, 증빙 부족에서 시작되므로, 이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먼저, 계약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체성과 투명성이다. 표준도급계약서만으로는 부족하며, 공사범위, 설계변경 절차, 추가공사 승인 방식, 대금 지급 조건, 공기 연장 사유와 산정 방법, 하자담보 책임, 지체상금 등을 세밀하게 규정해야 한다.
특히 “필요시 협의한다” 같은 포괄 조항은 분쟁의 씨앗이 되므로, 가능한 한 수량·단가·기준을 수치화한다. 설계도서, 공사비 내역서, 일정표는 계약서의 일부로 명확히 편입시키고, 모든 합의는 반드시 서면화해야 한다.
둘째, 이행 단계에서는 기록과 소통이 분쟁을 줄인다. 공정회의를 정례화하고, 회의록·사진·영상·검측 기록·자재 투입 내역 등을 체계적으로 보관한다. 설계변경이나 추가공사가 발생하면, 발주자의 사전 승인과 단가협의를 거친 뒤 시행해야 하며, “일단 시공 후 협의”는 가장 위험한 선택이다.
공정 지연이 우려되면 즉시 통지하고, 지연 사유를 객관적 자료로 남겨 책임 귀속을 명확히 해야 한다. 발주자 역시 현장 요구를 지나치게 바꾸지 말고, 지시에 따른 비용·기간 영향(EOT·비용보상)을 합리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셋째, 분쟁 발생 단계에서는 감정보다 절차가 우선이다. 계약서가 정한 협의·조정 절차를 먼저 활용하고, 필요하면 전문가(감정인, 기술사, 변호사)의 의견을 통해 사실관계를 객관화한다. 공정거래조정원, 대한상사중재원 등 ADR 제도는 신속성과 비용 면에서 유용하다. 다만, 권리 보전을 위해 내용증명, 가압류, 공사대금 직접지급요청 등 법적 수단을 적시에 병행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예방의 관점에서 교육과 표준화가 중요하다. 발주자·시공자 모두 계약법, 공사관리, 분쟁사례에 대한 기본 교육을 정기적으로 받고, 표준 공정표·점검 체크리스트·문서 양식을 활용하면 실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신뢰를 토대로 하되, 신뢰를 문서와 절차로 확인하는 것?그 것이 건축도급 분쟁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ⅩⅢ. 글을 맺으며
공사도급계약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단순한 채무불이행이나 계약해석의 문제를 넘어, 설계·시공·감리·행정 전 과정에 걸친 구조적 불완전성과 이해관계의 충돌에서 비롯된다. 공사의 특성상 장기간에 걸쳐 다수의 주체가 관여하고, 공정의 변경과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분쟁은 사후적으로 불가피하게 표면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공사도급계약 분쟁의 해결은 사후적 분쟁 종결이 아니라, 사전적 예방과 합리적 관리의 관점에서 접근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계약 체결 단계에서 공사범위, 대금 산정 방식, 공정 관리, 설계변경 및 추가공사, 하자담보책임, 계약 해제·해지 사유 등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 김주덕 Kim, Choodeok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김주덕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김주덕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대구지검 특별수사부, 대전지검 특별수사부장, 제천지청장,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장, 대검찰청 환경과장, 법무부 검찰국 검사, 서울 중앙지검 공판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2022년 8월까지 법학전문대학원평가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cdla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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