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건축저작권의 주요 문제점 2026.10

2026. 10. 31. 10:05ㆍ아티클 | Article/법률이야기 | Archi & Law

Key Issues
for Architectural Copyright in the Age of AI

 

 

Ⅰ. 글의 첫머리에
인공지능(AI) 기술은 오늘날 창작과 산업 전반의 구조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으며, 건축 분야 역시 그 예외가 아니다. 과거 건축 설계가 인간 건축사의 경험, 미적 감각, 기술적 판단, 사회적 책임을 종합하여 이루어지는 고도의 전문적 창작 행위로 이해되었다면, 최근에는 생성형 AI와 데이터 기반 설계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설계 과정 자체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AI는 대규모 설계 데이터를 학습하여 평면 배치, 입면 구성, 구조 최적화, 에너지 효율 분석, 도시 맥락 검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의 의사결정을 보조하거나 일부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러한 변화는 건축 생산성의 향상과 창의적 가능성의 확장을 가져오는 동시에, 기존 법체계가 전제해 온 저작권 질서에 중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AI가 설계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는 시대에는 ‘누가 창작자인가’, ‘AI가 생성한 설계안은 저작물인가’, ‘기존 건축물을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는 것은 적법한가’, ‘AI가 모방한 설계 결과물이 기존 저작권을 침해하는가’와 같은 새로운 쟁점이 등장한다. 이는 단순히 기술 활용의 문제를 넘어, 건축 창작의 본질과 저작권 제도의 목적을 다시 묻는 과제라 할 수 있다.


건축저작권은 일반적인 문학·음악·미술 저작권과 달리 실용성과 공공성1)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점에서 더욱 복합적인 논의를 필요로 한다. 건축물은 토지 위에 구현되어 공중에게 개방되고, 안전·환경·도시계획 등 공익적 규제와 긴밀히 연결된다.


건축저작권은 창작자 보호와 함께 이용자 편익, 사회적 활용, 공공질서와의 균형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AI 기술이 이러한 영역에 도입될 경우, 단순한 권리 귀속 문제를 넘어 도시 경관의 획일화, 데이터 편향에 따른 설계 다양성의 저해,2) 책임 소재의 불명확성 등 새로운 사회적 위험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Ⅱ. 건축저작권의 의의
건축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건축적 형식으로 표현한 창작물로서, 기능적 목적을 넘어 일정한 창작성과 개성이 구현된 건축물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건축은 주거, 업무, 상업, 문화활동 등을 위한 실용적 공간을 제공하는 목적을 가지지만, 동시에 공간 구성, 비례, 형태, 재료, 빛과 동선의 계획 등을 통해 미적·문화적 가치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예술적 속성3)을 함께 지닌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건축저작물은 순수미술이나 문학과는 다른 방식으로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된다. 저작권법은 건축물 자체뿐 아니라 건축을 위한 설계도서, 도면, 모형 등도 일정한 창작성이 인정되면 보호 대상으로 보고 있다.


다만 모든 건축물이 곧바로 저작권 보호를 받는 것은 아니다. 건축저작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건물을 세웠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설계자의 창의적 선택과 개성이 표현되어 있어야 한다. 공간 배치의 독창성4), 외관 디자인의 차별성, 주변 환경과의 조화, 독특한 입면 구성 등이 나타난 경우에는 창작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하고 있다.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기 위해서 필요한 창작성이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어떠한 작품이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고 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음을 의미한다.5)


저작권법은 제4조 제1항 제5호에서 “건축물·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 그 밖의 건축저작물”을 저작물로 예시하고 있다. 설계도서와 같은 건축저작물은 예술성의 표현보다는 기능이나 실용적인 사상의 표현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기능적 저작물이다.


기능적 저작물은 그 표현하고자 하는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이 속하는 분야에서의 일반적인 표현방법, 규격 또는 그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 이용자의 이해의 편의성 등에 의하여 그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29 판결 등 참조).


건축사 실무에서 저작권의 의미는 매우 크다. 첫째, 설계도면과 제안서는 건축사의 핵심 자산이다. 경쟁입찰, 현상설계, 민간 프로젝트 제안 과정에서 제출되는 도면과 아이디어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된 결과물이며, 무단 복제·변형·재사용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 발주자가 계약 체결 없이 설계안을 임의 활용하거나, 타 설계자가 기존 안을 일부 수정해 사용하는 경우 저작권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둘째, 저작권은 건축사의 전문성과 시장가치를 보장하는 수단이다. 건축 설계는 단순 서비스 제공이 아니라 창의적 지식노동의 산물이며, 저작권 보호는 이에 대한 정당한 보상 구조를 가능하게 한다. 셋째, 실무에서는 계약과 저작권 관리가 중요하다. 설계계약서에는 설계도서의 사용 범위, 저작재산권 양도 여부, 2차적 저작물 작성 권한, 준공 후 사진·홍보물 활용 권리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 건축저작권 문제가 복잡해지고 분쟁이 증가하는 이유는 건축물이 단순한 구조물을 넘어 건축사의 창작적 표현이 담긴 저작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설계도서, 건축물의 외관과 공간구성뿐 아니라 3D 모델링, BIM, 디지털 이미지 등 보호 대상도 다양해지고 있다.


또한 하나의 건축물에 건축주·건축사·설계회사·시공자 등 여러 주체가 참여하면서 저작권의 귀속과 이용범위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특히 설계변경, 증축·리모델링, 설계도서의 무단사용과 복제, 유사 건축물의 건축 등이 빈번해지면서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도 어려워졌다.6)


Ⅲ. 건축저작물 보호체계 및 한계
저작권법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저작물로 보호하며, 그 유형 중 하나로 건축저작물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축물 자체가 창작성을 갖춘 경우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될 수 있으며, 건축을 위하여 작성된 설계도서, 도면, 모형, 투시도, 디지털 모델7) 등도 별도의 저작물로 보호될 수 있다.


이는 건축이 단순한 공학적 결과물이 아니라 예술성과 개성이 반영된 창작 행위라는 점을 법적으로 확인하는 의미를 가진다. 건축사는 자신의 설계 결과물에 대해 복제권, 배포권, 전시권, 2차적저작물작성권 등 저작재산권을 가지며, 성명표시권과 동일성유지권, 공표권 같은 저작인격권 역시 인정받을 수 있다.


현행 제도는 건축사의 창작 성과를 보호하기 위한 기본 구조를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제3자가 설계도면을 무단 복제하여 다른 공사에 사용하거나, 허락 없이 설계안을 변형하여 재사용하는 경우 저작권 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 또한 완성된 건축물의 외관이나 공간구성이 독창성을 갖춘다면, 이를 실질적으로 모방한 건축행위 역시 분쟁 대상이 된다.


최근에는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3D 모델링, 디지털 트윈 등 설계 데이터가 확대되면서 보호 대상 역시 아날로그 도면에서 디지털 저작물8)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건축 실무 환경 변화에 일정 부분 대응하는 긍정적 흐름으로 평가된다.


3D 모델링(3D Modeling)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실제 또는 가상의 물체를 가로·세로·높이를 가진 3차원 디지털 형태로 구현하는 기술이다. 점, 선, 면과 입체를 조합하여 물체의 형태와 크기, 구조를 만들고 재질·색상·빛 등을 적용해 현실에 가까운 모습으로 표현한다. 건축 분야에서는 건물의 외관과 내부 공간을 설계하고, 완공 전 형태와 공간감을 시각적으로 검토하는 데 활용된다. 특히 BIM, 디지털 트윈, 가상현실(VR), 3D 프린팅 및 AI 기반 건축설계와 결합되면서 설계·시공·유지관리 전 과정에서 중요한 디지털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은 현실에 존재하는 건물, 시설, 도시, 기계 등을 가상공간에 동일하거나 유사한 형태의 디지털 복제물로 구현하고, 실제 대상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연결하여 상태와 변화를 분석·예측하는 기술이다. 건축 분야에서는 BIM, IoT 센서, 3D 모델링, AI 등을 결합하여 건물의 에너지 사용, 설비 상태, 안전성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설계와 시공뿐 아니라 유지관리, 고장 예측, 재난 대응 및 도시계획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 스마트건축과 스마트시티의 핵심 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건축저작권의 경우 저작자는 저작한 때로부터 당연히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을 갖는다. 또한 설계자는 완성된 설계도서를 기초로 하여 별도의 설계 또는 시공 과정에 실질적 개변(새로운 창작)을 할 수 있는 권리도 아울러 가진다. 따라서 설계도서의 저작자는 자신의 저작권에 기하여 건축주나 다른 설계자, 시공자에 의한 단순한 복제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개변도 막을 수 있다.


설계도서 등이 완성되어 건축주에게 교부되고 그에 따라 설계비 중 상당 부분이 지급되었으며 그 설계도서 등에 따른 건축공사가 상당한 정도로 진척되어 이를 중단할 경우 중대한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게 되고 완성된 부분이 건축주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에는 건축사와 건축주와의 사이에 건축설계관계가 해소되더라도 일단 건축주에게 허여 된 설계도서 등에 관한 이용권은 의연 건축주에게 유보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0. 6. 13. 자 99마7466 결정 등 참조).


현행법상 건축저작권의 보호체계에는 여러 한계도 존재한다. 첫째, 건축저작물의 창작성 판단 기준이 여전히 불명확하다. 건축물은 기능성, 안전성, 경제성, 법규 준수 등 비창작적 요소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어디까지를 창작적 표현으로 볼 것인지가 쉽지 않다.


둘째, 설계계약과 저작권 귀속의 괴리가 존재한다. 현실에서는 발주자가 설계비를 지급했다는 이유로 설계도서의 모든 권리를 당연히 취득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계약상 명시적 양도가 없는 한 저작권은 원칙적으로 창작자인 건축사에게 남는다.9)


셋째, 침해 구제의 실효성이 제한적이다. 건축물은 일단 시공이 진행되면 원상회복이 어렵고, 공사 중지나 철거 명령은 사회·경제적 비용이 막대하다. 따라서 다른 저작물처럼 침해물 폐기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결국 손해배상 중심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지만, 손해액 산정 또한 쉽지 않다.


넷째, AI 기반 설계 시대에 대한 제도 대응이 미흡하다. 생성형 AI가 기존 건축물을 학습하여 유사한 설계를 산출하거나, 인간과 AI가 협업한 결과물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현행법은 창작자 판단, 학습데이터 이용, 책임 귀속 등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Ⅳ. AI 기술의 발전과 건축설계의 변화
초기 단계의 컴퓨터 보조 설계(CAD)는 단순히 도면 작성의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에 불과하였으나, 이후 발전한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시스템은 건축물의 구조, 설비, 비용, 시공 과정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확장되었다. 최근 등장한 인공지능 설계도구는 이러한 BIM 시스템을 넘어, 설계 대안을 자동으로 생성하고, 다양한 조건을 고려하여 최적의 설계안을 도출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AI 설계도구는 방대한 건축 데이터와 설계 사례를 학습함으로써, 특정한 조건이 주어졌을 때 이에 부합하는 다양한 설계안을 신속하게 생성할 수 있으며, 건축사는 이들 중에서 적절한 안을 선택하거나 수정하는 방식으로 설계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10)


인공지능은 단순 반복 작업뿐만 아니라, 공간 구성, 형태 생성, 에너지 효율 분석 등 고도의 판단이 요구되는 영역에서도 활용되고 있으며, 이는 설계의 질적 수준을 향상하는 동시에, 인간의 창작 과정에 새로운 방식의 개입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설계의 창작성과 저작권 귀속 문제에 있어 새로운 논쟁을 야기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저작권 개념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AI 설계도구의 등장은 건축 설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창작 주체의 불명확성이라는 법적·철학적 문제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으며, 이는 건축저작권의 구조적 변화를 촉진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AI 시대 건축저작권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AI가 생성한 건축설계도면이나 디자인이 저작권법상 보호받는 저작물에 해당하는지가 가장 큰 쟁점이다. 현행 저작권법은 인간의 창작성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AI가 독자적으로 생성한 결과물은 원칙적으로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되기 어렵다. 다만 건축사가 AI를 창작 보조수단으로 활용하고 설계의 핵심적인 창작적 판단을 수행한 경우에는 인간의 창작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AI 개발 과정에서 기존 건축설계도와 BIM 데이터가 학습자료로 활용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이용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또는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가 중요한 법적 쟁점이다.11)


셋째, AI를 이용하여 작성된 설계도면의 저작권이 건축사, 의뢰인, AI 개발자 또는 플랫폼 운영자 중 누구에게 귀속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 AI의 설계 오류로 안전사고나 경제적 손해가 발생한 경우 책임의 귀속 역시 중요한 법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계약 단계에서 권리와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넷째, AI 시대에는 설계도면뿐 아니라 BIM 모델, 디지털 트윈, 3차원 모델 등 다양한 디지털 건축정보가 핵심 자산이 되고 있다. 이러한 정보는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건축사의 창작성과 전문성이 반영된 지식재산으로 평가될 수 있으므로, 무단 복제·수정·재사용을 방지하기 위한 저작권 보호와 기술적 보호조치의 강화가 요구된다.


다섯째, 현행 저작권법과 건축 관련 법제는 AI 기반 설계기술의 발전 속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AI 활용 기준, 학습데이터 이용범위, AI 생성물의 권리귀속, 디지털 건축정보의 보호, 책임분담 등에 관한 명확한 입법기준을 마련하여 건축사의 창작권을 보호하고 건축산업의 혁신을 조화롭게 지원하는 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Ⅴ. AI 생성 건축설계의 저작물성
생성형 인공지능12)이 건축설계 과정에 본격적으로 활용되면서 중요한 법적 쟁점으로 등장한 것이 AI가 생성한 건축설계 결과물을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인정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건축사는 AI를 단순한 시각화 도구를 넘어 평면구성, 입면 디자인, 공간배치, 형태 탐색과 대안설계 등에 활용하고 있다. AI가 관여한 설계에서 누구의 창작성을 인정할 것인지가 실무적으로 중요하다.


인간의 구체적인 창작적 개입 없이 AI가 자율적으로 생성한 결과물 자체를 곧바로 인간의 저작물과 동일하게 평가하기는 어렵다. AI는 법적으로 인간과 같은 창작주체 또는 저작자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AI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최종 건축설계의 저작물성이 모두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최종 결과물에 인간 건축사의 창작적 개성이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반영되었는가에 있다.


건축사가 공간개념과 설계방향을 설정하고, 대지와 주변 환경을 분석하며, 건물의 형태·동선·평면·입면·재료 등을 구체적으로 결정하고, 여러 AI 결과물 가운데 특정 요소를 선택·수정·배열·결합하여 최종 설계를 완성하였다면 그 과정에서 인간의 창작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건축저작물은 일반적인 이미지와 달리 기능성과 예술성이 함께 존재한다. 건축물은 구조적 안전성, 용도, 건축법규, 대지조건, 경제성 등 여러 제약을 받으므로 모든 설계요소가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AI 생성 건축설계의 저작물성 역시 AI 사용 여부만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인간 건축사의 창작적 표현이 최종 결과물에 객관적으로 나타나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 


프롬프트(prompt)13)의 법적 의미도 문제 된다. 상세한 프롬프트를 작성하였다는 사실만으로 반드시 그 결과물 전체에 대한 저작권이 인정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프롬프트가 인간의 아이디어를 표현하더라도 AI가 구체적인 시각적 결과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그 표현을 충분히 통제하지 못했다면 결과물과 인간의 창작행위 사이에 간격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14)


건축사에게는 창작과정을 기록하는 실무적 관리가 중요하다. 초기 스케치, 프롬프트, AI가 제시한 복수의 대안, 건축사가 선택한 결과와 그 이유, CAD·BIM을 이용한 수정내용, 평면·입면·단면의 발전과정 등을 보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15)


건축사는 AI를 자신의 창작활동을 대신하는 독립적인 설계주체로 이해하기보다 인간의 상상력과 설계능력을 확장하고 보조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AI가 수많은 설계대안을 생성하더라도 인간 건축사가 건축물의 형태와 공간구성, 동선, 재료, 비례, 입면과 세부 요소 등을 선택하고 수정하며 서로 결합하는 과정에서 독자적인 판단과 창작적 선택을 하였다면 그러한 부분은 인간의 창작적 기여로 평가될 수 있다.


결국 AI 시대의 건축저작권 보호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의 사용 여부 자체가 아니라 최종 건축설계에 인간 건축사의 선택·판단·수정·배열과 창작적 개성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설계과정에서 인간의 창작적 관여를 명확하게 하고 그 과정을 기록·보존하는 것은 향후 건축저작물의 저작물성과 저작자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AI를 활용하여 건축설계를 하는 경우 저작권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최종적인 설계도서에 인간 건축사의 창작적 기여가 실질적으로 나타나 있어야 할 뿐 아니라, 필요한 경우 그러한 기여가 어떠한 과정에서 이루어졌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AI가 생성한 설계안을 단순히 선택하거나 거의 그대로 사용하는 데 그친다면 인간의 창작성이 어느 범위까지 인정될 수 있는지가 문제 될 수 있다.


반면 건축사가 설계의 기본개념을 설정하고, 대지의 특성과 건축주의 요구, 건축물의 기능과 미적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AI에 구체적인 지시를 하고, 생성된 여러 대안을 비교·선택·수정하면서 최종적인 공간과 형태를 완성하였다면 인간의 창작적 관여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


따라서 AI 시대에는 창작의 결과뿐 아니라 창작의 과정도 중요하다. 건축사는 초기 스케치, 설계개념, 프롬프트와 지시내용, AI가 생성한 여러 대안, 선택하지 않은 설계안, 수정 전후의 도면, 회의기록과 설계일지 등을 체계적으로 보존할 필요가 있다.


특히 AI의 최초 결과물에서 최종 설계도서에 이르기까지 건축사가 어떠한 부분을 선택하고 삭제하였으며, 공간구성·동선·형태·비례·입면·재료 등을 어떻게 수정하고 재구성하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자료는 향후 저작권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인간 건축사의 독자적인 창작적 기여를 설명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결국 AI를 이용한 건축설계에서 저작권 보호의 핵심은 AI가 무엇을 만들어냈는가 보다 인간 건축사가 그것을 가지고 무엇을 창작하였는가에 있다. 건축사는 AI의 결과물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라, 설계의 목적과 방향을 결정하고 수많은 가능성 가운데 특정한 표현을 선택·수정·배열하여 하나의 건축적 질서로 완성하는 창작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앞으로 건축설계 실무에서는 최종 설계도서뿐 아니라 그 설계가 만들어진 인간의 창작과정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것이 건축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실무적 과제가 될 것이다.


Ⅵ. AI 학습을 위한 건축설계도 이용 문제
생성형 인공지능의 성능은 대량의 학습데이터에 크게 의존한다. 건축 분야에서도 평면도·입면도·단면도·배치도, 투시도, BIM 데이터와 각종 설계이미지 등이 AI의 학습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건축설계도는 단순한 기술자료가 아니라 건축사의 사상과 감정이 창작적으로 표현된 경우 저작권법상 보호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이를 AI 학습에 이용하는 문제는 저작권과 기술발전 사이에서 중요한 법적 쟁점을 제기한다.


첫째, 건축설계도의 저작물성을 먼저 검토하여야 한다. 모든 설계도가 당연히 저작물로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법령이나 기술적 조건에 따라 통상적으로 작성되는 표현, 단순한 치수·기호·기능적 배치 등에는 창작성이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다. 반면 공간의 구성, 형태, 입면, 동선 및 디자인 등에 건축사의 개성과 창조적 선택이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다면 저작물로 보호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AI 학습을 위한 설계도 이용에서도 개별 설계도의 저작물성 여부가 출발점이 된다.


둘째, 저작물인 설계도를 AI 학습데이터로 수집하고 저장·가공하는 과정에서는 복제권을 비롯한 저작재산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누구든지 자유롭게 AI 학습에 이용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설계도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과 저작권자의 이용허락을 받았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료 데이터베이스나 건축사사무소 내부자료, 공모전 제출자료 등을 무단으로 대량 수집하는 경우에는 저작권뿐 아니라 계약위반이나 영업비밀 침해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


셋째,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법리가 AI 학습에 어느 범위까지 적용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다. AI 개발을 위한 데이터 분석에는 대량의 저작물을 기계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특성이 있으므로 일정한 범위의 이용을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이용행위가 허용되는지는 이용 목적과 방법, 저작물에 대한 적법한 접근 여부, 저작권자의 정당한 이익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특히 생성형 AI의 상업적 이용이 확대될수록 권리자의 경제적 이익과 충돌할 가능성이 커진다.


넷째, 학습 결과물의 기존 설계와의 유사성도 별도의 문제다. AI가 특정 건축사의 설계도를 학습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그 결과물이 저작권 침해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생성된 설계가 기존 설계도의 창작적 표현을 실질적으로 재현한다면 저작권 침해 여부가 문제 될 수 있다.16)


다섯째, 설계도에는 저작권 이외의 권리와 정보도 포함될 수 있다. 건축주의 미공개 사업계획, 건물의 보안구조, 개인정보, 기술적 노하우 등이 포함된 설계도라면 이를 외부 AI에 제공하는 행위가 비밀유지의무나 계약상 의무에 위반될 수 있다. 건축사가 설계도에 관한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건축주의 기밀정보까지 자유롭게 AI 학습에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건축사사무소가 자체적으로 AI를 활용할 경우에는 ① 학습데이터의 출처와 이용권한 확인, ② 저작권자의 동의 및 라이선스 검토, ③ 건축주와의 비밀유지의무 확인, ④ 개인정보·보안정보 제거, ⑤ 학습자료와 프롬프트의 관리, ⑥ 생성결과의 기존 설계와의 유사성 검토 등의 내부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AI 개발기업 역시 적법하게 확보된 데이터나 권리처리가 이루어진 데이터세트를 활용하고, 데이터 출처와 이용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AI 학습을 위한 건축설계도의 이용 문제는 기술혁신을 위하여 어느 범위까지 기존 창작물을 활용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건축사의 창작적 권리와 경제적 이익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귀결된다. AI의 발전을 이유로 건축설계의 창작적 가치를 지나치게 약화시켜서도 안 되고, 반대로 지나치게 광범위한 권리보호로 새로운 기술의 발전을 봉쇄해서도 안 된다.17)


Ⅶ. AI 설계결과의 권리귀속과 책임
AI를 활용하여 작성한 건축설계의 권리귀속과 책임은 서로 구별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현행 저작권법상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고, 저작자는 이를 창작한 자이므로 AI 자체는 저작자가 될 수 없다. AI가 인간의 실질적인 창작적 개입 없이 자동으로 생성한 설계결과에는 원칙적으로 저작권이 성립하기 어렵다.


건축사가 대지조건과 설계목표를 정하고, 공간구성·동선·입면·재료·형태를 구체적으로 지시한 뒤 AI가 제시한 결과를 선택·수정·결합하여 최종안을 완성하였다면, 그 인간의 창작적 기여 부분에 대해서는 건축사에게 저작권이 인정될 수 있다. 단순한 프롬프트 입력만으로는 부족하며, 표현 요소에 대한 실질적인 결정과 창작적 수정이 중요하다.


저작권이 최초로 건축사에게 발생하더라도, 설계사무소의 업무상 작성된 설계인지, 고용관계와 법인 명의의 공표 여부가 어떠한지에 따라 설계사무소 또는 법인에 권리가 귀속될 수 있다.

 

건축주가 설계비를 지급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저작권까지 당연히 취득하는 것은 아니며, 계약에서 저작재산권의 양도, 이용허락, 변경권한 및 재사용 범위를 명확히 정하여야 한다. AI 서비스의 이용약관도 결과물 이용권을 규정할 수 있으나, 약관만으로 존재하지 않는 저작권이 새롭게 발생하거나 제3자의 권리가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책임 문제는 권리귀속과 별개이다. AI가 구조·피난·채광·법정 주차대수 또는 에너지 성능을 잘못 분석하여 설계상 하자가 발생하더라도, AI는 법적 책임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최종 설계도서에 서명하고 업무를 수행한 건축사는 AI 결과를 검토하여 관계 법령, 안전기준과 전문적 주의의무에 적합한지를 확인하여야 한다. AI의 오류를 그대로 채택하여 건축주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계약상 채무불이행책임이나 불법행위책임이 문제 될 수 있고, 중대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행정상·형사상 책임도 검토될 수 있다.


AI 프로그램의 결함, 부정확한 설명 또는 보안 취약성이 손해의 원인이 되었다면 개발자나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도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 건축사가 전문적인 검증 없이 결과를 사용하였다면 책임이 전적으로 AI 사업자에게 이전되지는 않는다.18)


건축설계계약에는 AI 사용 사실, 결과물과 수정물의 권리귀속, 제3자 권리침해의 부담, 오류 검증의 주체, 손해배상과 보험, 데이터의 보관·삭제 및 비밀유지 조항을 구체적으로 두어야 한다. AI 시대에도 설계의 창작적 판단과 전문적 책임의 중심은 인간 건축사에게 있으며, AI는 책임을 대체하는 주체가 아니라 엄격한 검증 아래 활용되어야 할 설계지원 도구라고 보아야 한다.


Ⅷ. BIM·디지털 건축정보의 저작권 보호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은 단순한 3차원 설계모델이 아니라 건축물의 형상, 구조, 재료, 설비, 공정, 유지관리 정보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디지털 정보체계이다. 최근에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과 결합하여 건축물의 전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


BIM 모델과 디지털 건축정보는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건축사의 창작적 표현과 전문적 기술, 축적된 설계 노하우가 집약된 중요한 지식재산으로 평가된다. 저작권법은 건축물, 건축모형 및 설계도서를 저작물의 한 유형으로 보호하고 있으며, BIM 모델 역시 창작성이 인정되는 부분은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BIM 모델에는 건축물의 형상뿐만 아니라 공간정보, 자재정보, 구조계산, 설비정보, 유지관리 데이터 및 다양한 속성정보가 포함된다. 이 가운데 단순한 사실이나 기술적 데이터 자체는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지만, 건축사가 독창적으로 구성한 공간배치, 형태, 모델링 방식, 객체의 배열과 표현, 정보의 체계적 구성 등 창작성이 반영된 부분은 저작권으로 보호될 수 있다.19)


하나의 BIM 모델을 건축사, 구조기술사, 기계·전기설계자, 시공사 및 발주자가 공동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모델의 수정, 복제, 전송, 재사용이 빈번하게 이루어지므로 권리귀속과 이용범위를 명확히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원본 BIM 모델을 무단 복제하거나 일부를 추출하여 다른 프로젝트에 사용하는 행위, AI 학습데이터로 활용하는 행위 또는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


프로젝트 초기 계약단계에서 BIM 모델의 소유권과 저작권, 이용허락 범위, 수정권한, 재사용 제한, 책임분담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20) AI 시대에는 BIM 데이터의 가치가 더욱 커지고 있다. BIM 모델은 생성형 AI의 학습자료로 활용될 뿐 아니라 디지털 트윈, 스마트시티, 자동설계 및 시설관리 시스템의 핵심 데이터로 이용된다.


저작권 보호와 함께 접근권한 관리, 암호화, 디지털 워터마크, 이용기록 관리 등 기술적 보호조치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저작권 표시와 라이선스 조건을 명확히 하여 무단 복제와 무단 학습을 예방하고, 데이터 제공에 대한 적정한 보상체계를 마련하여야 한다.


BIM과 디지털 건축정보는 단순한 설계파일이 아니라 건축사의 창작성과 전문성이 결합된 핵심 지식재산이다. 앞으로 건축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BIM 저작권 보호는 건축사의 권익을 보장하고 건전한 정보공유를 촉진하는 핵심 법적 기반이 될 것이며, AI와 디지털 트윈 시대에 적합한 저작권 제도와 계약실무의 지속적인 정비가 요구된다.

 

Ⅸ. 기존 건축저작물과 AI 생성 설계의 실질적 유사성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건축설계가 확산되면서 건축저작권 분야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부상하는 것이 기존 건축저작물과 AI 생성 설계 사이의 실질적 유사성(substantial similarity) 문제다. AI가 만들어 낸 설계가 기존 건축물과 어느 정도 닮았을 때 저작권 침해가 되는지는 단순히 외관이 비슷하다는 사실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21)


건축저작물은 일반 미술저작물과 달리 기능성과 예술성이 결합되어 있다. 건축물의 형태와 공간구성은 대지의 조건, 건축법규, 구조적 안전성, 용도, 경제성, 동선, 채광과 환기 등 여러 현실적 제약을 받는다. 건축물 사이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모든 요소를 특정 건축사가 독점할 수는 없다.


직사각형의 평면, 일반적인 창호의 배열, 출입구와 계단의 배치, 통상적인 주거공간의 구성 등 기능적·관행적 요소가 유사하다는 것만으로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아이디어와 표현을 구별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기능적·관용적 요소를 제외한 뒤 창작성이 인정되는 표현을 중심으로 비교해야 한다.


AI 생성 설계에서도 이러한 원칙은 그대로 중요하다. 예컨대 AI에게 “특정 유명 건축사의 작품과 같은 분위기의 미술관을 설계하라”라고 지시하여 결과물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건축사조·양식·분위기·설계철학이 유사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저작권은 원칙적으로 추상적인 아이디어나 스타일 자체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표현된 창작적 형상을 보호하기 때문이다. 기존 건축물의 독특한 외관, 입면의 창작적 구성, 공간의 배열과 연결방식, 특정한 형태의 반복과 결합 등 개성적인 표현이 AI 결과물에 상당한 정도로 재현되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할 때에는 건축물 전체가 주는 인상만 볼 것이 아니라 평면·입면·단면, 매스의 구성, 공간의 조직과 연결, 지붕과 외벽의 형상, 개구부의 배열, 주요 조형요소의 선택·배열·결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개별 요소 하나하나는 흔한 것이더라도 그러한 요소들이 독창적으로 선택되고 배열되어 전체적인 창작적 표현을 형성하였다면 그 결합관계가 중요한 비교대상이 될 수 있다.


또 하나의 쟁점은 의거성이다. 결과물이 우연히 비슷한 것과 기존 저작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은 구별되어야 한다. AI 시대에는 인간 설계자가 기존 작품을 직접 보고 모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더라도, 프롬프트에 특정 건축물이나 건축사를 명시하거나 기존 설계도·사진·렌더링 이미지를 입력하여 변형하도록 한 경우 기존 저작물에 대한 접근과 이용을 둘러싼 사실관계가 중요해질 수 있다.22)


건축사에게 실무적으로 중요한 것은 AI 결과물을 그대로 설계안으로 채택하지 않는 것이다. AI는 설계의 발상과 탐색을 돕는 도구로 활용하되, 최종 설계 단계에서는 기존 작품과의 유사성을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특정 건축물을 참고자료로 입력하였다면 그 자료와 프롬프트, AI 출력물, 이후 건축사가 수정·발전시킨 과정을 기록하여 두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유명 건축물과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면 외관만 조금 변경하는 데 그치지 말고, 보호될 수 있는 창작적 표현의 선택·배열·결합이 실질적으로 독립된 설계가 되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AI 시대의 실질적 유사성 판단에서도 중심에 놓이는 것은 “AI가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기존 건축저작물의 보호되는 창작적 표현이 새로운 설계에 어느 정도 재현되었는가”라는 질문이다. AI는 새로운 설계수단이지만 저작권 판단의 핵심은 여전히 인간의 창작적 표현과 그 이용관계에 있다.23)


Ⅹ. 건축설계에서 AI 활용의 범위와 한계
생성형 인공지능의 발전은 건축설계의 방법과 업무환경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종래 건축설계가 건축사의 경험과 직관, 도면작성 능력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오늘날에는 AI가 방대한 건축데이터를 분석하고 다양한 대안을 신속하게 생성함으로써 설계자의 창작과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AI의 활용은 어디까지나 건축사의 전문적 판단을 보조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그 범위와 한계를 명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째, AI는 기획 및 초기 설계단계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건축주는 자연어 프롬프트를 통하여 원하는 건축물의 용도, 규모, 형태, 분위기 등을 제시할 수 있고, AI는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디자인 이미지와 공간구성안을 생성할 수 있다. 건축사는 여러 대안을 비교하면서 설계개념을 발전시키고 건축주와의 의사소통에도 이를 활용할 수 있다.

 

둘째, AI는 대지 및 환경조건 분석과 설계 최적화에도 활용될 수 있다. 일조·채광·에너지효율·공간배치·동선·재료사용 등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여러 설계대안을 비교하고, 일정한 조건 아래에서 효율적인 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24)


셋째, AI는 반복적인 설계업무의 자동화와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도면작성 보조, 이미지 생성, 문서작성, 자료검색, 설계변경안 비교 등 시간과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업무를 신속하게 처리함으로써 건축사가 보다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판단에 집중하도록 도울 수 있다.


그러나 AI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AI가 생성한 결과가 항상 정확하거나 건축법령과 기술기준을 충족하는 것은 아니다. 대지의 개별적 특성, 지역적 맥락, 구조적 안전성, 피난·방재, 장애인 편의, 시공가능성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할 수 있으며, 잘못된 정보를 그럴듯하게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AI의 결과는 반드시 건축사의 검토와 수정·검증을 거쳐야 한다.


창작성과 저작권 문제도 중요하다. AI가 기존 건축물과 설계도면 등을 학습하여 결과물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기존 저작물과 유사한 표현이 나타날 수 있고, AI 생성 설계안 자체가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저작물인지, 인간 건축사의 창작적 기여가 어느 정도 필요한지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25)


건축설계는 사람의 생명과 안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전문행위이다. AI가 설계안을 제시했다고 하더라도 설계의 적법성과 안전성에 관한 전문적 판단과 법적 책임까지 AI에 이전할 수는 없다. 현행 법체계에서 AI는 독립적인 건축사나 법적 책임주체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므로, 최종적인 검토와 판단은 인간 전문가가 담당해야 한다.


건축설계에서 AI의 바람직한 역할은 건축사를 대체하는 ‘자동설계자’라기보다 건축사의 창의성과 판단능력을 확장하는 지능형 보조수단에서 찾아야 한다. AI의 속도와 데이터 처리능력에 인간 건축사의 경험, 창의성, 윤리적 판단과 법적 책임이 결합될 때 기술의 장점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미래의 건축설계에서 중요한 것은 인간과 AI 가운데 누가 설계할 것인가라는 양자택일이 아니라, AI를 어디까지 활용하고 어느 지점에서 인간 건축사가 최종적인 창작적·전문적 판단과 책임을 담당할 것인가를 명확하게 정립하는 것이다.


Ⅺ. 건축사의 계약, 책임, 윤리 기준 정립
생성형 인공지능이 건축설계 과정에 본격적으로 활용되면서 건축사의 업무방식뿐 아니라 건축저작권을 둘러싼 계약관계와 책임구조에도 새로운 기준이 요구되고 있다. AI가 평면구성, 입면 디자인, 이미지 생성, 설계대안 비교 등에 참여하는 상황에서는 기존의 설계계약만으로 저작권 귀속과 책임 문제를 충분히 해결하기 어렵다. 따라서 건축사는 AI를 활용하는 단계부터 계약·책임·윤리의 세 영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새로운 실무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첫째, 설계계약에서 AI 활용 여부와 범위를 명확하게 정하여야 한다. 건축사는 건축주와 계약할 때 AI를 단순한 자료검색이나 아이디어 도출에 사용할 것인지, 디자인 이미지나 설계대안의 생성에도 활용할 것인지 등을 가능한 범위에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설계과정에 상당 부분 반영하는 경우에는 최종 설계에 대한 인간 건축사의 검토·수정 및 창작적 개입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저작권 귀속과 이용범위를 계약서에 명확히 규정하여야 한다. 건축설계에는 건축주가 제공한 자료, 건축사의 기존 저작물, 프로젝트를 위하여 새롭게 작성한 설계도서, 외부 전문가의 자료 및 AI 생성물이 혼재할 수 있다. 따라서 최종 설계도서의 저작권 귀속, 건축주의 이용권한, 설계변경과 증축·재건축 시 이용범위, 제3자 제공 가능성 등을 구체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AI 결과물 자체의 저작물성이 인정되는지와 별개로, 건축사가 이를 선택·배열·수정·발전시키면서 어느 정도의 인간적 창작성을 부여하였는지는 저작권 판단에서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셋째, 프롬프트와 설계과정의 기록관리가 중요해진다. 건축사가 어떤 요구조건을 AI에 입력하고, 생성된 여러 결과 가운데 무엇을 선택하였으며, 이를 어떠한 이유로 수정·재구성하여 최종 설계에 반영하였는지를 기록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자료는 향후 인간의 창작적 기여를 설명하고, 설계과정과 책임범위를 확인하는 데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다만 프롬프트 자체가 언제나 저작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단순한 명령문의 보존보다 인간 건축사의 선택·판단·수정 과정 전체를 기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넷째, AI를 사용하였다고 하여 건축사의 전문적 책임이 AI에게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 건축설계는 건축물의 구조와 안전, 피난, 방재, 기능 및 법령 적합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전문업무이다. AI가 잘못된 설계안을 생성하거나 법령에 맞지 않는 정보를 제시하였더라도 이를 검증하지 않고 최종 설계에 반영하였다면, 단순히 “AI가 작성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건축사가 당연히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26)


다섯째,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한 검증절차도 필요하다. AI가 생성한 건축이미지나 설계형태가 기존 유명 건축물이나 특정 건축사의 작품과 지나치게 유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특정 건축사의 작품을 그대로 모방하도록 요구하는 프롬프트는 분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상업적 프로젝트에서는 결과물의 독창성을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유사한 선행 건축물이나 디자인의 존재를 조사하는 내부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섯째, 영업비밀과 개인정보의 보호에도 주의하여야 한다. 건축주가 제공한 미공개 사업계획, 토지정보, 설계도면, 보안시설의 배치, 개인정보 등을 외부 AI 서비스에 그대로 입력하면 정보가 제3자에게 노출되거나 서비스 제공자의 약관에 따라 처리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건축사사무소는 사용하는 AI 서비스의 데이터 처리조건과 이용약관을 확인하고, 기밀자료의 입력 제한, 비식별화 및 내부 승인절차 등의 정보보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일곱째, 이러한 법적 기준과 함께 건축사의 AI 윤리원칙도 정립할 필요가 있다. 건축사는 AI가 생성한 설계를 자신의 독창적인 창작물인 것처럼 무조건 제시해서는 안 되며, AI의 오류와 편향 가능성을 인식해야 한다. 경제성과 효율성만을 이유로 안전성·환경성·공공성 및 이용자의 인간적 요구를 희생해서도 안 된다. 특히 AI를 비용절감의 수단으로만 활용하여 인간 전문가의 검토과정을 형식화한다면 건축서비스의 품질과 사회적 신뢰가 오히려 훼손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건축사사무소 차원에서 AI 활용 내부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AI 사용이 허용되는 업무, 인간의 검토가 반드시 필요한 업무, 입력해서는 안 되는 기밀정보, 결과물의 검증방법, 저작권 확인절차, 작업기록의 보존방법 및 최종 승인권자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방식이다. 중요한 프로젝트일수록 “누가 어떤 AI를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였으며, 어떤 사람이 최종적으로 검토하고 승인하였는가”가 확인될 수 있어야 한다.


Ⅻ. 글을 맺으며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건축설계와 창작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으며, 건축저작권의 보호 범위와 권리 귀속에 관한 새로운 법적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AI는 설계 과정의 효율성과 창의성을 높이는 중요한 도구이지만, 최종적인 창작의 주체와 책임은 여전히 인간에게 있다는 점이 저작권법의 기본 원칙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AI가 생성한 건축물이나 설계도면에 대해서는 인간의 창작적 기여 정도를 기준으로 저작권의 성립 여부와 권리 귀속을 판단하는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무단 학습과 데이터 이용, 설계 모방, 저작권 침해에 관한 법적 기준을 보다 명확히 정비하여 건축사의 창작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국제적 기준과 국내 법제의 조화를 통해 AI 시대에 적합한 건축저작권 보호체계를 구축하고, 기술 혁신과 창작자 보호가 균형을 이루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AI 시대의 건축저작권은 기술 발전을 제한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창의적인 건축문화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건축사의 권익과 공공의 이익을 함께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법적 질서로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글. 김주덕 Kim, Choodeok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김주덕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김주덕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대구지검 특별수사부, 대전지검 특별수사부장, 제천지청장,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장, 대검찰청 환경과장, 법무부 검찰국 검사, 서울 중앙지검 공판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2022년 8월까지 법학전문대학원평가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cdlaw@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