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13. 09:45ㆍ회원작품 | Projects/Religious
Jetavana temple
고통 끝에 어떤 깨달음이 오는 것이 아니라, “시작도 즐겁고 중간도 즐겁고 끝 도 즐거운” 그런 것이 불교의 핵심인 중도(中道)사상이라고 한다. 장좌불와로 몇 십 년을 수행하여 해탈하는 것이 바른 구도자의 모습일 거라고, 아주 평면적 인 지식만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그 이야기는 무척 신선했다. 그 이야기를 해준 분은 우리의 건축주인데, 사성제(四聖諦)와 팔정도(八正道)를 개념으로 집을 짓자고 했다. 그 집은 열반에 이른 부처님의 집이며 열반에 이르고자하는 사람 의 집이다.
2년 전 어느 날 사무실로 호리호리한 체구에 지적인 인상을 가진 스님이 찾아 왔다. 마주앉아 아주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말투로 ‘제따와나 선원’이라는 이 름의 사찰 불사를 계획 중이라고 했다. 명상을 하고 수행을 하는 선원의 본 건 물은 건너편 산 위에 이미 설계가 시작되었고, 따로 지을 신도들이 묵을 ‘꾸띠 (‘오두막’이라는 뜻의 개인 숙소)’라는 시설의 설계를 맡길 회사를 찾는 중이라 고 했다. 5월의 어느 오후, 조금 아는 불교에 관한 어설픈 이야기를 보태며 아주 선선하게 부는 초가을의 바람처럼 오가던 선선한 대화는 “그럼 설계를 맡기려 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며 끝났고, 일이 시작되었다.
엄격하게 이야기하자면 나는 불교신자가 아니다. 나는 모든 종교의 기본 정신 은 통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때의 입장과 그 종교가 정착되던 시절의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형식이 달라졌을 뿐이라는 무척 무식하고 용감한 생각을 가 지고 있었다. 또한 건축을 공부하다보니 절이나 반가니 민가니 하는 오래된 살 림집들과 친해지고 예전의 집짓는 방식과 친해져서 약간은 고리타분한 건축관 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그래서 절이라 하면 일주문, 천왕문에서 시작해서 보살 단, 신중단을 거치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였고, 스님과 처음 만나 일의 실 마리를 푸는 자리에서도 그런 이야기로 시작했다.
종교란 지향점은 각자 다르겠지만 어디론가 들어가는 길입니다.” 그리고 그 길 을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가장 건축적인 의상대사 <법성계(法性偈)>의 도상을 도면으로 그리고 입체적인 그림으로 만들어 보여주었다. 사실 우리의 종교건축, 특히 불교건축은 그런 길에 대한 탁월한 해석과 탁월한 공간감을 드러내고 있다. 직선을 뻗어나가기보다는 조금 휘고 많이 꺾어지고 혹은 빙 돌기도 하며, 지세와 종교적인 교의가 건축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아주 현명한 해법을 알려준다. 선원을 지을 위치는 행정구역상으로는 춘천이지만, 실은 예전에 대학생 때 엠 티를 가거나 친구들과 경춘선을 타고 지나다니던 아주 친숙한 이름의 강촌이라 는 동네였다. 대지는 한가한 마을을 관통하는 2차선이라기에는 조금 좁고 1차 선보다는 조금 넓은 아스팔트 포장 길에 면한 논이었다. 땅을 보며 선방에서 며 칠씩 수행하는 신도들이 묵을 꾸띠를 구상했다. 처음에는 네모가 겹치며 그 안 에 사람들이 거닐며 명상을 하는 길을 만드는 계획이었다.
설계가 진행되며 선원장 스님께 불교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스님 이 제시하는 설계의 가이드라인 중, 사성제는 ‘고집멸도(苦集滅道)’,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과 소멸하는 방법에 대한 고찰이다. 집착을 통한 괴로움에서 벗 어나기 위한 수행 공간이므로 사성제가 기본적인 개념이 되어야한다 것이었다. 또한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가 ‘중도(中道)’라는 개념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즐겁다” 얼마나 통쾌한 이야기인가. 우리는 이상한 강박 속에서 살고 있 다. 즐겁게 산다는 것은 마치 인생을 낭비하는 자세라는, 그런 강박 속에서 사 람들은 점점 시들어가는 것이다. 그럴 때 “즐겁게 살아도 돼”라고 누군가 이야 기해준다면 그 얼마나 자유로워질까.
부처님의 가르침이 원래 그것이며, 다만 많은 시간이 지나는 동안 여러 가지 역 사적, 지역적인 요소들이 통합되며 불교의 처음 정신이 많이 훼손되었다고 한 다. 설계를 협의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몇 개월을 보내는 사이, 건너편 산위에 짓기로 한 법당과 선방 등 주요 시설들 이 우리가 설계하는 대지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러기 위해 옆에 바로 붙은 땅이 추가로 합류하였다.
제따와나(Jetavana)는 ‘제따 왕자의 숲’이라는 뜻의 산스크리트어이다. 한자 로는 ‘기수급고독원’이고 줄여서 기원정사(祇園精舍)로 부른다. 급고독장자라 는 사람이 부처님을 위해 사원을 지으려고 동분서주하다가 맘에 드는 땅을 찾 게 된다. 그 땅의 주인이 제따왕자였는데, 그는 팔기 아까워서 완곡한 거절의 표현으로 “여기에 금화를 깔면, 깔린 만큼의 땅을 주겠노라” 이야기한다. 급고 독장자는 정말로 땅에 금화를 깔기 시작하고, 놀란 제따왕자는 그를 말린다. 그 렇게 세워진 곳이 기원정사이며, 석가모니 생전에 가장 오랜 기간 머문 장소여 서 요즘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생활 습관에 적합하게 계획을 하고자 했다. 또한 선원장 스님은 불교의 근원으 로 돌아가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애초 석가모니가 기원정사에 앉아서 주석을 하고 사람들에게 설파하던 불교의 기본 정신을 되살리는 것, 그 런 정신이 제따와나 선원을 설계함에 가장 큰 바탕이었다.
그것은 무척 오래된 것이면서 무척 혁신적인 접근이었다. 그런 점에서 기원정 사의 유적을 상징하는 벽돌은 아주 적합한 재료였다. 기존의 대부분의 사찰처 럼 한옥으로 짓지 않고 콘크리트 구조로 뼈대를 만들고 벽돌로 옷을 입혔다. 대 신 기존 가람(伽藍) 배치의 방식을 고려해 일주문을 지나 안으로 향하는 길은 직선으로 곧장 가지 않고 가면서 세 번 꺾어 들어가게 했고, 대지의 원래의 높낮 이를 이용해 세 개의 단을 조성하여 순서대로 종무소와 꾸띠, 요사채, 법당 등 위계에 맞게 건물을 올려놓았다.
1년 동안의 설계기간을 거쳐 공사를 시작했고, 뼈대를 올리고 벽돌을 외부에 쌓고 바닥에 벽돌을 깔아서 무려 30만장의 벽돌로 공간을 완성했다. 공사 역시 1년이 걸렸다. 내내 즐거운 마음으로 몇 가지 어려운 문제를 넘어가며 땅을 다 듬고 집을 올리고 나무를 심었다. .
그리하여 처음도 과정도 결과도 즐거운 중도의 정신이 집의 안과 밖에 스며든 공간이 완성되었다.
제따와나 선원 건축주 | 제따와나 선원 감리자 | 건축사사무소 유덕 시공사 | 직영 설계팀 | 노은주, 이성필, 손성원, 김래연, 이민우, 김재범, 염소라, 정승환 대지위치 | 강원도 춘천시 남면 박암리 주요용도 | 종교시설 대지면적 | 9,650.00㎡ 건축면적 | 1474.53㎡ 연면적 | 1,718.46㎡ 건폐율 | 15.28% 용적률 | 17.81% 규모 | 7개동 지상 2층 구조 |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재 | 치장벽돌 설계기간 | 2016. 11 ~ 2017. 04 공사기간 | 2017. 04 ~ 2018. 05 사진 | 박영채, 김용관 전문기술협력 - 구조분야 : 김앤이구조 컨설턴트 - 기계설비·전기· 소방분야 : 협신설비 |
Jetavana temple Client | Jetavana temple Supervisor | Yoodeok Architect Construction | Direct management Project team | Roh, Eunjoo / Lee, Sungpil / Son, Seongwon / Kim, Laeyeon / Lee, Minwoo / Kim, Jaebeom / Yeom, Sora / Jung, Seunghwan Location | Bagam-ri, Nam-myeon, Chuncheon-si, Gangwon-do, Korea Program | Religious facilities Site area | 9,650㎡ Building area | 1474.53㎡ Gross floor area | 1,718.46㎡ Building to land ratio | 15.28% Floor area ratio | 17.81% Building scope | 7 Buildings, 2F Structure | RC Exterior finishing | Brick Classic Design period | Nov. 2016 ~ Apr. 2017 Construction period | Apr. 2017 ~ May. 2018 Photograph | Park, Youngchae Structural engineer | KIM & LEE STRUCTURAL CONSULTANT Mechanical·Electrica·Fire engineer | Hyups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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