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salon]범죄 예방·관리 용이 vs 배제 전제한 차별적 디자인‘도시의 범죄예방, 그리고 적대적 건축’ 2020.8

2023. 1. 18. 09:05아티클 | Article/연재 | Series

Prevention of Crime·Ease of Management vs. Differentiated Design based on Exclusion
‘Crime Prevention of the City, and Hostile Construction’ analyzing through untact discussion  

 

신촌역에 설치된 경사면 벤치

K  그런데 ‘노숙자’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서울역을 생각해봐. 요즘에는 인천공항까지도 노숙인들이 점령하고 있대. 이런 경우에는 차라리 오랜 시간 머무르기 불편해지는 게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적대적인 디자인이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그저 편하고 열려있는 장소만 늘린다면, 오히려 노숙자가 늘어나고 일반인들이 이용하기에 거부감이 드는 공간으로 바뀌고 말지도 몰라.

 

강남 대로변에 위치한 벤치

 

Orlando Airport, Orlando, United States 공항에 드러누워 다른 사람들의 이용을 방해하는 모습


 그것도 맞는 말 같아. 길거리 노숙자들이 공공장소를 점유하고 있다면 환경과 분위기가 범죄 행위를 유발할 수 있는 상황까지 올 수도 있을 것 같아. 공공장소인데 오히려 일반 사람들의 접근이 더욱 어려워질 거야. 그러면 적대적 건축이 효과가 있는 걸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시야를 좀 넓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봐. 적대적 건축으로 효과를 보더라도 단순히 노숙자가 그 영역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뿐이야. 결국, 다른 장소에 모여들겠지. 그래서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고 적대적 디자인이 정답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 오히려 특정 사회구성원을 일정 구역으로부터만 쫓아내는 차별이며 배척하는 태도 같아. 이와 같은 문제점을 느낀 사람들은 적대적 건축에 대해 반대 시위나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하고.

 

Orlando Airport, Orlando, United States 공항에 드러누워 다른 사람들의 이용을 방해하는 모습
수원서호공원 _ 조명을 이용한 안전한 야간 보행 환경 조성



 하지만 적대적 건축은 머무르기 어렵게, 불편함만을 주기 위한 수단이 아니야. 오히려 범죄 예방을 위해서 꼭 필요한 디자인이야. 그런 개념이 잘 나타나는 것이 바로 ‘CPTED’야. 환경 설계를 통해 그 공간이 관리되고 있다는 신호를 주어 거주자는 ‘내가 있는 곳이 더 안전하다.’라고 느낄 수 있어. 그리고 물리적 심리적 압박을 통해 범죄의 실행을 어렵게 만드는 효과를 거두는 거지.

R  실질적으로 적대적 건축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 대부분은 사회적 약자일 거야. 그런데 범죄 예방을 위해서라며 사회적 약자가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 단정 짓고 이들을 내모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가 아닐까? 단순히 일부를 보고 모두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처럼 비약적인 사고가 될 수 있잖아.

 하지만 실제로 1999년 영국 웨스트요크셔 지역 중 CPTED 제도(SBD)를 도입한 주택지구는 인근 지역보다 주거침입 절도는 2배, 차량범죄는 2.5배 정도 드물게 발생했고, 손괴행위는 25% 정도가 덜 발생했대. 사람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서가 아니라, 가시적인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더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그에 반대되는 다른 결과도 있어! 바로 적대적 건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LA의 노숙자현황에 대한 것이야. 2013년 LA의 노숙자 수는 14,968명이었는데, 여러 적대적 건축 디자인과 그들을 내쫒으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증가하여 2020년 27,221명이 되었지. 일부 CPTED 도입지역에선 효과를 보았을 수 있지만, 설치 장소 주변까지 넓은 범위로 고려했을 때 대부분의 적대적 건축 디자인들은 뚜렷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M  확실히 적대적 건축 디자인이 단지 눈앞의 문제점만을 없애고자 하는 일차원적인 방안처럼 보이기도 하네. 더구나 앞서 말한 것처럼 노골적인 형태는 오히려 많은 사람에게 불쾌감과 불편함을 주기도 하고. 하지만 도시의 여러 문제, 특히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태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렇다면 적대적 건축의 기능을 잘 간직하면서 좋은 디자인은 없을까?

 

© www.factoryfurniture.co.uk/projects/great-queen-street-camden


 영국의 캠든 벤치가 바로 그런 사례야! 편하게 앉아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디자인적으로도 괜찮아 보이지? 틈새가 존재하지 않아 몰래 숨겨놓고 찾아갔던 이전의 마약 거래가 불가능하고, 기울어진 경사는 앉는 데는 불편함이 없지만 누워서 잘 수 없도록 디자인되었어. 그리고 맥도날드나 스타벅스 같은 경우 오래 머무르기 불편한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는 것도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불쾌하다거나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은 굉장히 드물지. 


R  이런 장치들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봐. 소유주나 관리자만을 위한 디자인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소수가 공간을 통제하는 것이 당연해지면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이 사유화될 것이고, 대다수 사람들이 대가를 지불하지 못하거나 원하는 조건에 충족되지 못하면 머물 수 없게 되겠지.

M  상업적 디자인처럼 공공장소의 회전율이 빨라지면 여러 사람이 쓸 수 있어서 좋긴 하겠다. 하지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공 공간과 대가를 지급해야 하는 상업공간을 같게 생각하는 건 올바른 접근이 아닌 것 같아. 캠든 벤치 같은 디자인도 정말 괜찮은데, 원하는 만큼 머물 수 있으면서도 범죄 예방을 할 수 있는 그 중간지점을 찾기가 어렵겠네. 적대적 건축 디자인에 대한 서로의 시각이 달라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온 것 같아! 다시 한번 각자의 의견을 정리해볼까?

 그래! 나부터 이야기해볼게.

 

건물 외부에 금속 스터드를 설치한 모습 / 일러스트 : 류가영


적대적 건축 디자인은 본래 용도 외의 사용을 제한하면서 공간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호작용을 불가능하게 해. 정해진 용도만을 허용하는 공간은 곧 쇼핑몰화(mallization) 되기 마련이지. 공간에서 일어나는 행위가 단순해지고, 머무는 것이 불편해질수록 관리는 쉬워지겠지만 사람들은 줄어들 거야. 그렇게 사라진 사람들은 어디로 갈까?

적대적 건축 디자인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보통 노숙자, 홈리스 등의 사회적 약자들이야. 적대적 건축은 이들을 계속 내몰고, 머무르기 위한 대가를 낼 여력이 없는 약자들은 다시 머무를 곳을 찾아 헤매야 해. 그리고 그렇게 모여드는 곳이 생긴다면 또다시 적대적 건축 디자인을 도입하며 악순환이 반복될 거야.

 


그리고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어. 모든 디자인은 필요 때문에 등장하고, 사람들에게 작용하고자 하는 방향이 있다는데 너도 동의할 거야. 그런데 적대적 건축 디자인은 특정 사회구성원을 일정 공간으로부터 배제하거나, 통제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거지. 이런 비윤리적인 디자인이 더 교묘하게 삶 속에 스며들면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 목적을 인정하고 따라가게 돼.
결국, 지나치게 적대적인 이 디자인은 절대적인 해결방안이 되지 않아. 그저 사회구성원을 구분해 지역사회로부터 추방하고, 더 쾌적해졌다고 믿는 것뿐이야. 이제는 효과도 불분명하며 다수에게 불쾌감을 주는 적대적 건축 디자인보다, 오히려 사회 구조적으로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때야.

K  나는 적대적 건축 디자인의 궁극적인 목표가 사고와 범죄를 사전에 방비하는 데 있다고 생각해. 건축 설계를 할 때, 범죄 발생이 쉽지 않도록 디자인하며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고민을 하는 거지. 사고 이후에 아무리 대처를 잘하더라도,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니깐.
프루이트 아이고는 깨진 유리창 이론을 설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야. 입주민들은 서로 유대감을 전혀 가질 수 없었고, 외부인들이 아무렇지 않게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은 더욱더 범죄를 부추겼어. 사회 무질서를 내버려두면 얼마나 큰 문제로 이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지.

 

미노루 야마사키가 설계한 프루이트 아이고 폭파장면. 1972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실제로 자연 감시에 취약한 시간과 장소에 강력범죄가 자주 일어난다는 통계가 있는 것처럼, 적대적 건축 디자인을 이용하면 종합적인 범죄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어. 염리동은 서울 범죄예방디자인 시범마을로 선정되면서 CPTED를 통한 환경개선을 했어. 그 결과 범죄 불안감 9.1% 감소, 마을 애착심 13.8% 증가, 범죄예방 효과 78.6% 등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었대.

 

서울 마포구 염리동 cpted 적용 © 범죄예방디자인 연구정보센터



이처럼 적대적, 방어적 디자인을 응용해 사회 정책에 반영한 사례가 이미 많이 존재하고, 또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어. 오히려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특별한 대안 없이, 디자인적 혐오감만을 이유로 이런 디자인에 반대하는 것은 자신이 범죄의 대상이 되지 않는 사람들의 배부른 투정이 아닐까? 더 보기 좋은 디자인을 통해서 불쾌감을 줄일 수는 있겠으나 적대적 건축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거야.

M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알겠어. 내가 마지막으로 정리할게!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을 집필한 제인 제이콥스

오늘날 도시계획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미국의 사회학자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는 자연스럽게 활력 있는 도시를 만들어 범죄를 예방하자는 계획을 처음 제안했어. 그게 CPTED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지. 제인 제이콥스는 깔끔해 보이지만 사람이 없는 거리보다 조금 지저분해 보이더라도 활력있는 거리가 훨씬 살기 좋은 곳이라고 주장했어.

적대적 건축 디자인이 도입된 배경은 더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였을 거야.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 섞인 도시에서 특정 공간이 슬럼화 되지 않도록, 많은 사람이 드나들고 이용하며 활력있는 도시가 되게끔 말이야. 그런데 그런 디자인이 점점 과해지면서 평범한 사람들에게까지 불편함을 주는 단계에 도달한 것 같아. 이런 디자인이 계속된다면 물론 범죄가 일어나지 않겠지만, 그뿐만 아니라 어떤 활동도 일어나지 못하게 될지도 몰라.

 


결국 도시는 시민들에게 보다 살기 좋은 공간, 안전한 공간으로서 역할과 기능을 제공해야 해. 지금까지 우리가 이야기했던 적대적 건축 디자인은 당장 일어날 수 있는 사고들을 방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야. 그렇지만 장기적인 해결책으로 제시하기에는 부정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으니 지양해야겠네.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고민과 범죄를 예방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끊임없이 계속되어야 해. 그리고 그게 건축을 공부하는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겠지!

 

 

 

 

글. 강영구(Kang, Youngkoo _ 중앙대학교 건축학과), 

류가영(Ryu, Gayeong _ 남서울대학교 건축학과), 

마동민(Ma, Dongmin _ 단국대학교 건축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