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일천삼백리를 가다Ⅰ2020.10

2023. 1. 25. 09:10아티클 | Article/포토에세이 | Photo Essay

Traveling the 1,300-ri(525km) long Nakdong RiverⅠ

 

강원도 함백산 황지에서 발원한 낙동강은 일천삼백리 남부지방의 산하를 적시며 국토 남부의 젖줄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4대강(한강, 영산강, 낙동강, 금강) 중 가장 긴 강으로 길이가 무려 521.5킬로미터에 달한다. 황지연못으로부터 샘솟은 강물은 여러 고을을 지나 수많은 아름다운 풍광과 역사적 사연들을 품으며 수천 년을 흐르고 있다. 남해의 다대포에 이르러 주변 지류와 합류하면 우리 생활에 필요한 식량과 생활용수, 공업용수를 제공하기도 한다. 민족의 젖줄기인 셈이다. 이번 호에서는 낙동강이 연출하는 수려하고 아름다운 풍광이 우리와 영원히 함께 해야 할 강임을 확인하는 데 의의를 두고자 한다. 일천삼백리 여정이 긴 탓에 여러 회로 나누어 소개한다.

 

 

보부상들과 시인들의 숙식처, 삼강주막(예천)
삼강주막은 삼강나루 나들이객의 허기를 면하게 해주고 보부상에겐 숙식처를 제공해주던 곳이다. 때로는 시인묵객들의 유상처로 이용됐다. 1900년경에 지어진 이 주막은 규모는 작지만 기능에 충실한 집약적 평면구성을 갖추고 있고 옛 시대상을 읽을 수 있어 건축 역사 자료로 희소가치가 크다. 주모였던 유옥연 할머니가 2006년 세상을 떠나면서 잠시 방치됐었지만 2007년에 1억5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복원됐다. 

안동 하회마을 
민속 전통과 역사적 건축물이 잘 보존된 풍산 류 씨 집성촌이다. 1984년에 중요민속자료 제122호로 지정됐고, 2010년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유네스코 등재 결의안에 따르면, 안동 하회마을의 주거 건축물과 정자, 서원 등 전통 건축물, 전통적 주거 문화가 조선 시대 사회 구조를 비롯해 독특한 유교적 양반 문화를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 마을은 같은 성씨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오랜 세월 모여 살면서 독특한 문화를 형성했다. 나지막한 산에 둘러싸여 있으며 낙동강이 마을을 휘감아 흐르는, 지형 또한 독특하다. ‘하회(河回)’라는 이름은 낙동강이 마을을 휘감아 흐른다는 뜻에서 유래됐는데, 이는 풍수지리학적으로 길지라 전해진다.

안동호
안동호는 하류 지역의 홍수 피해를 줄이고 전력을 생산하는데, 총 저수량이 125억 톤에 달한다. 이곳에선 연간 9억2,600만 톤 가량의 생활·농업·공업 용수를 구미·대구·창원·부산·울산 등지에 공급한다. 도산 서원을 비롯해 석빙고 등 각종 문화재가 일대에 산재해 있고 주변 계곡을 비롯한 경관이 빼어나 관광 명소로 각광받는 곳이다. 안동호를 중심으로 월영교, 물박물관, 공예문화전시관민속박물관 등이 있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 등장한 풍경, 고산정
고산정은 안동팔경 중 가송협 단애 아래에 자리한 정자로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 등장할 만큼 서정적 풍경이 으뜸이다. 병풍처럼 둘러진 외병산과 내병산, 낙동강 상류 가송협 건너편으로 보이는 송림과 독산이 절경이다. 고산정은 자연석으로 높이 축대를 쌓아 대지를 조성한 후 얇은 기단에 자연석 덤벙주초를 놓고 기둥을 세워 만들어졌다. 기둥은 모두 원주를 사용했다. 주두 상부엔 보아지를 끼웠고 내부에만 초각을 했다. 

농암종택
낙동강 상류 청량산 인근에 위치한 도산면 가송리에서 가송(歌頌)은 ‘아름다운 소나무가 있는 마을’이란 뜻이다. 그 이름처럼 산촌과 강촌의 전경을 한꺼번에 만끽할 수 있는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신비의 명산 청량산을 지나 가송리 협곡을 끼고 낙동강으로 강물이 흘러가는 광경은 일천삼백리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 강과 절벽, 강변의 조화로움이, 이른바 도산9곡의 비경이 고스란히 간직돼 있다.

황지연못
태백시 황지동 황지연못길12에 소재한 황지연못은 낙동강의 발원지이자 한국명수 100선 중 한 곳이다. 해발 608미터에 형태는 평범하고 조그마한 크기이나 하루에 이곳에서 샘솟는 물은 무려 5천 톤이다. 이곳에 살던 황 부자가 시주를 요하는 노승에게 시주 대신 두엄을 퍼주자 천지가 진동하면서 집터가 연못으로 변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도산서원은 영남 유림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 서원이다. 경내에는 이황과 제자 조목(趙穆)의 위패가 봉안돼 있는 상덕사(보물 제211호), 서원 강당인 전교당(보물 제210호), 이황이 제자들을 가르치던 도산서당 등이 있다. 매년 봄과 가을에 이곳에서 향사를 지낸다. 병산서원은 풍산현의 풍악서당이 전신인 곳으로, 고려 때부터 사림의 교육기관으로 운영됐다. 1863년 서원으로 승격됐다. 선현 배향과 지방 교육의 일익을 담당해 많은 학자를 배출시켰다. 두 서원 모두 대원군이 서원철폐령을 내렸을 때도 보호된 곳이다.

 

 

 

 

글. 김기성 Kim, Kisung 예가 건축사사무소 ·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