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일천삼백리를 가다Ⅱ 2020.11

2023. 1. 26. 09:09아티클 | Article/포토에세이 | Photo Essay

Traveling the 1,300-ri(525km) long Nakdong River Ⅱ

 

강원도 함백산 황지에서 발원한 낙동강은 일천삼백리 남부지방의 산하를 적시며 국토 남부의 젖줄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4대강(한강, 영산강, 낙동강, 금강) 중 가장 긴 강으로 길이가 무려 521.5킬로미터에 달한다. 황지연못으로부터 샘솟은 강물은 여러 고을을 지나 수많은 아름다운 풍광과 역사적 사연들을 품으며 수천 년을 흐르고 있다. 남해의 다대포에 이르러 주변 지류와 합류하면 우리 생활에 필요한 식량과 생활용수, 공업용수를 제공하기도 한다. 민족의 젖줄기인 셈이다. 이번 호에서는 낙동강이 연출하는 수려하고 아름다운 풍광이 우리와 영원히 함께 해야 할 강임을 확인하는 데 의의를 두고자 한다. 일천삼백리 여정이 긴 탓에 여러 회로 나누어 소개한다.

 

 

한반도 지사의 유일한 보고지, 구문소
구몬소엔 약 5억~4억4천만 년 전 시기인 전기 고생대 오르도비스기의 막골층(석회암)과 직운산층(셰일)이 드러나 있다. 막골층은 건열, 물결흔, 스트로마톨라이트, 새눈구조 등의 퇴적구조가 잘 발달돼 있다. 직운산층에선 삼엽충류, 완족류, 두족류 등 다양한 화석이 산출된다. 천연기념물 제417호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한반도의 지사(20~5억년)를 관찰할 수 있는 지질학의 보고지이다

백두대간협곡열차의 기착지, 분천역
200여 명이 사는 산골 마을인 경북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엔 분천역이 백두대간협곡열차의 기착지인 분천역을 통해 수많은 여행객들이 찾아온다. 이 협곡열차는 분천역과 철암역을 오가며 운행되고 있다. 협곡열차에선 우리 산하의 대표 산곡풍경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시원하고 경이로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철암역 탄광박물관

기암괴석이 장관이구나
청량산은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는 풍경을 자랑하는 한국 대표 명산이다. 1982년부터 경상북도립공원으로 지정해 보존되고 있다. 치세가 수려하고 골이 깊어 계곡물이 청정하다. 태백에서 시작된 물은 청량산을 휘돌아 낙동강을 향해 도도하게 흘러간다.

닭실마을 청암정
청암정은 권벌이 닭실마을에 종가를 지으며 조성한 정자로, 1526년 거북 모양의 너럭바위 위에 세워졌다. 주변에 못을 판 후 냇물을 끌어들여 물을 채워놓고, 장대석으로 좁고 긴 돌다리를 축조해 청암정에 다다르도록 했다. 바위를 평평하게 다듬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살리면서 주춧돌과 기둥 길이를 조정해 지었다. 때문에 주추 높이가 각각 다르다. 자연을 활용해 정자를 세운 옛사람들의 지혜와 탁월한 조경기법을 엿볼 수 있다.

시원한 물에서 더위를 잊는 봉화 내성천 은어축제
매년 8월 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무렵이면 봉화지역 내성천에선 은어축제가 열린다. 전국에서 몰려오는 관광객들이 이 축제에 참여해 시원한 물에서 은어를 잡으며 즐겁게 더위를 잊는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온라인 축제로 대신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서원, 영주 소수서원
영주 소수서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으로 백운동서원이 그 시초다. 1542년 풍기 군수로 부임한 주세붕이 안향 선생의 고향에 사묘를 세워 선생의 위패를 봉안하고 다음해에 학사를 건립해 사원의 체제를 갖췄다. 2019년 ‘Seowon, Korea Neo-Confucian Academies’이라는 명칭으로 다른 8곳의 서원과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섬처럼 떠 있는 영주무섬마을
문수면 수도리 영주무섬마을은 아름다운 자연과 고가(古家)가 그대로 보존된 전통마을이다. 내성천이 마을의 삼면을 감싸듯 흐르고 있고, 그 가운데 마을은 섬처럼 떠 있다. 30년 전만 해도 마을사람들은 나무를 이어 다리를 놓고 이 다리를 통해 뭍으로 일하러 갔다. 장마가 지면 불어난 물에 다리가 휩쓸려 떠내려가기 일쑤였다. 마을사람들은 해마다 다시 다리를 놓았다. 현재의 외나무다리는 지난 350여 년간 마을과 뭍을 이어준 유일한 통로다. 1979년 현대적 교량이 설치되면서 철거됐었으나 마을 주민과 출향민들이 예전 모습으로 재현시켰다.

태극무늬 모래사장 마을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 태극무늬 모양으로 휘감아 돌아 모래사장을 만들었는데, 그곳에 들어서 있는 마을이 회룡포다. 유유히 흐르던 강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둥글게 원을 그리고 상류로 거슬러 흘러가는 풍경이 기이하다. 인접한 향석리에 있는 장안사에 올라 아래를 굽어보면 이 모습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비룡산 능선엔 1998년에 건립된 회룡대라는 정자가 있다. 이곳에서 정면을 보면 물도리 모양으로 굽어진 내성천이 한눈에 들어온다. 강으로 둘러싸인 땅 모양이 항아리처럼 생겼다.

학문과 집필을 위한 조선시대 정자
조선시대 정자는 보통 관직에서 은퇴한 사류의 노후를 위해 지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권세와 탐욕이 만연한 세상에서 벗어나 한적한 곳에서 은일하고자 하는 은둔자에 의해 지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초간정은 이들과는 다르게 학문과 집필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됐다. 오롯이 묵향으로 가득 찬 정자가 바로 초간정이다. ‘초간’은 당나라 시인 위응물이 읊은 시 저주서간(滁州西澗)의 ‘홀로 물가에 자라는 우거진 풀 사랑하노니(獨憐幽草澗邊生)’라는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글. 김기성 Kim, Kisung 예가 건축사사무소 ·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