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청사, 설계공모 이후 이대로 괜찮은가’ 좌담회 2022.11

2022. 11. 11. 16:09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공공건축, 지자체장 등 개인 아닌 ‘지역민’과 ‘미래세대’ 위한 것… 반복되는 설계당선 번복 이대로 괜찮은가?
Public architecture, local government, etc. for ‘local residents’ and ‘future generations’, not for individuals… Is it okay to overturn repeated design wins?

 

사회
박현진 건축사(주.온디자인건축사사무소)
참석자
신춘규 건축사(씨지에스 건축사사무소)
안창모 교수(경기대 건축학과)
윤승현 교수(중앙대 건축학부/건축사)
조남호 건축사(솔토지빈 건축사사무소)
홍성용 건축사(건축사사무소 NCS Lab)

지난 10월 24일 충북 청주시 신청사 건립 논란과 관련한 좌담회(공공청사, 설계공모 이후 이대로 괜찮은가)가 건축사회관 김순하홀에서 열렸다.

몇 년에 걸쳐 수많은 시민·전문가가 참여해 선발한 건축 설계공모 당선작 설계안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단체장이 바뀌자 한순간 사업이 전면수정 백지화되는 일. 인구 85만 우리나라 비수도권 중 가장 큰 기초자치단체 ‘충청북도 청주시’, 서울과 맞닿은 ‘경기도 고양시’에서 지금 벌어지는 일이다.
충북 청주시가 민선 7기에 확정된 새 청사 건립사업을 전면 수정, 존치키로 했던 기존 본관동 철거방침을 밝히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청주시 시민단체들은 “민·관 협치, 사회적 합의를 훼손해선 안 된다”며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지난 10월 19일에는 문화재청이 ‘청주시청사 본관 철거가 문화재청과 합의된 사안이라는 청주시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부동의’, 유감을 표명했다.
충북 청주시 새 청사 건립 논란과 관련해 ‘공공청사, 설계공모 이후 이대로 괜찮은가’ 좌담회가 10월 24일 건축사회관 2층 김순하홀에서 열렸다. 좌담회에는 홍성용 본지 편집국장, 신춘규·조남호·박현진 건축사, 윤승현 중앙대 교수, 안창모 경기대 교수가 참석했다.

 

충북 청주시가 민선 7기에 확정된 새 청사 건립사업을 전면 수정, 존치하기로 했던 기존 본관동 철거방침을 밝힌 가운데, 본관동을 품고 진행된 국제설계공모까지 백지화해 재공모를 하겠다고 나서 시민·전문가들이 반발하고 있다. 청주시는 기존 당선안의 분산·저층형 구조가 비효율적이라는 점과 주차장 부족, 정밀안전진단 D등급으로 인한 유지관리비와 보강으로 인한 경제성 문제 등을 ‘기존 건립사업 백지화 및 본관동 철거’ 이유로 들고 있다. 최근 청주시는 문화재청과 자문기구인 문화재위원회의 ‘청주시 신청사 건립과 관련한 옛 청사 본관 철거 중단 의견’에도 불구하고 본관 철거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번 일은 ▲오랜 기간 시민·전문가들과 합의 끝에 공정·투명하게 운영된 국제설계공모 결과를 손쉽게 백지화해버리는 작금 ‘설계공모’의 현실 ▲문화재적 가치에 앞서 청사 건립 당위성·소요예산 위주로 건축문화유산에 대한 존치·철거 여부 결정 문제 ▲건축물을 만들고 평가하는 전문가 전문성에 대한 일방적 훼손 등 여러 문제가 얽혀있는 만큼 건축계 내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이를 위해 지난 10월 24일 건축사회관 김순하홀에서 이번 청주시 신청사 건립을 둘러싼 논란에 관한 의견을 듣기 위한 좌담회가 열렸다.


# 청주시청사 본관동 왜색 논란, 1950~1960년대
   전 세계적 브루탈리즘 계열 건축 붐에서 기인…모더니즘 건축 어휘 일환
  훌륭한 건축에 다양한 해석 뒤따라,
  왜색 등 한 측면만 부각하는 건 문제…문화재 측면에서 바라봐야
  논의 없는 일방적 결론, 전문성 훼손하는 행위…전문가들 발 벗고 나서야

박현진_먼저 근대유산의 보존 부분에서, 현재 청주시청사 본관동 왜색 논란이 일면서 철거 또는 어떤 형태로 보존할건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안창모_본관동을 보존하며 신청사를 짓기 위한 초기 논의에 조금 관여한 적이 있는데요. 이미 당시에 이것이 왜 보존돼야 하는지와 보존하면서 설계공모가 이루어질 때 갖는 장소성에 대한 논의가 신중하면서도 충분히 진행됐습니다. 그런 것들이 모두 반영돼서 최적의 안을 선택했는데, 그것들이 일순간에 가치를 잃게 되는 과정에서 철거론자들이 말하는 핵심 논리가 왜색을 띠고 있다는 것과 가치 판단이 잘못됐다는 두 가지 부분인데요. 왜색 시비 논쟁에 언급되는 난간의 디테일이라든지 옥탑의 조형물 같은 것들은 사실 20세기 모더니즘 건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건축 어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어떤 특정 부분들이 유사하다는 특이점이 있다고 해서 전문가 단체, 전문가들과의 논의나 검증철차 없이 일방적으로 최종 결론까지 이르렀다는 것은 문제를 제기한 사람의 무책임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이 본관동 보존가치 이슈가 신청사 건립의 핵심이었기에 많은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했고 심지어 문화재청 관련부서에서도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의견을 전달했는데, 청주시청에서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직접 이름을 걸고 문화재청이 어떤 부분에서 가치를 잘못 판단했는지에 대해 조목조목 이야기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 이후에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이 논의하는 자리가 만들어졌어야 하고요. 더군다나 문화재청이라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역사 유산·근대유산의 가치 판단에 가장 권위를 갖고 있고 그 권위가 훼손됐을 때 취할 수 있는 법적 장치도 갖고 있는 기관에서 두세 번에 걸쳐 의견을 냈는데, 문화재청과 이미 협의를 마쳤다는 시청에 문화재청이 공식적 문서로 청주시청사의 가치가 없다거나 철거에 동의해준 적이 없다고 밝혔다면 문화재청을 엉뚱하게 악용하고 있는 시청이 입장을 표명해야 하는 거죠.

박현진_건축물 디자인 관련해서 당사자의 직접적 발언이 없는 경우에 모양으로 유추해 해석하는 건 타자의 영역이잖아요. 지금의 왜색 논란은 이 타자들이 그렇게 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조남호_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해요. 건축이 다양한 측면에서 해석된다는 건 훌륭하다는 거니까요. 왜색 논란 같은 경우도 부정하거나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지금처럼 왜색이라든가 어느 한 측면만을 부각시키는 것이 문제라 봅니다. 저는 오히려 이번을 계기로 청주시청사가 아케이드의 베이라든지 베이의 수, 입면을 비대칭으로 한 점 같이 전통을 끌어들이면서도 근대라는 의식을 분명히 갖고 있고 그게 실제 형태적으로 수준 있게 구현된 훌륭한 건물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다양한 해석 여지가 있고 해석이 되는 점은 좋은데, 정말 낮은 비중의 해석이 정치적으로 연관돼서 그게 마치 전체 인상인 것처럼 이야기되는 게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장소와 시간에 관한 문제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객관적인 건축적 가치에 대해 하나하나 항목들을 정리해 정확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안창모_건축계에서 제일 유명한 왜색시비 논쟁이 부여박물관인 것 같은데 그때와 지금은 논의구조가 완전히 다릅니다. 부여박물관은 전체 쉐입(모양)과 입지의 문제였고, 누가 보더라도 일본 신사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청주시청사는 여건이 다릅니다. 구도심에서 벗어나 있고, 청주가 근대도시로, 현대도시로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의 도심에 위치한 데다 전체 매스 구성 등이 전형적인 모더니즘 구성이죠. 그게 아시아에서 수용될 때 목조건축을 중심으로 하는 우리나라나 중국, 일본, 심지어는 동남아시아에서도, 동아시아에서 자기 식으로 해석하는 데 나타나는 공통적 특징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 부분적으로 나타나는 거죠. 그런 부분적인 것도 동의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이 있기에 그런 꼬투리를 하나 잡아 일본의 것과 비슷하다고 하면, 누군가 그 디테일을 유럽에서 봤다고 할 때 그건 왜색이 아니고 유럽식이 되는 걸까요? 부분을 갖고 전체를 왜곡하는 과정에서, 그러한 건물들을 만들어내고 평가하는 전문가 집단의 전문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충북 청주시가 2020년 국제 설계공모를 통해 선정한 신청사 조감도. 노르웨이의 스뇌헤타 건축사사무소 소속 로버트 그린우드의 작품이 당선됐다. “디자인적으로는 청주시의 자율적 행정통합을 이뤄낸 정체성을 담아내는 동시에, 공간적으로는 충분한 공공공간으로 시청을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평을 받았다.
청주시청 본관동. 고 강명구 건축사가 1965년 청주의 옛 이름 ‘주성’(배 모양 도시)에 착안해 선박 형태로 설계·건축했다. 개방성 등이 강조된 탈권위적 구조, 나선형 천장 등 미적 수준이 높다는 평을 받는다. ©청주시청
부지 중앙에 본관동을 품은 신청사의 모습. 기존 청사(본관동)는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될 계획이었다. © (주)토문건축사사무소
신청사 조감도. 로비, 첨탑 계단과 의회본의회장은 남북 방향으로 정렬돼 있으며 공공에서 개인 영역으로 전환되는 하나의 축을 형성한다. © (주)토문건축사사무소
옥상의 이벤트 공간 조감도. 옥상 또한 대중에게 열린 공간으로 야외 설치 예술작품 등과 같은 이벤트 공간으로 활용하고, 부지 중앙에 위치한 기존 시청사 옥상 공간은 건축과 조경의 전망으로 둘러싸인 모습이다. © (주)토문건축사사무소


윤승현_사실 1950~1960년대에는 전 세계적으로 브루탈리즘 계열의 건축들이 붐을 이뤘고 그게 일본으로 넘어간 거였죠. 단게 겐조를 위시한 일본 아키텍트들이 비슷한 방식을 일본에 맞춰 조정한 거고, 사실 우리 입장에서는 일본을 따라간 게 아니라 전 세계 트렌드를 따른 거죠. 브루탈리즘 특성상 큰 자본과 큰 기술 없이도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고, 1960년대에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유형의 많은 건축물들이 들어섰거든요. 그걸로 왜색을 논하기엔 명분이 부족하다 봅니다. 또, 왜색을 띤다고 부숴야 한다면 우리 문화주택은 다 부수고 부여박물관은 진작 없어졌어야 하거든요. 그것이 갖는 필요성과 가치, 시대상을 견줘봤을 때 충분히 재론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적어도 부수려면 과거와 미래의 사람들에게 이것을 부술 만한 이유가 있는지 다시 한번 물어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 부순다는 것은 없어지는 것이고, 남겨지면 미래에 후손들이 보고 쓰게 될 텐데, 현재 우리의 입장으로 이걸 함부로 부숴야 한다고 결론지을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신춘규_청주시 총괄건축가로 관여했던 사람으로서, 청주시청사는 문화재 가치보다도 60년간 청주 역사를 담은 공간으로서의 의미가 더 큽니다. 1970년대 말 지어진, 모던하게 설계된 직선형태의 연세대학교 루스채플조차도 일본 건축에 지붕을 거꾸로 했다는 식으로, 현대화 과정에서 1970년대까지도 왜색 논란을 벗어나지 못하다 이후에 전통 공간은 형태가 아닌 공간으로 담아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죠. 왜색은 시에서 말하는 몇 가지 문제점 중 하나로 그들이 낸 의견 중 하나로 써먹고 있는데 거기에 너무 매몰되고 있고요. 사실 보존의 결정과정으로 볼 때 문화재 직권등록의 문제는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이고, (청주시청사 건립)특별위원회에서 이미 보존 결정을 했거든요. 시청 쪽에서는 다른 지자체는 다 철거하는데 왜 우리는 안 되느냐,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데, 왜 꼭 다른 곳을 따라야만 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국제공모를 한 것도 청주를 차별화해 국제화하려는 시민단체 특별위원회 결정이 있었는데 그걸 존중하지 않고 뒤엎는다는 게 정말 안타깝고, 국제공모를 통해 누가 보더라도 공정한 당선작을 뽑은 것인데 한 사람의 시장이 단순히 하나의 건물로만 바라보며 논쟁거리를 만들고 한쪽으로 끌고 나가는 이 모순적인 상황이 우려됩니다.

# ‘D등급’ 철거는 재건축 기초 논리,
   근대 역사유산 구조로 존치판단 NO…“철거 주장 당위성 없다”
   건물의 시간이 담고 있는 정체성, 다른 도시와의 차별점이자 경쟁력 근간
   근대유산, 지속적 가치 형성 중…
   가치 형성 주체인 ‘시민’들의 ‘공동 기억 저장소’ 일방 철거 아이러니

박현진_청주시청은 다들 말씀하셨던 근대의 모든 과정을 담고 있는 것이라 두세 달 만의 논의 끝에 철거 결정을 내린다는 건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다음으로 청주시청사가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고, 관련해 시청 측에서 주장한 리모델링비와 유지관리비 등의 근거가 모호한데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합니다. 

신춘규_D등급에 대한 확실한 근거가 이해되지 않는데, 기초까지는 알 수 없지만 실제 본 바로는 콘크리트 건물인데 균열이 거의 없거든요. 청주시청사를 잘 뜯어보면 1960년대에 남다른 청사를 설계했는데, 다른 근대건물과 달리 1층을 오픈해 개방성을 강조하고 큰 유리창을 사용하면서 단순해보이지 않도록 난간을 만들어 가미하면서 입면의 비대칭이 생성됐고요. 또 청주에 (용두사지)철당간 문화재가 있습니다. 청주가 주성(배모양의 성)이라는 말이 있는데, 철당간이 하나의 돛대 역할을 해서 재난을 잡는 역할을 했다는 거죠. 고 강명구 선생께서 그 설화를 알았다면, 신청사가 들어오면서 이제 설을 토대로 만든 게 아니고 이 자체가 설화가 될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새로운 시청사에 본관동이 하나의 중심이 되는 거고요. 물리적인 것뿐 아니라 철학적인 생각과 소문, 설에 의해서도 청주 도시의 정체성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보거든요. 그런 과정도 중요한데, 너무 한쪽의 의견으로 치우쳐서 철거의 당위성을 만드는 데 매몰된 것이 안타깝습니다. 강명구 선생께서 설계했던 본질을 잘 이해하면 그 가치가 충분하다 보고요. 두 번째로 1960년대에 지어져 60년간의 청주시 행정의 역사를 담은 곳이라, 국제공모에 당선된 스뇌헤타 건축사사무소의 건물이 지어지면 구청사는 청주 역사박물관과 카페 용도로 시민들에게 공개하는 공간으로 만들기로 했었고요. 보존에 대한 가치를 논한다면 어떤 방법으로든 가능성이 있기에 특정 등급이라 무조건 철거해야 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건물을 부수기 위해 동원한 발상이지, 철거를 꼭 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되지는 않는다고 봐요.

 

박현진 건축사(주.온디자인건축사사무소)
신춘규 건축사(씨지에스 건축사사무소)


안창모_구조 D등급이 철거 여부의 판단 기준이라는 건 구조로만 존치 여부를 판단하는 상황에서의 이야기입니다. 기본적으로 오래된 건축물들, 근대 역사유산으로 가치가 있는 것들은 구조개선을 잘 해야 C~D등급입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버텨오면서 함께한 시간이 있기에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거고, 그렇다면 얼마든지 보강 가능한 거죠. 역사유산이 50년, 100년, 200년 지나면 당연히 구조적으로 허약합니다. 그럼에도 함께 갖고 가려는 마음이 있기에 보존하자는 거죠. 청사를 보면 일제강점기 때 청사의 모습에서 벗어나서 경제개발기에 함께 의지하고자 하는 분위기를 담고 있고, 강명구 선생께서 설계한 문화예술인 총연합회 건물 같은 것을 보면 조형감각이 뛰어나신 분이었어요. 아주 세세한 부분의 난간 디테일이라든지… 왜색시비 논쟁에 휘말릴 이유가 없는 건물이, 부수는 것을 목적으로 D등급이니 없애야 된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건 엄청난 모함인거죠.

조남호_D등급은 아파트 재건축을 위한 말을 갖다 놓은 거니 적합한 인용이 아니라 봅니다. 지진이 없는 상황에선 문제가 없지만 새 기준에 의해 구조등급이 강화되면서 이제 어지간해서는 다 D등급이잖아요. 새로운 기준에 의해 D등급으로 지정된 것에 가깝다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구조보강뿐 아니라 내부 활용에 대해 재해석하고, 구조도 보강되면서 공간 구조도 바꾸는 식으로 여러 방안이 적극 모색된다면 해당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D등급이라는 새로운 구조기준에 의한 평가로 존립의 문제를 논의하는 건 재론의 여지가 없는 거죠.

 

윤승현 중앙대 건축학부 교수(건축사)
안창모 경기대 건축학과 교수


홍성용_건물이 지어진 1965년도 당시는 국가 재건과 부흥을 목표로 했고, 청주시도 그 차원에서 심혈을 기울였을 거라 봅니다. 지금 뭐라 해도 당시에 뛰어난 작품이라 건립된 것이고, 실제 1960년대에 우수한 국가건축이 많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봐야 할 것 같고, 또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공공건축이 갖는 시간과 장소에 대한 정체성, 청주시라는 정체성이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다면 충분히 의미 있다고 보거든요. 과연 부수고 새로 짓는다면 새로운 청주의 아이덴티티가 될 수 있을까요? 2022년도에 각자 다른 도시에 건물을 짓는다고 해서 그것들이 어떤 변별성을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거든요. 마찬가지로 국제공모 당선작도 마찬가지로 가운데 있는 본관동을 치워버리면 정체성을 만들어내기 어려워요. 새 것만으로는 자기 아이덴티티를 만들 수 없고, 60여 년이 지난 건물이 함께 있기에 청주라는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거거든요. 청주 시민들도 이점에서 인정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고요. 미국 서부 개척시대에 사막지대에 만들어진 읍면 수준의 나파밸리는 다운타운 전수조사로 건축물들을 보존하고 원도심에 신축할 때 옛 사진을 인용해 재현하게끔 돼 있어요. 끽해야 1960~1970년대에 지어졌고 뛰어난 누군가의 작품도 아닌데 보존하는 이유는 그 시간 속에서 나파밸리라는 작은 도시를 구축해왔다는 거죠. 싱가포르도 스몰 디벨로먼트라고 오래된 식민지 시대의 도시 풍경을 유지하는데, 건축적으로 뛰어나지 않습니다. 구조적으로도 미약하고, 벽돌로 되어있거나 흙 건물이에요. 그런데 인문학적으로 보존의 가치를 두는 거거든요. 도시의 의미를 갖고 있는 거고, 그런 측면에서 몇 안 남은 옛 건물들, 특히 공공건축물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또 전문가들, 그보다도 나아가 그 지역 인문학을 공부하시는 분들이 전면에 나서 보존운동을 펼쳐야 하지 않나 싶고요. 사실 도시 경쟁력의 근간은 차별화잖아요. 청주시가 얘기하는 전국 다른 도시들과의 경쟁에서 차별화를 이루는 방법 중 하나가 이런 것을 남겨두는 거고, 그게 여타의 다른 지역이나 도시와 경쟁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인데 이걸 없애는 건 판단 착오라고 생각합니다.

안창모_지금 말씀해 주신 관점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은데요. 근대유산은 근대 이전의 유산과는 다르게 가치평가가 완료된 것이 아니라 지금도 가치가 형성되는 중이고, 그 가치 형성의 주체가 시민들입니다. 시청사가 시민들이 함께 해오면서 그들이 이룩해 온 것을 기억하는 공동의 기억 저장소 같은 역할을 하는 거죠. 사실 시민들이 건물의 주인이라 볼 수 있고, 시민단체들이 울분을 토하며 보존을 요구하고 있는데 시민에 의해 선출된 시장은 거꾸로 시민들의 기억의 산물, 저장소의 가치를 도외시하고 전혀 다른 비시민적 가치로 철거하자는 아이러니한 상황인거죠. 문화재청에서의 보존가치는 건물 생김새나 우수성이 아니라 이런 기억의 저장소 역할 같은 가치를 포괄하는 것으로 근대 유산의 보존 논리와는 좀 다릅니다. 함께한 기억과 삶의 가치를 포함하기에 시민들도 들고 일어나고 지역 언론에서도 힘을 실어주는 거라 봅니다.
윤승현_심지어 민간 건축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조차 선조 때부터 있었던 자리이기에 억만금의 보상금을 준대도 마다하고 그곳에 있어야 가치가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청주시의 태도는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래된 건 무조건 보존해야 된다는, 단지 시간만의 문제가 아니라 장소성의 문제도 함께 있는 거죠. 

# 국제공모, 청주 역사 알리려는 시민 의지 반영 결과
   증축불가·주차장 부족·공사비 등
   경제성·기능성 문제 삼은 청주시 재공모 논리 당위성 X
   왜색·구조 등 문제 삼아 본관동 철거 후 이를 품은 당선안 폐기 주장…
   철거 위한 일방적 논리에 불과 
   청주시 정체성과 미래 방향성 품은 당선안 존중받아야
  
박현진_D등급은 재건축에 기초한 논리고, 근거가 모호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유지를 위한 리모델링과 보수 비용이 얼마가 들더라도 지나온 시간과 비교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2017년부터 부지를 결정하고, 또 국제설계공모를 진행하는 등의 과정이 있었는데요, 설계공모의 지속성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신춘규_배경을 말씀드리면 먼저 2014년도에 청주가 청원과 통합되면서 통합시청사의 부지를 원부지로 하기로 결정됐고, 이는 원도심을 보존하는 차원에서 고무적인 결정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본관동 보존, 세 번째로 국제공모를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대개 조달청 공모로 하지 국제공모는 없거든요. 1500년 역사를 갖고 있는데다 직지의 도시이기도 하고, 청주가 이런 세계적인 기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체계적으로 알리려는 시민의 의지가 있기에 이뤄진 국제공모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총괄 전문위원으로서 용역 업무를 진행한 한국건축가협회와 같이한 과정을 말씀드리면, 1단계이던 공모의 용역비를 더 늘리고 자체적으로 2단계 공모 심사를 진행했어요. 축제 분위기 조성을 위해 1단계 공개 공모에서 국내·외 가리지 않고 다섯 팀을 뽑고 2단계로 스뇌헤타를 포함한 세 곳의 세계적 아키텍트 팀을 초청해서 여덟 개 팀이 진행한 거예요. 모든 과정을 공정히 하고 투명하게 공유했기에 끝나고 나서 건축계 내에서 찬사를 많이 받았고, 시민들도 청주다운 건물을 뽑아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스뇌헤타 측에도 세계적인 청사를 만들어달라 당부했고 스뇌헤타는 물론 국내의 (주)토문건축사사무소에서도 굉장히 열심히 해왔고요. 청주시 총괄건축가로서 원도심과 주변에 한국을 대표할 만한 대표적인 공공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모든 과정에서 자부심을 갖고 잘 해왔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청주시의 논리는 주관적인 것이거든요. 증축이 불가능한 건물이라고 하는데, 시청사는 어느 도시에서도 상징적인 랜드마크로 보존돼 역할을 하게 되고, 증축이 정말 필요하다면 시청 주변 부지를 공공화해서 행정타운으로 만들 수도 있고 방법은 얼마든지 있거든요. 또 주차장 부족에 관한 이야기도, 원도심을 잘 닦으려면 대중교통을 활성화하는 식으로 물리적·구조적 해결을 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새로 공모해서 주차장을 천 대 이상의 규모로 넣고, 3.3제곱미터당 350만 원으로 책정된 공사비를 300만 원으로 줄인다고 시민들에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얘기를 하는 거죠. 설계비로는 100억이 지급됐지만, 기회비용이나 여러 눈에 보이지 않는 지출비용까지 하면 300~400억은 그냥 허비하는 거거든요. 앞서 논의했듯 이미 이 시점에서 청주시가 밝힌 (본관동)유지관리비나 구조보강 등의 공사비 측면에서의 철거이유는 논리를 잃은 거구요. 이런 논리적으로 들어맞지 않는 주장에 끌려가는 상황이고, 국제공모였기 때문에 청주시청사의 진행사항이 널리 알려진 상황이 서울시에서 잘 정착한 국제공모의 긍정적인 내용들에 부정적인 인식을 던져주는 듯해 많이 안타깝습니다.

안창모_말씀하신 주차장에 관해서도, 향후 앞으로 우리 사회 지향성을 생각하면 주차 수요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지하 1층 등의 이런 몇 시설을 오히려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요구했다는 부분은 현재 공모 당선작이 이미 청주시가 향후 지향해야 할 가치를 안고 있는 거거든요. 그런데 당장 물리적으로 주차공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건 시대적 가치를 담지 못하고 있는 거죠. 지금 당장 기존의 역사도 품에 안고 있지만 미래 청주시가 가져야 할 방향성까지 안고 만들어진 설계로서 이 프로세스는 전반적으로 존중받아야하고, 그대로 만들어져야 하는 의미를 가진 설계공모였다고 생각합니다.

윤승현_저는 심사에 참여했는데요. 그렇기에 결과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게 아니라, 심사숙고하며 진행한 과정의 결과를 뒤엎으려 한다면 그 과정의 열 배는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과연 이게 그 열 배 정도로 심사숙고를 했냐 하는 점이 의심되는데요. 주차공간은 기존 안에서도 늘리려면 얼마든 늘릴 수 있었고요. 세 가지 이야기로 집약되는데 첫째로 중앙의 본관동 존립 여부는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좀 전에 저희가 결론 낸 것이고, 다음으로 경제적 효율성과 기능의 효율성에 대한 얘기거든요. 근데 시에서는 지금 스뇌헤타의 안이 경제성으로도, 기능의 효율성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얘긴데요. 부지는 이미 매입했고, 일부 철거하고 이전한 상태에서 손실은 계속 발생하고 있는 거거든요. 그렇다면 지금 3.3제곱미터당 350만 원의 공사비를 줄인다 한들 공기 연장으로 인해 생기는 손실은 어디에서 납부할 거냐는 문제가 생깁니다. 이를 봤을 때 경제성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없는 것 같고요.
기능의 효용성에 대해 저는 적어도 21세기에 미래를 담보하는 시청은 기능성이 아니라 시민에게 열린 청주 시민을 위한 도시가 돼야 하고, 적어도 시청이라면 시민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정체성을 갖춰야 하고, 그 정도의 규모로 시의 어떤 건축물 못지않게 크다면 적어도 경제성을 빌미로 애매모호하고 뜨뜻미지근한 건물을 짓기보다 시민들의 자부심과 향기가 퍼질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은 돼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기능의 효용성이 재공모를 해야 하는 근거로는 미약하기 이를 데 없고, 심각한 문제라고 보지 않거든요. 설계공모를 엎어야 한다면 시민들이 절대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정도의 기준과 근거, 당위성이 있어야 하고 지금의 논리는 매우 빈약하다고 봅니다.

# 지자체장 변경 후 수많은 시민·전문가 합의 결과 백지화…전근대적 상황
   저층 비효율 논란? 분산된 저층형 훨씬 효율적·기능적
   시민들 활동 담아 정체성 드러내는 저층형으로 조형으로서의 존재감까지
   효과적 구현…약 50개 안 중 검토·합의 거쳐 선정된 최적안

박현진_경제 개발 논리에서는 돈과 기능이 설득을 위한 일차적 요소였지만, 건축의 품격 면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도 논의했으면 합니다.

조남호_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합의 결과로 만들어나가던 것을 지자체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한순간에 바꾼다는 자체가 굉장히 전근대적인, 야만적 상황이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시청사 설계안의 비효율로 흔히 얘기하는 게 저층으로 퍼지면 비효율적이라는 건데, 이건 오해예요. 옛날 종로구청도 그렇고 건물이나 과가 다 다른 곳에 있잖아요. 그런데 방문하는 사람들은 이과 저과를 한 번에 방문하지 않거든요. 하나로 통합된다고 해도 부서별로 큰 연관성이 없이 결국 다들 곳으로 흩어지죠. 통합된 로비에서 엘리베이터에 집중되는 것보다, 이 정도 크기에서 영역들이 나눠져 분산돼 있는 게 비효율처럼 느껴지지만 그렇지 않단 거예요. 품격이란 애매한 말보다도, 지방의 맥락과 맞고, 부처별로 나눠져서 업무도 분산된 상황에서는 이런 약간 분산된 저층형이 훨씬 효율적이고 기능적이란 거죠.
윤승현_현재 신축 중인 17층짜리 타워형 모 청사가 있는데, 그곳은 효율성 면에서 벌써부터 골머리를 앓고 있어요. 5대 엘리베이터로 동선이 소화되지 않고, 민원인들이 이용할 수 없을 정도로 트래픽잼(교통혼잡)이 생길 수밖에 없는 거예요. 우뚝 세워서 시청의 위용을 자랑하는 시절이 아니고, 사람들이 유람하고 거닐 수 있는 시청이 되려면 저층형이 되는 게 당연한 거죠.

 

조남호 건축사(솔토지빈 건축사사무소)
홍성용 건축사(건축사사무소 NCS lab)


신춘규_기능적으로 시에서 요구한 건 세 가지입니다. 첫째로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을 만들어주는 개방성이고 두 번째는 업무 효율성입니다. 공무원들이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업무효율성이 있는 공간을 원했고, 세 번째는 스마트 오피스입니다. 미래로 나아가면서 앞으로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크게 개인 업무공간이 필요 없는 자리는 공유 오피스 개념으로 공간을 줄이기로 했는데 그 부분이 제일 어려운거에요. 어느 정도의 면적으로 할지 정책 방향을 결정하지 못했고, 속성 상 어느 부서에서 자신의 책상이 필요할지는 지어지는 5년 내 차근히 논의돼야 하는 거거든요. 지금 행안부에 제출한 도면은 지침에 따라 부서별로 형식적으로 면적을 배분해야 승인이 가능해서 들어가 있는 상태고요. 배치는… 사실 충북이 서원이 보편화되었던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원의 공간구조를 참고하여 마당의 개념을 적용하였고, 형태는 한옥 기와, 한옥의 처마선을 따왔는데 한옥처럼 보이진 않잖아요. 디테일은 하나하나의 더블 글레이징을 기와의 형태를 따와 만들고 그걸 사실 태양광 집열판을 만들려 했던 거예요. 그 특허가 해외에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개발이 안 돼서 적용을 못하게 되는 어려움도 있었고… 그런 식으로 체계적으로 배치부터 상세까지 한국적인 것을 적용하려는 청사가, 기와를 넣거나 한옥 스타일의 건물을 억지로 욱여넣은 것 외에는 딱히 없잖아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평면이나 배치 효율성에서 이게 스마트오피스에 적합한 가장 좋은 배치라 봅니다. 굳이 올라가지 않아도 분산되고, 공무원들의 업무 영역도 수직적 연결보다 수평적으로 연결되는 게 훨씬 낫고요. 그런 다양한 세부적 내용들을 시민들에게까지 소개하진 못했지만, 전문가로서 추진하는 입장에서 지어지고 나서 굉장히 고급스러운, 소요되는 비용이 적다고 느껴질 정도로 잘 설계된 건물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런데 이걸 뒤로 하고 15층 내외의 시청사로 짓겠다는 것입니다. 그게 안타까운 것이지요. 설계공모를 통해 여러 좋은 안중에서 굉장히 품격 있는 안을 선정했다고 확신했고, 그동안 설계가 발전되어서 잘 지어지는 것을 보고 싶고, 결과적으로 고향인 청주에 한국을 대표할 만한 세계적인 청사가 완성되었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윤승현_신춘규 건축사님께서 전 총괄건축가로서 말씀해주셨는데, 심사에 관여한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40~50개 정도의 작품이 들어왔었고,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눠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먼저 효율을 중시하는 동시에 도시의 상징물이 되기 위한 조형을 드러내되 나머지는 도시의 가로와 연속되게끔 넓은 광장을 만들어주는 형식이 하나의 타입이었다면, 또 하나는 사람들의 활동이 적극적으로 시청으로 들어오고 그게 담길 수 있는 환경으로 확연히 시민의 청사로 느낄 수 있게끔 감싸주는 형식이었습니다. 후자는 대부분 저층형이었죠. 이중 어느 것이 유효한지에 대해 심사위원들 간에 굉장히 많은 논의가 있었고, 결과적으로 시민의 청사, 그리고 뒤에 못생긴 건물이긴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의 아파트(뉴코아) 두 동이 타워를 형성한 상황이라 조형으로서 탑상형의 타워가 되어 시민의 얼굴처럼 드러내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다고 봤습니다. 그런 모습을 드러내는 것보다 시민들의 활동이 담겨지게끔 만들어주는 게 유효하다고 보고, 그런 상황에서도 스뇌헤타는 휘어진 형식을 취해 조형으로서의 존재감도 살렸다고 봅니다. 그 담아주는 방식의 조형과, 그 공간이 어떻게 시민들 활동을 담아줄 수 있고 이를 통해 원도심의 정체성을 어떻게 드러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건물이 가지고 있는 조건이었고, 효과적으로 구현한 거죠.

 

# 적법한 절차로 형태·기능 등 다양한 검토 거쳐 국내·외 공론화된 당선 번복
   근거 미약한 재공모, 시장 신뢰도 하락으로 이후 유효한 제안 어려울 것

박현진_정리하면, 품격이라는 단어를 떠나 설계공모 과정 자체에 시민들의 참여와 자부심이 들어가 있는 건물이고, 이미 40~50개의 안을 검토해 가치와 장소성, 시민들이 활동성을 담아내는 부분까지 검토가 이뤄진 상태에서 엎어버리고 재공모를 한다는 것은 결국 전문가로서의 판단이 한두 명 행정가의 의견으로 무시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입니다. 이렇게 누군가의 의도대로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눠봤으면 합니다.

윤승현_공모 최종 결과는 청주의 큰 홀(동부창고)에서 공개발표 했어요. 온라인에서도 생중계하고 모든 심사 과정을 공개해 청중이 있는 가운데 공론화된 심사결과였습니다. 심사과정에서 뭐가 중요한 지 이미 공론화된 것이거든요. 이를 무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또 재공모가 위험한 것이 시장의 신뢰를 다 잃는 거거든요. 재공모하면 다시 엎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인데, 어떤 건축사사무소에서 이 험난한 과정에 비전에 대한 신뢰를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청주시와 시민이 바라는 좋은 청사의 제안을 할 수 있겠느냔 거죠. 이미 이런 기능성과 효율성의 문제가 있다, 경제적이지 않다는 일종의 낙인이 찍힌 공모에 어떤 제안을 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세계적인 사람이라도 참여하지 않을 것 같고, 참여하더라도 유효한 제안이 가능한가에 대한 걱정이 듭니다.

# 한 행정가의 의견으로 휘둘리는 국내 현실 국제적으로 공개돼
   행정 지속성 측면에서도 의구심…

박현진_말씀하신 대로 온라인을 통해 공개 공모가 이뤄졌고, 효율성과 기능성, 미적인 것과 장소성에 대한 부분도 공론화돼 시민들이 모두 보았죠. 개인적으로 청주시가 재공모를 했을 때 더 낮은 공사비에 좀 더 넓은 곳에 더 창의적인 건물이 나올 거라는 결론을 낸 점에서도 큰 모순을 느꼈습니다. 건축에 정답은 없지만, 수많은 안중에서 여러 고민과 검토를 거쳐 최적의 안을 내놓은 과정이 모두 무시된 상황에서의 생각을 좀 더 듣고 싶습니다.

홍성용_내부에서의 모욕은 참으면 되는데, 지금은 국제적으로 우리의 수준이 낮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힌 거라고 봐요. 돈만 주면 어떤 상황에서도 온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모욕적인 언사라 생각하는데, 손가락질 받는 행위에 부담감을 느끼지 못하는 천박한 인식인거죠.

윤승현_청주뿐만 아니라, 다른 시에서도 전문가와의 논의나 시민들과의 의견 조율 없이 자신이 생각한 아이디어를 추진하면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 생각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돼야 한다고 봅니다. 그 정치인이 아무리 중요한 인물이라 하더라도, 행정의 지속 측면에서 볼 때 한 사람의 의견으로 휘둘리는 형태가 지속되는 것에 의구심이 많거든요. 이건 청주의 사례를 빌어서, 다른 곳에서도 더 크게 얘기를 해봐야 하는 심각한 도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재정력이 크지 않아 건드리더라도 파장이 크지 않았지만, 지금은 청주시청사만 봐도 원도심에 끼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는 사이즈거든요. 아무리 옳다 하더라도 어느 한 사람의 입장이나 신념으로 완성될 수는 없다고 보고, 그렇게 휘둘려 진행되는 것은 결국 나중에 청주시 미래 세대에게 죄를 짓는 것이 될 수도 있기에 재고를 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조남호_결국 시민의 건축이 되려면 절차적 정당성이 굉장히 중요한데, 지금 뭔가 대안을 얘기하는 건 결과물에 대한 얘길 계속 하는 거거든요. 그보다도, 이 모든 문제가 결과물에 대한 평가를 기준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건 근본적으로 잘못된 방식입니다. 국제공모를 하고 많은 논의를 거친 것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얘기를 들을 수 없기에 시민들의 의견들을 압축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수많은 절차를 통해 결과의 정당성을 얻은 거잖아요. 결과를 가지고 앞으로 이것보다 더 좋은 것을 만들 거라는 건 아무 의미가 없고요.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문제를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고 봅니다. 

신춘규_그 절차적 문제와 관련해, 청주시청은 문화재청의 직권으로 문화재를 등록시키겠다는 것 때문에 본관동 보존에 대한 결정을 어쩔 수 없이 따라간 게 아니냐, 그러므로 보존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면 결국 보존을 전제로 한 국제공모도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공모도 새로 진행되는 것이 맞다, 라는 논리를 펼치는 중입니다.

박현진_문화재적 가치를 떠나서 익선동만 보더라도 일상의 영속성 때문에 그 안의 공간적·문화적인 부분을 느끼기 위해 많은 외국인들이 방문하는 거잖아요. 그건 돈으로 살 수 없는 거죠. 이 자체로도 충분히 오늘 논의를 통해 본관동의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겠고, 다음으로 과정의 정당성 측면에서는 5년간의 시간을 고작 몇 달 시간으로, 그리고 많은 시민들과 전문가의 참여를 어떻게 대체할 것이냐 대한 정당성이 미약하다고 결론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논의에 앞서 훨씬 다양하고 많은 이야기가 나왔지만, 오늘 좌담회는 여기에서 마무리하려 합니다. 장시간 의견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월간 <건축사>는 건축문화 및 건축사업계 발전을 위해 건강한 토론문화가 성립되길 희망하며, 건축사들의 다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 (news@kira.or.kr)

글 육혜민 기자 · 사진 장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