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등재 2020.9
Wondeungjae 땅의 기억 금당산 황새봉 서쪽 끝자락엔 낮은 언덕과 밭 그리고 그 사이로 구불구불 옛길이 있다. 수십 년을 함께 했을 단독주택은 어느 시골에서 느껴지는 한적한 풍경이었다. 구불구불 느린 길은 마을에서 가장 길었고 집은 가장 컸으며 산속에서 재잘대는 새소리는 어린아이의 웃음처럼 익숙했다. 이런 풍경은 2004년 10월 제2순환도로 효덕교차로에서 풍암교차로 구간이 개통하면서 급변했다. 구불구불한 길 위로 넓은 4차선이 들어섰고, 천천히 담소를 나누며 걷던 길은 차량에 의해 빨라졌다. 산새 소리의 재잘거림은 배기음에 묻히고 분진과 매연으로 마을 내음은 서서히 잊혀갔다. 큰 것의 변화 이후 마을 풍경은 방음벽 터널로 덮여있는 순환도로 교량과 둑으로 변했고, 그곳에서 가장 크고 높은 것은 수..
2023.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