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2)
-
우리나라, 우리에게만 있는 나라 2020.12
Our country, the country that only belongs to us 남행열차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국토의 남쪽 끄트머리 신안군 증도에 있는 태평염전이었다. 나는 차창 밖에 가을색으로 물들어 있는 먼산을 바라보다가, 마을을 휘돌아 흐르는 강물을 쳐다보기도 하고. 언젠가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이런 구슬픈 노래를 듣기도 하였는데… 고작 두어 시간 열차 칸에 갇히는 구속이 달콤해, 건너 편 낯 모르는 수인(囚人)의 열차 탈출 시간이 궁금해지기도 하더라. 철철철철 기차 바퀴가 구르는 소리를 들으며, 쯧쯧쯧쯧 삶은 국수 찬물에 헹구는 소리를 시로 적은 문태준 시인의 마음을 가늠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오송이라거나 익산이거나 하는 한 번도 디뎌본 적 없지만 익숙한 이름의 역전 가난한 여인숙..
2023.01.27 -
미안해요, 사랑해요 2018.12
I'm sorry, I love you 까만 화면에 ‘미안해’라는 자막이 생겨난다. 뒤를 이어 나타나는 자막이 예사롭지 않다. ‘아침 마다 울게 해서 미안해 숙제 같이 못 해줘서 미안해’ 세 줄 자막이 생겨난 뒤에 배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텅 빈 자동차 안이다. 아무도 앉지 않은 운전석과 조수석이 보인다. 그 위로 자막이 계속 흐른다. ‘맨날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그리고 잠시 모든 자막이 사라졌다가 조금 더 큰 크 기의 자막 한 줄이 나타난다. ‘일하는 엄마라서, 미안해’ 겨우 자막만 읽었을 뿐인데 눈가가 뜨 거워진다, 목구멍으로 왈칵 뜨거운 기운이 올라온다. 2015년에 제작된 기아자동차의 카렌스 광고의 이야기다. 또각또각 여자의 구두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차 문이 열린다. 일과 육아, 살림이라는 ..
2022.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