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건축사(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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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례성지 2019.11
Myeongrye Sacred Hill 이곳은 1866년 병인박해(丙寅迫害) 때 서른여덟의 나이로 순교한 신석복(申錫福, 마르코, 1828-1866)을 위한 성지이다. 그는 소금과 누룩으로 장사를 하는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한번 얻은 신앙을 배반하지 않아 처형당하고 만다. 그의 출생지였던 이곳에 그를 기념하는 성당이 1897년에 지어졌지만 소실되어 1938년에 원래 건물을 다소 축소하여 지은 한식 건축이 남아 지방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이 땅은 원래 낙동강물이 휘돌아 가는 언덕이었으나 사대강 사업으로 이제 육지에 솟은 땅이 되고 말았다. 언젠가는 회복될 주변 풍경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평화로웠다. 땅 위에는 한식 성당 외에도 최근 지어진 한옥과 몇 건물들이 있는데 모두가 전체 땅이 가진 지형을 거스르지는 ..
2023.01.06 -
핑두 완커주택문화관 2019.11
Vanke Housing Culture Center, Pingdu 핑두(平度)는 인구 150만 명 정도의 작은 도시이지만 무려 3천 년의 역사를 가진 도시이다. 칭따오의 북쪽 외곽에 위치한 까닭에 칭따오의 영향을 받아 근래에 도시의 변혁이 급속도의 물살을 탔다. 시내 중심부에 위치하던 관청들이 신개발지로 이전하면서 도시의 가장 오래된 중심지역을 재개발하는 마스터플랜을 수행하게 됐다.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만큼 그 유적을 기대하였지만 이미 민국시대 이후에 들어선 아파트들과 관아건축들은 유감스럽게도 이미 그 유구들을 멸실하고 세운 결과였다. 그러나 어렵게 찾은 고지도들에 의하면 옛길들은 여전히 남아 지금의 길들로 쓰고 있는 게 많아, 이 공간에 입각하여, ‘지문(landscript)’을 주제로 전체 마스터..
2023.01.06 -
시안추모공원 ‘천의바람’ 2019.11
Sian Public Cemetery Park ‘A Thousand Wind’ ‘천의 바람’- 우리 삶의 아름다움을 되새기는 풍경 이 건축은 죽은 자를 위한 시설이다. 무려 만 명의 삶이 죽음으로 모여 있는 곳이니 죽은 자들의 공동체이며 도시이다. 그래서 도시로서 갖추어야 할 시설로 전체를 구성했다. 특히 경사지에 위치한 도시여서 개별의 거처들이 테라스하우스의 형식을 가지는 게 기본이었다. 이 테라스하우스의 앞은 들여 올려진 아래 집들의 지붕을 덮은 잔디로 인해 독립된 영역을 이루고 있으며 위에서 보면 전체가 녹지로 덮여 있어 특별한 공원의 모습이다. 적절한 크기의 테라스하우스들이 모여 이뤄진 작은 공동체들은 경사로나 계단의 길로 연결되고 그 절점에 적절한 크기의 공원들과 광장들 그리고 개별 공동체의 성..
2023.01.06 -
수우재 2019.11
Soowoojae 이 집이 위치한 서울 근교의 이 마을은 역사적으로도 오래되었으며 현재 6백가구로 이루어져 있다. 사방이 나즈막한 산으로 위요되어 땅의 형상이 염통을 닮았다고 해서 예로부터 염곡동이라 불렸다. 완만한 경사지로 이루어진 마을의 북쪽 끝 언저리에 대지가 있으며 6백 년 된 느티나무가 대지경계선에 붙어 있다. 이 나무는 보호수로 지정되었으며 수형이 장엄하고 그 가지들의 위세가 주변을 지배했으니 새로 짓게 되는 집의 설계는 이 나무와의 관계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였다. 1970년대에 지어진 집에서 10년 넘게 살아온 장년의 부부가 보다 자신들의 삶에 맞도록 집을 지을 필요가 있었다. 부부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면서 아마추어 사진가로도 활동하고 있었다. 대지의 앞쪽 도로와 뒤편 녹지 사이에는 4..
2023.01.06 -
대전대학교 HRC(제5생활관)
Hyehwa Residential College of Daejeon University 대전대학교 기숙사 이 프로젝트는 대전대학교의 residential college이며, 기숙사의 개념에서 학과 과정의 자격을 부여한 시설이다. 대학이란 직능을 가르치고 배우는 직업학교가 아니라, 단어 자체의 뜻에서 보듯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곳이다. 이를 이루자면 무엇보다 전인적 교육이 필요한데 이는 단순한 지식의 습득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라 삶 자체로 학습하고 연마해야 이뤄지는 일이라면 이런 거주형 캠퍼스는 대단히 유효한 방법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한시적이라고 해도, 이 곳에 들어오는 일은 각자 살고 있던 세상의 경계를 넘는 일이며 어쩌면 속된 세상에서 떠나 육체적, 물질적, 정신적 자유를 찾는 수도사적 삶을 ..
2023.01.06 -
경계 밖으로 스스로를 추방하는 자 2019.11
One who banishes himself out of boundaries 중국 당나라 시대의 문장가인 유종원(773-819)이 쓴 글 중 재인전(梓人傳)은 대목장인 양잠(楊潜)의 직무에 대한 태도를 그린 내용인데, 재인은 오늘날의 건축설계하는 이와 같다. 이 글에 따르면, 그가 사는 집은 허술하기 짝이 없지만, 일을 시작할 때면 도면을 현장의 벽에 붙여놓고 여러 직공들을 불러모아 명확하게 임무를 부여하고 조정하며 질책을 한다. 그는 모든 재료와 공법에 대해 훤히 꿰뚫고 있으며 일이 끝나고 집이 완성되면 대들보에 자기의 이름만을 새겨 남긴다. 혹시 일하는 도중에 건축주가 틀린 지시를 하면 그 부당함을 말하고 해소 되지 않으면 즉시 그 일에서 손을 떼고 유유히 떠난다. 공공적 프로젝트를 할 때는 임금을 ..
2023.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