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블루오션 창출 계기를 만들고 창의성을 자극하여 찾아보는 숨은 역량과 잠재적 가치 2021.2

2023. 1. 31. 09:24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건축담론 Architecture Discussion

 

편집자 註

 

논란이 많지만 일단 건축사가 수적으로 늘었다. 이미 발급한 자격증을 회수할 수도 없다. 반세기 넘게 확보한 건축사 수의 10%가 단숨에 늘어나 버렸다. 국가 자격시험의 기준과 원칙이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아무튼 이런 현실적 상황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혹자는 건축사 수가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열변을 토하지만, 자격을 취득한 이의 70% 정도가 개업을 하는 상황이다. 영업이니 비즈니스니 하는 단어에 대한 심사숙고도 없다. 사업자등록증이라는 국세청 발급 사업 권한을 부여받으면서 세금에 대한 상식도 모자라다. 냉정히 말하면, 시장자본주의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책임은 본인 부담이다. 그런데 사업자등록증을 받는 순간 협회나 조직, 국가나 기관들을 향해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도 있다. 듣기에 따라서 합리적 불만인 경우도 있지만, 가끔은 어린애 투정 같은 경우도 많다. 그러나 어쩌랴, 수만의 사람들 모두 문제를 심사숙고하며 깊게 고민하는 사람만 있지는 않은 것을…….
이런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험한 노력이 필요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자격증을 꿈꾸는 이들의 목표는, 자신의 이름으로 전문직 타이틀을 내걸고 자기 책임 하에 사업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생존의 터에 나온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그동안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경쟁’이 펼쳐진다는 점이다.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전문직의 전문분야를 훼손하는 가장 큰 요인은 ‘공급 과잉의 경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전문직의 과잉 경쟁은 전문분야의 본질보다 부수적인 요인들이 더 크게 작용해 비롯된 경우가 태반이다. 그 첫 번째가 ‘가격’이다. 덤핑은 공급 과잉의 어떤 분야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생존 방식이다. 두 번째는 ‘품질’이다. 문제는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며, 이는 초보 시장 참여자에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왜냐면 건축사 산업 분야의 업무에는 경험이 풍부한 노동력이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후의 조건들인 ‘명성’ 혹은 ‘브랜딩’이나 ‘작품성’은 극소수 1% 시장의 조건이기 때문에 다수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넋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경쟁 궤도를 완화시키고, ‘생존’을 꾀하기 위해서는 시장 구조와 규모, 범위를 조정해야 한다. 과연 그것이 무엇일지는 건축사들이 머리를 맞대가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그것은 ‘소규모 건축 시장의 건축사 위탁관리(ACM)’가 될 수도 있고, ‘기획설계 의무화’ 등이 될 수도 있다. 설계비 인정이나 건축사 인건비 기준에 제반 비용을 투입해서 1일 참여 업무의 단가를 백만 원대로 현실화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의견 청취와 시장 규모의 현실화가 절실하다.

 


01 Project Creating Method waiting you in the face, such as Blue Ocean Strategy

 

라라랜드 ⓒ 판씨네마(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별, 건축사
신종 바이러스로 외출과 만남이 제한되면서 휴일에 집에 머물며 보게 된 영화, 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한 별들의 도시 라라랜드. 사랑과 희망, 열정이 있는 주인공이 우연찮게 구사한 블루오션 전략으로 스타가 되는 줄거리다. 다양한 재미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다. 주인공이 하고 싶은 일을 직접 찾아서 희망과 열정으로 그 일을 해내는 점이 흥미를 더해준다.  
주인공 미아는 배우의 꿈을 안고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중심지 LA에 온 배우지망생으로, 대형기획사 스튜디오의 카페에서 일하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오디션을 본다. 하지만 늘 캐스팅되지 못한다. 오디션에서 캐스팅되는 배역은 한정적이고, 지망생은 늘 넘쳐나기 때문이다. 열정과 희망으로 일하는 건축사와 비교된다. 프로젝트는 많지 않은데다 선정되는 설계자는 한정되고 참여자는 늘 넘쳐나는 현실이 닮았다.


식당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며 일하는 미아의 남자친구 세바스찬은 미아를 알게 되고 안정적인 수입이 필요함을 느낀다. 그래서 자기가 추구하는 정통재즈가 아닌 음악을 하는 동료의 밴드팀 합류 제안을 수락한다. 애들이나 젊은 사람들은 외면하고 아무도 안 듣는 재즈를 어떻게 지키냐는 못마땅한 얘길 들으면서도 사인한다. 새로 합류한 밴드팀은 잘나간다. 안정적 수입과 타협이라는 현실적인 대목도 주시할 점이다. 잘나가게 된 세바스찬은, 미아에게 선택받아야 하는 오디션 대신 잘 맞는 역할을 직접 하기를 조언한다. 미아는 오디션 참가 대신 스스로 각본을 짜고 주연과 연출을 맡아 희망과 열정으로 수개월 준비한 1인극을 무대에 올렸지만, 관객이 거의 없어 절망감에 빠져들고 끝내 꿈의 도시였던 LA를 떠난다. 시간이 흐르고, 1인극을 본 어느 캐스팅 담당자가 미아에게 경쟁 오디션이 아닌 캐스팅을 제안한다. 여배우 중심으로 캐릭터를 만드는 진행형 프로젝트다. 촬영지는 파리, 대본은 없으며 하고 싶은 얘기를 하게 한다. 준비도 하지 않았던 오디션에서 캐스팅된 것이다. 물론 경쟁자는 없었다. 그리하여 미아는 대스타로 발돋움한다.

경제학에서 비슷한 업무와 차별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끼리 경쟁하는 시장이 레드오션이라면, 그 속에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나 서비스로 창출한 시장은 퍼플오션이라 하고, 아예 경쟁자가 없거나 알려지지 않은 시장을 블루오션 시장이라고 한다. 미아는 희망과 열정으로 1인극을 무대에 올려 실패한 듯했지만, 그로 인해 우연찮게 블루오션 시장을 창출하게 된 것이다.


블루오션 시장의 필요성 
4차 산업시대에 등장한 비대면이 일상화하고 있다. 사회구조가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경쟁자가 많고, 대가가 낮은 현실에 프로젝트 수가 격감하여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이제 건축사는 예술적 자부심이나 기술적 자신감만 갖고 있어서는 안 된다. 어려워진 시대에, 치솟는 임대료나 인건비에 비해 건축사업무대가는 수십 년째 제자리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건축사업 구성원들의 지속성에 대한 기대감을 상실하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늘 추구되고 시도된 건축사 업역의 확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위기의식이 한계에 달했다. 블루오션 시장, 알려져 있지 않거나 존재하지 않는 분야, 건축사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블루오션 분야를 찾고 창출해야 하는 이유다.

 


수면 아래 잠자고 있는 건축사의 종합조정 및 총괄관리 개념 깨우기
환경이 바뀌고 상황이 변할 때 기본에 충실하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일하는 환경 또는 사는 환경과 공간을 편안하고 안전하며 아름답게 짓기 위하여 디자인과 기술로 사업기획·설계·공사·건축물생애관리 등의 업무를 종합조정하여 총괄적으로 관리하며, 그 밖의 건축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 건축사에 대한 기본적 설명이다. 여기서 종합조정과 총괄적 관리는 설계라는 정보적 실체를 실물적 실체로 구축하는 과정에서의 관리행위를 말한다. 건축주의 목적과 시공자의 이익이 서로 부딪힐 때 설계자인 건축사의 총괄적 관리역량이 매우 중요해진다. 바로 그 관리행위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사업의 경제성과 효율이 우선되기에 그 업무의 비중이 높을뿐더러, 그 효과 또한 대단해진다. 그러나, 대개 이에 대한 인식이 없거나 무시되어 분쟁이 발생하거나 건축에 대한 불만감이 높아진다. 건축사 업역의 매우 중요한 요소이자 역량임에도 발휘되지 않거나, 대다수가 아예 모르고 있다. 

건축행위에는 관련 분야를 복합하고 융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바로 종합조정과 총괄관리다. 전문화되고 분업화되는 시대에 더욱 필요한, 융복합 개념의 4차 산업시대에 들어맞는 꼭 필요한 방식이다. 이는 건축주와 시공자 간에 흐트러진 견제와 균형을 바로잡고, 서로의 권리와 책임을 명확하게 하여 파트너의 목적을 충족시키고 정당한 권익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명문으로만 존재하는 총괄자로서의 건축사의 역할을 살아나게 할 것이다. 수면 아래 잠자고 있는 종합조정, 총괄관리 개념을 깨우고, 이를 위한 제도화가 필요하다. 이는 건축사의 새로운 업역으로 자리할 것이다.

 


숨겨진 것과 비뚤어진 것 바로 세우기
건축사의 업무범위는 설계, 공사감리, 건설사업관리(CM), 그리고 이들 업무와 관련된 부수업무로 규정되고 있다. 공사감리는 감리업무가 전문화·세분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용어다. 설계감리, 공사감리 등으로 전문화되면서 감리 본래의 의미가 약화되고 감독의 개념이 스며든 채로 이해되어 업무에 적용되고 있다. 감독의 의미가 감리에 스며들자, 감독이라는 행위는 슬며시 숨겨져 버렸다. 감독과 감리는 그 권한과 책임에서 엄연히 구분된다. 현재는 감리가 감독의 책임까지 떠안게 되어 처벌받는 현실이다. 감독의 권한을 위임하는 책임감리가 아님에도 말이다. 비뚤어진 것임이 틀림없다. 이참에 감리와 감독의 권한과 책임을 구별하고 정확히 다루어야 한다. 건축주의 요구와 의도가 반영, 충족되는 목적물을 가지기 위해서는 감독행위가 필수다. 감리에게 감독의 권한과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불합리하다. 숨겨진 감독행위를 찾아내고, 비뚤어진 감리 개념을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 감리를 선임하듯 감독을 선임하는 인식체제가 필요하다. 감독업무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는 감독으로서의 건축사 참여를 유발할 것이다. 새로운 업역 창출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블루오션 창출 계기를 만들고 창의성을 자극하자
K팝에 이어 한식과 뷰티, 영화 <기생충>, BTS 열풍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발생하는 위기를 창의성으로 극복한 축적된 의식이, 한국인의 예술적 끼를 자극하게 되어 집단화해 임계질량에 도달함으로써 창의성을 폭발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서양 팝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K팝이기에 블루오션 시장이 창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술 집단과 개인이 함께 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건축사 집단도 함께 블루오션 업역을 창출할 수 있다.
건축사에겐 자신의 꿈을 좇아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이를 표현하고 창조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는 자존감이 있다. 이는 위기에 작동하는 창의성을 자극하는 요소이며, 블루오션 창출에 필요한 확실한 도구이다. 이를 위한 계기를 만들고 창의성을 자극하여 폭발시키는 집단의 역할이 필요하다. 또 블루오션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잠재적 역량이나 분야를 찾아 지속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건축사업 구성원들이 가능성과 지속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떠나간 이들이 다시 돌아와 창의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말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열정에 끌리게 되어있어. 자신이 잊은 걸 상기시켜주니까.”
같이 작은 것부터 함께하기를 기대하여 본다. 작은 일이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로 이어진다는 나비효과를 기대하면서.

 

 

 

 

글. 배홍열 Bae, Hongyeol (주)종합건축사사무소 서준 <서울특별시건축사회>

 

 

배홍열 (주)종합건축사사무소 서준·건축사

고려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대우, 서울건축, 경남기업 에서 설계·시공·기술개발·주택 및 개발사업 등 국내·해외 PROJECT를 수행했다. 2001년부터 (주)종합건축사사무소 서준을 운영하고 있다.

 

 

worldwide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