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30. 23:07ㆍ아티클 | Article/연재 | Series
Prologue: China, Chinese People, Chinese Architecture, Chinese Construction Industry
우리는 중국을 잘 알지 못한다. 가까이 있는 나라이고 중국인들 속에서 같이 일하고 있지만, 중국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중국인들은 朋友(péngyou, 친구)라는 말을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한다. 朋友의 의미를 처음엔 몰랐다. 한국인들은 아무나에게 친구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오늘 처음 만나 명함을 주고 받은 사이도 친구다. 처음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오늘 처음 본 사이가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인가? 하지만 중국인들과 일을 하면서 그러한 문화가 차츰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중국인들은 모든 일을 혼자 할 수 없음을 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자기가 원하는 것들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따라서 이들은 WeChat과 같은 커뮤니티를 사용해 서로 친구를 맺고 그 안에서 서로 연락을 하고 도움을 주고 받는다. 그리고 그러한 커뮤니티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투자라는 의미도 우리와는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한국인이 생각하는 투자란 투자자금을 받아 그 돈을 불려 투자자에게 돌려주어야 하며, 이를 어길시에는 소송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사기꾼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중국은 다르다. 투자는 투자일 뿐이다. 대가성은 없다. 상대방의 가능성을 믿고 대가없이 투자하는 것이다. 투자의 결과가 좋지 않을 땐 그것으로 끝이다. 책임전가는 없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많은 곳에 분산투자를 한다. 10군데 투자처 중, 1곳만 성공하면 되는 것이다. 그외 9곳은 실패해도 그만이다. 10군데 중 1곳이 대박나기를 바라며, 투자하는 것이다. 건축도 마찬가지다.
중국엔 유명한 투자 기업이 있다. ‘TusStar(www.tusstar.com)’가 그것이다. 이 투자 그룹은 ‘칭화대(Tsinghua University, 淸華大學)’ 출신들이 만든 최대 투자 그룹이다. 그들에 의해 만들어진 투자금은 청년창업 및 신생산 산업등 중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투자처를 찾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많은 발전을 보이고 있는 만큼, 중국내에서도 건설산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상해도 공사장 아닌 곳이 없을 만큼 대규모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과 달리 중국의 건축물은 대륙의 이미지답게 거대하게 지어지고 있다. 또한, 정원(물)을 끼고 지어지는 건물들이 많다. 노후화되고 사용하지 않는 건축물을 리모델링하여 미술관이나 박물관으로 사용되는 곳도 많다.
그 대표적인 예가 상하이 소재의 ‘1933 라오칭팡(老场坊1933)’이다. 이 건물은 1933년에 지어졌으며, 이전에는 소, 돼지를 도축하던 곳이었다. 이 건물은 흡사 거대한 시멘트 덩어리로 보인다. 많은 양의 소와 돼지가 이 곳에서 도축됐고, 동물들의 이동동선을 고려하여 계단 대신 원형의 슬라브 경사를 사용됐다. 현재 이 건물은 전시 문화 공간으로 리모델링됐으며, 상하이 시민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중국의 건설 산업에서 설계는 외국의 디자이너들에게 맏기지만, 시공은 절대적으로 중국기업에게 맏긴다고 한다. 그것은 자국의 경제발전 및 자국민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이고, 시공 분야는 외국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자신 있다고 한다.
그림 4 사진의 건축물은 중국에 와봤다면 지나다니며 한번쯤은 봤을 ‘자하 하디드(Zaha Hadid)’의 SOHO이다. 이 건축물은 중국의 여러 도시에 건축되어 있으며 디자인은 좀 다르지만, 건축물의 이미지는 비슷하기 때문에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이 건축물은 오피스와 저층부의 상업시설로 이루어져 있다. 아기자기 한 맛은 없다. 그냥 크다. 이 건축물은 오피스의 임대율을 높이기 위해 ‘자하 하디드’라는 유명한 건축사의 네미밍을 브랜드4)화 한것이다. 북경의 SOHO는 거대한 공룡의 알과 같다.
처음 중국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중국을 어디서부터 알아야 하나 고민했었다. 말이 통하는 것도 아니고 중국친구가 많은 것도 아니었다. 건축을 전공하긴 했지만, 중국의 건축은 보는 것 말고 아는 것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WeChat에서 많은 정보들이 공유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WeChat은 한국의 카카오톡과 비슷한 커뮤니티로 중국의 많은 정보들이 이곳에서 공유된다. 건축뿐만 아니라, 개인의 신상, 자신의 프로필 등 자신을 최대한 포장해서 모멘트에 자신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다소 과장된 부분도 있으니 쉽게 현혹되서도 안된다.
WeChat은 다양한 분야의 많은 정보를 쏟아 놓는다. 나 또한 이곳에서 건축과 관련된 많은 정보를 얻는다. 예를 들어, 위에 팔로우한 목록들 중 ‘建筑师的非建筑(건축사의 건축물)’을 보면 중국의 건축사들이 최근에 디자인한 건축물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나온다.
최근에 지어진 郡西云台(Mountain villa)는 얼마 전 WeChat의 ‘建筑师的非建筑(건축사의 건축물)’에 소개됐다. 郡西云台(Mountain villa)는 타운하우스의 형태로 산아래 위치한 고급빌라 단지이다. 자연친화적인 공간을 추구하는 컨셉으로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외에도 WeChat을 통해 중국 건축사가 설계한 독특한 건축물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중국의 건설산업을 알기 위해서는 중국의 설계, 시공, BIM분야에 맞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들 속에서 어울려 그들이 공유하는 방식을 먼저 알아야 할 것이다. 예전에 인터넷 뉴스기사에서 오바마 전 미대통령이 한 말이 생각난다. 그는 “미국에 있는 중국인의 80%가 영어를 한다. 하지만 미국인 중에 중국어를 하는 사람은 20%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정보들이 중국으로 유출되지만, 우리는 그들의 정보를 제대로 가져 오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그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중국은 ‘baidu.com’과 같은 포털사이트에서 단돈 1위엔에 쉽게 정보를 사고 판다. 그것이 고급정보인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돈이 되는 것은 사고 판다. 그래서 많은 정보들이 저작권에 상관없이 오고 간다.
우리도 이제 중국을 알아야 한다. 장사꾼의 시선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들이 변하고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그들은 변하고 있다. 많은 외국의 신기술과 신문물을 선입견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 맞지 않는 것은 과감하게 버린다. 즉, 취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돈이 되는 것은 돈이 될 때까지 참는다. 투자 방식이 그 큰 예이다. 일단, 누군가에게 혹은 기업에 투자를 했다면 그것이 더 큰 투자 가치가 될 때까지 기다린다. 중국인들의 성격이 불같아 보여도 그들은 참을 줄도 안다. 특히 돈이 된다면, 그 돈이 내 것이 될 때까지 참고 인내한다.
또한, 모방도 잘한다. 사실 중국인들은 그것이 죄가 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유명한 한류스타의 사진을 개인 광고에 사용한다던가, 건축물의 외관을 비슷하게 디자인한다던가, 심지어 ‘타오바오’와 같은 유명한 중국 쇼핑몰에 지인의 아이 사진이 올라와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유는 단지 그 아이의 옷이 예쁘다는 이유로 옷을 비슷하게 디자인하여 판매하기 위해서이다. 조금은 어이없는 일이지만 중국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중국을 잘 모른다. 그저 중국과의 무역으로 간혹 대박난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중국과의 관계만 잘 이루어 진다면 쉽게 돈을 벌거라 생각하지만, 실제 중국인들과의 거래에서 돈을 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중국인들은 자기 주머니에 들어간 돈은 절대 다시 꺼내지 않는다. 장사의 달인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돈을 벌면 결혼을 하고 중국의 젊은이들은 돈을 벌면 사업을 한다.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중국은 사실이다. 대박의 꿈을 안고 창업을 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그래서 오늘 생긴 가게들이 잠시 한국을 다녀온 사이에 다른 업종으로 바뀌어 있는 경우가 많다. 중국은 사업을 시작하는 것도 쉽지만 사업을 접는 것도 쉽다. 그리고 사업체를 접을 때 주위에 알리지 않는 경우도 많아, 소규모 업체와의 거래는 피하는 것이 좋다.
건축 디자인에 관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기술이나 디자인이 함부로 도용되지 않도록 저작권의 문제나 서류 및 메일 등의 근거자료를 만들며 일해야 한다. 구두로 이야기하고 지킬 것이라는 기대는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것은 나를 위한 것이고 우리를 위한 것이다. 그렇게 조심해도 돈을 받지 못하고 일을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위에 언급한 중국인들의 습성이나 중국사회의 습성은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알아야 대응도 가능할 것이다. 중국인들이 다 그런 건 아니다. 외국에서 공부하거나 외국에서 일해 본 중국인들의 경우,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잘 파악하고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 예의에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다. 최근 중국 사회의 변화라고도 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중국을 알고, 그들의 생각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디자인을 우리의 생각을 가치 있게 쓸 수 있을 것이며, 중국 내에서 우리의 가치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글. 이주남 Lee, Junam BIMSea Technology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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