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척결방안 2021.6

2023. 2. 6. 09:02아티클 | Article/법률이야기 | Archi & Law

Actions to eradicate corruptions surrounding reconstruction projects

 

Ⅰ. 글의 첫머리에

아파트재건축사업은 주민들이 재건축조합을 만들어 인가를 받고, 조합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조합장은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재건축사업인가를 받는다. 조합비를 징수하고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와 시공회사를 선정한다. 설계자도 선정한다. 아파트 분양 및 처분에 관한 관리처분계획도 수립한다. 

조합원총회 의결을 거치고 행정청의 인가 또는 감독을 받기는 하지만, 대부분 형식적이다. 조합원들은 구체적으로 따질 위치에 있지 않다. 수천 명이나 되는 토지등소유자는 일단 조합이 구성되면 모든 것을 조합에 맡겨놓는다.

재건축사업은 몇천억 원에서 심지어는 조 단위를 넘는 대규모이기 때문에, 조합의 임원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하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난다. 시공사 수주경쟁도 치열하고,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도 마찬가지다. 철거업자 이권도 매우 크다. 설계회사와 감리회사도 조합장에게 로비를 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재건축과정에서 수많은 범죄행위와 불법행위, 위법행위가 발생하게 된다. 조합을 설립하는 과정, 조합의 임원이 되는 과정, 컨설팅회사 선정, 시공회사와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 설계자 선정, 철거업자 선정,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및 집행, 일반분양, 조합비 사용과정에 있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조합은 출발부터 시끄럽고, 도중에 조합장이 쫓겨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기도 한다. 재판을 하게 되면, 자연히 사업은 지연되거나 실패로 끝난다.

조합임원은 조합을 대표하면서 막대한 사업자금을 운영하는 등 각종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합임원과 건설사 간 유착으로 인한 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크고, 도시정비법상 정비사업과 관련된 비리는 공사비 증액, 불평등한 계약체결 등과 같이 그 조합 및 조합원의 피해로 직결되어 지역사회 및 국가 전체에 미치는 폐해도 크다.

도시정비법은 재건축사업과 관련하여 조합의 임원들이 저지르는 범죄행위를 규정하고 그에 관한 벌칙조항을 두고 있다. 법은 엄격하게 규정해놓고 있지만, 실제로 이 법에 따라 처벌된 사례는 그렇게 많지 않다. 형법에 의해 업무상 횡령죄, 업무상 배임죄, 뇌물죄 등도 적용할 수 있지만, 이러한 범죄로 처벌된 사례도 드물다. 

재건축조합과 관련된 범죄는 공무원에 대한 뇌물죄와 뇌물공여죄에 있어서처럼, 부정한 돈을 주고받는 당사자 사이에 은밀하게 현금으로 거래를 하기 때문에, 그에 관한 증거를 잡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부정한 거래를 한 당사자 중 한 사람이 범죄행위를 폭로하기 곤란하다. 조합원들은 조합의 구체적인 업무집행이나 사업의 추진내용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증거가 없어 문제를 삼을 수가 없다. 

여기에서는 재건축사업을 둘러싼 각종 범죄행위의 내용에 대해 알아보고, 그러한 범죄에 대한 수사와 재판절차를 살펴보기로 한다. 특히 도시정비법 벌칙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건축관련 범죄에 대해 검토하기로 한다.


Ⅱ. 행정청의 감독권한과 제재조치

2019년 1월 1일 서울시는 재개발·재건축 비리 차단을 위해 구축한 ‘정비사업 e-조합 시스템’을 정비구역 전체에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내 재개발·재건축조합의 예산, 회계, 계약, 급여 등 문건이 100% 전자화돼 조합원에게 실시간 공개된다. 
 
정비사업 e-조합 시스템을 사용하면 그간 수기로 작성한 예산편성, 변경, 전표 작성, 전자세금계산, 인사 정보, 급여관리, 물품관리 대장 등을 전자결재로 처리해야 한다. 시스템 접속을 원하는 조합원은 홈페이지에서 사용자 등록을 하고 조합의 승인을 거치면 된다. 

국토부는 생활적폐의 하나인 재개발·재건축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정비사업 현장점검을 시행한 바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다만, 점검 대상구역의 선정은 점검의 필요성, 시급성, 사업추진 단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해당 지방자치단체 및 관계 기관 간 협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A구청은 B재건축조합에 대한 기동 점검 결과 특정한 비위사실이 적발되자, 재건축조합에 대하여 고발조치 및 환수조치, 행정지도, 시정명령 등의 처분을 하였다. 구청은 재건축조합이 총회, 이사회, 대의원회 등 각종 의사록과 계약서, 연간자금운용계획 등을 조합원들에게 공개하지 아니한 사실도 확인하였다. 

도시정비법 제124조는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서류와 관련 자료는 조합원, 토지등소유자, 또는 세입자가 알 수 있도록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상근임원은 이사회와 대의원회, 총회 참석수당을 받을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B재건축조합은 조합장과 총무이사 등이 회의 참석수당과 회의비를 받은 사실도 밝혀냈다. 대여금 금전소비대차계약서 미작성, 업무추진비 집행대금 결제 등에 대한 시정명령도 하였다. 사업비 차입금, 정기총회 개최 규정 위반 등에 대한 행정지도도 하였다(조선비즈, 2020년 4월 14일 기사 참조). 

2020년 4월 21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불법행위가 적발된 재개발 재건축조합에 대한 합동점검결과를 발표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였다. 뿐만 아니라, 시정명령, 환수조치, 행정지도 등의 조치도 병행하였다.

재건축조합이 환경용역업체, 감정평가사, 법무사 등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면서 총회를 통해 그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는 사례, 이자율이나 상환방법 등을 임의로 정한 사례도 있다. 소방이나 석면해체 등 사업 추진과 관련된 각종 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업체나 금액 등을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은 사례도 있다(소비자경제신문, 2020년 4월 21일자 기사 참조).
국토교통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러한 재개발조합이나 재건축조합의 사업추진과정을 그때그때 적절하게 감독하여 잘못이 적발되면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 그래야 사전에 조합원들에 대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서울 시내 20개 재개발·재건축조합이 2021년 3월 15일부터 연말까지 서울시 실태 점검을 받는다. 재개발·재건축 비리(생활적폐) 특별점검과 기동(민원)점검 등이다. 서울시는 자치구 공무원과 변호사, 회계사 등으로 구성된 합동점검반 8여 명을 투입해 재개발·재건축조합의 용역계약, 예산·회계처리, 조합행정, 정보공개, 민원내용 등을 점검한다.

서울시는 정비사업 비리 청산을 위해 국토교통부와 함께 시공사 수주 과열 구역에 대해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불법사항이 적발될 경우 사법기관에 수사의뢰하고, 사안이 경미한 경우 시정명령 등 행정조치한다. 서울시는 재발 방지를 위해 조합임원 등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부적정 사례를 홍보하고 있다.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합장은 초기에 업자들과 유착하여 많은 도움을 받기 시작한다. 조합 설립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조합설립동의서를 받는 일도 부탁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철거와 지장물 정비기반공사를 특정 업자에게 맡기겠다고 약속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다. 

가장 큰 이권은 재건축사업에서 철거업체와 시공회사에 대한 사업권을 부여하는 데 있다. A재건축조합에서 조합장 B는 철거업체 경비로 외국에 가서 성접대를 받고, 금품도 수수했다. 이 때문에 실형까지 선고받았다. 

재건축조합장 C는 조합운영비 1억 원을 횡령하고 조합장의 지위를 이용하여 업자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범죄사실로 징역형과 벌금을 병과받았다. 조합장 D는 자신의 개인적인 형사사건에 대한 변호사비용으로 조합의 공금을 사용한 혐의로 업무상횡령죄로 처벌받았다.

 


Ⅲ. 재건축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행위의 실태

재건축사업을 둘러싼 각종 범죄가 우리 사회의 미래와 주거안정, 주택경기에 미치는 영향 등은 엄청나고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것은 오래 전의 일이다. 이 가운데서 시공자선정을 둘러싼 비리는 재건축 관련 범죄의 중심에 있다.

재건축사업에서 가장 큰 문제는 대형건설사들이 공사를 따기 위해 조합의 임원들에게 거액의 금품을 살포하는 범죄를 단속하는 것이다. 2018년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건설회사 관계자와 재건축조합 관계자 등 300여 명을 도시정비법위반 등으로 형사입건해서 수사한 사실이 있다. 

건설회사에서는 재건축공사에서 시공권을 따내기 위하여 조합원들에게 직접 현금을 돌리거나 선물공세를 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어떤 건설회사는 조합원들에 대한 개인정보를 파악해서 직접 접촉하는 경우도 있다. 

수사기관에서는 재건축관련비리를 수사하기 위하여, 조합사무실, 조합 임직원들의 자택, 차량 등을 압수수색한다. 또한 시공사 및 컨설팅회사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한다. 그래야 비리에 관한 물적 증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건설회사는 재건축사업과 관련하여 사실신고센터인 ‘불법매표시도 근절을 위한 신고센터’를 운영하였고, 그 과정에서 다른 경쟁업체인 건설회사에서 재건축관계자 및 조합원들에게 불법적인 금품을 제공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수사기관에 고발하기도 했다. 

재건축사업과 관련한 범죄행위는 우리 사회에서 대표적인 민생침해사범이라고 할 수 있다. 재건축비리는 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재건축아파트 사업비를 증가시키고, 결과적으로 조합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칠 뿐 아니라, 아파트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조합이 주도하는 기존의 재건축사업은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조합원 간 갈등, 조합-시공사 간 유착, 조합 내부 비리 등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야기하였다. 이 때문에 사업은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장기간 표류하고, 주택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재건축 대상지역은 물론 주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조합이 단독으로 추진함으로써 개발이익을 독점하고, 인근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여 시장 전반에 불안정을 야기하는 근원적인 문제도 있다. 공기업이 직접 시행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의 근거를 도시정비법에 마련해 사업추진 과정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개발이익을 주변과 공유하도록 하는 등 공공성이 확보된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2.4 주택공급방안 후속 입법의 일환으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추진을 위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2021년 2월 24일 대표 발의했다.

 


Ⅳ. 재건축조합에 대한 수사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A 아파트 단지에서는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관리처분계획을 인가받고, 철거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재건축조합 내부에서 조합의 각종 비리에 대해 상세한 자료를 수집하여 경찰에 제보했다. 제보된 내용은 기존 아파트 철거공사를 조합장 등 임원들이 특정 철거업체에 공사를 주는 조건으로 거액의 금품을 받았다는 사실과 시공사로부터 거액의 금품 및 향응을 받았다는 사실, 조합장이 조합의 공금을 횡령하였다는 사실 등이다. 

경찰에서는 제보자를 상대로 기초조사를 한 다음, 전격적으로 조합 사무실, 조합장 및 주요 핵심 이사들의 자택 및 차량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수사기관에서 압수수색을 하려면 적어도 혐의사실에 대한 상당한 소명이 있어야 가능하다.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면, 조합의 업무는 사실상 마비상태가 된다. 모든 것이 스톱된다. 그렇게 되면 조합원들은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다. 재건축조합에 대한 수사는 상당히 많은 시일이 걸린다. 관계자들이 많고, 수사가 착수되면 증거를 인멸하고, 말을 맞추는 노력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수사기관에 불출석하거나 도피해버리기 때문이다. 

조합장과 철거업자, 시공사 사이에 부정한 청탁과 함께 금품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은 직접적인 물적 증거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부정한 금품을 주고받는 검은 거래는 통장이체나 자기앞 수표를 이용하지 않고, 모두 현찰로 주고받기 때문이다. 

재건축사업에 있어서 시공사선정과 철거업체선정 등을 둘러싸고 시공회사 또는 철거업자가 재건축조합의 조합장을 비롯한 이사, 감사 등에게 금품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에 이에 관계되는 사람들은 어떠한 범죄에 해당하고 어떠한 처벌을 받게 되는가?

갑은 아파트재건축 조합의 감사로서 조합장과 함께 조합의 전반적인 업무를 처리하여 왔던 사람이고, 을은 철거업체 영업본부장으로서 재건축사업의 철거공사 수주 업무 등을 담당하여 왔던 사람이다. 갑은 아파트재건축 사업의 철거업체로 선정해주는 명목으로 을로부터 현금 5천만 원을 교부받았다. 이로써 갑은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자로서 철거업체 선정 명목으로 그 직무에 관하여 을로부터 현금 5천만 원의 뇌물을 수수하였다. 갑은 뇌물수수죄로 처벌되고, 을은 뇌물공여죄로 처벌된다. 

일반적으로 위와 같은 검은 거래는 대개 현찰로 주고받기 때문에 직접적인 물적 증거는 남기지 않는다. 뇌물을 주고받는 것은 대개 은밀한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승용차 안에서 주고받거나, 술집에서 주고받는다.

재건축조합의 조합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철거공사 수주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받기도 하고, 아파트재건축조합 자금을 상습적으로 횡령하기도 한다. 이들에 대한 범죄는 주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와 업무상 횡령, 업무방해, 배임, 증거인멸 교사 등이다.

 


Ⅴ. 조합임원 선출과정에서의 범죄행위

재건축조합의 조합장이나 이사, 감사 등 임원 선출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어떠한 사람이 임원이 되느냐에 따라 재건축사업의 성패가 갈라진다. 조합장이 되면 엄청난 권한이 있고, 많은 이권을 챙길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재건축사업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하여 집행부를 구성하는 과정에서부터 많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도시정비법은 재건축조합의 임원 선임 등과 관련하여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다. 누구든지 추진위원, 조합임원의 선임 또는 제29조에 따른 계약 체결과 관련하여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①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 ②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받거나 제공의사 표시를 승낙하는 행위, ③ 제3자를 통하여 제1호 또는 제2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는 행위(도시정비법 제132조).

제132조 각 호의 어느 하나를 위반하여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하거나 제공을 받거나 제공의사 표시를 승낙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도시정비법 제135조).

조합임원의 선임 및 해임에 관한 사항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도시정비법 제45조 제1항 제7호). 제45조에 따른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같은 조 제1항 각 호의 사업을 임의로 추진한 조합임원(전문조합관리인을 포함한다)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137조 제6호).

갑이 재건축추진위원회의 추진위원장의 직무에 해당하는 ‘주민총회 등에 필요한 인력용역업체 선정’과 관련하여 을에게 지속적인 용역업무의 하청이라는 재산상 이익 제공을 약속하고 을로부터 금품을 교부받은 경우, 금전교부행위와 위원장 선출 사이에는 대가성이 인정된다. 갑의 행위는 추진위원회 선출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추진위원회 위원 선출과 관련하여 금품을 제공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6도6497 판결).

갑은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의 조합장으로서 조합원 총회에서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조합임원을 선임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조합임원은 총회에서 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조합원 중에서 선임한다. 조합임원을 선임할 권한을 신임조합장에게 위임한 총회의 의결 내용은 무효이다.  

총회 의결 내용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총회 의결이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아니하는 경우이거나 부존재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와는 달리 조합원들이 임원선출권을 행사한 총회의 의결이라는 실체가 의연히 존재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조합장이 의결에 따라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한 것을 가지고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08. 10. 30. 선고 2007노1333 판결). 

 

 

Ⅵ. 도시정비법을 위반한 재건축사업 추진행위

재건축사업은 어떠한 경우이든 도시정비법에서 규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행하여져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도시정비법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거나 수사를 받고 처벌될 수 있다. 

재개발조합장 갑은 조합 총무이사 을과 공모하여 ① 조합 총회의 결의 없이 철거감리업체를 선정하고, ② 조합원 병이 조합과 관련된 사건의 변호사 비용을 공개하여 달라고 신청하였으나 이를 거절하고, ③ 조합원 정이 건축사무소 선정에 따른 선정일자와 선정방법에 관한 자료, 감리비 지급내역, 철거비 지급내역, 석면관련 지급내역을 공개하여 달라고 신청하였으나 거절하였다. 이러한 경우 조합장 갑과 총무이사 을은 어떠한 처벌을 받게 되는가?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을 임의로 추진하는 ‘조합의 임원’을 처벌하고, 정비사업시행과 관련한 서류 및 자료에 관한 조합원의 열람·등사 요청에 응하지 아니하는 ‘조합임원’을 처벌한다. 

토지등소유자로 구성되어 정비사업을 시행하려는 조합은 관계 법령에서 정한 요건과 절차를 갖추어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은 후에 등기함으로써 성립하며, 그때 비로소 관할 행정청의 감독 아래 정비구역 안에서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행정주체로서의 지위가 인정된다. 행정청의 조합설립인가처분은 조합에 정비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행정주체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일종의 설권적 처분의 성격을 가진다(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8다60568 판결). 

정비사업을 시행하려는 어떤 조합이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았다 하더라도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무효여서 처음부터 조합이 성립되었다고 할 수 없는 경우에, 그 성립되지 아니한 조합의 조합장, 이사 또는 감사로 선임된 자는 ‘조합의 임원’ 또는 ‘조합임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4. 5. 22. 선고 2012도7190 전원합의체 판결).

정관의 변경,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이율 및 상환방법, 비용의 금액 및 징수방법, 정비사업비의 사용,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 시공자·설계자 또는 감정평가업자의 선정 및 변경,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 및 변경, 조합임원의 선임 및 해임, 정비사업비의 조합원별 분담내역, 사업시행계획서의 수립 및 변경,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및 변경, 청산금의 징수·지급과 조합 해산시의 회계보고, 그 밖에 조합원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는 사항 등 주요한 사항을 결정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 또는 정관이 정하는 사항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조합임원은 정비사업시행에 관하여 추진위원회 운영규정 및 정관 등, 설계자·시공자·철거업자 및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등 용역업체의 선정계약서, 추진위원회·주민총회·조합총회 및 조합의 이사회·대의원회의 의사록, 사업시행계획서, 관리처분계획서, 해당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공문서, 회계감사보고서, 그 밖에 정비사업시행에 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서류 및 관련 자료를 조합원·토지등소유자 또는 세입자가 알 수 있도록 인터넷과 그 밖의 방법을 병행하여 공개하여야 하며, 조합원 또는 토지등소유자의 열람·등사 요청이 있는 경우 즉시 이에 응하여야 한다. 

정비사업의 투명성·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하여서는 정비사업의 시행과 관련된 서류 및 자료의 공개가 필요하다. 조합원이 적시에 정비사업의 시행과 관련된 서류 및 자료를 열람·등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서는 직·간접적으로 정비사업시행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조합임원 모두에게 정비사업의 시행과 관련된 서류 및 자료의 공개의무를 부과하고 그 요청에 불응하는 조합임원에게 제재를 가하는 것이 필요하다(헌법재판소 2011. 4. 28. 선고 2009헌바90 결정 등 참조).

 


Ⅶ. 계약의 방법 및 시공자 선정

추진위원장 또는 사업시행자는 이 법 또는 다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계약(공사, 용역, 물품구매 및 제조 등을 포함한다)을 체결하려면 일반경쟁에 부쳐야 한다. 다만, 계약규모, 재난의 발생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입찰 참가자를 지명하여 경쟁에 부치거나 수의계약으로 할 수 있다(도시정비법 제29조 제1항).

조합은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조합총회에서 경쟁입찰 또는 수의계약(2회 이상 경쟁입찰이 유찰된 경우로 한정한다)의 방법으로 건설업자 또는 등록사업자를 시공자로 선정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하의 정비사업은 조합총회에서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선정할 수 있다(도시정비법 제29조 제4항).

주민대표회의 또는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가 시공자를 추천한 경우 사업시행자는 추천받은 자를 시공자로 선정하여야 한다(도시정비법 제29조 제8항). 도시정비법 제136조 제2호는, ‘제29조제4항부터 제8항까지의 규정을 위반하여 시공자를 선정한 자 및 시공자로 선정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공자·설계자의 선정 및 변경’은 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제85조 제5호는 ‘제24조의 규정에 의한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동조 제3항 각 호의 사업을 임의로 추진하는 조합의 임원’을 형벌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형식적으로 총회의 의결을 거쳐 설계자를 선정하였더라도 그 총회의 결의에 부존재 또는 무효의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설계자의 선정은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한 것에 해당한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0826 판결 등 참조).

재건축조합장이 특정한 시공회사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돈을 받으면 조합장과 시공회사 대표는 건설산업기본법 제95조의2 규정에 의하여 형사처벌된다. 건설산업기본법 제95조의2, 제38조의2에서는, 도급계약의 체결 또는 건설공사의 시공과 관련하여 발주자, 수급인, 하수급인 또는 이해관계인은 부정한 청탁에 의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공여하는 행위를 금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발주자ㆍ수급인ㆍ하수급인 또는 이해관계인은 도급계약의 체결 또는 건설공사의 시공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부정한 청탁을 하면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건설산업기본법 제38조의2 제1항).

도시정비사업 추진위원회나 조합의 이익을 위하여 경쟁입찰을 통하여 시공자를 선정하는 업무를 대행하거나 자문을 하는 정비사업체의 임원이나 직원에게 특정 건설회사가 자신이 시공권을 수주할 수 있도록 부탁을 하는 것은 경쟁입찰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결국 조합원들이나 주민들의 이익을 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부정한 청탁에 해당된다.

건설산업기본법 제38조의2 위반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교부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득이 부정한 청탁과 대가관계가 있어야 하고, 부정한 청탁이라 함은 그 청탁이 사회상규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청탁의 내용과 이와 관련되어 교부받거나 공여한 재물의 액수, 형식, 보호법익인 사무처리자의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야 하고 그 청탁이 반드시 명시적임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7. 1. 26. 선고 2004도1632 판결).

A 아파트 재건축단지에서 여러 개의 추진위원회가 설립되어 상호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 중 B가 조합 창립총회에서 조합장으로 선출되었고, 구청에서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이런 상태가 되면, B 이외에 다른 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있는 사람들은 재건축시행과 관련된 업체선정 등의 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없다. 

재건축과 관련된 철거업자·시공사·설계자의 선정 업무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규정되어 있다. 업체선정을 위하여는 경쟁입찰 등의 방법으로 해당업체의 시행능력과 공사금액 등을 공정하게 평가하여야 하며,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치는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갑은 자신이 조합장으로 될 것처럼 을에게 ‘재건축 설계계약을 줄 테니 설계기본계획 및 조감도를 작성해주고, 매월 500만 원씩 조합운영비를 지원해 달라’, ‘조합인가를 받지 못할 경우 시중금리를 가산하여 돌려주겠다’고 말하여 을을 기망하고, 이에 속은 을로부터 합계 1억 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갑은 건축사사무소 대표 병에게 ‘이행보증금 명목으로 돈을 빌려주면 재건축 설계계약을 해주고 만약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면 1년 내 변제해주겠다’고 하고, 병과 설계계약서를 작성하여 병을 기망하고, 병으로부터 돈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05. 11. 4. 선고 2005고합201 판결).  

 


Ⅷ. 총회의결 없이 임의로 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의 임원

도시정비법은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이율 및 상환방법’,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 ‘시공자의 선정 및 변경’에 관한 사항은 조합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이러한 사항은 조합 대의원회가 대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사업을 임의로 추진하는 조합의 임원’을 형사처벌한다. 

재건축사업과 관련하여 종종 재건축조합 임원들이 시공사와 결탁하여 임의로 재건축 관련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조합원들의 권익을 침해하여 온 기존의 관행을 타파하고 재건축과 관련된 이익을 조합원들에게 귀속시키기 위함에 그 취지가 있다. 도정법 제24조 제3항 제5호 소정의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이라 함은 조합의 1회계연도를 넘는 기간에 걸쳐서 계속되는 채무를 부담하는 계약을 의미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하면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고(제45조 제1항 제4호),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이러한 계약을 임의로 추진하는 조합의 임원은 처벌된다(제137조 제6호). 이러한 계약에 관한 사항은 대의원회가 총회의 권한을 대행할 수 없다.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을 총회의 의결 사항으로 규정한 취지는 이러한 계약이 조합원들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어서 조합원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절차적 보장을 하기 위한 것이고 이를 위하여 벌칙 조항을 둔 것이다.

조합의 임원이 총회의 사전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을 체결하였다면 이로써 도시정비법 제137조 제6호에 위반한 범행이 성립된다. 나중에 총회에서 추인 의결이 이루어지더라도 그 범행이 소급적으로 불성립하게 된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4도4454 판결). 

 


Ⅸ. 조합장에 대한 형사책임

조합장 A는 아파트 관리업체를 비롯해 집단등기 대행업체, 어린이집 운영권자 선정 과정에 업자들로부터 낙찰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수수하였다. 재개발 정비사업의 홍보업체 선정 대가로 뇌물을 수수하였다. 조합의 행정용역을 대행하는 회사의 용역비를 조합원 총회에서 인상 결의한 다음 돈을 챙겼다.

조합장 B는 설계회사에 단가를 인상해준 후 뇌물을 받았다. 조합장은 발코니 창호 업체가 모델하우스에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한 뒤 돈을 받았다. 철거할 필요가 없는 옹벽이나 도로 등을 철거 대상 면적에 포함시켜 조합에 거액의 손해를 입혔다. 주민총회의 의결 없이 조합 관련 소송을 진행하며 법무비 명목으로 거액을 사용하였다. 

도시정비법은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하여 도시정비사업에 관한 법률·행정·설계·시공·감리 등의 분야에서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정비사업전문관리업제도를 도입하였다.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는 시공사를 상대로 하여 조합을 위해 업무를 수행해야 하므로 동일한 정비사업에 관하여 건축물철거·정비사업설계·시공·회계감사 등의 업무를 병행할 수 없다.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는 조합의 수임자로서 조합과 조합원의 이익을 위하여 사업 전반에 관하여 자문하고 위탁받은 사항을 처리하지만, 정비사업의 공공성에 비추어 위탁받은 업무를 수행하는 범위 내에서 정비사업의 시행이라는 공공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헌법재판소 2007. 10. 25. 선고 2006헌마30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사업시행자로부터 관리처분계획의 수립에 관한 업무의 대행을 위탁받기 위해서는 정비사업 전문관리업 등록을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조합장 갑은  등록을 하지 않은 을에게 조합의 관리처분계획 변경 업무를 대행하도록 위탁하였다. 법원에서는 갑과 을을 도시정비법위반죄 공범으로 처벌하였다(대법원 2019. 9. 25. 선고 2016도1306 판결). 

재건축조합 조합장이 조합장 개인을 위하여 자신의 위법행위에 관한 형사사건의 변호인을 선임하는 것을 재건축조합의 업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그가 재건축조합의 자금으로 자신의 변호사 비용을 지출하였다면 이는 횡령에 해당하고, 위 형사사건의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함에 있어 이사 및 대의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하여도 재건축조합의 업무집행과 무관한 조합장 개인의 형사사건을 위하여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하는 것이 위법한 이상 위 승인은 내재적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횡령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4도6280 판결).

필요한 한도 내에서 조합의 대표자가 조합 경비에서 당해 가처분 사건의 피신청인인 조합장의 소송비용을 지급하더라도 이는 조합의 업무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비용을 지급한 것이어서 횡령죄가 성립할 수 없다(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3도1174 판결 참조).

토지등소유자의 서면동의서를 위조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음 각 호에 대한 동의는 서면동의서에 토지등소유자가 성명을 적고 지장을 날인하는 방법으로 하며, 주민등록증, 여권 등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명서의 사본을 첨부하여야 한다(제36조 제1항).

① 재개발사업·재건축사업의 공공시행자 또는 지정개발자를 지정하는 경우, ② 조합설립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경우, ③ 추진위원회의 업무가 토지등소유자의 비용부담을 수반하거나 권리·의무에 변동을 가져오는 경우, ④ 조합을 설립하는 경우, ⑤ 주민대표회의를 구성하는 경우, ⑥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하는 경우, ⑦ 사업시행자가 사업시행계획서를 작성하려는 경우

통상 철거업체들은 조합원들의 이주가 시작되면, 정식으로 시공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철거작업을 진행하기 이전부터 시공사의 내정을 받고 현장에 투입되어 이주지원 및 공가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게 되며, 시공사는 일반적으로 등록협력업체 가운데 철거업체를 선정하게 된다. 

철거업자 갑이 재건축조합장 을에게 재건축 현장의 철거공사를 수주할 수 있게 도와주면 사례를 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철거업체가 현장에 투입된 이후, 조합장은 철거업자로부터 사례비 명목으로 현금을 받았고, 시공회사는 재건축 현장의 철거공사를 정식으로 수주하였다. 

재건축조합과 시공사가 체결한 공사도급계약에 따르면, 전체 도급계약금액에 철거공사 비용이 포함되어 있고, 시공사가 전문공사를 전문공사업자에게 하도급하는 경우에는 조합에 통지하거나 협의하여야 하며, 조합에서 원칙적으로 공사의 시공과 관련하여 감독권, 시정명령권을 갖는 것으로 되어있다. 

재건축조합의 시공사에 대한 우월적 지위, 철거업체의 철거공사수주 과정 및 조합장의 금품수수 경위와 금액 등에 비추어, 비록 형식상으로는 철거업체의 선정권한이 시공사에게 있다고 하더라도, 철거업체 선정에 관한 사항은 조합장이 정관에 따라 조합장으로서 총괄하여 처리하는 조합의 사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무로서, 조합에 대한 관계에서 조합장의 임무라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07. 6. 29. 선고 2007도3096 판결).

많은 전문가들은 재건축사업에서의 각종 비리는,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체’제도에 기인한다고 본다. ‘정비사업 전문관리 제도’는 재건축사업의 주체가 건축이나 재건축사업에 문외한이기 때문에, 재건축사업의 확실성과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해 만든 제도이다.

정비업체는 재건축사업과 관련한 추진위원회 구성부터 시작하여 조합을 구성하고, 사업승인을 받고,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고, 분양하는 모든 업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시공회사 선정, 철거업체, 설계사무소, 감정평가 등 재건축사업과 관련된 모든 업종들과 이권을 나눠 갖는 비리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건설산업기본법 제38조의2는 “도급계약의 체결 또는 건설공사의 시공과 관련하여 발주자, 수급인, 하수급인 또는 이해관계인은 부정한 청탁에 의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공여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제95조의2는 “제38조의2의 규정을 위반하여 부정한 청탁에 의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공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건설산업기본법위반죄가 성립하기 위하여서 교부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득이 부정한 청탁과 대가관계가 있어야 할 것이다. 부정한 청탁이라 함은 그 청탁이 사회상규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청탁의 내용과 이와 관련되어 교부받거나 공여한 재물의 액수, 형식, 보호법익인 사무처리자의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야 하며 그 청탁이 반드시 명시적임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 

재건축조합장에게 금품을 교부한 사람이 뇌물죄로 재판을 받게 되자, 갑은 조합장 을이 재건축조합의 조합장인 것으로 알고 있었을 뿐 공무원으로 의제된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으므로 갑에게는 제3자뇌물교부죄에 관한 고의가 없거나 법률의 착오가 있었다고 주장하였다. 
법원에서는 갑이 재건축조합의 조합장인 을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것이 형사처벌을 받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이는 단순한 법률의 부지에 불과할 뿐 형법 제16조의 규정에 의한 법률의 착오로서 피고인의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0. 9. 29. 선고 2010노1065 판결).

조합장이 조합의 임시총회에서 회의 시작 초기에 발언권을 요청한 조합원에 대하여 그가 이전 임시총회에서도 회의를 방해한 사실이 있고 임시총회에서 필히 시공사를 선정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발언권을 달라고 하였을 뿐 위 임시총회를 방해하는 행위를 하지 아니한 조합원을 물리적 힘을 동원하여 강제로 총회장 밖으로 끌어내고, 나아가 총회장으로 다시 들어오려는 조합원을 막게 한 행위는 강요죄에 해당한다(광주지방법원 2004. 3. 25. 선고 2003고합380 판결).

 


Ⅹ. 재건축조합 임원등에 관한 형사처벌조항

추진위원장·조합임원·청산인·전문조합관리인 및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대표자(법인인 경우에는 임원을 말한다)·직원 및 위탁지원자는 형법 제129조부터 제132조까지의 규정을 적용할 때에는 공무원으로 본다(도시정비법 제134조). 조합임원에게 생겨날 수 있는 비리를 예방하기 위하여 조합임원을 공무원으로 본다고 규정함으로써, 조합임원이 시공자 등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할 경우 뇌물죄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도시정비법에서 정하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가 주식회사인 경우에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임원’은 수뢰행위 당시 상업등기부에 대표이사, 이사, 감사로 등기된 사람에 한정된다. 실질적 경영자라고 하더라도 해당 주식회사의 임원으로 등기되지 아니한 사람까지 도시정비법 제134조에 의하여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임원’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형벌법규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유추하거나 확장해석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므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4. 1. 23. 선고 2013도9690 판결). 

도시정비법이 정비사업체의 사경제주체로서의 성격을 인식함에도 불구하고 재개발이나 재건축 사업이 국민의 경제 및 주거생활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력을 고려하여 그 공정성을 강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정비사업체의 임원이나 직원을 뇌물죄의 적용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의제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형법상 뇌물죄에 있어서 직무라는 것은 공무원이 법령상 관장하는 직무행위뿐만 아니라 그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거나 직무와 관련하여 관례상·사실상 처리하고 있는 행위 및 결정권자를 보좌하거나 영향을 줄 수 있는 직무행위도 포함된다(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6도987 판결).

정비사업관리자의 직무에는 ‘시공자 선정에 관한 업무의 지원 또는 이와 관련된 자문’이 포함되므로, 시공자 선정에 관한 업무의 지원 또는 이와 관련된 자문은 물론, 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거나 이와 관련하여 관례상·사실상 처리하고 있는 행위 및 결정권자인 추진위원회나 조합 또는 조합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직무행위를 하고 있는 정비사업체가 시공자가 될 수 있는 건설회사로부터 금품을 받는 경우 직무관련성이 인정된다.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136조). ① 제29조제1항에 따른 계약의 방법을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추진위원장, 전문조합관리인 또는 조합임원, ② 제29조제4항부터 제8항까지의 규정을 위반하여 시공자를 선정한 자 및 시공자로 선정된 자, ③ 제29조제9항을 위반하여 시공자와 공사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자, ④ 시장·군수 등의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지 아니하고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한 자, ⑤ 법에 따른 계약의 방법을 위반하여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한 추진위원장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137조). 안전진단 결과보고서를 거짓으로 작성한 자, ② 추진위원회 또는 주민대표회의의 승인을 받지 아니하고 업무를 수행하거나 주민대표회의를 구성·운영한 자, ③ 임의로 추진위원회 또는 주민대표회의를 구성하여 이 법에 따른 정비사업을 추진한 자, ④ 조합이 설립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추진위원회를 계속 운영한 자, ⑤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지 아니하고 제86조에 따른 이전을 한 자, ⑥ 서류 및 관련 자료를 거짓으로 공개한 추진위원장 또는 조합임원, ⑦ 열람·복사 요청에 허위의 사실이 포함된 자료를 열람·복사해 준 추진위원장 또는 조합임원

 


Ⅺ. 재건축 비리는 철저하게 뿌리뽑아야 한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재건축 및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수많은 문제점들이 올라와 있다. 뿐만 아니라, 재건축사업을 놓고 부정한 금품수수행위가 끝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수많은 조합원들의 재산을 가지고 중간에서 가로채는 아주 질이 나쁜 범죄행위인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재건축사업과 관련하여 구속되었고, 처벌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도 이러한 재건축 비리는 진행 중이다. 그 이유는 교묘한 수법으로 돈을 받고, 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열심히 이러한 재건축 비리를 감독하고 단속하고 처벌한다고 하지만, 아직도 요원한 상태이다. 법과 제도를 개선하여 조합원들을 보호하는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재건축사업은 기본적으로 조합원들을 위한 사업이다. 따라서 조합의 임원들은 어떠한 경우이든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합 임원들이 업무상횡령, 업무상배임, 뇌물수수 등의 범죄행위를 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따라서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조합임원들이 잘못을 하는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만일 문제가 있으면 형사고소를 하고,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하여야 한다. 조합 임원이나 시공사 또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들도 재건축사업과 관련하여 법에 위반되는 행위를 절대로 하여서는 안 된다.  

재건축조합의 비리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① 정비구역 지정고시, ② 추진위원회 승인, ③ 조합인가, ④ 시행인가,

⑤ 관리처분계획인가 등의 절차에서 상당히 강력한 공공감시를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법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글. 김주덕 Kim, Choodeok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김주덕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김주덕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김주덕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대구지검 특별수사부, 대전지검 특별수사부장, 제천지청장, 서울서부지 검 형사1부장, 대검찰청 환경과장, 법무부 검찰국 검사, 서울 중앙지검 공판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법무법인 태일 대표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2018년부터 법학전문대학원평가위 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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