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 설계를 둘러싼 법적 분쟁 해결 방안 2021.8

2023. 2. 8. 09:02아티클 | Article/법률이야기 | Archi & Law

How to resolve legal disputes over building design

 

Ⅰ. 글의 첫머리에

건축허가 설계업무를 담당하다 보면, 많은 분쟁에 시달리게 된다. 우선 설계계약을 해놓고, 막상 이행하는 과정에서 사업의 주체가 바뀌면 당장 설계비가 비싸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재개발이나 재건축아파트의 경우가 그렇다. 종전의 조합장이 쫓겨나면, 새로운 집행부에서는 건축사사무소를 불신하고 설계계약 자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설계도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도 건축주와 충분한 소통이 없으면, 나중에 설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불평을 한다. 시공 상의 잘못으로 인하여 건축물에 하자가 발생해도 건축주는 시공자, 감리자뿐 아니라 설계자까지 잘못이 있다고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예전과 달라서 요새는 건축사로서 사무소를 운영하는 것이 매우 복잡하고 힘이 들게 되었다. 당사자들이 법에 대해 많이 알고, 꼼꼼하게 따지기 때문이다. 건축사에게 조금이라도 잘못이 있으면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문제를 제기하고 내용증명을 보내고, 소송을 걸어온다. 

건축사는 설계와 감리를 주로 담당한다. 설계와 감리는 건축물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민사·형사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징계처분도 받게 된다. 건축설계는 전적으로 건축사의 몫이다. 건축사는 건축주와 설계계약을 체결하고, 설계업무를 수행한다. 설계도서를 작성하여 행정청에 제출한다. 시공회사는 설계도면에 따라 시공을 하여야 한다. 

시공회사가 건축사가 설계한 설계도면에 따라 제대로 시공하고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감리자가 책임을 지고 감리를 한다. 공사가 완료되면 행정청으로부터 사용승인을 받아야 건축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설계계약을 체결하고, 건축사가 설계업무를 수행하는 단계이다. 건축사와 건축주 사이의 설계계약은 건축물의 설계에 관한 구체적인 쌍방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다. 설계계약에서 명확하게 규정되지 아니한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분쟁이 발생하면 법으로도 해결하기가 어렵고 복잡하게 될 소지가 있다.  

설계계약에서 중요한 것은 설계비의 금액과 지급시기, 지급방법을 명확하게 정하는 것이다. 상호 간에 충분하게 의사소통을 하여 건축주가 원하는 방향으로 설계를 진행하여야 한다. 이것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도중에 설계를 중단시키거나, 대금지급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설계계약이 도중에 해지되거나 처음부터 취소 또는 해제되는 경우도 있다. 

공사가 끝나고 건축물에 하자가 발생하는 경우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이 매우 어렵다. 건축주는 일단 설계자, 감리자, 시공자를 모두 상대로 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되면 소송이 끝날 때까지 설계를 한 건축사도 재판에서 변호사를 선임해서 대응을 해야 한다. 완벽한 설계를 했거나 구조계산에서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동안 건축물에 대한 건축물저작권 시비도 종종 있었고, 설계대금에 대한 분쟁사건도 꽤 많았다. 설계에 대한 잘못을 인정한 케이스도 있었다. 설계를 하는 건축사가 건축사면허를 대여하고 무자격자가 설계업무를 하고 돈을 받아서 면허취소가 된 사례도 있었다. 건축사가 설계를 잘못해서 대형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형사처벌도 받고, 업무대행건축사로서 관여하면서 허위조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처벌받거나 징계처분을 받은 사례도 적지 않다.

건축사는 개인사업자로서 직원들과의 관계에서 근로기준법위반으로 고발도 당하고,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으면 탈세로 추징을 받기도 한다. 사무소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 때문에 저작권위반으로 벌금을 내기도 한다. 여기에서는 건축물의 설계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각종 법적 분쟁에 관하여 알아보고, 그에 대한 대응방법과 해결방안을 순차로 살펴보기로 한다. 

 


Ⅱ.  설계분쟁은 왜 발생하는가? 

설계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하면 건축사로서는 매우 힘든 상황이 될 것이므로, 사전에 어떤 경우에 설계분쟁이 발생하는 것인지 알아 두는 것이 필요하다. 가급적 분쟁은 사전에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건축설계에 대한 대가의 산출 및 지불방법, 대가의 조정 등에 관하여 상세하게 기재하는 것이 중요하다. 설계업무에 대한 대가의 산출기준 및 방법은 현장여건 및 설계조건에 따라 당사자가 협의하여 정한다. 설계도서의 작성 및 제출과 관련하여 건축사는 완성된 설계도서를 의뢰인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의뢰인은 건축사가 제출한 결과물을 검토하여 설계오류 등의 명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건축사에게 보완을 요구할 수 있다. 설계계약과 관련한 설계도서의 저작권은 건축사에게 귀속되며, 의뢰인은 건축사의 서면 동의 없이 이의 일부 또는 전체를 다른 곳에 사용하거나 양도할 수 없다. 설계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모든 계약에 있어서 마찬가지이지만, 계약의 당사자 문제, 구체적인 계약 내용의 명확성 여부, 실제 계약의 이행과정에서 계약 문안대로 충실하게 이행하였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된다. 

재건축아파트 설계용역에서 건축사 자격이 가지는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재건축조합이 건축사 자격 없이 건축연구소를 개설한 건축학 교수에게 건축사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재건축조합만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볼 때 일반인으로서도 이와 같은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므로, 재건축조합측의 착오는 중요 부분의 착오에 해당한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70884 판결). 이 사건은 재건축조합이 건축학 교수에게 설계를 맡겼는데, 나중에 건축사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설계계약을 취소한 것이다. 법원에서는 이러한 조합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건축조합 설립 전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설계회사 사이에 재건축아파트 설계용역에 관한 가계약이 체결되었으나 그 후 설립된 재건축조합과 본계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사안에서, 설계회사와 재건축조합 사이에 설계용역의 주요부분이 확정되거나 확정될 수 있는 방법이 정해져 있지 않아 재건축조합이 합리적인 노력을 하고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재건축조합에게 본계약 체결의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가 있다(부산지법 2007. 7. 26. 선고 2003가합10578 판결). 이 사건은 건축사가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설계가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나중에 조합이 정식으로 설계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경우에, 조합에 대해 본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없다는 판결을 한 것이다.

실거래계약에 있어서는 정식의 계약체결에 이르기 전에 당사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합의들이 흔히 ‘가계약’ 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가계약은 본계약 주요 급부의 중요부분이 확정되어 있는 경우는 예약 또는 조건부 계약으로 볼 수 있고 그것이 확정되어 있지 않는 경우는 준비단계의 계약으로 볼 것이다. 가계약의 구속력으로서 본계약체결의무를 인정하여 그 이행이익의 배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가계약에서 본계약 주된 급부의 중요부분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져 당사자가 임의로 본계약체결을 파기할 수 없는 상태에 있어야 한다.

설계시공일괄입찰 방식의 자동화설비 도급계약에서 도급인의 중도금 지급채무가 일시 이행지체의 상태에 빠졌다 하더라도, 당해 자동화설비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시운전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게 된 때에는 도급인으로서는 자신의 대금지급의무와 대가관계에 있는 시운전 성공시까지는 중도금지급의무의 이행을 거부할 수 있다.

설계도서 등과 다른 위법 시공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 건축이 건축관계 실체법규에 저촉되지 않는 경우라면, 그에 맞추어 설계변경허가를 받음으로써 설계도서와 시공상태가 불일치하는 위법상태를 시정할 수 있다.

건축설계 우수현상광고에서 당선자가 보수로서 받는 ‘기본 및 실시설계권’이란 당선자가 광고자에게 우수작으로 판정된 계획설계에 기초하여 기본 및 실시설계계약의 체결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광고자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응할 의무를 지게 되어 당선자 이외의 제3자와 설계계약을 체결하여서는 아니 됨은 물론이고, 당사자 모두 계약의 체결을 위하여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입찰계약이 체결된 경우’라 함은 입찰담합에 의하여 낙찰을 받고 계약을 체결한 사업자가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러한 계약이 체결된 경우에는 계약을 체결한 당해 사업자뿐만 아니라 담합에 가담한 다른 사업자에 대해서도 그 계약금액이 과징금 부과기준이 된다. 

일괄입찰에서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된 사업자가 낙찰결정 이전에 당해 입찰이 무효라는 이유로 실시설계적격자로서의 지위를 박탈당하였다면 같은 호에서 정한 ‘입찰계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한다.

 


Ⅲ. 설계자는 어떠한 경우에 손해배상책임을 지는가?

설계자는 설계계약을 체결하고 설계를 하고, 대가를 받는 관계에 있다. 따라서 설계자의 손해배상책임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체결한 설계계약에 기초해서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는지 알아두어야 한다. 

설계계약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는 학설상 대립이 있으나, 일반적인 설계계약은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의 어느 한쪽의 계약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설계계약은 건축주가 설계자에게 설계를 맡기고 그에 대한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건축사가 돈을 받고 설계라는 일의 완성을 해주는 것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면 도급계약에 해당된다. 하지만 구체적인 설계의 내용은 전적으로 설계를 하는 전문가인 건축사에게 위임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위임계약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다.

건축설계계약이 도급계약의 성질을 가지는 경우에는 완성된 목적물 또는 완성 전의 성취된 부분에 하자가 있으면, 건축주는 설계자에 대하여 하자의 보수에 갈음하여 또는 하자보수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667조 제2항). 설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채무이행을 지체하는 경우, 채무이행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 채무를 이행하였으나 불완전한 이행인 경우에는 건축주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책임을 지게 된다.

설계용역계약상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와 공사도급계약상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는 서로 별개의 원인으로 발생한 독립된 채무이나,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가진 채무로서 서로 중첩되는 부분에 관하여는 일방의 채무가 변제 등으로 소멸하면 타방의 채무도 소멸하는 이른바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2다89320 판결).

부진정연대채무는 여러 채무자가 같은 내용의 채무에 대하여 각자 독립하여 채권자에게 전부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는 다수당사자의 법률관계로서, 연대채무에 비해서 채권자의 지위가 강화되어 있다. 채권자는 채무자 중 누구에게든지 채무 범위 내에서 이행을 청구할 수 있고, 한 채무자에게 생긴 사유는 채권자의 채권 만족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는 변제 등과 같은 사유 외에는 다른 채무자에게 효력이 없다(대법원 2018. 4. 10. 선고 2016다252898 판결).

완성된 설계도서가 통상 갖추어야 할 품질이나 성질을 갖추지 못한 경우, 즉 설계도서에 객관적인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건축주는 설계를 한 사람에게 하자 없는 설계도서를 다시 제공하여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다.

설계자의 추가 이행이나 새로운 이행이 건축주에게 아무런 이익을 주지 못하거나, 완전이행 또는 추완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건축주는 설계계약을 해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설계도서 자체의 하자로 인하여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설계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 민법 제668조 본문의 규정에 의하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설계도서가 설계자와 건축주 사이의 약정에 의하여 갖추어야 할 성질이나 품질을 갖추지 못한 경우, 즉 설계도서에 주관적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어떻게 처리하여야 할까? 설계내용을 근거로 한 건축공사 견적액이 당초 예정한 건축공사비를 초과하는 경우에도 설계자는 채무불이행책임을 진다. 

설계자가 건축주의 희망사항이나 지시내용과 다른 설계를 한 경우가 문제된다. 건축물이 완성된 다음에 건축주의 주장이 자신이 이야기한 대로 건축물이 나오지 않았다든가 통상 건축물이 갖추어야 할 성능이나 기능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것이면, 그러한 결과가 건축사가 설계하는 과정에서 잘못했기 때문인 경우에는, 설계자는 설계계약을 불완전하게 이행한 책임을 진다.

완성된 건물의 하자가 설계자의 설계상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것으로 인정되면, 설계자는 건축주에 대하여 불완전이행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을 지게 된다. 설계자의 설계상의 잘못으로 인하여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그 원인이 설계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이라면, 제3자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  
건축설계계약이 도급계약의 성질을 가지는 경우, 설계자의 건축주에 대한 하자담보책임은 목적물 인도일로부터 1년간 존속한다(민법 제670조). 건축설계계약이 도급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 불문하고 설계자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민법상 10년 또는 상법상 5년의 소멸시효에 해당한다.

 


Ⅳ. 설계상의 과실 및 오류

설계라 함은 자기 책임 아래 건축물의 건축, 대수선, 용도변경, 리모델링, 건축설비의 설치 또는 공작물의 축조를 위한 ①건축물, 건축설비, 공작물 및 공간환경을 조사하고 건축 등을 기획하는 행위, ②도면, 구조계획서, 공사 설계설명서 등 공사에 필요한 서류(설계도서)를 작성하는 행위, ③설계도서에서 의도한 바를 해설ㆍ조언하는 행위를 말한다(건축사법 제2조 제3호).

설계도서는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한 건축물의 설계도서 작성 기준, 기본설계 등에 관한 세부 시행기준 등 법령이 정한 기준에 따라 작성되어야 한다. 설계자가 설계 시에 단순히 법령상의 사항을 준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설계도면에는, 기획도면, 기본설계도면, 실시설계도면, 건축허가도면, 사용승인도면 등이 있다. 실시설계도면이라 함은, 기본설계의 결과를 토대로 시설물의 규모, 배치, 형태, 공사방법과 기간, 공사비, 유지관리 등에 관하여 세부조사 및 분석, 비교 검토를 통해 최적안을 선정하여 시공 및 유지관리에 필요한 내용을 작성한 도면을 말한다. 이러한 실시설계도면은 상세설계도면이라고도 하며, 보통 공사도면이라고 할 때에는 이러한 실시설계도면을 의미한다. 설계업무에 있어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설계업무 자체가 불완전한 것이므로 설계자는 이미 작성하여 교부한 설계도서를 완전한 것으로 보완하여 다시 교부할 의무도 있다. 

설계사들이 국내에 사례가 없는 음식물쓰레기와 분뇨의 병합처리방식 설계를 담당하면서 검증절차를 소홀히 하여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을 통과한 분리액의 목표 물질수지를 만족하기 위한 장기저류조, 가압부상조 등의 전처리시설의 설계를 누락한 것은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의 정상 가동 불능에 관한 설계사들의 책임 사유에 해당한다. 
건축주와 그로부터 건축설계를 위임받은 건축사가 상세계획지침에 의한 건축한계선의 제한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건축설계를 하고 이를 토대로 건축물의 신축 및 증축허가를 받은 경우, 그 신축 및 증축허가가 정당하다고 신뢰한 데에 귀책사유가 있다고 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1두1512 판결).

공동주택 건축기계설비 하자는 시공 상 발생되는 하자와 설계 시에 발생되는 하자로 분류되며 보통 10~15% 정도가 설계하자로 분류된다. 시공 상 발생되는 하자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수정에 의해서 비교적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하자가 대부분이다. 설계하자가 발생되면 시스템적으로 큰 문제로 연관되므로 건축물에 미치는 영향과 재시공상의 경제적 손실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설계상 과실에는 ①설계의 내용이 건축주가 지시한 내용에 반하는 경우와, ②건축주의 명시적인 지시에는 반하지 않지만 완성한 건물에 설계에서 유래하는 하자가 있는 경우로 구분된다. 건축주가 ‘지시 위반의 설계’를 주장하는 경우, 건축주의 지시 내용이 어떠한 것이었는지가 다투어지는 외에도, 그 지시와 다르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지시의 합리적 해석으로 허용할 수 있는 차이인지가 문제로 된다. 건축주의 지시와 다른 설계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이 된다. 건축주가 ‘하자 있는 설계’를 주장하는 경우에는 그것이 하자라고 할만한 것인지, 하자에 해당한다면 그것이 설계에서 유래하는 것인지가 다투어진다.

갑이 을 주식회사와 건물 리노베이션과 증축에 관한 설계 및 감리계약을 체결하였다가 해지한 후 을 회사와 건축사인 병을 상대로 설계도면의 하자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갑이 설계도면의 하자를 보수하는 비용을 지급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손해액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고 증명을 촉구하여 이를 밝히거나, 제출된 증거와 당사자의 주장, 갑과 을 회사 등의 관계, 손해 발생 경위, 손해의 성격, 손해가 발생한 이후의 여러 정황 등 관련된 모든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손해액을 인정하였어야 하는데도, 이러한 조치를 하지 않고 손해액에 관한 주장과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갑의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8다301336 판결).

 


Ⅴ. 설계담당자로서의 건축사의 법적 지위

건축사가 설계한 건축물에 대한 하자가 발생하는 경우, 시공 상의 잘못에 기인하는 것이라면 설계자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러나 설계 자체가 잘못되었거나, 구조계산을 잘못한 경우 등에는 설계자는 법에 따른 책임을 지게 된다. 
 
건축법은 건축물의 대지·구조 및 설비의 기준과 건축물의 용도 등을 정하여 건축물의 안전·기능·환경 및 미관을 향상시킴으로써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건축주, 설계자, 시공자 및 감리자 등 업무주인 각 건축관계자를 적용대상으로 하여 상호간의 책임에 관한 내용과 범위를 규정한 법률이다. 

계약 당사자 아닌 개인인 건축사를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는 ‘건축사법’ 상 건축사 개념과 달리 ‘건축법’ 상 설계자는 시공자 및 건축주 등과의 계약 기타의 방법으로 독립한 법인격을 지닌 업무주로서의 설계자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건축법 제2조 제1항, 제5조 제1항, 제9조의2 등 참조).

이는 후발적 사유에 의한 건축설계 변경의 필요성을 예정한 규정으로서 그 설계변경에 따르는 추가설계대금이나 하자보수, 손해배상 기타 권리관계의 정산이 요구되는 ‘건축법’ 제19조의2 제3항의 해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8다72776 판결).

건축사법은 건축사의 자격과 그 업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건축물의 질적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로써, 위 법에서 정하는 건축사의 자격규정 및 전문가로서의 건축사의 지위 등에 비추어 ‘건축사법’ 제20조에서 정한 업무상 성실의무 및 그 위반에 따른 건축주의 재산상 손해배상책임의 각 주체로 정한 건축사는 설계 등 계약 당사자로서의 건축사에 한정된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백화점 붕괴의 원인이 건축계획의 수립, 건축설계, 건축공사공정, 건물 완공 후의 유지관리 등에 있어서의 과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에 있다고 보아 각 단계별 관련자들을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단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1996. 8. 23. 선고 96도1231 판결).

건설기술관리법 제45조 제2호가 형법상 뇌물죄의 규정을 적용할 때는 법 제5조의2에 따른 발주청의 설계자문위원회 위원 중 공무원이 아닌 위원을 공무원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 취지는, 설계자문위원회 심의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하여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 설계자문위원회의 위원으로서 직무를 처리하는 경우에, 그 직무와 관련하여 부당한 금품을 수수하면 공무원으로 보아 뇌물죄로 처벌하려는 것이다.

설계심의분과위원회 위원은 건설기술관리법령에서 정한 바에 따라 설계자문위원회 위원의 직무를 수행한다. 발주청의 설계심의분과위원회의 위원으로 임명 또는 위촉된 사람이 설계심의분과위원회 또는 그 위원의 직무와 관련하여 부당한 금품을 수수한 경우에는 설계자문위원회 위원으로서 그 직무와 관련하여 부당한 금품을 수수한 것에 해당하여 뇌물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2도15254 판결).

 


Ⅵ. 설계계약은 해제할 수 있는가?

건축설계계약이 도급계약의 성질을 가지는 경우에 건축주는 설계자가 일을 완성하기 전이라면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설계자는 그때까지 수행한 설계용역의 대가를 보수 또는 손해배상으로 받을 수 있다. 설계자가 설계용역의 대가를 받게 되면, 그때까지 완성된 결과물은 그 대가를 지급한 건축주에게 귀속된다. 

건축주는 설계가 완성되었다 하더라도 완성된 목적물의 하자로 인하여 도급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면 설계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668조 본문). 건축설계계약이 위임계약의 성질을 가지는 경우에는 건축주는 언제든지 설계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민법 제689조 제1항). 설계자의 책임 없는 사유로 계약이 종료되었다면 설계자는 이미 처리한 사무의 비율에 따른 설계비를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686조 제3항). 건축주가 부득이한 사유 없이 설계자에게 불리한 시기에 설계계약을 해지한 때에는 설계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민법 제689조 제2항).

건축주는 설계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설계계약을 해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설계자는 건축주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 외에는 설계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 건축설계계약이 위임계약의 성질을 가지는 경우에는 설계자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민법 제689조 제1항). 도급계약의 성격을 가지는 설계계약이 해제되면 각 당사자는 원칙적으로 원상회복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건축주는 그동안 받은 설계도서가 있으면 이를 설계자에게 반환하고 설계자는 건축주로부터 받은 대가를 반환하여야 한다. 

설계도서 등이 완성되어 건축주에게 교부되고, 완성된 설계도서 등에 따른 건축공사가 상당한 정도로 진척되어 이를 중단할 경우 중대한 사회적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게 되고, 완성된 부분이 건축주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에는 설계계약은 미이행 부분에 대해서만 실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0. 6. 13.자 99마7466 결정).

설계계약이 위임계약의 성질을 가지는 경우에는 해제의 효력은 장래에 향해서만 생긴다. 설계계약 상의 이행청구권은 설계에 종사하는 자의 공사에 관한 채권으로서 민법 제163조 제3호에서 정한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된다.

발주자가 건설회사와 신축공사도급 및 분양위임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설계비부담을 면할 수 있다는 사정을 기초로 설계자와 설계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후 건설회사와의 공사도급계약의 체결이 확정적으로 결렬되었고 건축부지 중 타인소유부분의 건축부지 제공이 불분명한 사정을 설계자가 알게 된 이상 설계자로서는 발주자와의 협의로 설계의 속행 여부를 결정하여야 함에도 설계를 강행한 경우, 설계보수 전액을 발주자에게 지급책임을 지우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불합리하므로 위와 같은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계약상의 보수액을 30퍼센트 정도 감액한 조치는 정당하다(대법원 1993. 9. 24. 선고 93다33272 판결).

 


Ⅶ. 건축사의 면허증 대여행위

건축사 면허는 다른 전문가 면허와는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고 사회적 가치가 크다. 건축사는 설계와 감리를 주된 업무로 담당하고 있어, 건축물의 안전과 직결되면, 결과적으로 사회 구성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일부 건축사들이 사무장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실제로는 사무소에 출근도 제대로 하지 않고 일정한 돈만 받고 있는 경우가 있다. 특히 지방에서 소규모 주택을 허가받아주고, 설계를 해주는 경우, 건축사 없어도 사무장이 충분히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 지역 토착민이 수주능력이 있고, 시청 일을 잘 볼 수 있으면, 건축사 면허만 빌려서 주택을 신축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이다.

건축사법이 금지하고 있는 ‘면허증 대여’라 함은 타인이 그 면허증을 이용하여 건축사로 행세하면서 건축물의 설계 및 공사감리의 업무를 행하려는 것을 알면서도 면허증 자체를 빌려 주는 것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무자격자인 제3자가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그 건축사 명의로 건축사사무소의 등록신고를 하는 데에 건축사가 자신의 면허증을 이용하도록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등록 후 건축사 자신이 그 건축사사무소에서 건축물의 설계 및 공사감리 등의 업무를 계속 수행하여 왔으며 무자격자가 건축사의 업무를 수행한 바 없다면, 면허증을 대여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대법원 1997. 5. 16. 선고 97도60 판결).

건축사법 제10조가 금지하고 있는 “타인에게 자기의 성명을 사용하여 건축사의 업무를 행하게 하는 행위”에는, 건축사가 타인으로 하여금 자기의 이름을 사용하여 건축사의 업무를 행하도록 적극적으로 권유·지시한 경우뿐만 아니라 타인이 자기의 이름을 사용하여 건축사의 업무를 하는 것을 양해 또는 허락하거나 이를 알고서 묵인한 경우도 포함된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5044 판결 참조). 

건축사법 제10조에 따라 감리업무를 수행하였는지 여부는 외관상 건축사가 직접 업무를 수행하는 형식을 취하였는지 여부에 구애됨 없이 실질적으로 타인이 건축사의 명의를 사용하여 업무를 수행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건축사법 제4조 제1항의 “건축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설계”라 함은 건축허가를 받기 위하여 건축허가신청서에 첨부하여 제출하는 당해 설계도서를 의미하고, 그 설계도서작성을 위한 준비행위로서 작성한 기초도면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대법원 1983. 8. 23. 선고 82도471 판결).

건축사법은 건축사의 자격과 그 업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건축물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건축사가 아니면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의 설계 또는 공사감리의 업무를 행할 수 없음을 그 핵심적 내용으로 하고 있다. 
건축사의 자격취득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여 건축사자격시험의 합격 및 그와 별도로 면허라는 별개의 요건을 추가하고 있다(제7조). 이 경우 면허처분은 그 성질상 건축사자격시험에 합격한 자에게 결격사유가 없는 한 법률상 당연히 부여하여야 할 기속행위인 데다가 면허가 취소되면 그 취소로부터 2년 동안 면허취득의 결격사유가 되는 것이다(제9조 제4호).

면허취소보다 가벼운 제재수단인 등록취소의 경우에도 그 취소처분 후 2년간 재등록이 불가능한 점(제24조 제2호)에 비추어 볼 때, 의료법 제52조 제2항과 같은 면허재교부제도가 별도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이상, 건축사면허의 취소는 곧 건축사자격시험의 합격을 포함한 기존의 건축사자격 전체를 취소시키는 효력을 가진다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1997. 8. 29. 선고 97누7042 판결). 

항소심까지 유죄판결이 선고된 건축사법위반사건에 관하여 대법원에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만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건축사에 대하여 무죄라는 취지의 판결을 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2020. 3. 12. 선고 2018도20188 판결).

건축사법 제10조가 금지하고 있는 “타인에게 자기의 성명을 사용하여 건축사의 업무를 행하게 하는 행위”에는, 건축사가 타인으로 하여금 자기의 이름을 사용하여 건축사의 업무를 행하도록 적극적으로 권유·지시한 경우뿐만 아니라 타인이 자기의 이름을 사용하여 건축사의 업무를 하는 것을 양해 또는 허락하거나 이를 알고서 묵인한 경우도 포함된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5044 판결 참조). 

건축사법 제10조에 따라 감리업무를 수행하였는지 여부는 외관상 건축사가 직접 업무를 수행하는 형식을 취하였는지 여부에 구애됨이 없이 실질적으로 타인이 건축사의 명의를 사용하여 업무를 수행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823 판결 등 참조).

 


Ⅷ. 건축물저작권을 둘러싼 분쟁사건

건축물에 있어서도 저작권은 당연히 인정된다. 예전에는 건축사와 관련된 저작권 시비가 별로 없었으나, 최근에는 설계도서에 대한 저작재산권 침해에 대한 법적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 건축사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컴퓨터프로그램에 대한 침해도 문제가 되고 있다. 

설계도서의 경우, 설계도서 자체를 공표하는 것과 설계도서에 따라 건축물을 건축하는 것 모두 공표에 해당한다. 저작권법 제2조 제22호에서 복제의 개념 속에 건축을 위한 모형 또는 설계도서에 따라 이를 시공하는 것까지 포함시키고 있으므로, 설계도서에 따라 건축물을 건축하는 것은 공표임과 동시에 복제에도 해당한다. 

건축물에 그것을 창작한 건축사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을 표시하는 것은 성명표기권의 침해가 된다. 설계도서에 관한 저작재산권이 건축주나 의뢰인에게 양도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설계자의 성명표시권이 인정된다. 설계계약에 따라 건축사로부터 설계도를 인도받은 건축주가 설계도면을 임의로 변경하면 동일성 유지권의 침해가 된다. 

설계도서를 그대로 또는 유사하게 모사하거나 복사하는 것, 전사(scanning)하여 파일로 저장하는 것, 모형으로 만드는 것, 시공하여 완성하는 것, 완성된 건축물을 정지 동영상으로 만들거나 이를 다시 디지털화하는 것, 모형으로 만들거나 그대로 다시 시공 완성하는 것 등은 모두 복제에 해당한다.

건축주가 비용 등을 문제 삼아 기본설계를 담당한 설계자에게 실시설계를 맡기지 않고 제3자에게 실시설계를 맡기게 되는 경우, 이 때 기본설계를 한 건축사의 허락을 받지 않고, 그 기본설계에 기초한 실시설계를 하는 것은 바로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한 것이 된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하여 창작성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창작성이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창작성이 인정되려면 적어도 어떠한 작품이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한 것이어서는 안 되고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야 한다.

건축물이 그와 같은 일반적인 표현방법 등에 따라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라면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이 나타나 있는 경우라면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침해자의 저작물이 저작권자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그것을 이용하였어야 하고, 침해자의 저작물과 저작권자의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저작권의 보호 대상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으로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이므로, 저작권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해 보아야 한다.

건축사인 피고인이 갑으로부터 건축을 의뢰받고, 을이 설계·시공한 카페 건축물의 디자인을 모방하여 갑의 카페 건축물을 설계·시공함으로써 을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을의 건축물은 외벽과 지붕슬래브가 이어져 1층, 2층 사이의 슬래브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 형상, 슬래브의 돌출 정도와 마감 각도, 양쪽 외벽의 기울어진 형태와 정도 등 여러 특징이 함께 어우러져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일반적인 표현방법에 따른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만이 아니라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같은 취지에서 을의 건축물의 창작성이 인정되고, 피고인이 설계·시공한 카페 건축물과 을의 건축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도9601 판결).

가분적인 내용들로 이루어진 건축설계계약에 있어서 설계도서 등이 완성되어 건축주에게 교부되고 그에 따라 설계비 중 상당 부분이 지급되었으며 그 설계도서 등에 따른 건축공사가 상당한 정도로 진척되어 이를 중단할 경우 중대한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게 되고 완성된 부분이 건축주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에는 건축사와 건축주와의 사이에 건축설계계약관계가 해소되더라도 일단 건축주에게 허여된 설계도서 등에 관한 이용권은 의연 건축주에게 유보된다(대법원 2000. 6. 13.자 99마7466 결정).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물을 “문학·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로 규정하고 있다.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기 위해서 필요한 창작성이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어떠한 작품이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고 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음을 의미한다.

저작권법은 제4조 제1항 제5호에서 “건축물·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를 포함하는 건축저작물”을, 같은 항 제8호에서 “지도·도표·설계도·약도·모형 그 밖의 도형저작물”을 저작물로 예시하고 있다. 설계도서와 같은 건축저작물이나 도형저작물은 예술성의 표현보다는 기능이나 실용적인 사상의 표현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기능적 저작물에 해당한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29 판결).

동일한 아파트나 아파트 단지의 평면도나 배치도가 작성자에 따라 정확하게 동일하지 아니하고 다소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그러한 기능적 저작물의 창작성을 인정할 수는 없고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 있는지 여부를 별도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29 판결).

저작권법 제2조 제22호는 ‘복제’의 의미에 대해 “인쇄·사진촬영·복사·녹음·녹화 그 밖의 방법으로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유형물에 고정하거나 다시 제작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복제에는 도안이나 도면의 형태로 되어 있는 저작물을 입체적인 조형물로 다시 제작하는 것도 포함한다. 위 조항의 후문은 “건축물의 경우에는 그 건축을 위한 모형 또는 설계도서에 따라 이를 시공하는 것을 포함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이란 특정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컴퓨터 등 정보처리능력을 가진 장치 안에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사용되는 일련의 지시·명령으로 표현된 창작물을 의미하므로, 프로그램저작권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프로그램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도 창작적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도8467 판결). 

 


Ⅸ. 설계를 둘러싼 형사책임 및 징계처분

성수대교 붕괴사고에서 교량 건설회사의 트러스 제작 책임자, 교량공사 현장감독, 발주 관청의 공사감독 공무원 등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업무상과실일반교통방해, 업무상과실자동차추락죄 등의 유죄를 인정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도1740 판결).

성수대교와 같은 교량이 그 수명을 유지하기 위하여는 건설업자의 완벽한 시공, 감독공무원들의 철저한 제작시공상의 감독 및 유지·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철저한 유지·관리라는 조건이 합치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위 각 단계에서의 과실 그것만으로 붕괴원인이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합쳐지면 교량이 붕괴될 수 있다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공소시효의 기산점에 관하여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252조 제1항에 정한 '범죄행위'에는 당해 범죄행위의 결과까지도 포함하는 취지이다. 교량붕괴사고에 있어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업무상과실일반교통방해죄 및 업무상과실자동차추락죄의 공소시효도 교량붕괴사고로 인하여 피해자들이 사상에 이른 결과가 발생함으로써 그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로부터 진행한다.
 
○○시장이 정자·백궁지구의 도시설계변경 및 건축허가 관련 업무를 처리하면서 주상복합아파트 건설사업을 추진하는 갑으로부터 이에 관한 편의를 제공해 달라는 묵시적 청탁을 받고, 주상복합아파트의 건축설계용역을 을업체에게 도급하여 달라고 갑에게 부탁한 사안에서, 제3자 뇌물제공죄의 성립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2007. 11. 16. 선고 2004도4959 판결).

연립주택이 당초의 설계도대로 공사되어 있지 아니한 것을 담당공무원이 세밀히 조사하지 아니하여 그 적합여부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도 준공검사보고서 용지에 함부로 ‘적합’이라고 기재하고 서명날인을 하여 허위의 내용을 기재한 것이라면 위 준공검사보고서는 허위공문서작성죄의 객체가 되는 문서에 해당한다(대법원 1990. 10. 16. 선고 90도1307 판결).
 
수원시는 2018년 11월 ‘공동주택 품질점검단’ 제도를 시행하여 공동주택에 대해 품질점검을 하였다. 2021년 수원시는 공동주택 시공 품질을 높이기 위해 ‘공동주택 품질관리 운영기준’을 새로 마련하였다. 이 기준은 아파트 골조완료 단계와 사용검사 전 단계에서 이뤄지던 기존의 공동주택 품질검검을 설계·시공·준공 등 3단계로 세분화해 더 촘촘하게 품질관리를 하도록 했다.

건축·토목·전기·기계·소방 분야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수원시 공동주택 품질점검단’이 설계단계에서 하자예방을 사전에 자문하고, 준공단계에서는 자문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사후에 점검하게 된다. 또 시공단계에서는 입주예정자의 요청 시 시공사가 주도해 감리보고를 한다. 

 


Ⅹ. 글을 맺으며

이상에서 건축물에 대한 설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각종 분쟁에 관하여 살펴보았다. 날이 갈수록 설계에 관한 분쟁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설계는 시공 및 감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설계를 한 건축사로서는 시공과정 및 감리과정도 주의 깊게 살펴보면서 나중에 건축물의 안전에 문제가 생기거나 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실제로 건축과 관련하여 설계나 감리, 시공에 관한 하자를 문제 삼아 소송을 하는 경우에는 보통 1년 내지 2년,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건축사는 자신이 담당했던 설계와 감리 때문에 손해배상책임을 면하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최종 판결에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결론을 얻기까지 정신적 고통이 상상을 초월한다. 때문에 건축사가 설계업무를 담당하는 경우, 나중에 법적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매사 철저하게 신중한 자세로 업무를 처리해야 할 것이다. 

 

 

 

글. 김주덕 Kim, Choodeok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김주덕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김주덕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대구지검 특별수사부, 대전지검 특별수사부장, 제천지청장, 서울서부지 검 형사1부장, 대검찰청 환경과장, 법무부 검찰국 검사, 서울 중앙지검 공판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법무법인 태일 대표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2018년부터 법학전문대학원평가위 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cdlaw@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