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건축 워치 08 건축물의 유지관리(도시경영) 2021.10

2023. 2. 10. 09:10아티클 | Article/연재 | Series

North Korean Architecture Watch 08
Maintenance of buildings(City management)

 

1. 도시경영의 의미와 범위    

남한과 비교하여 북한의 건축의 가장 독특한 점은 국가가 주택을 포함한 도시의 건물과 시설물 유지관리를 담당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북한은 공공시설물(기반시설)만이 아니라 주택과 건물도 국가(혹은 지방정부 및 단체) 소유이므로, 국가에 유지관리의 책임이 있다. 우리나라는 기반시설(도로, 철도, 주차장, 정수장, 폐수처리장, 댐, 발전소)와 공공건물은 국가 및 지방정부가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으나, 일반저으로 건물과 주택은 개인(법인)소유이며, 정부소유 시설물도(도로, 철도, 발전소, 댐 등)도 정부에서 직접 관리하지 않고 공공기관이 관리하거나 민간업체 위탁하여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북한의 도시경영제도를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 

 

평양 도시경영설계연구소. 지방인민위원회는 도시경영시설계획과 설계를 위하여 도시경영 설계연구소를 운영한다. (노동신문 보도사진, 이하 동일)


건물과 시설물의 유지관리를 북한에서는 도시경영이라고 부른다. 남한에서도, 또 국제적으로도 사용되는 도시경영(municipal management, city management)이라는 용어는 ▲도시행정조직의 효율적인 운용방안 ▲도시행정에 기업의 경영기법을 도입하는 것 ▲주민생활의 편의향상을 위한 시설물의 운영 및 유지관리 방법 ▲도시행정의 정보화 등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지만, 북한에서는 시설물의 유지관리라는 단일한 의미로 사용되며, 법적인 용어이기도 하다.


북한의 도시경영법에는 북한의 ‘건물과 시설물은 인민이 땀흘려 마련한 귀중한 재부이므로 국가는 건물과 시설물의 보호관리사업을 개선하여 그 수명을 늘이고 효과있게 리용’하도록 하여야 하며(3조), 도시경영사업의 계획적 추진, 관리한계와 분담을 위하여 건물과 시설물을 제때에 빠짐없이 등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4조)

 

김일성 종합대학 교육자 살림집 새집들이 행사. 새집들이 행사에서 입사증(입주허가증)을 나누어 준다


도시경영법을 보면 도시경영의 범위를 알 수 있다. 도시경영법에는 ①건물의 관리 ②상하수도, 난방시설 운영 ③도시도로, 하천관리 ④원림조성(가로수, 도시공원 및 조경) ⑤도시미화(청소, 폐기물처리, 건물의 도색, 간판관련 규정 등)에 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도시경영법에는 살림집의 이용허가에 대해서도 규정하고 있다.

 

국립과학연구원 잔디연구소.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도시미화를 위한 잔디밭 조성이 강조 되었다. (사진=노동신문)


도시경영법 외에도 평양시관리법, 살림집법 및 도시미화법도 도시경영관련 법규라고 볼 수 있다. 평양시관리법은 1998년에 제정되었으며, 평양시의 도시경영 외에 평양시의 영역(중심지역, 주변지역, 위성도시 등), 도시계획과 건설, 기관 및 주민의 등록 그리고 봉사(식량 및 연료의 공급) 등에 대해서도 규정하고 있다. 살림집법은 2009년 제정되었으며 살림집의 건설, 등록, 배정 및 이용, 관리 등 살림집 건설과 이용관련 전반적인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살림집법에서 살림집의 보수를 대보수, 중보수, 소보수로 구분하고 대보수와 중보수는 국가(혹은 관리기관)가, 소보수는 공민(주민)이 담당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소보수를 살림집 관리기관이 해주는 경우에는 공민(주민)이 보수비용을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도시경영법에서는 소보수를 위탁보수한 경우 건물의 소유자가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살림집법에서는 이용하는 공민이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차이가 있다. 살림집의 규정은 북한사회의 시장경제화를 반영한 것으로 보이며, 또한 북한법규가 상충되는 규정을 가지고 있어 북한법이 체계화되지 못하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 도시경영법에 의하면 소보수 비용을 소유자가 부담하여야 하지만, 살림집법에 의하면 이용자가 부담하여야 한다. 살림집은 소유자와 이용자가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법적용에 따라서 비용부담주체가 달라진다. 살립집법은 2014년 개정되었으며, 도시경영법은 2015년 개정되었으므로 살림집법의 내용을 반영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규정을 유지하고 있다. 상당수의 북한법에서 상호 모순되는 법규가 발견된다. 

도시미화법은 비교적 최근인 2012년 제정되었다. 도시미화법은 도시경영법의 도시미화에 대한 규정을 구체화, 세분화한 것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강조하는 경관조명(불장식), 조경(원림조성), 간판, 청소 등의 내용이 강조되어 있다.


2. 도시경영관련 행정조직   

북한은 모든 건축물과 시설물이 국가, 기관 및 단체(협동농장 등) 소유이므로 건축물의 유지관리를 담당하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행정조직이 있다.  

중앙정부(내각)에는 도시경영성을 두고 있다. 도시경영성은 북한의 초대내각 구성 시(1948년)에 만들어졌으며, 1982년에는 도시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도시경영절(9월5일)을 제정하기도 하였다. 도시경영성의 조직은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내부에 농촌건물관리국, 산림관리국, 원림관리국 등이 있고, 도시경영과학연구소, 중앙난방연구소, 평양화초연구소 등의 연구소가 있으며, 중앙양묘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시경영성은 도시경영과 관련된 정책, 지침 등의 수립과 지방인민위원회의 관리감독을 하고, 실제 업무는 주로 지방인민위원회 산하의 도시경영국과 도시경영사업소에서 하는 구조이다. 

지방정부(인민위원회)에는 도시경영국(도시경영관리국)을 두고 있다. 도시경영국 산하에는 난방사업소, 상하수도사업소, 원림사업소, 조사경영사업소, 건물보수사업소 등이 있으며, 도시경영설계사업소(연구소)와 도시경영건설사업소가 별도로 있는 경우도 있다. 

도시경영사업소의 주요 업무는 건물, 상하수도, 도로 등 시설물이 준공되면 검사 후 인수를 하고 유지관리를 하는 것이다. 살림집의 경우 준공 후 등록을 하고 주민에게 배당 후 유지관리를 한다. 유지관리는 시설물의 등록, 운영, 보수, 사용료의 징수 등을 포함한다.

 

북한의 초대 도시경영성 장관 이용. 이용은 헤이그 밀사였던 이준 열사의 장남으로 1910 년부터 간도지역에서 무장독립투쟁을 하였으며, 임시정부 수립 후에는 연해주지역 독립군 사령관으로 임명되었다. 해방 후에는 북한에서 도시경영장관, 사법장관, 무임소장관 등을 역임하였고 1954년 사망하였다. (사진=일제강점기 노동신문 보도사진)
은율군의 나무심기 행사. 도시경영성은 원림조성(조경)을 위하여 중앙양묘장을 운영하고 있다. 양묘장은 도시경영성 외에 국토환경성 내의 산림국, 각시도 인민위원회 및 군에서도 운영하고 있다.


3. 북한 도시경영의 특징 및 문제점 

북한 도시경영의 특징 중 대표적인 것은 공공건물 외의 살림집, 공장(산업건물) 및 업무용 건물 등의 유지관리도 도시경영기관 및 해당 시설물을 관리하는 기관, 단체 등에서 한다는 것이다. 토지와 건물의 관리를 국가, 기관 및 단체가 책임지는 것은 북한은 토지와 건물의 사유권을 인정하지 않으므로 토지와 건물은 국가, 기관 및 단체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북한은 영리 목적의 개인사업자나 기업을 허용하지 않으므로 건물을 보수할 수 있는 조직은 지방행정기관에 소속된 건물수리사업소밖에 없기 때문에, 건물보수가 필요하면 건물수리사업소에 의뢰하여야 한다. 

그러나 건물보수사업소는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사업을 수행하므로 공공건물 및 기반시설외 일반건물의 보수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살림집 및 일반건물의 수리는 입주자 및 사용자가 자체적으로 하거나, 주변의 도움을 받아 수행하는 것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시장경제가 확대되면서 건물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생겨서 건물이용자가 수리업자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수리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건설수리사업소에서 무상으로 건물의 보수를 하였으나, 최근 사회 변화를 반영하여 법규에 건물의 소규모 보수를 도시경영기관에서 하였을 경우 공민(입주자, 사용자)이 대가를 지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북한 도시경영의 또 다른 특징은 건물 및 기반시설의 유지관리를 주민이 분담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폭우나 태풍 등에 의하여 파손된 비포장도로를 주민들을 동원하여 보수하는 모습이나, 주민들이 단체로 동네나 거리를 청소하는 모습을 북한보도를 통하여 많이 볼 수 있다. 이러한 주민동원은 도시경영법, 살림집법, 도시미화법 등의 법에 의한 것이다.  
도시경영법에서 도로보수는‘기관, 기업소, 단체는 ㎡당 관리제의 원칙에 따라 분담된 구간의 도로를 책임적으로 관리하여야 한다(34조)’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도시미화법에서 도시미화를 구획정리, 건물과 시설물의 미화, 도시청소사업 등으로 정의하고(2조), 미화사업을 전군중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국가의 일관된 정책이며, 국가는 기관, 기업소, 단체에 담당관리구간을 정해주고 전체인민이 도시미화사업에 자각적으로 참여하여야 한다고 규정(4조)하여, 도시미화사업에 주민의 참여를 보다 명확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법에 따라 기관, 기업소, 단체에서는 분담구역의 도로보수, 거리의 청소, 눈치우기 등을 해당단체의 성원(직원)을 동원하여 하고 있다.  

 

도시경영부분에서는 거리와 마을을 장식하기 위하여 화초를 생산하고 심는다


또한 도시경영법(46조), 살림집법(58조), 도시미화법(38조)에서는 거리와 마을을 아름답게 꾸리고, 거두기 위하여 도시미화월간과 도시미화의 날을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도시미화월간은 4월과 10월이며, 매달 첫 번째 일요일을 도시미화의 날로 정하고 있다. 도시미화작업은 거리 및 마을의 청소만이 아니라 꽃밭정리, 어린이놀이터꾸리기, 물도랑치(우)기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살림집은 울타리설치, 조경(유실수 심기), 주변정리 및 청소등을 입주자가 하도록 하고 있다. 살림집과 관련 하여 특이한 규정은 살림집에 입주자가 문패를 의무적으로 설치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살림집의 매매, 임대 등 불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색은 도시경영법에서는 도시경영기관, 기관, 단체 등이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 도색재료(페인트) 등을 해당기관에서 확보하여 주민에게 나누어주면, 주민들이 직접 도색을 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하천관리도 도시경영기관이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주민을 동원하여 정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남한의 건물유지관리관련 규정이 주로 구조적 안전을 강조하는 것에 비하여 북한도시경영제도는 건물이나 마을의 외관 및 미관을 중요시하는 특징이 있다. 북한의 도시경영관련 법규에서 구조적 안전 등에 대한 규정은 거의 찾을 수가 없으며, 건물의 도색, 주변 청소 및 정리정돈, 전기선 및 통신선 늘이기 제한, 간판(구호판, 표지판) 규제, 경관조명(불장식) 등의 규정을 강조하고 있다. 건물의 도색은 구역별로 정해진 색상을 도색하여야 하며, 울타리도 구역별로 같은 구조로 조성하여 통일된 경관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북한은 도시경영을 주민생활을 보장하는 중요한 사업으로 여기고 있으며,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도시경영에서 인력을 동원하여 해결이 가능한 부분인 원림관리(도시조경), 도시미화(청소 등)는 어느 정도 관리가 되고 있으나, 오랜 경제난으로 자재와 기술이 필요한 건물관리, 상하수도, 도로 및 하천관리, 난방 등의 유지관리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평양중구역 상하수도 관리소
평양선교구역 상하수도 관리소


건물은 대부분 사용자가 자체적으로 유지보수를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불법증축도 증가하여 불법건축물이 도로를 막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도로는 포장률이 10%에 불과하고 폭도 좁으며, 개선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수도는 관로가 노후화되고, 정수장의 시설이 낙후하고 약품도 부족하여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천도 하수처리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 인구가 많은 도시의 하천은 많이 오염되어 있다. 

북한 도시경영의 어려움은 경제난을 해결이 되지 않는 한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오래된 각종 상하수도 및 난방관로 등은 교체, 도로 등 인프라의 보완은 경제적 여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글. 변상욱 Byun, Sangwook

대한건축사협회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위원·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도라산출입사무소장·건축사·시공기술사

 

변상욱 건축사·건축시공기술사

1999년부터 현대아산에서 근무하면서 금강산관광지역 건 축물과 평양체육관 등 건설사업관리업무를 수행했으며, 2004년부터 2016년까지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에서 근 무하면서 개성공업지구 종합지원센터, 기술교육센터 등 건 설사업관리와 공장건축 인허가업무를 담당하였다.

 

gut1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