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보존, 장소와 도시의 정체성…더 나아가 국가의 정체성 2022.1

2023. 2. 15. 09:27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

Preservation of architecture, identity of place and city… 
and furthermore national identity 

 

정체성(Identity)은 여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비즈니스 영역뿐만 아니라 모든 일의 출발에 정체성 분석이 있어야 한다.
오늘날 도시는 정주의 공간일 뿐만 아니라 생존을 위한 여러 가지 생산과 소비의 공간이다. 과거와 달리 도시 자체가 경제적 성과를 만들어내는 인큐베이터이자 생산거점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단기적 고생산성을 바탕으로 한 극도의 경제성과와, 동시에 윤리적이고 인문적인 가치를 바탕으로 한 낮은 이익의 장기적 생산과정이 존재하기도 한다.
이런 모든 것들은 그 도시의 특성, 더 나아가 국가 정체성과도 연결되고 있다. 국가 정체성은 여러 요소들의 인과관계와 집합에 의해 형성된다. 물론 인위적 광고에 의해서 연출되는 경우도 있지만, 지속되긴 어렵다. 그렇다면 어떤 요소들에 의해서 국가 정체성이 만들어지는가? 이는 시간의 흐름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건과 사고, 사회 정치적 행위부터 시작해서 문화적 생산물들이 혼합되면서 만들어진다. 그렇게 만들어진 국가의 정체성은 긍정적인 부분이 얼마나 많은가에 따라 외부에서 연상하는 인식표가 만들어진다.
대표적인 예로, 프랑스를 보자. 우주항공 산업이 발달한 프랑스는 그보다 패션과 문화, 그리고 로맨틱한 이미지가 강하다. 우리가 접하는 각종 뉴스 등의 정보와,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대중적인 요인들 때문이다. 압도적으로 강하게 자리 잡은 이미지 인식은 유사한 것들이 나올 경우 증폭되어 더 견고해진다. 이런 과정에서 시간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시간의 연속성을 증명해 줄 장치들이 필요해진다.
국가의 장치들은 결국 국가를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들이다. 바로 장소들이며, 그 장소를 구성하는 건축들이다. 장소 또는 도시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가장 큰 이미지 요소가 바로 건축이며, 수많은 건축들은 이를 입증하기 위한 각각의 가치와 의미를 가지며 생존, 보호, 보존되고 있다.
자! 서론이 길었다. 과연 우리는 우리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증거물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 시간의 축적물이라고 할 수 있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건축은 얼마나 생존하고, 유지되며 보호되고 있는가? 보존을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실하다. 흔적은 복원되고 새로 만들어지는 것보다 과거의 것이 더 가치가 높으며 그 정체성을 확실히 드러낸다.
남산의 힐튼호텔(밀레니엄 힐튼 서울)이 헐린다는 소문이다. 모더니즘 건축의 대가인 김종성 박사의 역작이다. 김종성 박사는 이미 국제적으로 미스 반 데어 로에의 모더니즘 철학을 잇는 수제자로 국제적 명성이 있는 분이며, 힐튼호텔은 그가 혼신의 힘을 쏟아 만든 건축 명작이다. 그런 건축 작품이 헐린다고 하는데 이는 국가적 손실이다.
물론 자본과 시장의 논리로 건축이 사라진, 장소와 도시의 정체성이 사라진 예는 수도 없이 많다. 이웃나라 일본의 타카마츠 신의 기린플라자나 신텍스, 이츠코 하세가와의 주택작품도 어이없는 자본가의 매입과 파괴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형편없는 건물이 건축을 대신하며 서 있다. 우리만 이런 것이 아니니 그나마 위안이 되긴 한다. 
그래도 아쉽다.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