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대한 여러 가지 제도적 시각의 모순 2021.11

2023. 2. 13. 09:28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

Contradictions of different institutional perspectives of ‘house’

 

몇 해 전 한 정치인이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는(Living) 곳이어야 한다는 발언과 함께 경고성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녀의 기대와 달리 ‘집’은 사는(Buy) 것(Product)의 가치로 맹위를 떨치며 요란스럽게 자산증식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키웠다. 
‘집’의 본질은 원천적으로 인간이 보호받을 수 있는 거처다. 오랜 기간 ‘집’은 그 역할에 충실했고, 의식주의 하나로 존재했다. 그런 집이 20세기에 들어서 갑자기 부수적 기능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른바 자산화되고, 수익화된 ‘부동산=집’의 등장이다. 그리고 의식주 중 하나인 집의 가격 불안정성은 모두의 불만 대상이 되었고, 당연히 정치인들의 구호와 정책에 등장했다. 이렇게 과잉의 자산증식 수단이 된 ‘집’을 바라보는 건축사들의 마음은 불편하다.
전문가인 건축사들은 ‘집’에 대한 본질적 가치와 의미를 고민하고 이를 다루는 것을 우선한다. 그런데 건축사에게 건축을 의뢰하는, 특히 ‘집’을 상품으로 의뢰하는 사업가들의 요구에 난감해진다. ‘집’의 상품화가 강조된 시장 상황에선 ‘가치’가 의사결정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산화, 도구화된 현재의 ‘부동산=집’ 이라는 공식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오늘날의 ‘집’은 자산인 동시에 또 다른 의미의 가치를 지닌다. 즉, 사는(Buy) 것의 성격과 사는(Living) 곳의 성격 모두가 중요하다. 그런데, 이런 복합적 21세기의 ‘집’을 하나로만 정의하려는 시선 때문에 자꾸 왜곡되고 틀어지고 있다. 근본적인 접근이 아닌 부수적인 접근으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 과잉된 부정적 시각은 계속해서 임기응변식 정책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 결과 2021년 대한민국의 ‘집’을 다루는 각종 제도는 서로 충돌하는 모순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정치인들의 법안 발의도, 중앙정부의 행정가들도 이런 모순 창조에 동참하고 있다.
다중생활시설, 생활형숙박시설, 오피스텔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모두가 집의 기능을 하지만, 건축법상 집이 아니라는 것이다. 건축법에서 집은 단독주택이나 공동주택으로 구분하며, 관련법들의 적용을 받는다. 살기 위한 집도 있지만, 매매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량으로 집을 건축하기에 별도의 ‘주택법’도 존재한다. 주택은 주민등록이 가능한 대상이다. 주민등록이 되어야 ‘집’이 된다. 이는 거주자의 권리와 법적 행위 행사를 위한 것으로, 행정안전부에서 정의를 내리고 있다. 그런데 ‘다중생활시설’이라는 법적 용어로 정의된 고시원에도 주민등록이 된다. 그렇다면 ‘다중생활시설’인 고시원은 ‘집’인가?
이는 세금과 관련이 있다. 다주택 소유, 잉여주택의 독과점적 소유문제를 주거안정을 해치는 부동산 가격 폭등의 주범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때문에 다주택자에게 누진세를 부과하게 했다. 또 매매할 때 발생하는 양도세와 소유과정에서 발생하는 재산세, 취득·등록세 등 각종 세금 부과 대상이다. 
자! 그렇다면 다중생활시설은 ‘집’인가, 아닌가? 도시형 생활주택과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다가구주택 등은 여러 가지로 달리 정의된 주택에 대한 용어다. 그렇다면 오피스텔은? 업무시설이면서 주택이다. 그런데, 이런 규정과 제도들이 건축 인허가를 대행하고 설계하는 건축사들 입장에서 보면 어이가 없다. 각각을 구분하고자 억지로 만든 세부 법 규정의 모순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 집은 집인데, 집이라고 말할 수 없는… 집으로 인정하지 않아야 절세하는…… 2021년의 집은 괴롭다.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