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재료는 건축의 시작과 끝, 감(GARM) 매거진으로 건축사가 더 나은 설계, 구현 이끌어낼 수 있었으면” 윤재선 건축사 2024.5

2024. 5. 31. 10:55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Materials are the beginning and end of architecture, hoping that architects could lead to better design and implementation through GARM Magazine.”

 

 

 

‘감’ 발행인 윤재선 건축사는 ‘중간기술로의 안내’를 표방하며 감(GARM) 시리즈 출판을 시작했다. ‘감’은 순우리말로 재료를 뜻한다. 2017년 나무 편을 시작으로 최근 단열·방수 편을 출간한 감의 시리즈를 따라가다 보면 건축물이 완성되는 일련의 과정을 이해하게 된다.

 

건축 최소 단위 ‘재료’를 다루는 매거진 ‘감(GARM)’
접근 용이한 재료로 재료 사용설명서 지향해
“재료 이해 너머 일종의 생산체계 만드는 토대되길 기대”
“공간을 설계한 사람들이 좀 더 목소리 냈으면”

 

재료는 건축의 가장 작은 단위다. 어떤 재료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수많은 재료 속에서, 넘치는 정보 속에서 무엇이 최선의 선택이 될까. 한 번에 한 가지 건축 재료를 다루는 매거진 감(GARM)은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했다. 자신의 공간을 스스로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방법은 바로 ‘재료’를 아는 것. 감이 단순명료한 지향점을 견지해 온 동력은 무엇일까. 감의 발행인 윤재선 건축사를 만나봤다.

“감은 책이라는 물성을 통한 일종의 아카이빙입니다. 재료는 건축의 시작이자 기본입니다. 다만 그 정보가 파편적이고 폐쇄적으로 유통되다 보니 체계화가 되지 않고 구전처럼 전해지는 경우가 많죠. 무엇보다 건축사가 재료에 대해 가장 잘 알았으면 합니다. 자재 선택권을 지닌 건 건축사이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점을 개선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그래서 감의 방향성은 큐레이션입니다. 접근이 용이한 재료를 위주로 그 특성, 유통, 가공, 조립, 보호, 보수 등을 담아 궁극적으로 재료의 사용설명서를 만들기 위함이죠.”

발행인인 윤재선 건축사는 ‘중간기술로의 안내’를 표방하며 감을 시작했다. 학문적 접근보다 현장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재료 선택과 구입, 시공까지의 과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한다. 2017년 나무 편을 시작으로 최근 단열·방수 편을 출간한 감의 시리즈를 따라가다 보면 건축물이 완성되는 일련의 과정을 이해하게 된다. 실용서를 지향하는 만큼 건축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뿐 아니라 건축사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단열과 방수는 건물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기능인만큼 건축사가 반드시 알아야 한다. 윤재선 건축사는 단열·방수와 같은 실용적인 지식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이 주제를 진행했다. © 감씨매거진


“건축사 중에서도 재료나 기술적인 면을 궁금해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재료와 더불어 그에 맞는 시공법까지 정리해 전달하는 만큼 감을 읽으면 개념을 잡기에 좋습니다. 재료마다 각각의 이슈가 있으니 그 지점을 건드리려 합니다. 관성적으로 사용하던 재료의 어떤 측면을 보여주는 거죠. 재료뿐만이 아니라 건축 자체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해 나갈 계획도 있습니다. 최근에 방수·단열을 주제로 한 것도 그렇고, 앞으로 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수 있겠죠. 구조와 구축의 방식도 굉장히 다양하지만 다뤄지지 않은 영역이거든요.”

감이 가진 특이점은 재료에 대한 이해를 넘어 일종의 생산체계를 만들어가는 토대로 활용될 수 있는 여지다. 재료라는 각각의 아이템을 연결해 새로움을 만드는 기반인 셈이다. 한 권의 매거진을 만들기까지 서너 개월의 사전 리서치를 거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최근 출간된 방수·단열 편은 파편적이고 상충되는 정보를 연결해 큼지막한 줄기를 잡았다.

“단열·방수 편은 여러 모로 기억에 남습니다. 건축을 전공한 에디터들도 다루기 부담스러워했거든요. 하지만 단열과 방수는 건물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기능인만큼 건축사가 알아야 하는 주제입니다. 시공자의 숙련도와 양심에 기대기만 할 수는 없죠. 그동안 구전되는 시공 방식에도 의문이 들었습니다. 당연시 되던 것들에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기 위해 외국 회사를 찾아 자료를 요청하기도 했죠. 단열·방수와 같은 실용적인 지식에 대한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됐습니다. 애매모호한 정보 대신 정확한 개념이 생기니 설계에 적용해볼 수도 있고요. 덕분에 저도 공부가 됐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건 나무 편이에요. 첫 호라서 품도 많이 들였고요. 꾸준히 판매되는 스테디셀러이기도 합니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 만 권 넘게 판매됐네요.”

건축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과 원동력을 갖게 됐다 말하는 윤재선 건축사. 건축사이자 발행인의 시선으로 그는 또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건축사가 산업에서 소외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우리나라 건축 산업은 아파트로 대표되는 건설사 위주니까요. 공간을 설계한 사람들이 산업 안에서 목소리를 냈으면 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오랫동안 건축 재료의 정보체계 구현을 시도해 왔는데 감을 통해서 어느 정도 구체화됐다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창호에 관심이 생겨서 직접 만들어보고 있습니다. 리서치를 하고 매거진을 작업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창호 기술자와 협업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있습니다.”

 

 

윤재선 Yoon, Jaeseon 팀일오삼 건축사사무소(주)

글 조아라 기자

사진 장영호 기자